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치권이 마주한 대연정 딜레마 천관율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되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기본 문법이 세계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번엔 독일이다. 가장 안정적인 정치체제로 손꼽히던 독일이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들어갔다. 유럽연합의 중심 국가 독일이 흔들리면 유럽연합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총선 이후 독일 정치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21세기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고민이 압축되어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하 기민·기사 연합)은 9월24일 총선에서 제1당 유지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연정 협상이 11월19... 세련된 통속극이자 섬세한 성장영화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말로 내뱉으면 소중한 뭔가가 빠져나가버릴 것만 같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습니다(〈책으로 가는 문〉, 현암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어린 왕자〉를 처음으로 다 읽었을 때의 기분”을 표현했던 문장 하나 용케 생각해내고는, 그 마침맞은 말에 마음을 기댄 채 과묵한 저녁을 보냈다. 내 안의 ‘소중한 뭔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배를 깔고 엎드린 그날 밤. 결국 참지 못하고 SNS에 글을 올렸다. “아… 행복하다. 그냥 ‘행복하다’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이 기분.” 이렇게 시작한 내 짧은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박종철 이야기, 개봉박두 정희상 기자 1987년 6월 민주항쟁(이하 6월항쟁)의 도화선이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영화로 제작되어 관객을 만난다.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던 박종철 사건을 다룬 영화 〈1987〉 제작에 ‘박종철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함께했다. 그 가운데 박종철씨의 아버지 박정기씨와 형 종부씨를 빼놓을 수 없다. 사건 당시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라는 아버지의 말은 시위 학생들의 플래카드에 그대로 담겼다. 박정기씨는 이후 30여 년 동안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를 이끌다 최근 노환이 악화돼 요... 총장 하려고 교수 되었나?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박근혜 청와대’가 교육부를 통해 국립대 총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고 한다. 국립대가 추천한 1순위 총장 후보 대신 2순위 후보가 임명되고, 교육부가 특별한 사유 없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한 일들이 청와대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공개된 바 있다. 정치권과 관료들이 대학 총장을 선거 승리의 전리품이나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하청업자로 보았다면, 사립대 재단은 총장을 가족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 여기는 모양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사립대 67곳 중 총장직을 3대째 자식에게 물려주고 있는 한 사립대를 포함해 29곳의 대학에서 재단 이제 방송에서 통편집되지는 않지만 [프리스타일] 주진우 기자 이명박 정부 초기였습니다. 저는 MBC에서 작은 인터뷰 코너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초대 손님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당시 박 이사는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고소를 당했거든요. 인터뷰 끝날 때쯤 국가기관에서 개인을 소송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방송 후, 저는 바로 잘렸습니다. 그 후로 저는 MBC에서 사라졌습니다. 뉴스만 빼고요. ‘검찰에 소환된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재판을 받는다.’ MBC 뉴스만 보면 저는 천하의 흉악범이었지요. 뭐, 그런 시대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였습니다. SBS... ‘나만 빼고 다 이상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 김윤경 (사이행성 편집자) 오래전에 알던 이가 차가 막히면 이런 말을 내뱉곤 했다. “다들 왜 차를 가지고 기어나온 거야?” 역시 우리도 차 안에 있었기에 그런 그가 모순적이라고 여겼다. ‘남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에 있는 들보는 못 보냐’며 그를 나무랐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를 처음 읽은 직후, 어퍼컷을 한 방 맞은 듯한 기분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감동, 미안함, 부끄러움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 한 달 전쯤 “넌 좀 이기적인 것 같아”라는 뉘앙스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누군가가 떠올라,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그...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청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변진경 기자 20~30대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고민을 토로했다. “집에서 독립을 하고 싶어서 투잡을 뛰어도 비싼 보증금 마련하기가 힘들어요. 내가 사는 지방 정부에서 청년 주거 지원책이 나왔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세상에 정책 시행 목표 연도가 2022년이네요.” “불안했지만 내 길이다 생각하고 빚을 내서 창업을 했다가 결국 실패하고 사업을 접었어요. 실패도 실패지만 도전의 앞뒤가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런 안전망 없이 무모하게 뛰어들어야 하고, 실패하고 나서는 재도전할 기회도 없이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후배들이 나를 보고 ‘... 바람 잘 날 없는 트럼프 이번엔 망 중립성 폐지?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흉흉하게 떠돌던 ‘망 중립성(net neutrality) 폐지’가 결국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친공화당 성향인 아짓 파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 11월21일, “정부의 강압적인 규제를 철폐해 인터넷이 번성했던 2015년 이전의 가벼운 규제로 되돌리겠다”라고 천명했다. 사실상 망 중립성을 폐지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는 12월14일 FCC 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현재 FCC 5명 위원 가운데 공화당 성향이 파이 위원장을 포함한 3명, ... 북한의 화성 15호가 남다른 이유 남문희 기자 북한이 11월29일 발사한 화성 15호가 화성 14호와 다른 신형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되기 위한 관건은 1단 추진체다. 1단 추진체에는 미사일 주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화성 12호와 화성 14호에는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18일 성공리에 시험을 마친 백두산 엔진이 장착됐다. 백두산 엔진은 옛 소련 RD250 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그런데 RD250 엔진은 위력은 좋으나(80~90t) 부피가 너무 컸다(지름 3m). 그 절반만 잘라 개조한 게 백두산 엔진이다. 당연히 추력도 40~45t으로 반토막 났다. 화성 12호... 미국민은 망 중립성 유지 여론 60%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공화당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망 중립성 폐지’ 문제는 내년 11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망 중립성 폐지에 따른 피해가 인터넷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망 중립성 문제와 관련해 유지 여론이 60%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지역구 의원들에게 항의 전화를 걸어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 중립성 폐지 방침을 저지하자’며 적극 독려 중이다. 실제로 이 방침이 발표된 이후, 하루 20만 건 이상의 항의 전화가 상하원... 만리장화벽 덕에 중국 인터넷이 발전하는 아이러니 허은선 (캐리어를끄는소녀 대표) 12월 초 한국에 놀러 오는 중국 다롄 친구가 휴대전화 화면 갈무리 사진을 보내왔다. 화면 맨 위 왼쪽에는 VPN이란 글씨가 찍혀 있었다. 한국 폰을 로밍해온 여행객들이야 중국에서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쓸 수 있지만, 중국 현지 유심으로는 불가능하다. 중국공산당은 정보의 흐름과 언로를 통제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유튜브·구글·지메일 등을 차단한다. 나도 1년을 중국에서 살아야 하는 이상 현지 유심 구입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중국의 검열 시스템인 ‘만리장화벽(Great Wall)’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감을 의미했다.뜻이 있 “탐사보도가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 김동인 기자 기자가 고생하고 언론이 길들여지지 않을수록 독자는 행복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은 불편하다. ‘워터게이트’ 보도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진짜 기자라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 망할 놈들(Bastards)이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라고 질문해야 한다.” 정부, 유력 정치인, 대자본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언론이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 바로 언론의 독립성과 꾸준한 탐사보도다. 편집권 독립을 외치며 창간한 〈시사IN〉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탐색하기 위한 자리를 ... ‘프랑스의 이국종’이 만든 ‘벽을 넘어선 병원’ 파리∙이유경 통신원 현대 프랑스의 응급의료 체계는 ‘SAMU (Service d’Aide Médicale Urgente:응급 의료지원 서비스·사뮈)’로 대표된다. 경찰·소방구급대와 구분되는 응급의료 시스템 SAMU는 ‘필요한 현장으로 병원을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SAMU는 의료 현장에서 탄생한 제도다. 마취과 담당의였던 루이 라렝 교수가 창시했다.라렝 교수는 1955년부터 툴루즈 지방 응급의료팀에서 사고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다. 경찰서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도 잦았다. 그는 교통사고 건수가 현저히 증가했는데도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2 박근혜 국선변호인단이 법정에서 들은 말 “목숨 내놓고 하라” 김연희 기자 ■ 11월24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78차 공판 11월17일에 이어 검찰이 삼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증거를 설명했다(서증조사). 이날 최순실씨의 공모 관계 관련 증거가 다뤄졌다. 피고인 중 최순실씨만 출석했다. 검찰: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에서 근무한 김건훈 행정관의 진술조서에 첨부된 K스포츠재단 관련 주요 일지를 제시하겠다. 안종범 수석에게서 압수한 문건이다. 2016년 10월경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기사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나오자 안종범이 주요 내용을 시계열로 작성해보라고 지시해 김건훈이 작성한 문건이다. 이 중 10월2... 공수 바뀐 여야, 방송법 방정식도 꼬이네 김연희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11월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다. 이번에도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과방위에 소속된 한 국민의당 의원은 “민주당이 사실상 사보타주(태업)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은 한목소리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그런데 야 3당이 처리를 요구한 방송법 개정안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법안에 민주당은 소극적인 데 비해 야당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 광경을 어떻게 ... IS 풍선효과, 안전한 곳이 없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구약성경의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으로 유명한 이집트 시나이 반도. 이곳 북부 비르알아베드의 알라우다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지난 11월24일(현지 시각) 금요일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슬람교도들은 매주 금요일 예배를 본다. 엄숙한 종교의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유리창으로 수류탄 하나가 날아들었다. 엄청난 폭발음에 모스크 안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했다. 놀란 사람들이 출구 쪽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출구 쪽에는 총을 든 테러범들이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이들은 ... 전혜원 기자의 은행 인사 데이터 분석기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전혜원 기자는 마감 뒤에도 늘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습니다. 편집된 지면을 꼭 보고 갑니다. 그냥 보고만 가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고치고 또 고칩니다. 주요 은행 5곳의 인사 데이터를 분석한 제533호 ‘2등 정규직’ 커버스토리도 그랬습니다. 데이터를 받아보고 든 첫 느낌은? 처음엔 문제의식이 약했죠. 은행 내부 2등 정규직 문제도 깊이 있게 알지 못했어요. 무기 계약직에 여성 비율이 많구나 정도였죠. 취재를 하면서 2등 정규직뿐 아니라 공채 비율, 승진 비율에서 ‘유리벽’을 실감했죠. 은행 내부 취재도 했는데? 신한은행... 정치인들에게 여론조사란?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영정 사진으로 돌아온 소년 전혜원 기자 고등학교 3학년 이민호군이 현장실습을 나갔다. 원예를 전공했으나 생수 공장에서 기계를 관리하며 하루 11시간 넘게 일했다. 정직원이 하던 일을 일주일도 배우지 못한 채 혼자 떠맡았다. 기계가 자꾸 멈췄다. 회사에 알렸다. 사람을 붙여달라고 했다. 그사이 일하다 휴대전화 액정이 깨졌고, 1.5m 높이에서 떨어져 다쳤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11월9일 혼자 일하던 이군의 목과 가슴이 기계에 끼었다. 업체는 이군의 잘못이라 했다. 이군은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다 열흘 만인 11월19일 숨졌다. 이군은 열여덟 번째 생일을 나흘... 우리는 숙대로 유학간다 ADVERTORIAL ▶ 영어에 대한 자심감 키울 수 있도록 ▶ 2018년 1월 8일~19일 2주간 ▶ 숙명여대서 통학형으로 진행 ▶ 초등학교 3~6학년생 대상…42명 모집 ▶ 참가비 70만원 중 30만원 구 부담…저소득층 무료 용산구(구청장 성장현)가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인재 양성을 위해 2018년 1월 8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겨울방학 어린이 영어캠프를 연다. 캠프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통학형으로 진행되며 용산에 주민등록 돼 있는 초등학교 3~6학년생을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과 재외국민 거소자는 제외다. 교육시간은 1일 7시간(09:20~16...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