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공을 잡아라’ 중국 대도시의 경쟁 베이징·정해인 (베이징 대학 정부관리학원 박사과정) 중국의 성장 뒤에는 농민공(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이 있다.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와 냉전의 엄중함 속에서 중국은 공업화가 절실했고, 농민들은 그 발판이 되었다. 처음부터 농민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오쩌둥이 만든 호구제도(농민 호적과 시민 호적을 분리했다) 때문에 1978년 개혁개방이 선언된 이후에야 도시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들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고, 노동력은 곧 중국의 경쟁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도시 호적이 주어지지 않았다. 농민공은 도시에 살면서도 의료·교육 등 이른바... 진부하지 않게 그린 ‘귀신과의 사랑’ 박해성 (만화가) 그림은 잘 그렸다고 보기 어렵다. 이야기도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 보는 내내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고 다음 회가 기다려져서 못 견디게 만드는 만화가 있다. 이런 만화는 대부분 연출이 잘되어 있다. 만화가의 실력은 이야기나 그림이 아니라 연출에서 드러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는 다른 매체에서 빌려올 수 있고, 그림은 스태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출은 만화가의 몫이다. 만화 연출 기법은 사진·영화 등 시각매체와 함께 발전했다. 특히 일본의 만화가는 영상 연출 기법(쇼트·카메라 이동 등)을 적극 받아들여 독자의 ... 과거와 같은 남자는 불가능하다 최태섭 (문화평론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성애자 남성으로서 요즘 부쩍 느끼는 공포가 있다. 나와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연이어 일으키는 사건·사고와 추문 때문이다. 떠오르는 생각은 두 가지. 저들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가? 어떻게 하면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인가? 공교롭게도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발전된 국가들 몇몇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현상이 있다. 여성혐오와 차별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고 외치는 페미니즘의 전 세계적 창발과, 사회적 주류인 (백인)남성들의 반여성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흐름이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민주주의가 맞이하고 있는... 보수를 섬기는 진보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타리크 알리의 〈극단적 중도파〉(오월의봄, 2017)를 이 지면에 소개한 직후(〈시사IN〉 제493호 ‘환상에서 현실로 도피하는 좌파’ 기사 참조), 이 책의 한국판이라고 해도 좋을 장신기의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시대의창, 2017)가 잇달아 나왔다. 토니 블레어 시절의 노동당이 ‘제3의 길’을 찾는다면서 대처주의에 투항했던 신노동당의 모순을 분석한 것이 알리였다면, 장신기는 ‘이명박근혜’ 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자신이 성토했던 신자유주의를 닮아간 한국의 진보 세력을 비판한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정교하게 다듬은 오리엔탈... 불공정에 맞서 뭉친 수험생들 변진경 기자 지난 2월 서울 노량진역 인근에 대자보가 한 장 붙었다. “세상은 항상 너희들에게 괜찮으냐고 물었다. …선거 때마다 고시 식당을 찾은 정치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컵밥을 먹고, 손을 잡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너희들에게 힘들지 않으냐 물었고, 너희는 괜찮다고 말했다. …안다, 안 괜찮은 거.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고, 비좁은 책상에 인격을 자르고 갈라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게 괜찮을 리가 없다. …나와라. 안 괜찮다고 말해라.”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가 출범하면서 붙은 호소문 ‘괜찮다고 말하지 말 것’이다.... 오래된 약속 공수처 신설 이번에는? 신한슬 기자 19대 대선 공약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가 검찰 개혁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입을 모아 검찰 개혁 의지를 밝혔다. 검찰과 별개로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은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이다.검찰 스스로 개혁을 자초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홍만표·진경준·우병우 등 검찰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그때마다 검찰에 대해 제 식구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다. 공수처 신설은 이런 검찰 출신 권력층의 부실 수사뿐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와 같은 측근 비리를 메르켈에 맞선 슐츠의 좌클릭 승부수 프랑크푸르트·김인건 (자유기고가) “동일노동·동일임금은 모두를 위해 필요합니다. 남성과 여성, 동쪽과 서쪽의 임금 차별이 이 나라의 가장 큰 불평등 중 하나입니다.” 독일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의 총리 후보 마르틴 슐츠는 2월26일 라이프치히 유세에서 ‘사회정의’를 외치며 지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날 행사는 슐츠가 총리 후보가 된 이후 신연방(옛 동독) 지역에서 연 첫 번째 유세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사민당 출신 마지막 총리인 슈뢰더는 신연방에서 사민당 승리를 이끌며 1998년 총리가 되었다. 그리고 독일의 현 노동·복지 정책을 수정하려는 슐츠... 역사적 사건 옆 역사적 방송사고 김형민(SBS Biz PD) 1906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 캐나다의 발명가 레지널드 페선던은 무선 송신기 앞에서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로 음악가 헨델의 〈라르고〉를 틀고 크리스마스 인사를 남겼어. 이 소리들은 대서양변에 세워져 있던 126m 높이의 안테나를 통해 대서양을 항해하던 배들에게 전해진단다. 무전기에서 귀에 익은 모스 부호 타전 소리가 아닌, 사람 목소리와 음악이 흘러나오자 선원들은 깜짝 놀랐단다. 그들은 인류 최초의 라디오 방송을 경험한 거야. 페선던의 첫 방송. 즉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정보’와 헨델의 음악으로 대변되는 콘텐츠는 이후... “신뢰도 꼴찌인데 검찰만 안 변한다” 김은지 기자 학창 시절부터 검사가 꿈이었다. 학력고사 전국 차석, 서울대 법대 입학, 그리고 사법고시 합격. 1990년 임수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첫 출근을 했다. ‘대한민국 검사’라는 자부심과 조직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쳤던 그는 2009년 돌연 사표를 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MBC 〈PD 수첩〉 사건을 담당할 때였다.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은 〈PD 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당시 임 검사는 기소가 무리하다고 판단했다. 오역과 같은 일부 부정확한 부분이 있지만 언론의 자유 진실이 인양되던 날 김연희 기자 3월22일 오전 10시 세월호 시험인양 시작 파도 높이 1m, 풍속은 초속 10.8m. 기상청은 소조기(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작은 때)가 끝나는 3월24일까지 세월호 사고 해역 인근의 기상 여건이 양호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해양수산부(해수부)는 바다 속에서 배를 들어보는 시험인양에 착수했다. 진도 팽목항 미수습자 가족 숙소도 분주해졌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참사 이후 1000일 넘게 임시 컨테이너 숙소를 지키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도 가족을 찾아서 집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인양 현장으로 떠... 현대제철, 봉사단 리더 임명식 개최 ADVERTORIAL 현대제철이 지난 23일 봉사단 리더 임명식을 개최하고 2017년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본격적인 걸음에 나섰다. 현대제철 봉사단은 전사 차원의 사회공헌 마인드 확산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각 사업장 및 본부 단위로 운영되고 있으며, 1년 단위로 ‘봉사단 리더’를 선정해 자발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기획·진행해 오고 있다. 인천공장 ‘어르신 사랑의 빵 나누기 봉사’, 울산공장 ‘장애인과 함께하는 고래박물관 관람’, 당진제철소 안전보건센터 ‘지역아동센터 화재예방 대피교육 봉사’ 등의 사업장 봉사활동과 전략기획본부 ‘서초구 꿈멘토 ... [팩트체크] 홍준표 대선 나와도 보궐선거 없다? 전혜원 기자·전광준 인턴 기자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는 없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대선 출마로 경남도지사를 사퇴하더라도 보궐선거는 없다는 것이다. 홍 지사의 주장을 ‘팩트 체크’했다.정말 보궐선거를 안 해도 되나?현행 공직선거법(이하 선거법)상 ‘그렇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설명이다. 선거법 제53조 2항 등을 보면, 공무원이 5월9일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전 30일인 4월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선거법 제53조 4항은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경우 경남도의회)에 사직원 “오바마가 나를 도청했다” 트럼프의 음모론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류 언론의 비판적 사실 보도들을 ‘가짜 뉴스(fake news)’로 몰아붙이며 선동을 일삼아왔다. 최근에는 각종 음모론을 밑도 끝도 없이 제기하는 것으로 정치 전략을 바꾼 듯하다. 급기야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선 막바지인 2016년 10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나에 대한 도청을 지시했다’며 음모론을 펼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요즘 미국 사회가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 때문에 난장판이다. 미국에서 음모론이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제2의 총격범이 있다... 최순실도 죄송하고 김종도 죄송하다는데… 김연희 기자 3월13일 19차 공판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전 차관은 삼성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압력을 행사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을 하게 한 혐의를 받고 구속 중이다. 김종 증인에 대한 검찰 신문 검찰:증인은 2013년 10월 하정희 교수(순천향대)를 통해서 문체부 2차관으로 취임했다. 그 후 하정희에게 누구를 통했느냐고 물어보았나? 김종:그렇다. 하정희가 정윤회씨 처(최순실)라고 했다. 정윤회는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검찰:차관 취임 후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대통령이 직... 트럼프가 열광하는 음모론의 대부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앨릭스 존스(43·사진)는, 트럼프 대통령한테 당선 직후 감사 전화를 받은 몇 안 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극우파 지지자들은 몰라도 대다수 미국 시민에게 생소한 이름이다. 텍사스 주에 있는 극우 인터넷 라디오 방송 〈인포워스(Info Wars)〉 진행자인 존스는 ‘음모론의 대부’다. 20대부터 각종 음모론을 열심히 양산해왔다. 그는 1995년 오클라호마 시청 폭파 사건의 배후가 미국 연방정부라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2001년 9·11 테러 역시 알카에다가 아닌 미국 정부의 소행이었다. 2012년 12월 샌디훅 초등학교 총... 울퉁불퉁한 남자아이들 이해하기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지난해 아이의 담임은 명예퇴직을 앞둔 분이셨다. 하고 싶던 것들을 후회 없이 다 하시는 듯했다. 과학 시간에 끓는 물 공부를 하고는 그 물에 즉석 떡볶이를 해먹는 등 남다른 수업 방식과 규칙으로 아이들을 놀래거나 즐겁게 해주셨다. 숙제도 안 내주셨다. ‘집에서는 공부하지 마라’ ‘학원 가지 마라’ 하셨다. 체험학습에서 예상보다 일찍 돌아온 날에는 운동장에서 더 놀다 귀가하라고 지도하실 정도였다. ‘과소 학습’ 아이를 둔 처지에서는 살짝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고학년 방과 후 축구 수업의 3분의 1 이상이 이 반 아이들로 채... 전직 사교육 종사자가 밝힌 ‘학원의 불편한 진실’ 김은남 기자 새 학기가 시작되면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학교 끝나면 학원, 학원 끝나면 숙제’인 아이가 안타까우면서도 ‘혹시 우리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현실적인 걱정에서다. ‘옆집 엄마’ 한마디에 좋다는 학습지며 학원을 기웃거리는 부모도 적지 않다. 3월14일~4월25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7회에 걸쳐 진행하는 ‘사교육 걱정 없는 초등사용설명서’ 특강은 이런 부모들을 위해 준비됐다. 학원 상품 분별하는 법에서 아이 발달단계에 따른 공부습관 들이는 법, 스마트폰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현장 전문가들이 살아 있는 노하우를 전한다. ... 양한모의 캐리돌 만평 양한모 기자 빈 닭장에 남겨진 AI 후폭풍 이오성 기자 검은 개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맞았다. 아침 일찍 나갔던 주인은 해질 무렵에야 날품팔이를 마치고 농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곳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소란스럽던 생명체가 자취를 감춘 지도 4개월이 넘었다. 3월15일 저녁 충북 진천군 이월면 갈미농장. 닭장 여섯 동에서 닭 4만여 마리가 북적이던 이곳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농장주가 숙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빈 닭장을 비추는 CCTV만 돌아가고 있었다. 닭장 안에는 쓸모를 잃은 왕겨 포대가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해 11월5일이 마지막 출하였... 계열화가 양계 농가에 이롭다? 이오성 기자 양계산업 구조는 묘하다. 농장에서 병아리를 닭으로 키우는 것은 개별 농가지만, 이 양계 농가의 91%가 하림, 마니커 등 계열회사에 소속된 계약 농가다. 이들 기업은 농가에 병아리와 사료를 외상 공급하고, 농가는 이를 키우는 대가로 ‘사육비’를 받는다. 하청업체나 다름없는 농가가 받는 사육비는, 사료비와 병아리비를 제한 금액이다. 이런 구조에서 계열회사가 농가를 상대로 병아리, 사료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계약 농가가 기업과 결별하지 못하는 것은 소득안정성 때문이다. 계약 농가가 아닌 독립 농가의 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