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왜 통일벼 밥맛이 좋았을까? 이오성 기자 이 무렵 전국의 논은 텅 비어간다. 봄에 논갈이로 시작해서 가을에 수확한 벼를 말리기까지, 200여 일에 걸친 고단한 노동이 쉼표를 찍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시대 농사꾼에게 수확의 기쁨 따위는 없다. 곧 전국의 농사꾼들이 거리로 나설 때가 온다. 애써 수확한 쌀을 길바닥에 부리며 올해도 어김없이 ‘아스팔트 농사’를 지을 것이다. 올해 쌀 수매가가 예년보다 올랐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농민들에게는 부족하다. 사람들은 농민이 징징대면 정부가 달랜다며 눈살을 찌푸린다. 우리 민족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던 쌀은 이제 천덕꾸러기다. 언론에... 미당이 남긴 얼룩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지난달 받아본 어느 월간지에서 흥미로운 대담을 읽었다. 다름 아닌 미당문학상 존폐 여부를 놓고 벌어진 논전이었다. 미당 서정주의 삶과 문학을 긍정하는 동시에 미당문학상을 옹호하는 편에서는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시인 한 명과 최근 간행된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 2017)의 간행위원이기도 했던 문학평론가 한 명이 나왔다. 한편 폐지론자 쪽에서도 똑같이 시인과 문학평론가가 한 명씩 나섰다. 편집으로 순화된 지면인데도 혈투의 열기가 생생하게 감지되었다. 미당문학상은 2001년 제1회 수상자를 낸 이후 올해 17회 수상... 평화의 전령 자청한 IOC 위원장 남문희 기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64)은 1998년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이다. 그는 지난 7월3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면담한 김대중 전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1998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북한의 참가는 불투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동의하면 나는 무엇이든 동의한다”라고 말했다고 바흐 위원장이 전했다. 그 말을 듣고 바흐 위원장은 북한을 설득했고, 북한의 시드니 올림픽 참가와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이라는 성과를 냈다... 잘 익은 물김치 같은 꽃게장이라니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 꽃게와 가오리가 물밑 마실에서 마주친 모양이다. 꽃게 눈은 뻗고, 가오리 눈은 벙긋하다. 날개와 꼬리에 감도는 떨림이 가오리의 곤두선 신경을 여실히 드러낸다. 꽃게도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이웃인지 나 잡아먹을 놈인지, 순간 가려야 할 테지. 도화서 소속 화원 장한종(張漢宗, 1768~1815)이 남긴 〈어개화첩(魚介畫帖)〉 속 한 장면이다. 전통 시대에 물고기와 갑각류 등 수중 생물을 소재로 한 그림을 ‘어해도(魚蟹圖)’라고 한다. ‘어해도’는 다산과 출세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게 그림은 과거 시험의 1등을 뜻한다. 게의 당사자 소외된 제빵 기사 대책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 기사들의 실질적 사용자이니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고용노동부가 명령했다. 그런데 그간 본사의 횡포를 감내하는 ‘약자’로서 이야기되었던 가맹점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갈피를 못 잡던 차에 가맹점주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제빵 기사들이 파업이라도 하면 그 피해는 누가 보나요.” 물론 가맹점주들이 제빵 기사 본사 고용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본사 인력이 가맹점에 상주하는 부담과 인건비 증가 걱정이다. 그러나 이 한마디는 일정 부분 파리바게뜨 사태의 본질을 담고 있다. 그간 제빵 기사들은 파... ‘도둑고양이’ 기자 취재원 찾아 삼만 리 [취재 뒷담화] 김연희 기자 “개소리요? 지금 저한테 개소리라고 했어요? 고영태씨 맞잖아요.” 2016년 10월 초 어느 날 밤, 김연희 기자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박근혜 게이트 퍼즐을 짜맞추기 위해 ‘취재원 찾아 삼만 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 기자. 촛불 1주년 특별호 때 내부고발자를 다시 만난 김 기자입니다. 실은 고영태씨가 아니었다. 지면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웃음). 그때 고씨 옛 휴대전화 번호를 구해 연락했는데, 그분이 아마 저처럼 착각한 기자들한테 많이 시달렸는지 언성이 서로 높았죠. 거듭 죄송. 내부고발자들 다시... 양적완화 시대의 종말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통화정책의 한 시대가 끝나고 있다. 지난 9월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양적완화로 엄청나게 불어난 연준 대차대조표의 자산을 축소할 계획을 발표했다. 위기에 맞서 비상수단을 동원하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대불황에서 구했던 중앙은행이 이제 보통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양적완화란 금리 인하와 같은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작동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금융자산을 매입하여 본원통화를 증가시키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은 2014년 10월까지 양적완화를 3차례 실시해 약 900 시대보다 앞선 ‘최초’ 여성의 삶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책 만드는 일을 재밌다고 표현하면 불경스러울까. 잘난 체하는 것일까. 재밌는 것은 사실이고 잘난 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도 있다. 어떤 잘난 체냐면, 책을 내지 않으려는 저자를 설득해 결과물을 냈을 때의 쾌감을 바탕으로 ‘세상에나, 결국 해냈어’하는 심정. 다큐멘터리 평전 〈노라노: 우리 패션사의 시작〉은 4년 전 다큐멘터리 영화 〈노라노〉를 본 데서 비롯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아흔 가까운 나이의 현역 패션 디자이너에 매혹되었다. 작년 여름 한 방송기자의 출판 아이디어를 들었다. 노라노를 10년 정도 취재했는데, 다큐멘터리...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보여주마 전혜원 기자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제재를 걱정하는 기사가 쏟아지더니, 이제는 해빙 무드란다. 시진핑 주석이 집단 지도 체제를 1인 체제로 바꾼다고 시끌시끌하다. 한국과의 오랜 교류 역사를 차치하고라도, ‘신흥 초강대국이면서 세계 최대의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는 우리가 맞닥뜨린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다. 중국을 알긴 알아야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추천받은 책이 에번 오스노스의 〈야망의 시대〉다. 이 책은 2005년 중국에 들어가 8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미국 〈뉴요커〉 기자가 쓴 논픽션이다...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불교는 왜 그래? 장웅연 지음, 최밈밈 그림, 담앤북스 펴냄 “고기가 있으면 먹어야 했다. 주는 대로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자비이니까.” 16년째 불교 매체 기자로 일하는 저자가 썼다. 부제는 ‘불교가 궁금한 이들에게 전하는 속 시원한 해답 33’이다. 부처님이 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동성애에 대한 부처님의 생각은? 북한에도 스님이 있다고? 부처님오신날에는 왜 연등을 달지?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무겁지 않은 필체로 풀어놓았다. 책은 문답으로 간단하게 이어지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부처의 생애는 물론 불교의 세계관과 교리... 2차 ‘중림동 다이내믹’ 기자·필자 후기 시사IN 편집국 01 정희상 기자와 함께하는 ‘사건 인사이드' 탐사보도에 관심이 있는 독자 6명과 함께했다. 대학생부터 주부, 홍보 전문가, 시나리오 작가까지 직업과 연령층이 다양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기자가 오랫동안 탐사보도해온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마스터〉의 사례처럼 기자의 또 다른 탐사보도 내용을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기자가 썼던 〈대한민국의 함정〉과 〈검사와 스폰서〉를 사들고 와서 사인 요청을 한 고마운 독자도 있었다. 나이 들었다고 풀어져 있던 내게 신선한 채찍이었다.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고 아름다운 낭비에 헌신할 때 은유 (작가) 대학생들과 만나는 자리, 짙은 눈썹에 선한 미소를 가진 어느 학생이 마음 상태를 글로 쓰면 50%밖에 표현이 안 된다며 글쓰기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공감이나 소통이 서툰데, 자신이 이공계이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어서 문제 같다는 자체 진단도 덧붙였다. 글쎄다. 비단 전공의 문제일까 싶다. 지금의 20대는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게 생존에 유리하도록 길러진 세대다. 남에게서 고개를 돌려야 살아남도록 구조화된 경쟁 집단에서 평생을 자랐다. 글 좀 써보겠다고 해서 갑자기 감정이입이 될 리 만무하고, 무엇보다 그런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형민(SBS Biz PD) 아빠가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국어 선생님이 ‘중학생의 필독서’라고 하여 몇 권의 책을 열거해주신 적이 있어. 그중 하나가 〈상록수〉였지. 일제 강점기에 농촌이 살아야 민족이 산다고 외치며 시골 오지로 뛰어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른들을 일깨웠던 채영신이라는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상록수〉는 오랫동안 ‘한국의 필독서’처럼 자리매김돼 왔어. 이 채영신이라는 작중 인물은 실제 모델이 있었어. 1935년 〈신가정〉이라는 잡지 5월호에서는 “무지가 우리의 적이라는 커다란 진리를 깨우쳤을 뿐 아니라 생명까지 이에 바친 정령의 주인공... 미술관에서 찍는 ‘견생샷’과 ‘묘생샷’ 장일호 기자 미술관과 박물관이 달라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 달리기와 요가를 한 후 전시를 관람한다(국립현대미술관). 백화점에서나 볼 법한 명품 브랜드가 기획전을 연다(서울시립미술관). 텔레비전 신제품 론칭 행사도 프리미엄 마케팅의 일환으로 미술관에서 갖는다(루브르 박물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유물 전시도 열린다(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의 작품마다 붙어 있던 ‘만지지 마시오’ ‘찍지 마시오’ 같은 경고 문구도 옛말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얼마나 ‘바이럴’ 되는지가 때로는 전시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보는 전... 한·중·일 청년들의 비정상 야근 허은선 (캐리어를끄는소녀 대표) ‘퇴근 후 최대한 일찍. 먼저 도착하면 자리 잡아놓기.’ 정시 퇴근을 자신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약속은 늘 이런 식이다. 지난 9월 어느 평일 저녁, 일본 도쿄에서 한 모임도 마찬가지였다. 도쿄의 한 선술집에 약속된 인원이 전부 모이는 데 두 시간 남짓 걸렸다.선술집에서 오간 대화도 한국 직장인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연차를 이미 다 썼는데 남은 석 달은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든가, 지금 다니는 회사가 이른바 ‘철밥통’이지만 평생을 다니기에는 지루할 것 같아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넣는다는 등…. 취기가 오른 그들의 대화를 듣다 20억원 주고 얻은 미식의 별 이오성 기자 〈미쉐린(미슐랭) 가이드〉는 비밀의 성역인가. 심사위원들의 레스토랑 평가만 비밀리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발간 국가의 정부기관과 미쉐린이 맺은 계약 내용도 전부 비밀에 부쳐진다. 〈미쉐린 가이드〉 한국판(서울 편)을 발간하는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예산을 얼마나 투입했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계약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등이 철저하게 기밀 사항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이 대체 몇 부를 인쇄했는지조차 알려진 바가 없다.이런 가운데 11월8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이 발간됐다. 지난해 이맘때 처음 한국판(서울)을 한식재단 왜 진흥원으로? 이오성 기자 미쉐린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정부기관은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재단이다. 2015년 맺은 양해각서에 따라 두 기관이 150만 유로(약 20억원)를 5년 동안 분납한다. 그런데 최근 한식재단이 이 양해각서 파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재단 안팎에서는 〈미쉐린 가이드〉에 앞으로 지출해야 할 비용이 부담스러워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관광공사로서는 펄쩍 뛸 수밖에 없다. 한식재단 측은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 계획대로 올해도 미쉐린에 광고비를 집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공교롭게도 최근 한식재단은 ‘한식진흥원’으로 명칭 “디지털은 미래 아닌 현재” 김동인 기자 중동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국제 뉴스를 담당한 다비드 알란데테 〈엘파이스〉 편집 부국장(37쪽 사진)은 39세의 젊은 나이에 제작 및 유통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10월10일 편집국 ‘컨트롤 데스크’에서 그를 만났다. 편집권 독립은 어떻게 보장되어 있나? 편집진과 경영진이 독립적으로 일한다. 서로 마주칠 일이 없다. 편집권 독립에 관해 1976년에 만들어둔 회사 내부 규율·규칙이 있다. 이게 편집국을 운영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디지털 중심 변화가 편집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상당히 큰 변화가 있었다. 2년 전만 해도 이... 온라인 순풍 탄 스페인 언론의 ‘대항해시대’ 마드리드·글 김동인 기자, 사진 조남진 기자 엘파이스(El País)설립:1976년 5월판형:타블로이드편집국 현황:스페인 마드리드 본사 바르셀로나 지사 멕시코 멕시코시티 지사 브라질 상파울루 지사 미국 워싱턴 D.C. 지사규모:스페인 마드리드 편집국 기자 약 300명 멕시코·브라질 편집국 기자 약 100명출판 방식:지면 출판(스페인어·카탈루냐어) 홈페이지 5개 언어(스페인어, 카탈루냐어, 멕시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 모바일 앱독자:2016년 하루 평균 19만4005부 판매 온라인 순방문자 월평균 4000만명소셜 미디어:페이스북 구독자 약 383만명 유튜브 구독자 “우리만의 정보가 있다” 김동인 기자 경력 30년차인 호세 마리아 이루호 〈엘파이스〉 기자(사진)는 5명으로 구성된 탐사보도팀을 이끌고 있다. 스페인과 남미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에게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탐사보도의 역할을 물었다. 탐사보도팀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명은 바르셀로나에, 나머지 네 명은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활동한다. 정치적 부패와 테러리즘, 은행, 비즈니스 분야를 주로 파헤친다. 지금은 멕시코 정치인에 대한 기사를 준비 중인데, 안도라·바하마·케이맨 제도·스위스 등에 있는 비밀 계좌를 추적 중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