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독자는 티 났다 문정우 기자 인천공항은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가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시사IN〉 창간 10주년 몽골올레 걷기 행사(7월26~30일)에 참여하려고 대기하는 독자는 금세 티가 났다. 조용히 책에 코를 빠뜨리고 있으면 영락없이 〈시사IN〉 독자였다.그렇게 서로의 존재감을 진하게 확인하면서 몽골 여행은 시작됐다. 게이트가 하나밖에 없는 칭기즈칸 공항은 시골 역처럼 정겨웠다. 몽골 국적 항공사가 예약을 초과해 승객을 받는 바람에 시비가 붙어 공항에 한 시간 이상 발이 묶여 첫날 일정이 숨 가빴다. 다행히 저녁 8시가 넘어서도 북극의 해가 넘어갈 줄 모든 맥주는 존중받아야 한다 이오성 기자 ‘맥주장이’와 ‘맥알못(맥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만났다. 류강하씨는 독일에서 7년 동안 맥주를 공부하고 ‘맥주 양조 책임자 과정’까지 졸업한 내로라하는 맥주 전문가다. 프리랜서 작가인 윤동교씨는 휴일이면 마트 맥주 코너에서 선택 장애를 겪는 맥주 문외한이었다. 둘은 지난해 의기투합했다. 라거가 뭔지, 상면발효가 뭔지 몰라도 어깨에 힘 빼고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듯 읽을 수 있는 맥주 책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레드우드 펴냄, 2016)를 펴냈다. 윤씨가 글과 그림을, 류씨가 감수를 맡았다. 둘의 만남은 퍽 성공적이었... 노점에서도 ‘페이티엠’ 결제하는 인도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이 나라는 천년 전에도 똑같았고, 지금도 똑같으며, 앞으로 천년 후에도 똑같을 거야.’ 1996년 첫 해외여행을 인도로 떠난 스물네 살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개 두세 마리와 짝을 이뤄 태평스럽게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소들이 가득했던 당시 인도에서 이 말은 쉽게 납득이 갔다. 이 특이한 나라를 여행하는 잔재미를 위해 영원히 이 나라가 개발되지 않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나라도 변해갔다. 유선전화 하나 놓는 데 대기 시간 1년, 뇌물 200달러를 얹으면 6개월쯤 단축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는데, 그로부...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권력과 언론-기레기 저널리즘의 시대 박성제 지음, 창비 펴냄 “진보 언론의 독자들은 굉장히 까다로워요. 맛으로 따지면 미식가들이라, 음식을 대충 내놓으면 안 되는 거죠.”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파업을 벌이다 MBC에서 해고된 박성제씨가 책을 펴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새 정권이 창출되리라는 기대감이 꽃핀 지난봄, 그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현해온 언론인과 전문가를 만났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과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민동기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등 아홉 명이다. 이 책의 부제는 ‘기레기 저널... 핫 플레이스 연남동, 다음 타자는? [프리스타일] 차형석 기자 3년 전까지 서울 연남동에서 살았다. 햇수로 6년. 인심 좋은 집주인을 만났다. 6년 동안 전세 보증금을 올리지 않았다. 근처에 걸어서 통학 가능한 초등학교가 없어 다른 곳으로 이사했지만 정감 있는 동네로 기억에 남았다. 연희동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연남동’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연남동을 모르는 이가 많았다. 조용한 주택가였다. 화교가 많이 살고, 덕분에 특색 있는 몇몇 중국 음식점이 있었다. 연남동 기사식당 골목에서 식사를 하는 기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야간에 택시를 잡기도 쉬웠다. 언제부터인가 연남동 맛집을 소개하는 기사... 몽골이 제주올레를 만났을 때 울란바토르/글 고재열·사진 이명익 기자 ‘칭기즈퀸.’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의 새로운 별명이다. 새로 개장한 몽골올레를 걸어본 올레꾼들은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고향에 평화의 길을 놓았다는 의미로 이런 별명을 지어주었다. 몽골올레 개장식이 6월18일과 19일 몽골올레 현장에서 열렸다. 제주올레 이름을 붙인 트레일 코스는 규슈올레(2012년 개장)에 이어 몽골올레가 두 번째다. 200명이 넘는 올레꾼이 ‘칭기즈퀸’과 함께했다.몽골에 트레일 코스가 없어 그동안 많은 여행자들이 아쉬워했다. 안은주 제주올레재단 이사는 “몽골올레 탐사팀이 길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은 책 네권으로 떠난 휴가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이때쯤이면 꼭 “휴가 다녀오셨어요?”라고 묻는 사람이 한둘씩 있다. 대답 대신 라스 폰 트리에가 연출한 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 나오는 노래 가사를 변용해보겠다. “영국의 여왕님과 안데스 고산지대의 알파카를 보았냐고요? 여왕은 인간이고 산양은 동물이죠. 만리장성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았냐고요? 지붕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모든 벽은 다 똑같고 물은 이미 보았으니 그걸로 됐죠. 에펠탑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보았냐고요? 첫 데이트 때 내 맥박은 그보다 더 높았답니다.” 독자들에게 책 네 권을 권한다. 많은 소설이 연대기 형식의 ... 사람 죽인 시스템을 또? 최진렬 (〈시사IN〉 교육생) 마필관리사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 고용 시스템을 서울과 제주 경마공원에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서울 경마공원은 다른 경마공원에 비해 마필관리사의 처우가 안정적이다. 현재 조교사협회에서 집단 고용을 하는 곳은 서울 경마공원뿐이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측에 따르면, 서울 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전체 임금의 70%가 고정성, 30%가 상금성 임금이다. 최근 이 고정성 임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신동원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은 “마사회에서 5개년 계획으로 마필관리사의 유서 ‘X같은 마사회’ 전혜원 기자 8월1일 부산경남 렛츠런파크(이하 경마공원)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이현준씨(36)가 차량에서 번개탄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27일 같은 곳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박경근씨(39)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지 두 달여 만이다. 2011년에도 이곳에서 마필관리사로 일하던 박용석씨(당시 35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공원은 서울(과천), 부산경남, 제주 등 3곳이다. 2004년 부산경남 경마공원이 출범한 뒤 이곳에서만 마필관리사 3명이 목숨을 끊었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폭탄 만들어 의열단에 전한 헝가리 청년 김형민(SBS Biz PD) 중세 이후 유럽사에서 한 가문의 이름은 독보적으로 드높다. ‘합스부르크’ 가문이야. 16세기 카를 5세 시절에 유럽의 태반을 지배하는 전성기를 누렸고,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도 오스트리아와 중부 유럽을 지배했던 이 가문은 패전 후 왕위를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단다. 뜬금없이 왜 유럽 가문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합스부르크 왕가는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본의 아니게 우리 독립운동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기 때문이야. 어리둥절하지? 들어봐. 오늘날 유럽의 체코나 슬로바키아 역시 당시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오스트리아 ... ‘대통령의 오른발’ 김경수 의원이 말하는 취임 100일 천관율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을)은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손에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 야인 시절, 2012년 대선, 2015년 당 대표, 2017년 대선까지,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늘 그가 있었다. 집권 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청와대와 자문위의 가교 구실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눈으로 집권 100일을 자평하는 일이라면, 김 의원 이상 가는 적임자는 문 대통령 본인 외에는 없을 것 같았다. 언론과의 본격 인터뷰를 극구 피하던 김 의원을 어렵게 만났다.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불렀더니 한국영화는 왜 천만 관객에 집착할까 장일호 기자 영화계에서 이른바 ‘7말8초’라고 부르는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다. 이 기간에 흥행 1위를 거머쥐는 영화가 대개는 그해 최고의 흥행작이 된다. 2016년 ‘7말8초’에 극장을 찾은 관객은 1870만명. 지난해 승자는 〈부산행〉(NEW 배급)이었다. 올해도 사활을 건 승부가 펼쳐졌다. 포문을 연 영화는 7월26일 개봉한 〈군함도〉였다. 〈군함도〉가 개봉 첫날 확보한 스크린은 2027개. 2016년 기준 전국 영화 상영관은 총 2575개로 〈군함도〉 상영관이 전체 상영관의 80%를 차지했다. 자연스럽... ‘장애인 활동가에게 빗물 젖은 짜장면을 먹게 하지 말라’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고 박종필 감독의 유작 다큐멘터리 〈버스를 타자!〉를 봤다. 영화는 수작(秀作)이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평범하고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들이 얼마나 처절하고 과격하게 투쟁해야 했는지를 영화는 생생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영화를 보면서 몇 차례 울컥할 만큼 슬프고 안타깝고 감동적인 장면도 많았는데 마지막 자막이 올라간 뒤에 분노 같은 게 슬그머니 치밀어 올랐다. 영화가 제작된 것은 2002년. 15년 전 일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서다.물론 장 성폭력 피해자가 받은 질문 “왜 동맥 대신 정맥 그었냐” 이은의 (변호사) 고소 후 조사를 받거나 기소가 되어 재판을 하다 보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피해자들이 받는 질문이 있다. 상담하는 과정에서 미리 점검하는데, 그 질문들을 들여다보면 꽤나 씁쓸하다.“왜 가해자와 단둘이 술을 마셨나요?” “왜 가해자와 밀폐된 노래방을 갔나요?” “왜 문을 열고 도망치지 못했나요?” “왜 좀 더 저항하지 못했나요?” “왜 사건 직후 화를 내거나 항의하지 못했나요?”….유독 성폭력 사건이 그렇다. 피해자는 충분한 정도의 예방조치를 했으며, 최선을 다해 범죄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내용의 소명을 요구받는다. 도둑맞은 이 대통령 기록물이 진짜 보호하는 것 변홍철 (한티재 편집장) 2016년 봄에 저자인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을 만나 이 책을 내기로 약속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대통령 기록’의 역사와 법적 근거, 그것의 중요성 등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원고를 읽고 책을 편집하면서 공공기록물법과 대통령기록물법의 입법 취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부끄러웠다. 스스로 ‘주권자’라고 아무리 떠벌려도, 제대로 된 국가·대통령 기록이 없거나 그 기록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책이 나온 직후, 한국 사회는... 집권 100일에 담긴 ‘문재인 시대’ 설계도 천관율 기자 8월17일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날이다. 100일 동안 공개된 청사진에서 문재인 정부는 ‘정상화’와 ‘실험’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추구했다. 정상화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자산 삼아,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실험을 시도한다. 정상화와 실험은 통치의 서로 다른 차원에서 벌어진다. 국가 통치의 세 가지 차원을 그려보면 그 의미가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가 정상화를 시도하는 차원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국정목표 1번이 ‘국민이 주인인 정부’다. 민 [단독] ‘삼성 장충기’가 받은 취업 청탁 문자 김은지·주진우 기자 〈시사IN〉이 단독 입수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추가 공개한다(아래 표 참조). 그의 휴대전화에는 삼성의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용 뇌물 혐의 재판’의 핵심인 정경유착을 뒷받침해줄 물증이다(〈시사IN〉 제517호 ‘장충기 문자에 비친 대한민국의 민낯’ 커버스토리 참조). 박영수 특검팀은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재용-박근혜 독대, 대한승마협회를 통한 승마 지원과 같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소사실에 직접 가닿는 내용뿐 아니라 삼성 내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은유 (작가)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마세요.’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세요.’ ‘아이가 화낸다고 같이 화내지 마세요.’ 어느 건물 승강기에 탔더니 ‘좋은 부모 10계명’이 붙어 있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의 말이다. 그걸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부모가 저렇게 하려면 적어도 초과 노동이나 타인의 무례와 간섭에 시달리는 임금노동자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관대함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말은 진리다. 좋은 부모 노릇은 10계명이 아니라 등 따습고 부른 배, 심리적 평안에서 비롯된다. 세상에 그냥 부모는 없다. 건물주 부모, 그 건물을 청소 ‘간접고용의 정규직화’가 넘어야 할 3가지 전혜원 기자 정부가 지난 7월20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의지를 밝힌 지 두 달여 만이다. 현재 후속 조치가 진행 중이다.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 852곳은 비정규직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뒤 전환 규모와 계획을 8월 내 결정해야 한다. 오는 9월 중 예산 협의를 거쳐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정부가 기간제 외에 파견·용역이라는 ‘간접고용’을 처음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비... 필라이트, 맥주 아니라 맥주맛 음료? 이오성 기자 맥주 세상이 ‘크래프트(수제 맥주)’로 달려간다. 몇 년 전만 해도 이태원이나 홍대 앞에서 접할 수 있었던 크래프트 맥줏집이 동네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소맥’파가 주름잡던 삼겹살집에서도 쌉쌀하고 짙은 향을 지닌 페일에일, IPA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세상이다. 대형마트는 물론, 일부 편의점에서도 크래프트 비어를 만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7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을 초대해 세븐브로이 맥주를 마신 사건이었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세븐브로이는 2011년 국내 최초 크래프트 맥주회사로 첫발을 뗀 곳이다. ‘대통령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