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증인, 지금 불만이 무엇이죠? 푸흡. 푸후흡….” 순간 그의 양 볼이 바람으로 가득 찼다. 급히 마이크를 손으로 감싸 쥐었지만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사진). 신성한 국정조사 자리에서 부적절하다는 질책도 있었지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청문회 스타가 됐다. 누리꾼들은 박 의원의 이름과 ‘참지 못하고 폭소하다’라는 뜻의 ‘뿜다’를 조합한 별명 ‘박뿜계’를 하사했다.

ⓒYTN 화면 갈무리

신성한 국정조사에서 ‘변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인천시장 시절 경험담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자체별로 국정 간담회를 할 때, 송 의원은 중간에 잠시 쉬는 공간으로 시장실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빌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사전에 청와대 경호실이 공간을 검토하러 왔는데, 송 의원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가 시장실 변기를 뜯어가더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위해 새 변기를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청와대 의료진이 혹시 이런 부분을 관심 있게 지켜본 바가 있는지 질의했다. 청문회 전후로 대통령의 특이한 행보를 다룬 기사가 여럿 쏟아졌다.

변기나 매트리스, 밥 먹는 패턴은 취향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진정한 ‘기행’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 답변서에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 사유를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통령이 생명권을 직접 침해한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리인 중 한 명인 채명성 변호사는 불과 2주쯤 전인 지난 11월28일 더불어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는 “헌재에서 탄핵 사유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말 바꾸기라면 의뢰인인 박근혜 대통령이 원조다. 박 대통령은 야당 의원 시절 ‘역사는 역사학자가 판단해야 한다’고 해놓고 집권한 뒤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등 말을 바꾸는 패턴이 일관돼 ‘박적박(박근혜의 적은 박근혜)’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최근에도 ‘무거운 얘기를 했으니 질의응답은 나중에 모든 걸 소상히 밝힐 때 하겠다’더니 추가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뒤 조사를 받지 않았다. 채 변호사에게 의뢰인 박 대통령의 예전 글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편의에 따라 말을 바꾸고 소신을 바꾸는 것은… 상대방에게 마음의 진실과 믿음을 안겨줄 수는 없는 것이다.”(박근혜, 2005년 싸이월드 미니홈피)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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