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본 적 없고 말해본 적 없는 한 단어 김현 (시인) 출근길 지하철에서였다. 노약자석 앞에 서게 되었다. 신문을 보고 있던 한 어르신이 “진즉에 이랬어야지, 도둑놈들” 이라는 말을 다 들리게 내뱉었다. 나와 내 주변에 섰던 이들이 거의 동시에 그이를 바라볼 정도였다. 신문의 정치, 경제, 사회면을 읽다가 저런 소리를 내뱉는 거야 비일비재하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보아하니 그이가 읽고 있던 면에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5명의 추모식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말의 쓰임에 적재적소가 있음을 아직 알지 못하고 또한 앞으로도 알 수 없기를 유럽 언론의 생존 전략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저널리즘 미래를 묻다’ 시리즈가 이번 호로 8회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을 취재한 신한슬 기자에 이어 〈엘파이스〉 〈슈피겔〉 〈가디언〉 〈엘콘피덴시알〉 〈폴리티켄〉 등 유럽 언론을 훑은 김동인 기자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김 기자입니다. 디지털·모바일 파고가 유럽 언론에서도 거셀 텐데? 당연하죠. 요즘 유럽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가장 큰 고민거리는 페이스북입니다. 재주는 미디어가 부리는데 정작 돈은 플랫폼 업자에게 흘러가니까요. 취재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편집국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공간적인 혁신을 이룬 〈엘... 독자에게 무엇을 주고 있나 [프리스타일] 천관율 기자 자기가 책을 사서 읽고 자기 시간을 써서 독서토론을 한다. 그러고는 회사에다 돈을 낸다. 넉 달 동안 네 번 모이는데 싼 상품은 19만원, 비싼 상품은 29만원이다. 그 돈을 낸 고객도 정해진 시간까지 독후감을 내지 않으면 토론에 못 들어가게 막는다. 요즘 승승장구하는 독서토론 스타트업 ‘트레바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 스토리처럼 들린다. 현란한 신기술의 경연장인 스타트업 세계에서, 트레바리는 ‘책과 모임’이라는 고색창연한 아이템으로 성공 모델을 개척하는 중이다. 1년에 20만원짜리 읽을거리를 파는 회사에 있다...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잘 넘어지는 연습 조준호 지음, 생각정원 펴냄 “3등. 금빛 영광을 놓쳤음에도 포기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거머쥘 수 있는 등수.”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으레 그렇듯, 저자 조준호씨 역시 20년간 운동만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은 그 과실이자 결말이었다. 시상대에서 그는 ‘다음 올림픽 금메달’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봤다. 스물여섯에 은퇴한 뒤 유도 체육관을 운영하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 중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 추천할 만하다. 외부인이 알기 어려운 국가대표 선수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태릉선수촌을 떠난... 김관진, 증거 차고 넘치는데 석방이라니 김은지 기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석방됐다. 군 댓글 부대 관련 혐의로 구속된 지 11일 만이다. 11월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김 전 장관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라며 석방의 이유를 밝혔다. 11월11일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주요 범죄 혐의인 정치 관여가 소명된다”라며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1일 사이 증거 등 달라진 상황은 없었지만 법원의 판단이 갈렸다. 이틀 후인 11월24일 한국인이! 한글로! 비틀스를 정리하다니 차형석 기자 한경식씨(55)에게는 아홉 살 많은 형이 있다. 열여섯 살 소년 시절에 한씨는 형이 모아놓은 1960년대 〈뉴스위크〉에서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 비틀스의 사진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알아봐야겠다.’ 운명적인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그 사진을 보았을 때를 기억한다. 소년은 대기업의 엔지니어가 되었다. 열여섯 살에 처음 접한 비틀스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비틀스의 노래를 듣고, 신문·잡지에 실린 관련 기사를 모아나갔다. 그러던 1995년, ‘비틀스 앤솔로지 프로젝트’를 접했다. 비틀스의 모든 곡을 정리해봐야겠다고 마... 누가 읽어도 좋은 ‘한국 경제 특강’ 차형석 기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대표적인 노동 관련 싱크탱크 중 하나다. 19대 대선 직전인 지난 3~4월 이 연구소는 노동조합 현장 간부를 대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특강을 마련했다. 주제는 양극화·노동·경제성장·재벌·금융· 경제민주화·재정혁신. 현실 참여적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경제학자 7인이 연단에 섰다. 강사들은 대체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 부처·위원회 등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던 이들이다. 정부에 참여했던 경험을 전하고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 진단하며 대안을 같이 고민해보자는 자리였다. 이 특강이 책으로 묶여 나왔... ‘한국적 기독교’를 묻는다 김수한 (돌베개 편집주간)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시민K, 교회를 나가다〉를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함께 만들었다. ‘선생님’, ‘실장님’ 등 여러 호칭을 섞어 썼지만 이제는 ‘목사님’이 가장 익숙하다. 연구소 사무실은 따로 없고 서울 서대문에 있는 민중교회인 한백교회(안병무홀)를 활용한다. 소박한 회당에는 단상이랄 것이 없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십자가가 귀퉁이에 걸려 있다. 종교는커녕 교회도 다니지 않는 내게 이 공간은 늘 환대를 받는다는 느낌을 준다. ‘왜 환대를 해주십니까’ 물을 새도 없이 어울리게 되... 비루하지만 요긴한 여행 노하우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지금이야 파키스탄으로 가기 위해서는 비자를 받아야 하지만, 2001년 이전에는 비자가 필요 없었다. 인도 펀자브 주에 있는 황금사원의 도시 암리차르를 거쳐 국경지대인 와가에서 도보로 넘어가면 곧 파키스탄이었다. 털털거리는 합승 지프를 타고 와가로 가면서 고민은 딱 하나였다. 이번엔 또 무슨 말로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기쁘게 해서 손쉽게 국경을 넘어갈 수 있을까. 무슨 말이냐고? 뇌물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입을 잘 놀리는 게 중요하다. 먼저 인도 영토에서 출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인도 측 출국 담당자가 딴죽을 건다. ... 현장실습생 연이어 사고 임지영 기자 제주도 특성화고에 다니던 이민호군이 프레스에 깔려 숨진 사건 전후로 현장실습 중이던 학생들의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11월16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일하던 한 특성화고 3학년 박 아무개군이 플라스틱 제조공장 4층에서 투신해 다리와 머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의식도 회복된 상태지만 기도 삽관 등의 조치로 11월30일 현재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다.투신 전 박군은 17명 규모의 합성섬유 제조업체에서 박스 포장 업무를 담당했다. 화학물질 배합 업무를 보조하기도 했다. 실습을 시작한 지 8일째였다. 특히 박군이 유아인은 페미니스트인가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나는 페미니스트다.” 지난 11월26일 배우 유아인이 페이스북에 이렇게 선언했다. 이 선언 이후, 유아인이 페미니스트인가 아닌가 하는 찬반론이 SNS를 메운다. 이 물음에 반응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페미니스트란 어떤 사람인가. 페미니즘의 다양한 이해에 따라서 누군가가 페미니스트인가 아닌가에 대한 답은 달라진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각기 다른 이해와 개념 정의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는 논쟁은 파괴적이고 소모적이다. 1971년 미국에서 나오는 〈가톨릭 세계(Ca... 좀비처럼 온 나라를 헤멘 50만 국민방위군 김형민(SBS Biz PD) 한국전쟁 때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를 떠나 남으로 온 할아버지 가족은 제주도에 상륙하게 돼. 고달픈 피란살이 중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이 어린 여동생과 함께 항구 주변을 걷던 할아버지는 큼직한 수송선 위에서 “얘들아!” 하고 애타게 부르짖는 청년을 발견해. 깡마른 얼굴의 그는 두 손을 싹싹 빌면서 밧줄을 늘어뜨리고 있었다는구나. “얘들아 배가 너무 고프다. 뭐든 먹을 걸 밧줄에 매다오.” 배고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할아버지는 그 청년이 너무 불쌍해 보였고 할아버지 남매의 그날 점심이었던... 진짜 ‘먹부림’을 위한 ‘푸드 바이블’ 이오성 기자 10년 전만 해도 음식 책 하면 요리책과 맛집 소개 책이 거의 전부였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방송과 인터넷의 맛집 소개가 빨아들였다. 먹방과 쿡방이 대세를 이루면서는 급기야 ‘푸드 포르노’ 시대를 탄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작용이었을까. 양질 전환이었을까.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양질의 콘텐츠에 목말라했다. 2010년 이후 진지하게 맛과 음식을 탐구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맛 콘서트’ 같은 행사가 열리고, 음식 칼럼니스트 양성 과정이 생겨났다. ‘음식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이었다. 책이 단비를 뿌려주... ‘연뮤덕’의 성지 아트원씨어터 중림로 새우젓 (팀명) 2013년 11월19일. 〈맘마미아〉 〈맨오브라만차〉 등 ‘뮤지컬 대작’이 개막을 앞둔 시점에 생소한 이름의 소극장 연극 〈나쁜 자석〉이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공연 1차 티켓 예매가 시작된 당일 오전에 64%를 팔아치운 덕이다. 11월14일 있었던 사전 공연 5회차 예매는 1분 만에 매진 사례를 보이며 언론에 ‘자석 신드롬’이라 언급되기도 했다. 그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케팅이라는 뜻)’ 현장에 나도 참전했다. 연극 뮤지컬계의 인기 배우 송용진·김재범·정문성 등이 출연하는 데다 2005년 초... 무능하고 고독한 ‘영포티’ 오수경 (자유기고가) 아직 제작도 되지 않은 드라마가 여기저기서 화제다. 아이유가 출연을 확정 지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20대 계약직 여성과 40대 대표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20대 계약직 여성’을 연기할 아이유와 ‘40대 대표’를 연기할 이선균의 나이 차이는 열여덟 살이다. 이 현격한 나이 차가 ‘문제가 되지 않아’ 도리어 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 배우는 30대만 되어도 맡을 역할이 없어서 걱정이라는데 남성 배우는 40대가 되어도 무려 열여덟 살 연하와 로맨스가 가능하다니! 〈나의 아저씨〉 소식을 듣고 문득 ... 양한모의 캐리돌 만평 양한모 기자 김경수의 시사터치 김경수 (만화가) 애들이 죽어나는데 취업률만 높이라니 임지영 기자 “현장실습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게 세 번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특성화고 졸업생 복성현씨가 눈물을 흘렸다. 재학 중 세무사 사무실에서 현장실습을 한 복씨는 업체 직원에게 “학생이니까 돈 받고 학원에 다닌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 초과근무를 했지만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무시하는 투의 발언이 이어졌고 그만두려 하자 “지금 그만두면 결혼해 뭐 먹고 살겠느냐”라는 말을 들었다. 학교에 말하니 교사는 “참으라”고 말했다. 교사는 현장실습을 그만둔 학생을 ‘배신자’라고 불렀다. 대학에 진학하는 친구에게도 배신자라며 “아르바이트를 ‘외환위기 20년’ 한국 경제를 돌아보다 차형석 기자 지난 11월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IMF 외환위기 발생 20년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0월23일부터 26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57.4%가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의 가장 어려운 시기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지목했다. 조사 대상자의 59.7%가 외환위기가 본인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또한 외환위기가 비정규직 문제(88.8%), 안정적인 직업 선호(86.0%), 소득 격차(85.6%) 등을 증가시켰다고 대답했다(복수 응답) 성폭력 가해자는 남고 피해자는 떠난다 신한슬 기자 ‘회사에서 헐벗지 않는다.’ 중견기업 3년차 직장인 최아름씨(가명·27)는 11월 초 사내 성희롱 예방교육 자료에 쓰인 문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강사가 제시한 ‘성희롱을 예방하는 규칙 1조’에 ‘회사에서 헐벗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었다. 교육 자료에는 “성희롱을 가능하게 하거나 부추기는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성희롱을 예방할 수 있는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태도가 중요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교육을 잘 받았는지 확인하는 문제로 ‘성희롱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 5가지를 쓰시오’가 나왔다.또 다른 성희롱 예방교육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