“또 모둠이에요?” 몇 년 전부터 ‘학생 중심 수업’ ‘배움 중심 수업’ 등이 강조되면서 모둠 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신규 연수나 교과별 직무 연수, 학교에서 진행되는 공개수업에는 모둠 활동이 빠지지 않는다. ‘학생 중심 수업’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둠을 구성하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2학기가 시작되어 새로이 모둠을 꾸렸다. 참여도가 높은 학생 6명을 먼저 뽑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각각 무작위로 6개 모둠을 만들었다. 그러나 모둠이 한 번에 결정된 적이 없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둠 구성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선언하고 ‘자리 섞기’ 버튼을 누른다. 이때 학생들의 “아, 아까가 더 좋았는데…”와 같은 탄식은 모른 척 넘기고 자리를 이동하라고 지시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어떤 반에서는 모둠을 구성한 후, 약간의 자율성을 주기 위해 조마다 가위바위보를 시키기도 한다. 각 조에서 승리한 한 명은 원하는 곳으로 자신이 모둠을 옮기거나 다른 학생들을 이동시킬 수 있고, 가위바위보에서 진 학생 한 명은 승리자의 의사대로 어디론가 움직여야 한다. 자신을 빼고 죄다 남학생인 모둠에 걸려 우울해진 한 여학생은 가까스로 가위바위보에서 이기기도 했다. 여학생은 자신의 동성 친구들이 있는 모둠으로 옮기기를 원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그 여학생의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 다른 모둠 여학생이 자리를 옮기기 싫다고 떼를 쓰다가 결국 울음이 터진 것이다. 교실은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고, 다른 학생과 바꾸는 방식으로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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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성 그림

학생들에게는 ‘별일 아닌 일’이 아닌데…

한번은 평소 차분하던 학생이 모둠 활동 중간에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치면서 화를 냈다. 혼자 분을 삭이던 그 학생은 수업이 끝나고 내려와서는 모둠을 언제 바꾸는지 내게 물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옆 모둠에서 선생님의 시선을 피해 팔굽혀펴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시끄럽게 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모둠 편성이 잘된 것 같지 않다는 평가였다. 예정보다는 일찍 모둠을 바꿀 것이라고 학생을 타일러서 보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른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번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말다툼이 일어나 결국 한 모둠이 완전히 해체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어떤 학생은 학급 아무 데서도 받아주려고 하는 모둠이 없어서 걱정이라도 했다. 한 선생님은 축구부 학생들이 한 모둠에 편성되자, 운동을 나가게 되면 그 모둠이 사라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고르게 편성하고자 했는데 “축구부 무시하나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학생별로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둠을 구성하면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은 나올 수밖에 없나 보다. 처음 모둠에 대한 아이들의 거부반응을 접했을 때 걱정스럽기만 했다. ‘어차피 사회에 나가면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인데….’ 여러 번 비슷한 경험들을 반복하면서 모둠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의문이 들었다. ‘누구와 짝이 되느냐’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예민한 아이들인데, 싸웠던 친구와 같은 모둠이 되거나 헤어진 이성 친구와 같은 모둠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얼마나 걱정스러울까. 한창 예민할 나이에, 특히 더 민감한 ‘교우 관계’에 대해 우리 학교와 어른들이 자신의 잣대로 ‘별일 아닌 일’로 치부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생 중심 수업’ ‘배움 중심 수업’을 강조하며 모둠 활동을 필수로 만든 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단견이 아닐까.

오늘도 아이들의 “또 모둠이에요?”라는 말을 듣고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감정을 어떻게 어루만져줄지, 매번 고민의 연속이다.

기자명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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