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적 가치들이 극우의 논거로 돌변하다 천관율 기자 기자는 ‘나라 잃은 표정이란 게 딱 저런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9월21일 독일 베를린. 독일노동조합연합(DGB) 본부에서 만난 프랑크 자흐 씨는 콧수염과 유머가 인상적인 DGB 국제협력 담당 부서장이다. DGB는 독일 노동조합원의 4분의 3 이상이 속한 최대 노동단체이다. 간담회 내내 여유를 잃지 않던 그는 간단한 질문 하나를 듣자마자 극적으로 표정이 바뀌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간단한 질문이란 이랬다. “9월24일 총선에서 노조 조합원들은 AfD(독일을 위한 대안)를 얼마나 지지할까?” “적잖이 뽑는다”라고 독일 노총이 사회민주당과 결별한 사연 천관율 기자 32세 청년 크리스티안 크라이저 씨는 청년 기민당(집권 기민당 청년조직이다) 국제관계 담당자다. 그는 한국에서도 종종 보던, 자신감 넘치는 청년 보수 정치인의 느낌을 풍겼다. 그래서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더 뜻밖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이 노조를 싫어하는 정서가 있다. 노조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어떤가?” 그는 처음에 질문의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두어 번 통역이 더 오가고 나서야, 크라이저 씨는 별 질문을 다 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독일은 다르다. 젊은 사람들도 노조에 많 ‘이리역 다이너마이트 폭발 사고’의 영웅들 김형민(SBS Biz PD) 1977년 11월11일을 아빠는 꽤 선명히 기억하고 있어. 아니 날짜라기보다는 그날의 이벤트로. 전라북도 이리역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도시가 쑥밭이 됐다는 뉴스가 그야말로 주먹 같은 활자와 굉음 같은 육성으로 전달되기 시작했지. 이리는 이후 익산으로 그 지명을 바꾸게 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참혹했던 ‘이리역 다이너마이트 폭발 사고’는 지금도 아빠 기억 속에 굵직하고 뚜렷하구나. 이리역 반경 500m 이내의 가옥 등 건물은 완전히 파괴됐고 반경 1㎞ 이내의 가옥은 반파, 반경 4㎞ 이내의 가옥은 창문이 떨어져 나갔어. 반... 한국 기자들만 ‘전략 자산’ 노래를 부른다 워싱턴·이흥환 기자(1989~1997 재직) 한두 해 전부터 나돌던 국적 불명의 낯선 용어 하나가 급기야 유행어처럼 번졌다. 한국 사람은 발음하기도 어렵고 뭔 뜻인지 알아먹기도 어려운 ‘전략 자산’이라는 말이다. 어떤 방송기자는 자못 비장한 말투로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 자산을 전개했다”라고 하고, 어떤 신문기자는 “한국 국방부 장관이 미국에 전략 자산 전개를 요청했다”라고 전하면서 괄호 안에 ‘strategic assets’라고 영어까지 써넣는다.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는 워싱턴·베이징·도쿄의 두뇌들 그 누구도 전략 자산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유독 서울만 하루가 멀다... 기사 후~폭풍 김은지 기자 KBS·MBC 언론인의 파업이 4주차로 접어들었다. “딱 1회만 쓰고 싶은 글”이라던 김민식 MBC PD의 파업 일기가 〈시사IN〉 페이스북(facebook.com/sisain)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부끄러움을 끝내야 할 시간’이라는 김 PD의 글은 16만여 명에게 도달했다. 192회나 공유되고 109명이 댓글을 달았으며 1987명이 좋아요, 화나요 등을 클릭하면서 연대의 손길을 보냈다. 특히 김 PD의 깨알 같은 ‘단독’에도 다수가 반응했다. ‘신동진 아나운서가 말하길, 2012년 파업 이후 아나운서국에서 피구를... 핑크리본캠페인 및 한국유방건강재단 소개 ADVERTORIAL 아모레퍼시픽은 인류 공헌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화장품 및 녹차 산업을 이끌어왔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창업자와 CEO가 사회공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모범을 보임으로써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등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은 자연스럽게 기업문화로 정착되었으며, 나아가 책임경영 실천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6년 사회공헌활동에 2... 구국 수감자를 위한 창조 감옥? 이오성 기자 과연 박근혜씨는 진정한 지도자였다. 치욕스러운 구금의 세월을 보내는 와중에도 이 땅 5만7000명 재소자의 인권을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한 국제법무팀(MH그룹)을 통해 자신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있다고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것이 어디 박근혜 개인의 안위를 위한 일이랴. 젊은 날부터 ‘구국봉사’의 일념으로 낮은 곳으로 임했던 그의 심성이 감옥에서까지 빛을 발한 것이리라. 박 전 대통령의 절절... SK이노베이션 사회적 가치, 이번에는 환경에서도 일낸다 ADVERTORIAL SK이노베이션(대표이사: 김준, http://www.SKinnovation.com/)이 ㈜모어댄을 스타 사회적기업(STAR SE)으로 지원 및 육성하기에 나섰다. ㈜모어댄은 자동차 부산물(가죽시트,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활용해 가방, 지갑 등의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사회적목적으로 추구한다. ㈜모어댄은 ‘지속가능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뜻의 브랜드 「CONTINEW」를 출시하며, 40년 이상의 경력을 ... 말말말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극도의 스트레스로 돌아가실 수 있다는 ‘재판치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10월20일 국회의 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그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강행군을 두고 이렇게 말해. 지연전술을 쓰면서 버틴 변호인단이 재판 강행군의 원인이라면 ‘변호치사’가 맞지 않나? “북핵 위기에 영국이 항공모함 한국 급파를 고려한다니, 참으로 고마운 나라다.” 10월16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에게, 언론 보도를 봤다며 한 말. 이에 헤이 대사는 “어떤 경로로 그런 보도를 접하셨는지 잘 모... 딸에게 모국어를 가르쳐준 한류 토론토·성우제 편집위원 내가 원 〈시사저널〉 문화부 기자로서 중국에 건너가 ‘한류’를 취재한 것은 우리 딸아이가 태어난 이듬해인 2000년이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이 케이팝의 출발점이었다면, 2000년 2월 H.O.T.의 중국 베이징 공연은 한류가 세계를 향해 물꼬를 튼 사건이었다. 타이완과 홍콩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음악 바람은 그 공연을 기점으로 중국 대륙 전체로 열풍이 되어 퍼져 나갔다.그해 9월 내가 베이징과 선양에서 취재할 당시만 해도 중국의 10대가 한국 대중음악에 환호하는 것 자체가 신기해 보였다. 그들은 가수 클론, H. ‘긴조 사법의식’의 민낯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1993년 어느 봄날, 시민단체로 제보 전화가 왔다. 의대생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수업 교재로 쓰는 법의학 책에 나온 사진이 윤금이씨 같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간부는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했다. 1992년 10월 사건 당시 경찰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던, 난행(亂行)을 당한 윤씨의 주검 사진이 그 책에 실려 있었다. 저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출신이었다. 지금의 젠더 관점에서 보면 비판의 여지가 크지만, 어찌됐든 그해 봄 이 사진이 대학가에 나붙었다. 범인은 스무 살 주한미군 케네스 마클 이병이었다. 분노가 다시 들... 불도저 브루저는 왜 멈추었을까요?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그림책 주인공 ‘브루저’는 땅을 파거나 다지는 기계입니다. 보통 불도저라고 불리지요. 브루저는 아주 당당하게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돌진합니다. “이봐! 내 앞에서 비켜! 나는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해.” 월요일에 브루저는 언덕을 다섯 개나 갈았습니다. 화요일에는 바위 열 개를 잘게 부수었지요. 수요일에는 숲 세 곳을 밀어버렸고 수선화 꽃밭도 깡그리 뭉개버렸습니다. 목요일이 되자 브루저는 기름 한 통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해놓은 일들을 돌아봅니다. 언덕 다섯 개, 바위 열 개, 숲 세 곳 그리고 수선화 꽃밭을 없애버... “알려지면 탄핵감… 당신 죽을 수 있다” 김연희 기자 ■ 9월28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66차 공판 박근혜 게이트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인 차은택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차씨는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박근혜 정권에서 창조경제추진단장 및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맡았다. 차씨는 최씨가 주도한 미르재단 설립에도 관여했다. 차은택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최순실이 컴퓨터에 국무회의 자료를 띄워서 수정하는 걸 본 적 있다고 증언했죠? 차은택:회의를 하면 최순실씨 책상을 마주 보고 한다. 책상이 작으니 PC 화면을 맞은편에서 볼 수 있다. 전화를 받으러 나갔을 때 그 화면을 본 적 있다.... 기사 후~폭풍 이오성 기자 이상원 기자가 찍은 동영상이 SNS에서 히트를 쳤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깜짝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을 마침 현장에 가 있던 이 기자가 촬영해 〈시사IN〉 페이스북(facebook. com/sisain)에 올렸다. 17만명에게 도달했고, 26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한 누리꾼은 “문재인 대통령 너무합니다.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할 곳에서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니···”라며 애정 어린 ‘비판’을 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시사IN〉 창간 10주년을 맞아 보내온 축하 동영상도 17만명이 넘는 이들... 독자와의 수다 변진경 기자 독자 번호:107100074 이름:임인학(57·그림) 주소:서울시 동작구 “10년을 버텼다.” 지난 추석 합병호 〈시사IN〉 ‘편집국장의 편지’에 적힌 이 문장을 본 독자 임인학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월간지 기자, 기업 홍보실 사보 편집자, 여행 작가로 활동하던 젊은 시절 임씨는 원 〈시사저널〉 독자였다. 한국 토종개에 관한 책을 발간해 외부 필자와 취재원으로 원 〈시사저널〉 지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원 〈시사저널〉 기자들이 〈시사IN〉을 창간했을 때 임씨도 새로운 매체의 창간 독자가 되었다. 그 무렵 임씨 개인적으로도 큰 변... 시사IN 제528호 - 기 싸움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 REVIEW IN •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 말말말·캐리돌 만평 • 와글와글 인터넷·김경수의 시사터치 • 포토IN/각하의 민주주의 흉내 놀이 ISSUE IN • 박근혜·최순실 법정 중계/ 박근혜 변호인단 "피고인 두고 떠난다" COVER STORY IN 김정은 기죽고 트럼프 기 살아난 이유 지난 7월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의 고각 발사 이후 북·미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의 한계가 밝혀지면서 긴장은 낮아졌다. • '말 폭탄' 주고받아도 핫라인은 ... 아무튼,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김태형 (도서출판 제철소 편집자) 올해 2월의 일이다. 좋은 과일이 들어와서 나눠 먹으려고 이웃 출판사 위고에 들렀다. 코난북스 대표가 와 있었다. 모두 달뜬 표정이었다. ‘다들 오늘 주문이 많이 들어왔나?’ 살짝 우울해지려는데, 코난북스가 재미난 기획이 있으니 함께하자고 했다. 세 출판사가 힘을 합쳐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를 만들자는 것. 자유로운 글쓰기가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재미의 최전선을 추구해보자는 다소 거창한 말도 덧붙였다.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라니, 게다가 ‘함께’라니! 생각만 해도 좋았다. 머릿속에 글감과 ... 통상임금 소송의 의미가 궁금하다면… 전혜원 기자 법이 노동자를 내치고 기업을 보호하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해고된 KTX 승무원은 (평소에는 안전이 아닌 서비스를 담당하기에) 코레일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기업의 ‘곳간’을 걱정하고 나선 대법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파업한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내라고 명하는 여러 판결…. 그러나 완성차 업체의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며 대기업 사내하청 남용에 제동을 건 것 역시 법원이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던 관행을 일부나마 제한하기도 했다. 법원의 판단은 변한다... 입사 6년차 ‘시리’는 만능 비서 중림로 새우젓 (팀명) 2011년 10월5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췌장암이었다. 피골이 상접한 그의 뒷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그가 회복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극적으로 떠나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10월5일은 당시 애플 신작인 아이폰 4S가 공개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 공교로운 날짜는 잡스를 둘러싼 신화를 완성하는 마침표가 됐다. 오랜 세월 혁신가·사기꾼·장사치·마케팅 천재·애플 그 자체로 군림했던 시대의 아이콘은, 자신의 동료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자신이 없는 애플의 첫 프레젠테이션을 확인한 뒤에야 오... 생리대 문제 제기하니 유난 떨지 마라?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처음에 문제가 된 생리대를 몇 년간 썼는지를 이야기하던 분노와 걱정에서, 어차피 패드·탐폰 다 똑같다며 체념하고 생리를 안 하는 방법을 묻는 환자가 늘었다. 환경호르몬은 생리대만이 아니라 살충제 달걀에도, 햄버거에도 있다고 이야기하면 다시 낯빛이 어두워진다. 그러는 사이 생리대 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허가와 위험 관리 의무를 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 제기를 시작한 여성환경연대를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유해물질 생리대 문제를 공론화한 시민단체와 특정 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