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만든 내 안의 괴물 이근행 (MBC PD) 자기 자신을 확신하거나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은 참 드물다. 오히려 자아 정체성의 혼란, 나아가 자아의 분열과 환멸을 겪고 사는 게 흔한 일이다. 언감생심 이 나라 이 민족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그 연유를 설명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른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이루었다는 자부심이 강한 나라임과 동시에, 세계 최하위권의 국가지수가 즐비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나라다. 우리의 정신 속에는 늘 자부심과 부끄러움이 혼재해서, 때론 열광(熱狂)하고 때론 냉소(冷笑)한다. 〈식민지 트라우마-한... 섬뜩한 행복 이경미 (영화감독) 이 책의 무대는 프랑스 파리다. 파리에 살고 있는,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완벽한 보모를 들이게 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평생 여기저기 전전하며 여러 가정의 아이들을 완벽하게 키워온 보모가 드디어 정착하고 싶은 가정을 만나면서 벌어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불가능한 꿈이 된다. 두 아이의 엄마 미리암은 정착할 수 있는 일터를 꿈꾸고, 평생 일터에서 살아온 루이즈는 안정된 가정을 꿈꾸지만 ‘뱀처럼 사악한 운명’은 두 여자가 각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면 ... 좁은 마음에 내려온 우주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평생 양치기로 산 사람들은 죽을 때가 되면 현관 가까운 데 잠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한대. 이유가 뭔지 알아? 자신과 한평생을 함께한 개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이 진정으로 위로가 되기 때문이래.”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올해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정혜윤이 〈인생의 일요일들〉에서 전해준 이 양치기 얘기였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리 외로운 사람도 곧 친구를 만나 밤새 대화하고 휴식을 취한 후 곧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또 누군가의 생은 저물어가고 여전히 세상은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편집국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매체 소멸 시대, 〈시사IN〉은 독자만 믿고 가겠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광화문광장을 기억하시는지요?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열의가 모여 광장은 촛불로 붉게 타올랐습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살 만해졌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뉴스를 보면서 웃을 때도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얼마 전 〈시사IN〉이 주최한 저널리즘 콘퍼런스에 참가한 국내외 언론인들은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독립성과 탐사보도가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복... 독자와의 수다 장일호 기자 독자 번호:116010368 이름:이은중(40) 주소:강원도 원주시 혁신로 컬러링이 범상치 않았다. ‘웰컴 투 평창’ 로고송 첫 소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됐다. “아, 이 컬러링 하라고 해서. 공무원입니다. 소방관.” 이은중씨는 덤덤하게 직업을 말했을 뿐인데 괜히 마음이 덜컹했다. “아, 출동 중이신 건… 아니죠?” “그럼 전화를 어떻게 받습니까.” 11년차 소방관도 가족을 화마로부터 구하지 못했다. 지난 12월21일 이씨는 ‘처삼촌 어른(아내의 작은아버지)’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잃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 김경수의 시사터치 김경수 (만화가) 양한모의 캐리돌 만평 양한모 기자 2017 올해의 사진에 참여한 사진가 시사IN 편집국 김흥구프리랜서 사진가. 해녀의 삶을 담은 〈좀녜〉를 펴냈다. 현재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트멍’ 작업을 담담히 그려나가고 있다. 박김형준도시 재개발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스마트폰 사진도 즐겨 찍는다. 박병문강원도 태백 출신으로 광부들의 인생을 찍고 있다. 〈아버지는 광부였다〉를 출간했다. 박종우사라져가고 변화해나가는 이 세상의 이모저모를 이미지로 수집하는 사진가이다. 〈임진강〉 〈히말라야〉를 출간했다. 변백선〈노동과 세계〉 사진기자. 신자본주의 속 노동과 인권 등 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 숭배와 혐오 사이 ‘신기한’ 신여성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 (…) 돌연히 옆에서 고요를 깨뜨리는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벼락같이 난다. 이때 나의 영혼은 꽃밭에서 동무들과 끊임없이 웃어가며 ‘평화’의 노래를 부르다가 참혹히 쫓겨났다. 나는 벌써 만 일개년간을 두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밤에 이러한 곤경을 당하여 오므로 이렇게 “으아” 하는 첫소리가 들리자 “아이쿠 또” 하는 말이 부지불각간에 나오며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나혜석, 〈모(母) 된 감상기〉 (1923년) 중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 〈신여성 도착하다〉의 규모는 과연 컸다. 회화·조각·자수·사진·인쇄·미술·영화· ... 반페미니즘을 받아치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대부분의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는 연말이면 의례히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의 말에 따르면, 2017년 출판계는 어느 해보다도 페미니즘 열풍이 거셌다. “페미니즘 관련 서적은 해마다 평균 30종 정도 출간됐으나 올해는 78종이나 나왔다.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2.1배 높았다.” 그러나 내가 살펴본 여러 신문(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 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에서는 리베카 솔닛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창비, 2017)가 몇 군데에서 선정되었을 뿐, 여성주의 강화 학습에 필요한 대작은 간... 성희롱 피해자가 긴 편지를 보내왔다 이은의 (변호사) 직장 내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성희롱이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내부 관행에 대한 이야기로 사회가 뜨겁다. 도화선이 된 특정 사건들의 내막이나 시시비비를 떠나, 사회가 함께 뜨거웠던 온도는 긍정적인 담론을 가져온다. 성희롱을 고지받은 후 공공기관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정책안이 나올 정도로, 진지한 고민과 담론은 힘이 셌다.얼마 전 맡은 사건 역시 피해자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뜨거운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술에 취한 남성이 야간에 여대 건물에 들어가 여학생을 뒤에서 안고 도망가다가 이를 저지당하자 여학생을 발로 찬 형 마음을 다해 대충 살자 김현 (시인) 결심했다. 1월에는 늘 그렇듯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고르게 되고,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궁리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기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짝꿍의 강력한 만류, 핀잔과 어르고 달램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줄넘기를 샀다(음, 일단 웃어도 된다). ‘1월1일은 빨간 날이니까, 1월2일부터 주 3회 줄넘기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자’ 마음먹었지만 고개가 바로 끄덕여지지 않았다. 원래 1월의 결심은 고개를 바로 끄덕이는 결심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아직 2월 새해가 있고, 3월 새봄이 있기 때문이 이토록 매력적인 탈세범이라니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느덧 유투(U2)라는 밴드가 공연계의 거물로서만 의미 있다고 평가를 끝내버린 경우가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들의 2014년 작 〈송즈 오브 이노센스(Songs of Innocence)〉는 정말 별로였다. 뭐랄까. 로큰롤을 하기엔 너무 늙은 남자가 필사적으로 젊게 보이려 애쓰는 음악처럼 들렸다. 하긴 먼 옛날 1970년대에 제스로 툴이라는 밴드가 괜히 ‘Too Old To Rock N Roll, Too Young To Die(로큰롤 하기엔 너무 늙었지만, 죽기엔 너무 젊다)... 금색 비키니 굴레를 벗은 사령관 중림로 새우젓 (팀명) 캐리 피셔에게 “당신에게 〈스타워즈〉는 어떤 의미입니까?”라고 질문을 한다면 무슨 대답이 돌아올까. 구체적인 문장을 떠올리긴 힘들어도 짐작은 할 수 있다. 아마 육두문자가 섞인 농담을 하면서 냉소적인 웃음을 날릴 것이다. 사람들이 〈스타워즈:새로운 희망〉(1977)의 레아 오르가나 공주에 대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웃기는 헤어스타일이었다. 머리 양옆으로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만 모양은 ‘헤드폰 머리’라는 말을 들었다. 그 스타일을 한 이유가 조지 루카스 감독이 캐스팅 조건으로 내건 체중 감량에 실패해서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웃음거...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요시카와 히로시 지음, 최용우 옮김, 세종서적 펴냄 “어째서 부유한 사람들 사이에서 출생률이 감소하는 걸까?”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경제문제는 인구 감소다. 많은 재정을 투입해도 출산율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면 소비 절벽, 세수 하락 및 노인복지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 지방 소멸 등으로 국가 자체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다. 정말 그럴까. 저자는 이 책에서 ‘인구 감소가 경제위기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대전제에 과감하게 도전하며 나날이 커져가는 인구... 2017 올해의 사진, 잘 보셨나요?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2016년 올해의 사진 송년호는 홍진훤 사진가가 큐레이터 역할을 해줬습니다. 2017년 송년호 큐레이터는 이상엽 사진가가 맡았습니다. 르포르타주 작가이기도 한 이상엽 사진가의 큐레이션 후기를 들어보았습니다. ‘2017 올해의 사진’에 참여한 사진가 선정 기준은? 포토저널리즘에 조금 더 충실해보자는 쪽으로 기준을 삼았습니다. 참여 사진가의 면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죠. 또 사진가들 작업 수준은 과거... 안과 교수와 전자과 교수가 만나다 남문희 기자 세포에 열과 같은 충격이 가해지면 세포는 스스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단백질을 만든다. 열충격 단백질(HSP)이다. 1960년대 초, 초파리나 대장균을 40℃의 고온에서 생육할 때 이런 현상이 처음 알려졌다. 질병 치료에 접목하는 연구가 1980년대 이후 본격화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박기호 교수(왼쪽·56)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전자과 배성태 교수(오른쪽·50)가 열충격 단백질을 안과 치료에 응용하는 공동연구를 10년 동안 진행했다. 지난 2004년 안압 센서 공동개발부터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열충격 단백질 생성... 기사 후~폭풍 김동인 기자 책 소식 가득한 한 주였다. 연말 송년호 특별부록 〈2017 행복한 책꽂이〉에 실린 기사가 〈시사IN〉 페이스북 계정(facebook. com/sisain)에 소개되었다. 독자들이 가장 호응을 보낸 기사는 ‘출판인이 꼽은 2017년의 책’이었다. 7만2000명에게 도달한 이 게시물은 115회 공유되며 널리 퍼졌다. 출판계 관계자들이 직접 선정한 ‘강추 리스트’라는 점이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저자’인 김승섭 고려대 교수 인터뷰도 적잖은 화제를 불러왔다. 서점가에서 가장 ‘핫한’ 책, 〈... 굽시니스트 올해의 책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by 굽시니스트 추웠다 더웠다 해도 떡은 끄떡없지요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 사람이 연호를 셈한 이래 격동의 한 해 아닌 해가 있었을까. 92년 전에도 지구는 격동 중이었다. 1926년 6월10일 마지막 황제 순종의 장례 행렬은 시위와 동맹휴학으로 번진다. 연말에는 나석주 의사가 식산은행과 동양척식회사를 습격해 총격전을 벌이다 자결한다. 게다가 당시 일본 경제는 공황의 목전에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일제는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치안유지법을 빼어든다. 마르크스 사상을 공부하던 교토 제국대학, 도시샤 대학 학생들이 첫 희생양이었다. 반제국주의 운동에 대한 사법 폭력의 수위가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