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김태형 (도서출판 제철소 편집자) 올해 2월의 일이다. 좋은 과일이 들어와서 나눠 먹으려고 이웃 출판사 위고에 들렀다. 코난북스 대표가 와 있었다. 모두 달뜬 표정이었다. ‘다들 오늘 주문이 많이 들어왔나?’ 살짝 우울해지려는데, 코난북스가 재미난 기획이 있으니 함께하자고 했다. 세 출판사가 힘을 합쳐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를 만들자는 것. 자유로운 글쓰기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재미의 최전선을 추구해보자는 다소 거창한 말도 덧붙였다.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라니, 게다가 ‘함께’라니! 생각만 해도 좋았다. 머릿속에 글감과 ... 통상임금 소송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전혜원 기자 법이 노동자를 내치고 기업을 보호하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해고된 KTX 승무원은 (평소에는 안전이 아닌 서비스를 담당하기에) 코레일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곳간’을 걱정하고 나선 대법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파업한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내라고 명하는 여러 판결…. 그러나 완성차 업체의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며 대기업 사내하청 남용에 제동을 건 것 역시 법원이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던 관행을 일부나마 제한하기도 했다. 법원의 판단은 변한다... 입사 6년차 ‘시리’는 만능 비서 중림로 새우젓 (팀명) 2011년 10월5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이었다. 피골이 상접한 그의 뒷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그가 회복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극적으로 떠나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10월5일은 당시 애플 신작인 아이폰 4S가 공개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 공교로운 날짜는 잡스를 둘러싼 신화를 완성하는 마침표가 됐다. 오랜 세월 혁신가·사기꾼·장사치·마케팅 천재·애플 그 자체로 군림했던 시대의 아이콘은, 자신의 동료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자신이 없는 애플의 첫 프레젠테이션을 확인한 뒤에야 오... 생리대 문제 제기하니 유난 떨지 마라?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처음에 문제가 된 생리대를 몇 년간 썼는지를 이야기하던 분노와 걱정에서, 어차피 패드·탐폰 다 똑같다며 체념하고 생리를 안 하는 방법을 묻는 환자가 늘었다. 환경호르몬은 생리대만이 아니라 살충제 달걀에도, 햄버거에도 있다고 이야기하면 다시 낯빛이 어두워진다. 그러는 사이 생리대 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허가와 위험 관리 의무를 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 제기를 시작한 여성환경연대를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유해물질 생리대 문제를 공론화한 시민단체와 특정 기... ‘훔볼트’라는 지명이 왜 이리 많을까? 고재열 기자 박사 타이틀을 달고 있는 전문가와 대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세부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 “그 부분은 내 전공이 아니라서 내가 이야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꽁무니를 빼는 식이다. 그때마다 묻고 싶은 질문을 삼켰다. “아니, 그걸 전공했으면 당연히 이런 부분도 궁금하지 않은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왜 알아보지 않았나?” 학위는 학문적 소심함의 핑계처럼 보였다. ‘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왜 학문적 관심이 확장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지녔을 무렵 만난 이름...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 주재우 지음, 경인문화사 펴냄 “다른 나라에게 우리의 사정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우리의 입장을 제대로 투영해야 한다.” 한국전쟁부터 사드 배치 갈등까지,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외교 갈등 역사를 다룬 종합연구서다. 미·중 두 국가의 역사를 우리와의 일대일 관계에서 이해하기보다는, 양국 간 이해 충돌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그 충돌이 한반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전문가인 저자는 두 국가의 역사적 선택이 철저히 자국 이익이라는 합리적 판단에 근거했다고 설명한다. ... 가을날, 삼성 직업병 농성장에서 은유 (작가) 비닐 천막을 걷어내자 두어 평 남짓 평상이 휑하니 드러난다. 이중 삼중으로 깔려 있던 돗자리 바닥 아래 플라스틱 지지대 사이엔 여름휴가철 해변처럼 쓰레기가 나뒹군다. 스티로폼 조각, 캔 음료, 빵 비닐들, 그리고 딱딱하고 거무튀튀한 고양이 똥이 발견됐다.“이게 주범이었어!”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농성장. 709일 만에 대청소를 유발한 주된 요인은 고양이(배설물)다. 농성장을 드나들던 고양이 서너 마리가 좁은 틈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는 바람에 쿰쿰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찬바람도 불어오니 월동 준비 겸 대대적인 리모델링 “[친일인명사전] 공공도서관에 비치해야” 정희상 기자 지난 9월17일 대검찰청 공안부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태영호 납북 사건’ 등 6건의 조작 사건 피해자 18명에 대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먼저 잘못된 수사와 기소를 인정해 ‘셀프 재심’ 청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가 재심 권고 대상으로 밝힌 ‘문인간첩단 사건’ 등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의 추가 ‘셀프 재심 청구’ 대상자 중에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197 ‘학군 나쁜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최근 1년간 서울의 한 지역으로 출강을 나갔다. 이른바 학부모들 사이에 ‘학군 안 좋은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이곳에 와서 그간 내가 학부모들의 치맛바람과 아이들의 경쟁 욕심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 알게 됐다. 행정구역상 같은 서울인데 다른 세상처럼 보였다. 목동이나 대치동 학생들한테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체감했다. 온전한 배움의 열망이 아닌 체념과 자기 비하라는 씁쓸한 분위기였다. 첫 사건은 중간고사 시험 문제에 관한 일이었다. 인근 학교 국어 시험에 인터넷에 떠도는 족보 시험 문제가 똑같이 출제되었다. 심지어 오답 ... 다시 [분지]를 생각하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지난 7월, 자주 가는 대학교 도서관에서 남정현의 첫 창작집 〈너는 뭐냐〉(문학춘추사 출판부, 1965)를 빌렸다. 같은 작가의 신간 〈편지 한 통-미제국주의 전상서〉(도서출판 말, 2017)가 나온 김에, 그의 전작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의 대표작품선 〈분지〉(도서출판 한겨레, 1987)를 갖고 있지만, 작가의 첫 번째 작품집을 원래 형태 그대로 음미해보고 싶었다. 교정의 나무 그늘 아래를 걸으며 〈너는 뭐냐〉의 목차를 펼쳐본 나는 기겁을 했다. 목차에 나온 어느 작품의 제목에 먹칠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테트리스 개발자의 운명을 건 저작권 게임 박성표 (〈월간 그래픽노블〉 전 편집장) ‘테트리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다란 작대기가 나오기만 노심초사 기다리는 그 게임! 테트리스 배경으로 처리된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성당도 기억할 것이다. 테트리스를 개발한 이가 바로 러시아의 컴퓨터 과학자였다. 모스크바 과학 아카데미에서 근무하던 1985년, 알렉세이 파지트노프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 테트리스를 개발했다. 박스 브라운이 쓴 〈테트리스〉는 이러한 테트리스의 기원과 그 뒤에 숨겨진 비즈니스 전쟁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파지트노프는 게임이야말로 인간과 기술이 완벽하게 융합되는 지점이라고 믿었다. 그는 ‘펜토미노’라는 노래가 가을바람 타고 살포시 내려앉는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아이유의 〈꽃갈피〉(2014)는 정말 좋았다. 노스탤지어라는 정서를 자극하되 그걸 퇴행적으로 느껴지게 하지 않았다는 점, 그러면서도 우리가 아이유 하면 떠올리는 음악적인 개성을 잘 살려냈다는 점에서 수작이라 평할 만한 리메이크 앨범이었다. 그중에서도 ‘너의 의미’가 줬던 여운을 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가히 원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리메이크였다. “모든 텍스트는 끊임없는 재해석의 대상”이라는 말이 있다. 과연 요즘 같은 시대에 이 표현은 정언명령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절대적이라 ... ‘따로 또 같이’ 상생을 배우는 학생들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1990년대 중반이었다. 신문 사회면에서 작은 기사 하나를 우연히 보았다. 서울 강남 어느 동네 주민들이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우리 아이를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전학시켰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저들은 특수학교를 집값이나 떨어뜨리는 혐오시설 대하듯 했다(20년이 지난 지금 조사를 해보니 집값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더 올랐다).‘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바로 그 사건이었다. 한 동네에서 특수학교가 밀려나면, 반대 현상은 돌림병처럼 퍼져 나가기 마련이다. 같은 밀알학교를 보라 지역의 보배가 되었다 전혜원 기자 장애 아이를 둔 엄마가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다른 엄마들이 줄지어 무릎을 꿇었다. 누군가 “쇼하지 마라!” 하고 외쳤다. 고개 숙인 엄마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부끄러움을 일깨웠다”라고 말한, 지난 9월5일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의 한 장면이다. 주민들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특수학교가 싫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다. 해당 부지는 서울시교육청이 소유한 학교 땅인데도, 총선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기에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고 공약했다. 비난 여론은 이... 프랑스 학교 바꾼 ‘장애 학생 진학법’ 파리∙이유경 통신원 유럽의 대다수 국가에서는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교육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도 그중 하나다. 2005년 2월11일 프랑스는 장애인의 기회·권리·참여·시민성 평등에 관한 ‘장애 학생 진학법’을 시행했다. 교육부가 공식 발표한 법안에 따르면 교육 기관은 ‘차별 없이’ 장애를 가진 모든 학생의 학교 편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학생이 어떤 특별한 장애를 지니고 있어도 ‘학교는 취학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 학생들도 비장애 학생들과 동일하게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한 셈이다.실제 장애 학생과 함께 배우며 사회성이 커졌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독일은 2009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에는 장애인이 일반인과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독일 각 주의 문화부 장관들이 모이는 문화부장관협의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을 권고했다. 연방국가인 독일은 각 주정부가 교육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 권고안은 각 주의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행 중이다. 독일에도 일반적인 정규학교 외 진흥학교(Förderschule)라는 이름의 특수학교가 존재한다. 신체장애, 지적장애,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다... 시사IN 창간 10주년 축하 메시지 -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시사IN 편집국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창간 1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내 주었습니다. 손 사장은 #시사IN 창간 이래 '신뢰하는 언론인' 1위를 늘 지켜왔습니다. ▶창간 10주년 2차 중림동 다이내믹 http://10th.sisain.co.kr/▶시사IN 응원하기 http://pay.sisain.co.kr “우리는 인쇄 매체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신한슬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 6번가 155번지에는 1928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다. 13층에 가면 〈프로퍼블리카〉 로고와 마주하게 된다. 흰 벽에 푸른 돋보기로 ‘공공(Public)’의 머리글자 ‘P’를 확대한 로고가 걸려 있다. 사무실에는 트로피 수십 개가 놓여 있다. 2008년 설립된 이후, 지난 9년간 〈프로퍼블리카〉가 걸어온 길을 증명한다. 〈프로퍼블리카〉는 2010년 온라인 언론사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데 이어 퓰리처상만 4개, 에미상 2개, 방송·온라인 매체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보디상 3개를 수상했다. 이 외에... 〈단독〉 박근혜 청와대 문건 입수 “VIP 비방 적극 차단하라” 김은지 기자 〈시사IN〉은 2015~2016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건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등 9건을 단독 입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각 수석실 캐비닛에서 뒤늦게 발견한 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자료다. 〈시사IN〉이 입수한 문건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절차를 거쳐 공식 열람한 자료다.문건에서 보여주듯 박근혜 청와대의 주 업무는 엉뚱하게도 ‘박근혜 개인 매니저’였다. 국가 최고 컨트롤타워의 주된 관심사가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 평판 관리에 맞춰졌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검찰·경 #산티아고_말도나도는어디_있는가 부에노스아이레스·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한 청년이 실종되었다. 그는 인권운동가 산티아고 말도나도(28). 지난 8월1일 파타고니아 남부 지역인 추부트 주에는 도로를 점거한 채 원주민 권리 보호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말도나도를 비롯해 다른 인권운동가와 마푸체 원주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 소유의 대지에서 쫓겨난 원주민의 권리를 보호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흩어져 살고 있는 마푸체족은 토지 문제로 정부·기업과 갈등이 깊었다. 이날 시위대는 당국에 체포된 마푸체족 지도자인 파군도 존스 우알라의 석방을 요구했다. 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