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경제학으로 푸는 “왜 영남만 발전했을까?” 이종태 기자 한반도 남부에서 영남 지역은 수도권과 함께 이미 일제강점기부터 제조업 중심지였다. 남한의 9개 권역별로 제조업 집적도(전국 제조업 가운데 해당 지역의 비율)를 살펴보면, 영남권의 비중은 1929년에 35%(같은 시기 수도권은 41%)였는데 70여 년 뒤인 1990년대 말에도 동일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호남권의 비중은 15%에서 절반이 안 되는 7%로 떨어졌다. 오른쪽 표를 보면, 20세기 대부분 기간 동안 수도권과 영남이 전체 제조업의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다른 7개 권역은 나머지 20%를 조금씩 ... 박정희 정권의 엉덩이를 콕콕 찔러댄 지학순 주교의 날선 강론 김형민(SBS Biz PD) 1972년 10월17일 오후 7시, 대통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대한민국을 울렸어. “(전략) 오늘의 이 역사적 과업을 강력히 뒷받침해주는 일대 민족주체 세력의 형성을 촉성하는 대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약 2개월간 헌법 일부 조항의 효력을 중지시키는 비상조치를 국민 앞에 선포하는 바입니다.” 이른바 10월 유신의 출범이지. 이 시대를 ‘제4공화국’이라 일컫긴 한다만 차마 공화국이라고는 부르기 민망한 때였어. 유신 첫해 12월23일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총 2359명이 투표를 했는데 박정희는 2357표를 얻는다. 북... 세바시 대표, “우리는 기독교 미디어 아니다” 이상원 기자 11월29일 ㈜세바시의 구범준 대표(사진)를 만났다. 2011년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금까지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는 “성 소수자 강연에 대해 교인들의 항의가 빗발쳐 전화선을 뽑아놓았다”라고 말했다. 11월25일 강연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이유는? 모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영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CBS가 항의를 받는 상황이 부당하다고 여겼다. 사실 CBS에는 교인들의 항의가 자주 오는 편이다. 방송 중 맥주 마시는 모습이나 짧은 치마만 나와도 전화하는 이들이 있다. 재공개 결정은 어떻게 내렸나? 전직 CBS PD이기... 성소수자 강연을 두고 홍역 치른 세바시 이상원 기자 ‘성 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 11월23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 제목이다. 내용은 단순했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활동가 강동희씨는 성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을 소개한 뒤 관심을 호소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 영상을 두고, 사람들은 사활을 걸고 다퉜다. 〈세바시〉는 2011년 CBS에서 방송을 시작한 인기 교양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TED〉처럼 공개 강좌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계각층의 연사들이 15분가량 강연을 하고 영상은 CBS TV와 인터넷으로 공... 시사IN 추천 주말에 읽음직한 책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봄비 내리는 날 김한수 지음, 창비 펴냄 “모든 것은 언제나 시작이었다. …아! 함박눈이다.” 작가 김한수의 첫 소설집 〈봄비 내리는 날〉이 전면 개정되어 재출간되었다. 18세로 취업한 노동 현장에서 착취당하고 도시 재개발로 가족의 보금자리까지 잃는 자전적 역정을 그려낸 ‘성장’으로 등단한 것은 1988년. 노동소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나, 그 대다수는 평범한 노동자가 특정한 계기를 통해 계급적으로 각성한다는 다소 천편일률적 내용이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등장한 ‘성장’은 노동소설의 문법을 지키면서도 노동자와 도시 빈민 등의... ‘사람, 걷기, 공부’의 조합에 마음 설레다 은유 (작가) 학교 운동장 수돗가 크기의 족탕에 두 발을 담그고 앉았다. 뜨끈한 김이 오르는 온천수 아래로 짚신처럼 쭈글쭈글하고 단풍처럼 붉어진 두 짝의 발이 나란하다. 총 길이 12㎞, 다섯 시간 코스 종착점에서 수고한 발을 달래주는 시간. 오늘 얼마나 걸었나 보자며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열었다. 1만9000걸음이란다. 나도 열어보았다. 2만2000걸음이다. 아침부터 같은 동선으로 같이 다녔는데 왜 숫자에 차이가 나죠, 묻자 누군가 말했다. 다리 길이가 다르니까요. 맨발의 어른들은 ‘롱다리 숏다리’ 얘기에 깔깔깔 즐겁다.〈시사IN〉 창간 10주 독일 정치권이 마주한 대연정 딜레마 천관율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되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기본 문법이 세계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번엔 독일이다. 가장 안정적인 정치체제로 손꼽히던 독일이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들어갔다. 유럽연합의 중심 국가 독일이 흔들리면 유럽연합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총선 이후 독일 정치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21세기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고민이 압축되어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하 기민·기사 연합)은 9월24일 총선에서 제1당 유지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연정 협상이 11월19... 세련된 통속극이자 섬세한 성장영화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말로 내뱉으면 소중한 뭔가가 빠져나가버릴 것만 같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습니다(〈책으로 가는 문〉, 현암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어린 왕자〉를 처음으로 다 읽었을 때의 기분”을 표현했던 문장 하나 용케 생각해내고는, 그 마침맞은 말에 마음을 기댄 채 과묵한 저녁을 보냈다. 내 안의 ‘소중한 뭔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배를 깔고 엎드린 그날 밤. 결국 참지 못하고 SNS에 글을 올렸다. “아… 행복하다. 그냥 ‘행복하다’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이 기분.” 이렇게 시작한 내 짧은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박종철 이야기, 개봉박두 정희상 기자 1987년 6월 민주항쟁(이하 6월항쟁)의 도화선이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영화로 제작되어 관객을 만난다.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던 박종철 사건을 다룬 영화 〈1987〉 제작에 ‘박종철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함께했다. 그 가운데 박종철씨의 아버지 박정기씨와 형 종부씨를 빼놓을 수 없다. 사건 당시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라는 아버지의 말은 시위 학생들의 플래카드에 그대로 담겼다. 박정기씨는 이후 30여 년 동안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를 이끌다 최근 노환이 악화돼 요... 총장 하려고 교수 되었나?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박근혜 청와대’가 교육부를 통해 국립대 총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고 한다. 국립대가 추천한 1순위 총장 후보 대신 2순위 후보가 임명되고, 교육부가 특별한 사유 없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한 일들이 청와대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공개된 바 있다. 정치권과 관료들이 대학 총장을 선거 승리의 전리품이나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하청업자로 보았다면, 사립대 재단은 총장을 가족 기업의 최고 경영자로 여기는 모양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사립대 67곳 중 총장직을 3대째 자식에게 물려주고 있는 한 사립대를 포함해 29곳의 대학에서 재단 이제 방송에서 통편집되지는 않지만 [프리스타일] 주진우 기자 이명박 정부 초기였습니다. 저는 MBC에서 작은 인터뷰 코너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초대 손님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당시 박 이사는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고소를 당했거든요. 인터뷰 끝날 때쯤 국가기관에서 개인을 소송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방송 후, 저는 바로 잘렸습니다. 그 후로 저는 MBC에서 사라졌습니다. 뉴스만 빼고요. ‘검찰에 소환된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재판을 받는다.’ MBC 뉴스만 보면 저는 천하의 흉악범이었지요. 뭐, 그런 시대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였습니다. SBS... ‘나만 빼고 다 이상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면 김윤경 (사이행성 편집자) 오래전에 알던 이가 차가 막히면 이런 말을 내뱉곤 했다. “다들 왜 차를 가지고 기어나온 거야?” 역시 우리도 차 안에 있었기에 그런 그가 모순적이라고 여겼다. ‘남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에 있는 들보는 못 보냐’며 그를 나무랐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자기애적 사회에 관하여〉를 처음 읽은 직후, 어퍼컷을 한 방 맞은 듯한 기분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감동, 미안함, 부끄러움이 복합적으로 작동했다. 한 달 전쯤 “넌 좀 이기적인 것 같아”라는 뉘앙스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누군가가 떠올라,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그...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청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변진경 기자 20~30대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고민을 토로했다. “집에서 독립을 하고 싶어서 투잡을 뛰어도 비싼 보증금 마련하기가 힘들어요. 내가 사는 지방 정부에서 청년 주거 지원책이 나왔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세상에 정책 시행 목표 연도가 2022년이네요.” “불안했지만 내 길이다 생각하고 빚을 내서 창업을 했다가 결국 실패하고 사업을 접었어요. 실패도 실패지만 도전의 앞뒤가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런 안전망 없이 무모하게 뛰어들어야 하고, 실패하고 나서는 재도전할 기회도 없이 모든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후배들이 나를 보고 ‘... 바람 잘 날 없는 트럼프 이번엔 망 중립성 폐지?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흉흉하게 떠돌던 ‘망 중립성(net neutrality) 폐지’가 결국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친공화당 성향인 아짓 파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 11월21일, “정부의 강압적인 규제를 철폐해 인터넷이 번성했던 2015년 이전의 가벼운 규제로 되돌리겠다”라고 천명했다. 사실상 망 중립성을 폐지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는 12월14일 FCC 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현재 FCC 5명 위원 가운데 공화당 성향이 파이 위원장을 포함한 3명, ... 북한의 화성 15호가 남다른 이유 남문희 기자 북한이 11월29일 발사한 화성 15호가 화성 14호와 다른 신형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되기 위한 관건은 1단 추진체다. 1단 추진체에는 미사일 주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화성 12호와 화성 14호에는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18일 성공리에 시험을 마친 백두산 엔진이 장착됐다. 백두산 엔진은 옛 소련 RD250 엔진을 개조한 것이다. 그런데 RD250 엔진은 위력은 좋으나(80~90t) 부피가 너무 컸다(지름 3m). 그 절반만 잘라 개조한 게 백두산 엔진이다. 당연히 추력도 40~45t으로 반토막 났다. 화성 12호... 미국민은 망 중립성 유지 여론 60%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공화당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망 중립성 폐지’ 문제는 내년 11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망 중립성 폐지에 따른 피해가 인터넷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망 중립성 문제와 관련해 유지 여론이 60%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지역구 의원들에게 항의 전화를 걸어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 중립성 폐지 방침을 저지하자’며 적극 독려 중이다. 실제로 이 방침이 발표된 이후, 하루 20만 건 이상의 항의 전화가 상하원... 만리장화벽 덕에 중국 인터넷이 발전하는 아이러니 허은선 (캐리어를끄는소녀 대표) 12월 초 한국에 놀러 오는 중국 다롄 친구가 휴대전화 화면 갈무리 사진을 보내왔다. 화면 맨 위 왼쪽에는 VPN이란 글씨가 찍혀 있었다. 한국 폰을 로밍해온 여행객들이야 중국에서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쓸 수 있지만, 중국 현지 유심으로는 불가능하다. 중국공산당은 정보의 흐름과 언로를 통제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유튜브·구글·지메일 등을 차단한다. 나도 1년을 중국에서 살아야 하는 이상 현지 유심 구입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중국의 검열 시스템인 ‘만리장화벽(Great Wall)’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감을 의미했다.뜻이 있 “탐사보도가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 김동인 기자 기자가 고생하고 언론이 길들여지지 않을수록 독자는 행복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은 불편하다. ‘워터게이트’ 보도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진짜 기자라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 망할 놈들(Bastards)이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라고 질문해야 한다.” 정부, 유력 정치인, 대자본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언론이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 바로 언론의 독립성과 꾸준한 탐사보도다. 편집권 독립을 외치며 창간한 〈시사IN〉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탐색하기 위한 자리를 ... ‘프랑스의 이국종’이 만든 ‘벽을 넘어선 병원’ 파리∙이유경 통신원 현대 프랑스의 응급의료 체계는 ‘SAMU (Service d’Aide Médicale Urgente:응급 의료지원 서비스·사뮈)’로 대표된다. 경찰·소방구급대와 구분되는 응급의료 시스템 SAMU는 ‘필요한 현장으로 병원을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SAMU는 의료 현장에서 탄생한 제도다. 마취과 담당의였던 루이 라렝 교수가 창시했다.라렝 교수는 1955년부터 툴루즈 지방 응급의료팀에서 사고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다. 경찰서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도 잦았다. 그는 교통사고 건수가 현저히 증가했는데도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2 박근혜 국선변호인단이 법정에서 들은 말 “목숨 내놓고 하라” 김연희 기자 ■ 11월24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78차 공판 11월17일에 이어 검찰이 삼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증거를 설명했다(서증조사). 이날 최순실씨의 공모 관계 관련 증거가 다뤄졌다. 피고인 중 최순실씨만 출석했다. 검찰: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에서 근무한 김건훈 행정관의 진술조서에 첨부된 K스포츠재단 관련 주요 일지를 제시하겠다. 안종범 수석에게서 압수한 문건이다. 2016년 10월경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기사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나오자 안종범이 주요 내용을 시계열로 작성해보라고 지시해 김건훈이 작성한 문건이다. 이 중 10월2...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