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포복으로 기자들이 기어왔다 김태식 (국토문화재연구원 연구위원·문화재 전문 언론인) 경주관광개발계획이 시행 중이던 1970년대 중반, 발굴단원들만큼이나 바쁘고 긴장한 사람들이 있었다. 기자들이었다. 당시 〈한국일보〉 우병익 기자(현재 83세)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특종 경쟁을 벌였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주 주재 기자와는 사생결단 수준이었다. “하루하루가 전쟁터였지. (박정희) 정권은 정국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고고학 발굴을 이용했고, 언론은 언론대로 문화재 특종 경쟁에 휩싸였다. 그러다 보니 오보(誤報)도 엄청나게 쏟아졌어.” 당시 〈한국일보〉는 문화재 취재 부문에서 다른... 케이팝 콘서트 가니? 우리는 기획하는데 스웨덴·고민정 (자유기고가) 지난 10월29일 토요일 오후,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예테보리 중심가에 있는 뢰스카 디자인 미술관에는 케이팝 댄스음악이 크게 울려 퍼졌다. 평소라면 관람객이 많지 않은 미술관인데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연을 펼친 청소년들은 외모 때문에 한국 부모를 둔 청소년으로 비쳤다. 하지만 모두 부모가 동남아시아 출신이었다. 이들은 더듬더듬 한국어로 인사를 했고 먼 나라 한국을 동경했다. 또래끼리 공연하는 데 익숙한 이 학생들은 처음에는 다양한 관객층에 다소 긴장했다. 이내 케이팝 댄스 퍼포먼 스모킹 대포가 들려주는 이야기 문정우 기자 특정 범죄나 사건의 진상을 설명해주는 명백한 증거를 ‘스모킹 건’이라고 한다. 1893년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스 시리즈물 〈글로리아 스코트호〉에 등장한 ‘연기가 올라가는 권총(smoking pistol)’이란 표현이 살짝 변형됐다. 미국에서 닉슨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74년 7월14일 〈뉴욕 타임스〉 칼럼에 등장해 요란하게 부활한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이 유행한 것은, 워터게이트 사건 때는 정황 증거는 많았지만 ‘깊은 목구멍(deep throat)’이라고 불린 내부자의 제보 외에는 결정적 한 방이... 목심 곰탕도 좋구나 김진영 (식품 MD) 얼마 전 일본에 출장 가 있을 때였다.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이 타오른 토요일 오후 윤희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아빠 11월12일에 더 큰 시위가 있대. 우리도 가자~” “그래 가자~” 일 때문에 광화문에 함께 있지 못해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마침 최순실씨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다가 시켜 먹은 곰탕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할 때였다. 곰탕이 암호냐 아니냐 왁자지껄한 뉴스를 보노라니, 식품 MD로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곰탕은 윤희가 무척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곰탕은 끓이기가 귀찮아서 그렇지 한번 만들어놓으면... 금수저들 잔치에 흙수저는 없네 이승한 (칼럼니스트) 박경수 작가 ‘권력 3부작’의 최종작인 SBS 〈펀치〉(2014~2015)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지난 회 지면에서,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정치적 냉소가 퍼져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나는 희망을 이야기했던 작가가 불과 1년 뒤에 선보인 차기작에서는 절망의 극한을 보았다고 이야기했다. 박 작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평범한 이웃들의 활약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정의가 실현된 세상을 〈추적자 더 체이서〉에서 그렸다. 하지만 악인이 되어서라도 황금의 제국 꼭대기에 올라가고 싶었으나 끝내 금수저들을 이기지 못하고 파멸한 흙수저... 공포는 우리의 것 차형석 기자 제목이 낯익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2002년작)와 똑같다. 박 감독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동명 작품(1979년작)에 대한 오마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두 영화의 스토리는 전혀 다르다. 이 소설이 바로 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작품의 원작이다. 1976년 1월, 제74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최근 역사비평사의 별도 브랜드 ‘모비딕’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소설은 1963년 일본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을 소재로 삼았다. 다섯 명의 목숨을 빼앗은 연쇄살인마 니시구치 아키라(소설 속 이름은 에노키즈 이와오)는 당시 78일 동안 ... 부모 탓 너나 해… [프리스타일] 이상원 기자 동생이 수능시험을 봤다.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아작 났”단다. 예년보다 문제가 어려웠다고 한다. 시험 시간이 내내 “지옥 같았다”라고 말했다. 식구들은 늦둥이 동생을 종종 “아기”라고 칭한다. 지옥에 다녀온 아기를 두고 가족은 애달파했다. 수능 시험에 얽힌 안타까운 기사가 많았다. 도시락 가방에서 어머니 휴대전화가 울려 강제 퇴실된 재수생이 있다고 한다. 고사장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가 준 코트 속에 휴대전화가 있어 시험을 못 본 학생 이야기도 나왔다. 시험 종료 후 마킹을 해 답안지를 압수당한 수험생도 몇 명 있었다. 이들이 ... 장시호, 최순실의 비서실장 주진우 기자 11월18일 체포된 장시호씨(37·개명 전 장유진)를 지난 몇 달간 다방면으로 취재했다.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이 지면에 어울리지 않지만 장시호씨를 조명한다. 그녀에 대해 취재한 내용 중 핵심만 뽑아 전하면, 먼저 장씨는 최순실 일가의 브레인으로 알려졌다. 최근 고등학교 성적이 공개되면서 연세대 부정입학 의혹까지 불거졌다. 53명 중 53등(전교 등수는 261명 중 260등)이었고 교련·음악·미술을 제외하고는 전 과목 ‘가’. 체육특기생이 체육조차 ‘양’ 또는 ‘미’ 등 성적표가 공개되며 화제가 되었다. 장시호씨의 한 고등학... 트럼프의 최순실은 사위 쿠슈너?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시작부터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 입각이 확실하던 인사가 하루아침에 쫓겨나는가 하면 외교 문외한이 돌연 국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대통령 당선자의 사위가 과감하게 인선에 관여한다. 11월8일(현지 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깜짝 승리’를 거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요즘 인선 작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설상가상 트럼프가 능력보다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인선의 핵심 기준으로 정하면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 비서실장과 동급인 백악관 수석 전략가(장관급) 자...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금의 귀환 제임스 리카즈 지음, 최지희 옮김, 율리시즈 펴냄 무서운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다. ‘금이 돌아온다(귀환)’는 것은 그동안 국제금융 질서에서 황제 노릇을 해온 달러의 ‘퇴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 태환’을 중지시킨 이후 달러는 글로벌 차원에서 ‘가치의 척도’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도 금은 달러 뒤에 숨어서 수렴청정을 해왔으며 조만간 도래할 국제통화 시스템 붕괴 시대에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금의 귀환〉은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비... 평창까지 뻗친 ‘순실’ 손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김동인 기자는 남들 쉬는 날 최순실씨가 소유한 평창군 일대 땅을 훑었습니다. 최씨 일가의 검은 그림자가 2018년 2월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사업에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최씨 일가가 어떻게 개입되어 있나? 최순실씨가 관여한 더블루케이와 K스포츠재단 내부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그들은 누슬리라는 스위스 회사를 내세워 이권을 챙기려고 했습니다. 개·폐회식장 건설 사업만이 아니라 누슬리의 한국법인까지 세우려 했습니다. 누슬리는 어떤 회사인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이벤트 시설 전문 건설사로, 관련 기술을 가진 전문기업입... 글로벌 수렁에서 핀 장미꽃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란 진정 어려운 모양이다. 한국 시간으로 11월9일, 백만장자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그는 온갖 추문과 실수를 딛고, 심지어 공화당 주류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다. 백인(클린턴보다 21%포인트 더 얻었다), 남성(12%포인트), 대학 중퇴 이하(8%포인트), 65세 이상(8%포인트)이 그를 지지했다. 지역적으로는 러스트 벨트(과거 철강과 자동차 산업이 발전했지만 쇠퇴해서 녹이 슬었다는 뜻)에 속하는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미시간 주가 트럼프 쪽으로 돌아섰다.토마 피 [카드뉴스] 최순실을 옹호했던 그들 시사IN 편집국 송지혜 기자의 색깔 있는 신간 소개 - 481호 [새로 나온 책] 송지혜 기자 [면역에 관하여] 율라비스지음,김명남옮김 열린책들 펴냄 [우리는 왜 구글에 돈을 벌어주기만 할까] 안현효 지음, 위고웍스 펴냄[강간은 강간이다] 조디 래피얼 지음, 최다인 옮김 글항아리 펴냄[재미가 지배하는 사회] 오팡시브 지음,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화윤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미국의 한반도 개입에 대한 성찰] 장순 지음, 전승희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역대 청와대 근무자들, “관저 집무실이라는 개념은 없다” 전혜원 기자 “청와대에는 관저 집무실, 본관 집무실, 비서동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던 구체적 위치를 밝혔다. 참사 2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간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위치는 경호상 이유를 들어 밝히지 않았다.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당일 ‘관저 집무실’에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사IN〉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때의 청와대 근무 경험자, 대통령 가족 등 청와대와 관저 구조를 잘 아는 이들을 접촉했다.일단 ‘관저 한식 세계화에도 미르재단 검은손이 이오성 기자 박근혜·최순실·차은택의 손길은 과연 어디까지 뻗친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던 의혹이 한식 세계화 사업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한식 세계화는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가 한식재단을 통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의혹의 중심에 미르재단이 있다. 미르재단은 올해 4월22일 프랑스 ‘에콜 페랑디’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프랑스식과 한식을 융합한 요리 전문학교(페랑디-미르)를 한국 내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에콜 페랑디는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요리학교다.문제는 그동안 에콜 페랑디 사업을 추진해왔던 트럼프발 급발진 한국차의 위기 이종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시기에 중서부의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집중 공략한 덕분에 대승을 거두었다. 러스트 벨트는, ‘녹(rust)으로 덮인 지대(belt)’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때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으로 번영하다가 쇠락해버린 지역이다. 일리노이·인디애나·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주 등을 포괄한다. 트럼프는 이 지역의 노동자와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나라에 빼앗긴) 미국의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선동해 표를 긁어모았다. 여기서 ‘다른 나라’는 멕시코나 중국·한국 등 미국의... 이 동작이면 목 수술 필요 없다 정선근 (서울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백년 목’ 연재가 5회를 넘겼다. 이쯤에서 목 통증에 대한 올바른 ‘개념 탑재’를 확인하기 위해 독자 퀴즈를 기획해본다. 준비된 상품이 없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직장인 K씨는 회사 업무로 온종일 컴퓨터 앞에 매달려 산다. 출장이라도 가면 노트북에 머리를 박고 몇 시간씩 보내는 것은 다반사다. 그렇게 일해도 부장님께 좋은 소리 한번 못 듣는 날이 많아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 게임으로 적진을 때려 부수는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어깻죽지 근육... 야근 대신 뜨개질! 장일호 기자 모든 것은 토요일 출근에서 시작됐다. 공정여행을 모토로 한 트래블러스맵이라는 사회적 기업의 사무실. 박소현 감독(38) 역시 못다 한 일을 들고 사무실에 나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주말 근무와 야근으로 모아졌다.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내 진로를 방해하는 장애물처럼 여겨진다는 이야기, 지하철과 버스에서 짐짝처럼 다뤄지는 느낌에 대한 이야기…. 30대 여성 네 명이 모여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이게 다 사람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해서인 것 같아.” 야근이 꼭 지금 안 하면 큰일 나는 일이 아닐지도 모... 인권아, 남은 곡은 네가 불러주겠니? 김학선 (음악평론가) 11월14일 새벽 4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들국화의 원년 기타리스트였던 조덕환씨가 십이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세. 장례식장 10호실 방명록에는 ‘이영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젊은 시절 조덕환과 함께 그룹 ‘조·이’로 활동했던 그 이영재였다. 오전 8시께 장례식장을 찾은 가수 전인권은 조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영재와 전인권, 그리고 조덕환. 그들의 이름을 한꺼번에 마주하자 한국 대중음악이 가장 빛나던 때를 만들어낸 전설이 스쳐 지나갔다. 전인권은 SNS에 조덕환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그와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