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집으로 돌아갑니다쓰무라 기쿠코 지음, 김선영 옮김 한겨레출판 펴냄소설 속 등장인물인 하라의 말대로 지붕을 고안해낸 사람은 위대하다. 굉장하고, 끝내준다. 지붕이 있으면 비를 피할 수 있으니까. 집중호우로 인해 모든 대중교통이 끊겼다. 빗물이 장화 속을 파고들어 금세 불쾌한 기분이 들어도 별수 있나? 집에 가려면 걸어야지.그렇게까지 집에 가야 하나, 라고 묻는다면 역시 ‘그렇다’고 답할밖에. 〈스타워즈〉 팝업북을 아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서, 집으로 도착한 택배를 뜯어보기 위해서, 축구와 야구 경기를 시청해야 해서…. 삶을 버티도록 돕는 어떤 일들은 이처럼 집에서 시작된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의 풍부한 표정에 덩달아 미소 짓게 되는 책. 표제작을 포함해 소설 여섯 편이 실렸다.

우리 음식의 언어한성우 지음, 어크로스 펴냄우리가 먹고 말하는 것들에는 우리 삶과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음식의 언어〉는 국어학자인 저자가 각지를 다니며 수집해온 우리말과 우리 음식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밥·죽·푸성귀·김치·닭볶음탕·물텀벙·막걸리·갖은 양념 등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된 모든 언어의 변천사 속에서 한국인의 일상과 욕망을 재구성해냈다.저자는 특히, 오랜 기간 천천히 혼종의 과정을 거친 서양 음식과 달리 우리 음식 문화와 언어는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격변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밥상’이 아닌 ‘식탁’을 차리고, ‘부엌’ 대신 ‘키친’을 사용하며, 밥은 집에서 먹는 게 당연했기 때문에 없었던 말 ‘집밥’이 탄생한 배경도 그 변화의 일부분이다.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장세이 지음, 유유 펴냄‘피식’은 입술을 힘없이 터뜨리며 싱겁게 한번 웃을 때 나는 소리나 그 모양을 가리키고, ‘해죽’은 만족스러운 듯이 귀엽게 살짝 한번 웃는 모양을 뜻한다. 짐작하건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대개가 해죽 웃게 되리라.말과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졌지만, 우리말에 이렇게 많은 의성의태어가 있는지 몰랐다. 책의 본문에 소개된 의성의태어는 800여 개. 그야말로 우리말에서 발굴한 보물상자다. 맹꽁징꽁(남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요란스럽게 지껄이는 모양)이니 으밀아밀(비밀히 이야기하는 모양) 같은 단어는 처음 만났다. 저자는 이를 상황에 따라 나누고 뜻에 따라 갈래짓는다. 책 뒤쪽에 부록처럼 소사전(단어 풀이)을 따로 정리해 활용도를 높였다.

공장과 신화이영재 지음, 학민사 펴냄1970년대를 살아온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박정희 성장신화의 부산물로 주조되는 동안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들어설 여지는 없었다(378쪽).”2002년부터 7년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던 저자는 1970년대 서울 영등포공단에 위치한 대일화학·롯데제과·해태제과에서 일하다 해직된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정황상 노동운동으로 인한 해직인데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사실관계는 입증됐지만, 저자에게는 질문이 남았다. 도대체 여성 노동자들에게 정부는 어떤 존재였나, 한국은 여성 노동자들의 존재를 왜 지우는가. 이 책은 그 대답이다.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정병석 지음, 시공사 펴냄대한민국호가 기울고 있다. 수출 주력 상품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주력 산업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최순실·차은택 게이트로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좌우 갈등, 노사 갈등, 세대 갈등으로 사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구한말에도 그랬다. 제도는 착취적인 성격으로 변질되었고 관료들은 이기적인 집단으로 변했다. 개혁정책은 모두 막혔고 기득권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정책만 만들어졌다. 관료 출신인 저자는 조선이 무너진 이유를 제도에서 찾는다. ‘신제도학파’의 시각에서 조선의 제도를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백성의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율하지 못했던 제도에 집중한다.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강주원 지음, 눌민 펴냄압록강은 북한과 중국만의 배타적 공간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투영된 현장이다. 압록강변의 중국 국경 도시 단둥에서는 한국 사람, 북한 사람, 중국 사람, 북한 화교 등 네 집단이 어우러져 생활을 영위한다. 그들은 국경과 국적을 뛰어넘어 살아간다. ‘오늘 서울에서 부친 물건이 단둥을 거쳐 모레 평양에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국제 교류가 활발하다. 분단과 대결의 시각만 고집해서는 새로운 시대를 능동적으로 맞이할 수 없다. 저자는 현지 조사와 참여 관찰이라는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압록강변 단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공존 현상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고 그 속에서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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