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하늘 아래 동동이는 씩씩하다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구름빵, 달 샤베트(셔벗), (장수탕 선녀님의) 요구르트, (꿈에서 맛본) 똥파리, (이상한 엄마의) 달걀국에 이어 이번에는 알사탕이다. 동화작가 ‘백희나 메뉴판’에 새롭게 들어선 먹을거리. 요구르트처럼 일상적인 소품이지만 구름빵처럼 일상을 백팔십도 바꿔놓는 마술적인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알사탕은 주목할 만하다. 백희나의 기존 작품에 나왔던 모티프들이 통합되면서 한발 앞으로 나아간 측면이 있다. 그러면서 먹을 것을 매개로 한 소통과 연민과 사랑이라는 테마는 변함없다. 굳건한 축을 중심으로 하되 세부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백희나의... 소금 굽기, 그 어려운 걸 해낸 사람들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 “달이 하현(下弦)이 되어 조수(潮水)가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그 땅을 갈아 소금기 머금은 밭을 만들고, 거기서 받은 소금흙을 굽는다네. 알갱이가 굵은 것은 결정이 수정 같은 소금(水晶鹽·수정염)이 되고, 가는 것은 결정이 싸라기 같은 소금(素金鹽·소금염)이 되지.”조선 문인 박지원이 스무 살에 쓴 〈민옹전(閔翁傳)〉(1757년)에 전통적인 소금 생산방식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아니, 그런데 땅을 간다니? 소금을 굽는다니? 1907년 이후 한반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기 전까지, 어렵게 생산해 귀하게 먹어온 ‘자염(煮鹽)’ 또는 ‘화 [러덜리스], 불편함 뒤에 보이는 영감의 문턱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철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이런저런 책을 읽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자크 라캉의 격언 중 하나다. 나는 철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저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에게 말할 자격이 부여된다면, 다음과 같은 첨언 정도는 하고 싶다. 음악평론가로서 나의 숙명 역시 끝끝내 방황하는 것에 있을 거라고. 그대, 혹시 〈러덜리스〉라는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가? 얼마 전 블루레이로 출시된 이 영화, 일단 음악이 끝내주니 아직 보지 못했다면 꼭 한번 감상해보기 바란다. ... 한 시대를 함께 건너가는 이들에게 차형석 기자 정태춘씨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고 했다. 그 노래가 ‘92년 장마, 종로에서’다. 좋아하는 노래다. 게다가 작가가 이인휘씨다. 1990년 대표적 노동문학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한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다. 2016년에 전작 〈폐허를 보다〉로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반가운 작가의 귀환. 두 가지 이유로 책을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자전적 경험이 짙게 배어 있다. 지인의 이름도 보인다. 어떤 이는 한 음절을 달리하는 식으로 이름을 살짝 바꾸었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오가겠지, 짐작했다. 어떤 대목은 사실일 수도...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기억하겠습니다 이토 다카시 지음, 안해룡·이은 옮김, 알마 펴냄 궁금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에 충격을 받아 취재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심경을 밝혔던 ‘일본인’ 포토 저널리스트가 어떻게 30년이 넘도록 남한과 북한, 필리핀, 중국 등을 다니며 끊임없이 기록을 멈추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 책에 실린 담담하지만 울림이 큰 사진과 생생한 증언은 이 궁금증에 힌트를 주고 있다. 바로 ‘증거’다. 과거와 마주하지 않으려는 일본에게 자국인 저널리스트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했다. 다시금 전쟁의 길로 가려는 일본에게 역사를 ... 외로운 인격자 장국영은 그렇게 떠났다 중림로 새우젓 (팀명) “누가 그런 악질적인 거짓말을 해?!” 친구의 성난 목소리가 절규로 바뀐 것은 ‘무슨 일인지’ 채 파악도 하기 전이었다. 대체 왜? 장뤄룽(장국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1세기 초 어느 만우절에 생긴,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대체 왜?” 데뷔 이래 한순간도 톱스타 자리에서 내려온 적 없던 그가, 남부러울 것 없는 명성과 부를 누리고 있던 그 순간에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1977년 아시아 가요제에서 데뷔한 이후 가수로도 큰 인기를 누렸지... 진실은 늘 성실한 자의 몫 김현 (시인)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됐다.’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살아 있는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탄핵 인용 이후 토요일 광화문도 살아 있었다. 많은 이들이 모여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몸짓하고 마침내는 불꽃이 수놓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람들은 국가의 의사를 최종 결정하는 권력에 관하여 생각했을 것이다. 주권자로서 나는 성실한 사람인가. 이제 국민의 밖이 아니라 국민의 안에 선 박근혜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성실한 직책수행 의 실리콘밸리를 위한 신의 한 수 이숙이 기자 배수현씨(41)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조지아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후 소니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다 2011년 구글에 입사했다. 구글에 근무하면서 그는 동료들로부터 “한국 친구들 똑똑하다던데 왜 우리 회사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별로 없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전 세계 IT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 엔지니어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유가 무얼까 궁금해하던 그는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강의를 하다가 깨달았다. 화려한 스펙을 갖춘 친구들은 삼성이니... 안티고네 출판사의 반박에 대해 답하다 장정일(소설가) 편집자 주 : 〈시사IN〉 제499호에 장정일의 독서일기 ‘투표 거부자들의 정치적 시민권’이 실렸습니다. 이 글에 대해 펴낸 출판사 안티고네의 한봉희 대표가 반론을 보내왔는데, 그 반론에 대해 장정일 소설가가 다시 글을 보내왔습니다. 내가『시사IN』499호에「투표 거부자들의 정치적 시민권」이라는 글을 쓰면서 언급한 모리치오 비롤리의『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안티고네,2017)는 훌륭한 교양서다. 특히 제19대 대통령 선거 유세중인 지금, 투표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누구를 찍어야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세계 각지에 세워지는 ‘위안부’ 박물관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4월1일 가해국 일본에서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회의가 열렸다. 1998년 한국에서 최초로 세워진 후 현재까지 건립된 한국·중국·일본·타이완·필리핀의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현황과 동티모르의 관련 활동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자리였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어떻게든 ‘위안부’ 문제를 종결하려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지원자들은 착실하게 기억과 역사를 남기는 작업을 해왔고 그 성과가 박물관으로 나타났다. 현재 운영 중인 박물관 11곳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운영 주체·이념·규모가 다르지만 모두 피해 여성들의... 파키스탄에 민주화 꽃이 피었습니다만 파키스탄·김영미 편집위원 2007년 파키스탄은 민주화 혁명의 폭풍전야였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군부독재를 일삼아왔다.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빗발쳤다. 그때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취재했다(〈시사IN〉 제9호 ‘행동하는 양심 있어 행복한 파키스탄’ 기사 참조). 이듬해 8월 무샤라프 대통령은 사임했다. 8년10개월간의 통치가 막을 내렸다. 2017년, 파키스탄은 민주화가 이루어졌을까? 이슬라마바드 시내로 진입하자 예전에는 없던 거대한 빌딩과 쇼핑센터가 보였다. 서양식 커피숍과 브런치 카페가 거리 풍경을 달리 보이게 했다. 파키스탄에도 중국...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한국 학생들 이중현 (남양주시 조안초등학교 교장) 6학년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학생이 중학교 영어책으로 공부하는 것을 본 담임이 ‘왜 벌써 중학교 공부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 학생은 ‘좋은 학교를 가려면 미리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입시 경쟁은 초등학교부터 시작되고 있다. 우리 교육의 난제 중 하나가 바로 입시 위주 교육이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우리 교육의 현안 문제 가운데 하나로 ‘입시 지옥 속에 묻혀버리고 있는 창의성’을 들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시 지옥은 현재진행형이다. 몇 해 전 프... 소비자-공장 잇는 ‘단골공장 프로젝트’ 장일호 기자 삶은 서류 위에 있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기 위한 소재 트레이딩이 두 사람의 일이었다. 국내 최고 대기업 ‘상사맨’이라는 약발도 오래가지 못했다. 의미와 재미는 점점 월급에서 찾게 되었다. 이 땅의 5년차 직장인은 한 번쯤 기로에 선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 조바심이 난다. 물론 실천에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탈주를 감행한다. 홍한종씨(36)와 이참씨(31)는 회사 밖의 삶이, 서류 바깥의 일들이 궁금했다. 같은 회사, 다른 라인에서 이름만 알던 두 사람은 퇴사 후 ‘각자 잘... “요구르트 5개를 감방에 넣어줬죠”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5년 넘게 ‘취재 중’입니다. 경찰과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주진우·김은지 기자의 취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5촌 살인사건입니다. 김은지 기자입니다. 2011년 9월 살인사건 뒤 바로 취재했나요? 사건 다음 날 일간지에 스트레이트 기사로 짧게 나왔죠. 이상한 대목이 많아서 경찰·유족 등을 취재했고 새로운 내용이 확인될 때마다 연속 보도를 했습니다. 이 사건과 신동욱 공화당 총재와 박근혜·박지만 소송도 관련 있다는 주장이 있어서 신씨 재판도 취재했죠. 신동욱씨 구속 당시 면회도 갔는데? 법정 취재만으론 부족해 구치소... 얼어붙은 바다 깨부수는 ‘니체표’ 도끼 윤성훈 (다산북스 콘텐츠개발 4팀) ★☆☆☆☆ “니체 이름을 빙자한 악플러 수준의 책!” ★★★★★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찔려서.” 이렇게 독자평이 극단으로 엇갈리는 책을 편집한 적이 있었던가?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원고를 처음 읽은 이지수 역자도, 한국어 원고를 처음 읽은 나도, 감수와 추천을 맡아주신 이진우 교수도 이 전투력 충만한 도발적 원고에 당혹스러워했으니까. 니체라는 망치를 든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공격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편집자는 툭하면 작가에게 벌렁 드러눕는 개이고, 저널리스트는 사람들에게 ‘약자가 옳다’는 생각을 주입하는 독거미 타란... 철학을 가진 정부를!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촛불로 밝힌 시민의식이 대통령 탄핵으로 마감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부패, 국정 농단이 무혈의 시민혁명으로 귀결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국정 수행의 수준과 행태가 부끄러울 정도였지만 시민 민주주의의 강화라는 점에서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동안 불통과 무능 정치로 인해 본 손해는 계산할 수도 없다. 특히 외교적 소외와 그로 인한 국제적 고립감은 국가 생존의 위기까지 느끼게 하는 상황이다. 북한 선제공격론 등 대한민국의 운명이 강대국의 손에 맡겨진 상황에서 대선 후보자들이 주장하는 공약은 공허하고 한가하게... 장정일의 독서일기 ‘투표 거부자들의 정치적 시민권’을 반박한다 한봉희 / 안티고네 출판사 대표 편집자 주 : 〈시사IN〉 제499호에 장정일의 독서일기 ‘투표 거부자들의 정치적 시민권’이 실렸습니다. 이 글에서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가 언급되었는데, 책을 펴낸 출판사 안티고네의 한봉희 대표가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를 하거나 안 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후보에게 투표를 하는지 또한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투표(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투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또 다른 문제이다. 〈시사IN〉에 안티고네 출판사의 신간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를 다룬 글(장정일의 독... 시민의회 구성으로 촛불 혁명 완성해볼까 김상준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 촛불은 꺼지지 않는 혁명이 되었다. 탄핵 반대 집회에도 대통령 탄핵 여론은 75~80%로 꾸준히 높았고, 탄핵된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 찬성에 대한 여론도 70%에 가까웠다. 놀라운 일이다. 무릇 모든 구체제 청산, 신체제 수립의 상징은 새로운 헌법, 새로운 법률로 나타난다. 그러나 촛불 혁명의 입헌화·입법화에 앞장서야 할 국회는 어떠한가? 촛불 정국에서 제안된 그 많은 개혁 법안 중 지금까지 입법된 것은 하나도 없다. 더 나아가 구체제의 본당인 자유한국당이 오히려 거꾸로 가는 졸속 개헌을 하자고 나선다. 바른정당·국민의당 일... 믿을 수 없겠지만, 참 재미있는 코딩 김응창 (SK텔레콤 디바이스&시큐리티 랩 매니저)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친구가 어느 날 SNS에 글을 올렸다. “내 자식은 절대 이 일 안 시킨다.” 홧김에 남긴 말이겠지만, SW 개발자에 대한 직업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급여는 적고 업무시간은 길다는 인식이 많다. 그런데 정부는 전 국민을 개발자로 만들고 싶은 건지, 초등학생에게까지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코딩이 뭔지 모르는 부모라면 더욱 그렇다. ‘코딩’은 ‘프로그래밍’과 같은 말이다. 컴퓨터에게 뭔가를 시키는 ‘코드(명령문)’를 작성하는 일을 뜻한다(교육부는 ‘... 일할 사람이 없어서 월급 오르는 일본 이종태 기자 일본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률이 정규직 임금 인상률을 추월했다. 후생노동성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 말까지 파트타임 노동자의 시급이 2.6% 오른 반면 정규직은 0.4% 오른 데 그쳤다. 일본의 비정규직 구인 사이트인 ‘비-스타일’은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시급이 올해 들어 2월 사이 7%나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대도시의 파트타임 노동자 시급은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1000엔을 넘겼다. 정규직 임금 역시 소폭으로나마 꾸준히 인상되어왔다. 지난 20여 년의 불황기 동안 얼어붙었던 일본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