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암을 바라보았다 송아람 (만화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암이란다, 이런 젠장…〉을 읽으면서 떠올린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자신의 암 투병기를 그린 이 만화는 분명 비극적인 결말을 전제하고 있다. 유머러스한 대사와 자유분방한 그림체 때문인지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 비극적인 결말을 까맣게 잊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 미리엄 엥겔버그는 암에 걸린 자신의 일상을 꾸미지 않고 가감 없이 그렸다. 고통을 억지로 과장하거나 희화하지도 않았고, 고통에 매몰되지도 않았다. “이건 그동안 늘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 론니플래닛을 믿지 마세요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최근 세계적인 여행 정보 그룹 ‘론리플래닛’이 2018년 최고의 여행지(국가)를 발표했는데, 대한민국이 칠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갑작스러운 낭보에 SNS에 의견이 쏟아졌다. 지금 한국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국인 여행자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밖에 없다는 비아냥부터 한국인조차 국내 바가지요금에 질려 해외로 나가는 판에 대체 무엇이 매력적이냐는 한탄까지, 비판 일색이었다. 론리플래닛이 한국을 2위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새롭게 개통되는 고속철도(서울-강릉 간)를 타고 평창... 에드워드 스노든은 왜 이책을 읽었을까 김영은 (아작 편집자)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서 소개되며 화제가 되었던 〈리틀브라더〉 속편이다. 테러 사건에 휘말려 국토안보부와 맞섰던 17세 소년 마이키. 이제 대학생이 되었지만, 치솟는 학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에 시달리다가 중퇴한다. 마이키는 직업을 찾아 전전하지만 별 소득이 없다. 그때 마이키의 손에 정부의 어마어마한 치부가 담긴 문서들이 들어오고, 학자금 대출에 얽힌 기업과 정권 차원의 음모가 밝혀진다. 주인공과 그 친구들은 과연 포기하지 않고 폭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사찰... 기자 이용마가 10년 후 아들에 보낸 편지 임지영 기자 지난 9월 이용마 MBC 해직 기자의 자택에서 긴 인터뷰를 마치고 식사를 하러 갔다. 복막암 투병 중이라 음식을 가릴 줄 알았는데 기력이 쇠해 요즘은 뭐든 잘 먹는다고 했다. 손님이 오면 아내 김수영씨도 외식을 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했다. 점심 메뉴는 청국장과 보리밥이었다. 밥을 먹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 관해 물었다. 이용마 기자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듯 건조하게 아내를 소개받게 된 경위를 말했다. 어쩌면 살면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였을 텐데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 주식회사는 왜 불평등을 낳았나 시사IN 편집국 냉전의 과학 오드라 J. 울프 지음, 김명진·이종민 옮김, 궁리 펴냄 “한반도에 냉전, 그리고 냉전 과학기술은 현재진행형 사건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이슈는 단연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였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며, 대륙간 탄도미사일 기술을 곧 완성할지 모른다는 사실은 한반도를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 지역으로 만든다. 미국이 핵 개발에 성공하고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린 이래로,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저 자식이 날 때릴지 모르니 압도적인 힘을 가져야 해’라고 냉전의 두 거인은 똑같이 생각했다. ... “니들이 게 맛을 알아?”가 시가 되는 순간 이숙이 기자 ‘수사반장’ ‘양촌리 회장’ 등으로 국민 배우 반열에 오른 연기자 최불암은 술자리를 즐기는 편이다. 그날도 지인 몇이 술잔을 기울이던 참인데, 화장실을 다녀오던 그가 갑자기 몸을 구부려 댓돌 위에 어지럽게 놓인 신발을 정리했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니 “시간을 함께하는 이에 대한 예의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명동에서 ‘은성’이란 술집을 운영하던 어머니 덕에 어려서부터 시인들을 많이 만난 최불암은 촬영이 없는 날이면 시집을 읽을 정도로 시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70대의 나이에도 휴대전화로 이런 문자들을 날려서 ‘진짜... 내게는 19년을 취재한 사건이 있다 [프리스타일] 정희상 기자 고 김훈 중위가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되기까지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지난 19년 동안 나는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낸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 예비역 중장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지만 그에게 아들의 죽음은 더 남달랐다. 사건이 나기 얼마 전까지 그 자신이 군단장을 맡아 관할했던 1군단 인근에서 아들이 권총에 맞아 숨졌기 때문이다. 김척 장군의 고통은 아들을 군에서 잃었다는 비통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진실 규명에 동행한 나에게 늘 결연한 의지를 밝히곤 했다. “죽음의 진실을 밝혀낸다고 훈이가 살아 ... 우리 안의 불 심보선 (시인·경희사이버대학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노르웨이에서 대박이 난 리얼리티 쇼가 있다. 연예인들이 나와 요리를 하거나 사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출연자는 일반인이다. 그들은 우승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경연을 벌이지도 않는다. 그저 장작을 패서 모닥불을 지피는 게 전부다. 프로그램은 그들이 그러한 일들을 평소와 다름없이 수행하는 장면을 편집 없이 장시간 방영한다.이 프로그램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일과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멈춤과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출연자들이 장작을 쌓을 때 평평한 면을 아래로 해서 ‘빨갱이를 잡자’에서 ‘동성애를 막자’로 김연희 기자 지난 9월28일 아침 8시, 참여자가 200여 명에 이르는 단체 카카오톡(카톡) 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헌법 개정 국민 대토론회. 퍼 날라 주십시오. 인천으로 모여주십시오. 시간이 촉박합니다. 반성경적, 반기독교적인 동성애·동성결혼, 이슬람의 대량 유입. 독소 조항들로 가득한 개헌은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반대. (중략) 연락처:윤○○ 목사/010- ○○○○-○○○○’ 이날 오후 인천에서 열리는 헌법 개정 대국민 토론회(개헌 토론회) 참석을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헌법 조항에 있는 ‘양성 평등’을 ‘성... ○○○ 의원님, 왜 학교수업을 사찰하시나요? 조영선 (영등포여고 교사)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16개 교육청을 통해 사드 배치, 탈핵, 탈원전, 5·18 관련 수업 자료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사드 배치와 탈핵이야말로 올해 학생들이 입시를 치를 때 면접 등에서 질문을 받을 수 있는 유력한 시사 이슈이다. 특히 탈핵과 관련해서는 공론화위원회까지 가동된 국가 시책으로, 전 국민이 알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제발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생각을 올려달라’고 포털 사이트에 광고도 했다. 5·18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대사 교과서에 이미 빼곡하게 실려 있는 주제이다. ... ‘보이지 않는 학생들’ 특성화고의 삶 임지영 기자 “선생님이 졸업생 취업자 페이지를 보여주시면서 말했습니다. ‘삼성에 갔다. 못생기지 않았냐? 뚱뚱하다. 이런 학생도 갔으니 너희도 갈 수 있다.’ 금융권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얼굴은 본다. 몸무게도 빼야 하고 웃는 얼굴에 예뻐야 한다. 키도 165㎝는 되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10월29일, 학생의 날을 맞아 특성화고등학교(특성화고) 학생 50여 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특성화고등학생 2000명 권리선언’을 했다. 이날 참여한 학생 중 한 명의 발언이다. 이 밖에 학생들은 ‘고졸 출신’이 받는 임금 차별과 성... 중국 공산당은 창업을 사랑해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를 가보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창업센터에서 젊은 청년들이 하루 종일 창업을 위해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공간을 제공받으며 창업 교육, 창업 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하는 데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건물 안에 들어선 수많은 ‘창업카페’들의 게시판에는 창업 아이디어, 투자자 모집 공모가 넘쳐난다. 정부에서도 이런 창업센터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을 준다.지난 9월16일에서 18일까지 중국 시안에서 결승전이 열린 ‘제3회 중국 인터넷+대학생 혁신창업대 와이파이 밀어낼 라이파이를 아시나요? 이진오 (〈밥벌이의 미래〉 저자) 스마트폰,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가 눈에 보인다면 어떨까? 통화할 때마다 전화기 주변이 밝게 빛나고, 통신사 기지국은 늘 대낮같이 환할 것이다. 마이크로파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이런 요란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만약 눈에 보이는 빛(가시광선)으로 무선통신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2011년 한 TED 강연에서 빛을 이용한 통신이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라이파이(Li-Fi)라 이름 붙은 이 기술은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안테나 대신 빛이 나는 진짜 전구를 이용한다. 이날 강연자는 밝게 빛나는 일터가 사람다워야 사람답게 살지요 양정민 (자유기고가) “법으로 기업에서 의무교육하잖아요. 대부분 거기서 하는 내용이 ‘상대방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본다’…. 새로운 지식은 없어요. 사실 다 알고 있는 거거든요. 누구도 성희롱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단 말이에요. 잘못인 줄 모르고 하는 거지.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제일 좋은 성희롱 예방 교육은 성희롱하다가 X된 새끼들 인터뷰를 한 시간 동안 틀어주는 거예요. ‘내가 왜 성희롱을 해가지고 내 인생 조지고 회사에서 잘리고!’ (관객 박수) 겁을 먹잖아요. 어떻게 보면 공포가 가장 좋은 교육일 수 있으니까.”최근 SNS에서 화제가 됐던 코미디언 ‘미풍양속’이라는 말의 괴랄한 효력 김현 (시인) 지난 10월28일, 제주도에서는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됐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집회가 열렸다. 그날 나는 한 낭독회에 참여해 글을 읽고 문단 내 성폭력 공론화 이전과 이후에 관하여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들었으나 그 자리에서만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제주시는 혐오 민원을 이유로 제주퀴어문화축제 행사 장소 사용에 대한 승낙을 철회했다.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될 경우 제주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등 공공복리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 어떤 분을 위한 헌정 사이트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지난해 11월 ‘근혜 게이트(geunhyegate.com)’ 홈페이지 주소를 미리 사뒀습니다. 언젠가 박근혜 게이트 기사를 모은 프로젝트 페이지를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1년 만에 이 주소로 된 ‘〈시사IN〉 박근혜 게이트 아카이브-기록의 힘’을 공개합니다. 지난여름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프로젝트 페이지를 기획한 전혜원 기자입니다. 아카이브 페이지 구성은? ‘게이트의 시작’ ‘등장인물’ ‘적폐실록’ ‘촛불에서 탄핵까지’ ‘기록의 힘’ ‘캐비닛 503’ ‘에필로그’ 등 〈시사IN〉이 그동안 박근혜 게이트를 취재하며 모은 공소장과 판... 세계화, 인천, 그리고 제주올레 문정우 기자 내게 인천은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결혼을 하고 나서 첫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20년 넘게 살았다. 서울에서 전세살이를 하기에도 지쳤고 그마저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던 참이어서 마침내 인천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1년 반 전쯤에 어린 시절을 보낸 옛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집을 사서 이사했다. 지방 도시에 옮겨 앉고 보니 서울에서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도시가 확연하게 활기를 잃었다. 예전에 인천교육대학을 비롯해 중·고등학교가 밀집해 교육환경이 좋아 고급 ... 1934년 나혜석 “조선 남성 심사는 이상합니다” 김형민(SBS Biz PD)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을 만들어왔고 그 비밀이 폭로될 때 ‘멘붕’을 겪는 일을 되풀이해왔어. 1년 전 이맘때 최순실이라는 정체불명의 여인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었던 것도 한 예가 되겠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폭로 1주년을 맞아, 앞으로 몇 주간은 ‘이 땅을 뒤흔든 폭로’ 이야기를 들려줄까 해. 1921년 3월19일, “여성 서양화가로 우리 조선에 유일무이한 나혜석씨의 양화 전람회(〈매일신보〉 기사)”가 열렸어. 이틀간의 전시회에 수천명이 몰릴 만큼 전람회는 대성황... 종이주간지 슈피겔이 온라인을 휩쓴 방법 김동인 기자 슈피겔(Der Spiegel) 설립:1947년 1월4일 판형:주간지 편집국 현황:부르크 본사, 독일 전역 7개 지사, 세계 16개 지역 특파원 기자 수:주간지 〈슈피겔〉 기자 약 260명, 〈슈피겔〉 팩트체크팀 약 70명, 〈슈피겔 온라인〉 기자 약 140명 지면 독자:2017년 3분기 평균 76만8498부(지면, e북) (정기 구독자 36만4333명) 온라인 홈페이지:2017년 8월 총 페이지뷰 약 10억9059만 뷰, 2017년 8월 총 접속자 약 2억3241만명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슈피겔〉 구독자 약 44만1900명,... 노조 없는 노동자도 목소리 내게 할 문재인식 해법 이종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말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체 노동자의 90%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킬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미조직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노동자이다. ‘임금은 능력에 따라 받는다’고 하지만 노동자가 자신의 이익을 공개 표명하고 협상해서 관철할 수 있는지(즉,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도 임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도구가 바로 노동조합이다. 비슷한 능력의 노동자라도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에 들어가는 쪽이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