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상생을 배우는 학생들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1990년대 중반이었다. 신문 사회면에서 작은 기사 하나를 우연히 보았다. 서울 강남 어느 동네 주민들이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우리 아이를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전학시켰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저들은 특수학교를 집값이나 떨어뜨리는 혐오시설 대하듯 했다(20년이 지난 지금 조사를 해보니 집값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더 올랐다).‘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바로 그 사건이었다. 한 동네에서 특수학교가 밀려나면, 반대 현상은 돌림병처럼 퍼져 나가기 마련이다. 같은 밀알학교를 보라 지역의 보배가 되었다 전혜원 기자 장애 아이를 둔 엄마가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다른 엄마들이 줄지어 무릎을 꿇었다. 누군가 “쇼하지 마라!” 하고 외쳤다. 고개 숙인 엄마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부끄러움을 일깨웠다”라고 말한, 지난 9월5일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의 한 장면이다. 주민들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특수학교가 싫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해당 부지는 서울시교육청이 소유한 학교 땅인데도, 총선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기에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비난 여론은 이... 프랑스 학교 바꾼 ‘장애 학생 진학법’ 파리∙이유경 통신원 유럽의 대다수 국가에서는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교육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도 그중 하나다. 2005년 2월11일 프랑스는 장애인의 기회·권리·참여·시민성 평등에 관한 ‘장애 학생 진학법’을 시행했다. 교육부가 공식 발표한 법안에 따르면 교육 기관은 ‘차별 없이’ 장애를 가진 모든 학생의 학교 편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학생이 어떤 특별한 장애를 지니고 있어도 ‘학교는 취학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 학생들도 비장애 학생들과 동일하게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한 셈이다.실제 장애 학생과 함께 배우며 사회성이 커졌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독일은 2009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에는 장애인이 일반인과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독일 각 주의 문화부 장관들이 모이는 문화부장관협의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을 권고했다. 연방국가인 독일은 각 주정부가 교육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 권고안은 각 주의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행 중이다. 독일에도 일반적인 정규학교 외 진흥학교(Förderschule)라는 이름의 특수학교가 존재한다. 신체장애, 지적장애,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다... 시사IN 창간 10주년 축하 메시지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시사IN 편집국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창간 1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내 주었습니다. 손 사장은 #시사IN 창간 이래 '신뢰하는 언론인' 1위를 늘 지켜왔습니다. ▶창간 10주년 2차 중림동 다이내믹 http://10th.sisain.co.kr/▶시사IN 응원하기 http://pay.sisain.co.kr “우리는 인쇄 매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신한슬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 6번가 155번지에는 1928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다. 13층에 가면 〈프로퍼블리카〉 로고와 마주하게 된다. 흰 벽에 푸른 돋보기로 ‘공공(Public)’의 머리글자 ‘P’를 확대한 로고가 걸려 있다. 사무실에는 트로피 수십 개가 놓여 있다. 2008년 설립된 이후, 지난 9년간 〈프로퍼블리카〉가 걸어온 길을 증명한다. 〈프로퍼블리카〉는 2010년 온라인 언론사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데 이어 퓰리처상만 4개, 에미상 2개, 방송·온라인 매체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보디상 3개를 수상했다. 이 외에... 〈단독〉 박근혜 청와대 문건 입수 “VIP 비방 적극 차단하라” 김은지 기자 〈시사IN〉은 2015~2016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건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등 9건을 단독 입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각 수석실 캐비닛에서 뒤늦게 발견한 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자료다. 〈시사IN〉이 입수한 문건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절차를 거쳐 공식 열람한 자료다.문건에서 보여주듯 박근혜 청와대의 주 업무는 엉뚱하게도 ‘박근혜 개인 매니저’였다. 국가 최고 컨트롤타워의 주된 관심사가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 평판 관리에 맞춰졌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검찰·경 #산티아고_말도나도는어디_있는가 부에노스아이레스·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한 청년이 실종되었다. 그는 인권운동가 산티아고 말도나도(28). 지난 8월1일 파타고니아 남부 지역인 추부트 주에는 도로를 점거한 채 원주민 권리 보호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말도나도를 비롯해 다른 인권운동가와 마푸체 원주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 소유의 대지에서 쫓겨난 원주민의 권리를 보호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흩어져 살고 있는 마푸체족은 토지 문제로 정부·기업과 갈등이 깊었다. 이날 시위대는 당국에 체포된 마푸체족 지도자인 파군도 존스 우알라의 석방을 요구했다. 경... 시사IN 제527호 - 극우 정당 닻을 내리다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 REVIEW IN•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말말말·캐리돌 만평• 와글와글 인터넷·김경수의 시사터치• 포토IN/진실을 향한 그들의 소리 없는 외침ISSUE IN• 박근혜·최순실 법정 중계/"알려지면 탄핵감…당신 죽을 수 있다" COVER STORY IN 히틀러도 놀랄 극우 정당의 선전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12.6%를 얻어 제3당으로 약진했다. 극우 정당이 반인종주의, 호황, 사회복지, 유럽통합이라는 4중 방어막을 뚫은 까닭을 살폈다. • 독일 우파 정당과 노동조합의 상생 올드보이들, 〈시사IN〉에 돌아오다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2000년 5월 입사 53일밖에 안 된 수습기자가 원(原) 〈시사저널〉 커버스토리를 썼다. 퇴고를 하는데, 김상익 편집장도 못 미더웠는지 초고를 보여달라고 했다. 회의실로 불렀다. 김 편집장은 프린트된 초고를 들고 흔들었다. “형용사·부사를 다 빼. 주어·목적어·서술어로만 써라. 이 세상에 일어난 모든 일은 3형식 문장에 담을 수 있다.” 탈고를 하며 털고 또 털어냈다. 문정우 취재부장에게 퇴고한 원고를 넘겼다. “잘 썼다.” 수습기자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었던 칭찬으로 기억된다.한 번은 ‘사수’였던 이문재 데스크가 회의실로 말말말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사항이다.” 10월12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논평.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30분에 받은 첫 보고를 10시로 바꿨다’는 청와대 발표에 대한 반박. ‘조작’이 새로울 게 없다는 건 아니겠지. “적폐위원장께 질의하겠다.” 10월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질의를 시작하며 한 말. 국정 농단으로 탄핵되고 구속된 전직 대통령을 당원으로 둔 ‘적폐 정당 의원’님도 참 고생이 많아 보인다. “액션을... 양한모의 캐리돌 만평 양한모 기자 박 전 대통령 눈에 비친 운동화 색깔은? 변진경 기자 민트-회색일까, 분홍-흰색일까? 운동화 사진(오른쪽) 한 장이 온라인을 달궜다. 어떤 사람 눈에는 영락없이 민트색 바탕에 회색 끈 운동화이고, 어떤 이 눈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분홍 바탕에 흰색 끈 운동화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예전 ‘파란색-검은색 대 흰색-금색 드레스’ 논쟁을 잇는 ‘색깔 대첩’이 벌어졌다. 저게 어찌 민트-회색으로 보일 수 있는지 납득이 안 되지만(기자 눈에는 분홍-흰색으로 보인다), 싸우지 말지어다. 같은 물체라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경험을 토대로 색을 유추해 판단한단다. 이른바 ‘기억색’의 차이이다. 다른... 〈시사IN〉527호의 커버스토리가 2개인 까닭 [편집국장의 편지] 김상익 편집국장 1980년대 대학가 패션의 대세는 게스 청바지와 나이키 운동화였다. 국내 브랜드로 뱅뱅 청바지와 프로스펙스 운동화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게스와 나이키의 조합이 갑이었다. 좀 더 있어 보이려면 영문판 시사 주간지 〈타임〉을 반으로 접어 바지 뒷주머니에 꽂는 허세쯤은 부려줘야 했다. 지금 눈으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국산품 애용을 부르짖던 박정희 시대에는 생각지도 못한 거리 풍경이었다. 세계경제 호황 덕분에 한국 경제가 살아나고 수입자유화 정책으로 국내 소비 패턴에 큰 변화가 일어나던 무렵의 일이다. 당시 대학 차별화와 탐사보도가 위기 탈출의 해법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신한슬 기자는 디지털 DNA를 타고났습니다. ‘최저임금으로 한 달 살기’ 체험 기사를 게임(5580.sisa.in)으로 만든 주역입니다.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시리즈를 맡고 있는 신 기자입니다. 현지 취재한 미국 언론사는? 지난 호에 담은 〈프로퍼블리카〉, 이번 호에 쓴 〈디인터셉트〉, 그리고 〈쿼츠〉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를 취재했습니다. 선정 기준은? 국내외 거의 모든 언론사가 ‘미디어의 위기’를 말하죠. 독자 수는 줄고, 광고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에게 빼앗기고. 그 해법을 찾고 있는 온·오... 아는 동네서점 주인장이 골라주는 책 김영건 (속초 ‘동아서점’ 매니저) 스물아홉 살 때 술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넌 지금 3차 성징을 겪고 있는 거야.” 귀가하면 초파리들이 멍든 바나나 주위를 맴돌았고,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만 가던 시절이었다. 오랫동안 방을 정리하지 않았다. 조용한 집에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해 술을 자주 마셨다. 친구의 얘기인즉슨 ‘3차 성징’이란 20대 중·후반에 겪는 내적 성징으로서 사회생활을 앞둔 부담감, 취업의 곤란, 재정의 궁핍 등등이 뒤섞여 막다른 벽 앞에 놓인 상태를 말한다.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기면 좋든 싫든, 우리는 내적으로 다소 무감각한 어른이 된다는 ... 편지 한 통에 목숨 바친 집배원들 김형민(SBS Biz PD) 역사는 걸출하고 훌륭한 사람들만이 평가받는 무대라고 착각하기 쉽지. 하지만 역사는 결코 승자로 구성된 우주가 아니란다. 영화 〈라디오 스타〉의 명대사처럼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없고, 별은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라고나 할까. 별빛은 그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고 누군가 기억되지 않는 빛을 반사하면서 더욱 밝고 커지는 거지. 앞으로 몇 주간은 우리 역사 속에서 도드라지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자 목숨을 걸었던 ‘음지 속의 영웅들’ 몇 명을 소개할까 해. 갑신정변(1884)을 기억하겠지? 김옥균 등 급진개... 다 가는 오키나와 말고 모르는 오키나와로 이오성 기자 지난해 오키나와를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43만명이다. 오사카, 도쿄, 타이베이, 방콕, 홍콩에 이어 오키나와는 한국인이 많이 찾은 도시 6위를 기록했다. 2010년만 해도 겨우 1만5500명에 그쳤으나 저비용 항공 취항 이후 지난 7년간 연평균 383%나 여행객이 증가했다. 타이완인, 중국인과 함께 한국인은 오키나와를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다. 한국인에게 오키나와는 양극단의 여행지다. 〈미래소년 코난〉의 배경이 됐던 아름다운 남쪽 휴양지거나, 일본 영토에서 유일하게 지상전(미군과 일본군이 벌인 오키나와 전투)을 겪은 비극의 ... 왼손엔 영화 포스터 오른손엔 파업 피켓 김동인 기자 조선산업 위기를 취재하러 거제에 내려갔다. 렌터카 업체에서 준 지도를 펼쳐보던 이승문 KBS PD(32)의 눈에 문득 한 학교가 들어왔다. 변두리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거제여자상업고등학교. 무작정 찾아간 이곳에서 운명처럼 이규호 교사와 ‘땐뽀반’ 친구들을 만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구석진 동네에서, 그것도 도시 전체가 조선산업 위기로 휘청이는 와중에 댄스 스포츠라니. 이승문 PD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처럼 지역사회가 처한 위기를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고 싶다”라며 회사를 설득했다. 절규와 고함 대신, 거제의 풍광과 아이들의 ... 10월 총선 때까지 북풍아 불어다오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야 4당(민진당·공산당·자유당·사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묵살한 국회 해산은 터무니없는 헌법 위반입니다. 모리토모·가케 학원 의혹을 은폐하려는 게 목적입니다. 아베 신조의 권력 사유화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9월19일 JR 시즈오카 역 앞에서 시마즈 유키히로(공산당) 의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은 아베 신조 총리가 주도한 전쟁법(평화안전법제: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법률)이 의회를 통과한 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시마즈 유키히로 의원의 지역구 시즈오카는 여러 면에서 상징적인 곳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