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실적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남긴 ‘유지’다. 이병철 회장은 1987년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숨졌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심근경색으로 입원할 때까지 아버지의 뜻을 받들었다. 이재용 부회장도 할아버지 유지를 받들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무노조 발언이 나올 때만 해도 군사독재 시절이었다. 노동 3권은 법전에만 있었다. 1987년 6월항쟁을 거치며 사회는 민주화되었고 창업주의 눈에도 흙이 들어갔다. 그런데도 무노조 경영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두 가지 ... “살만 올라왔나”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해외 출장에 대해 죄송하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4월8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이렇게 적어. 참여연대 시절 공직자를 감시하던 본인의 잣대를 적용하면 어떤 처분이 옳을까. “위대한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자유한국당 기호 1번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4월12일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 출정식에 나선 김성태 원내대표가 손가락 하나를 들며 외친 문장. 현재 의석수대로라면 자유한국당은 기호 2번, 더불... 양한모의 캐리돌 만평 양한모 기자 물이 튀었지만 뿌리지는 않았다? 정희상 기자 ‘땅콩 언니에 물바가지 동생.’ 4년 전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에 이어, 이번에는 여동생 조현민 전무(사진)의 물바가지 갑질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발단은 최근 대한항공 광고를 맡은 회사와 회의석상에서 발생했다. 조 전무는 광고회사 팀장이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고성을 지르며 병을 던지고 물컵을 바닥에 내던졌고, 해당 팀장은 물세례를 맞았다고 한다. 물바가지 갑질이 알려지면서 포털사이트뿐 아니라 SNS가 ‘갑질 자매’로 뜨거웠다. 대한항공 측은 오전에는 “사실... 김경수의 시사터치 김경수 (만화가) 시사IN 제553호 - 3대 농단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 REVIEW IN •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 말말말·캐리돌 만평 • 와글와글 인터넷·김경수의 시사터치 • 포토IN/천 년의 땅 위에 무지개가 뜨다 COVER STORY IN • 삼성의 이유 있는 삼재 COVER STORY IN "삼성 반도체 보고서 영업비밀 아니다" 노동부가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결정했다. 지난 2월 대전고법은 작업환경 보고서만으로 영업비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COVER STORY IN "역시 '관리의 삼성', 피해자라니 납득... “쥐만의 잘못일까” 이상원 기자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눈꺼풀〉이 4월12일 개봉했다. 오멸 감독은 제주 4·3을 조명한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 2〉로 세계 최고의 독립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제주 출신인 오 감독은 세월호 참사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그에게 4월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2014년 제작한 영화가 늦게 개봉한 이유는? 만든 영화를 개봉하고 싶지 않은 감독이 있겠나. 안 한 게 아니라 못 했다. 2014년 가을쯤부터 영화 현장에서는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였다. 스스로도 구상 단계에서부터 ‘지원 못 ... 재판장 빼곤 다 졸았던 박근혜 결심공판 김연희 기자 “박근혜 피고인을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에 처한다.” 4월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렸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삼성 정유라 승마 지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와대 문건 유출 등 18개 혐의 가운데 16개가 유죄로 인정됐다(왼쪽 인포그래픽 참조). 지난 2월 최순실씨 1심 선고와 닮은꼴 판결이었다. 형사합의22부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재판도 담당했다. ‘박근혜·최순실 법정중계’라는 이름으로 107회... 삼성 노조 와해 공작 이번에는 밝혀질까 전혜원 기자 검찰이 최근 삼성그룹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 노조 와해’ 문건 수천 건을 확보했다. 삼성전자 직원이 갖고 있던 외장하드에서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4년여 전인 2013년 10월14일 이와 유사한 문건이 세상에 드러난 적이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114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는 문건이다. 작성 시기가 2012년 1월로 기재되어 있고 작성 주체는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이 문건에는 “(노조 설립 시)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 나가야 한다”라는 내용과 함께 그룹 차원의 구체... ‘모바일 킬 더 비디오 스타’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무한도전〉(무도)이 끝났다. 휴식기는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필자도 본방을 챙겨 보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지만, ‘시즌 2’를 위한 휴식기도 아니고 완전히 종영하니 마음 한구석이 섭섭하다. ‘국민 예능’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한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는데, ‘종영 반대’ 따위 청와대 청원 소식이 들리지 않은 것도 의아하다. 온라인 반응도 대체로 “이 정도면 떠날 때도 되었다” “박수 칠 때 떠나야 했는데, 좀 늦었다”라는 뉘앙스까지 다양하다. 무도는 지난 10년간 늘 대중문화 트렌드의 중심에 ... 세월호 애도를 ‘교실의 정치화’로 보는 세력 조영선 (서울 영등포여고 교사) 4월이다. 교사인 내게 4월은 등교할 때 쌀쌀했던 바람이 부드러워지고, 새 학기 긴장감에서 조금 해방된 학생들이 서로 반가워하는 그런 달이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4월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슬픈 달이다. ‘수학여행’이라는 학창 시절의 추억이 가장 끔찍한 참사로 돌변하고, 같은 상황에 처했을지 모를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의 공포와 희생, 무엇보다도 ‘나도 그 속에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가슴을 후벼 파는 시기이다. 2014년부터 세월호는 학교에서 ‘금기’였다. 터져 나오는 눈물까지 막을 순 없었기에 애도는 금지되지 ... 엄마와 딸은 다 그런 거야?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어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건 대부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리베카 솔닛이 쓴 책 〈멀고도 가까운〉에서 이 구절을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잠시 책을 덮고 생각했다. 당신이 한 일은 없고 당신에게 일어난 일만 가득했던 내 엄마의 넋두리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생각했다. 세상 엄마들은 다 그런 거야? “어떤 어머니에게, 내 어머니에게 딸은 나눗셈이지만, 아들은 곱셈이다. 딸은 어머니를 줄어들게 하고 쪼개고 무언가를 떼어가지만, 아들은 뭔가 덧붙여주고 늘려주는 존재인 것이다.” 같은 책에... 쓰레기 대란, 환경오염 막으려는 중국의 선택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해 7월 폐플라스틱, 폐금속을 포함한 24종의 고체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도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이 정책이 시행되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한국 등 재활용 쓰레기 처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당장 한국이 혼란에 빠졌다. 환경부는 수도권 민간 선별업체 48개사와 회의를 열고 “폐기물 쓰레기 수거에 합의했다”라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수거 거부 사태가 계속되었다. 한국이 이런 대란을 겪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활용 쓰레 삼성의 이유 있는 삼재 천관율·김은지·김연희 기자 삼성이 한국 사회에 논란거리가 될 때는 언제나 세 가지 키워드가 등장했다. ‘승계’ ‘노조’ ‘산재’. 이건희 회장에게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가는 경영권 승계는 불법과 탈법과 편법을 넘나드는 곡예를 요구했고, 국가는 이를 사실상 견제하지 않았다. 무노조 경영 원칙 덕에 삼성은 작은 노조만 떠도 불법적 수단을 만지작거리는 취약한 그룹이 되었다. 삼성그룹이 노조라는 견제자를 허용했다면 반도체 공장 백혈병으로 대표되는 산업재해 문제를 더 유능하게 다뤘을지 모른다. 4월에는 3대 악재가 동시에 분출했다. ‘산재’ 리스크는 이제 삼성 반도체 기사 후~폭풍 정희상 기자 전국에 걸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사IN〉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 sisain)에서도 ‘미세먼지 팩트체크’ 기사가 큰 관심을 끌었다. 장재원 아주대 교수를 인터뷰한 ‘중국 탓하기보다 국내 오염 줄여야’ 기사와 이오성 기자의 ‘한국이 씌운 누명? 중국발 미세먼지’ 기사가 논쟁을 일으켰다. 독자들의 댓글 의견도 첨예하게 갈렸다. 중국에서 미세먼지 유입량이 심각한데 외교 노력을 하지 말라는 거냐는 의견과, 엄연히 확인되는 국내 화력발전소부터 대책을 세우는 게 맞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1975년 4월9일... 독자와의 수다 정희상 기자 독자 번호:117050165 이름: 황은비(24) 주소: 일본 지바 현 바다 건너 일본으로 전화를 걸었다. 일본어 전공자인 황은비씨는 현재 일본 지바 현에 교환학생으로 나가 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고 무척 반갑다고 말한 황씨는, 기자가 쓴 제주 4·3 피해자 윤옥화 할머니의 인터뷰(제550호 ‘4·3 총탄의 상처, 지금도 욱신거려’)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과장과 왜곡이 심한 기사로 인해 언론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그녀는 지난해 “〈시사IN〉은 다르다”는 한 선배의 추천으로 용기를 내... 미세먼지가 알려준 살림살이의 무게 김현 (시인) 모든 게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볕은 좋았으나 외출은 꺼려지던 차에 이때다 싶어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시작했다. 옷장에 잘 접어둔 겨울옷과 수납 상자 대신 캐리어에 넣어둔 봄여름 옷을 꺼내 정리했다. 담아둘 때는 몰랐으나 풀어놓고 보니 한 짐이었다. 차곡차곡 눌러 담은 마음과 와르르 풀어버리는 마음은 분명 다르리라. 겨우내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과 이쯤 입었으면 버려도 아깝지 않겠다 싶은 옷을 분리수거용 봉투에 담았다. 옷장 정리가 끝나자 이번에는 자연스레 신발장으로 손이 갔다. 정리하지 못했던 마음도 나름 간절했을 텐데 정리하자 마 한반도의 운명, 낙관과 비관과 회의 사이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놀랍다. 지난 한 달의 반전 드라마는 전문가 눈으로 보아도 분명 놀랍기 그지없다. 불과 석 달 전 위기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새 지평을 여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 하나만 열린다 해도 고무적일 텐데 이제는 북·미 정상회담에다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관계 정상화는 또 하나의 시그널이다.관점은 낙관과 비관, 회의론을 크게 오간다. 낙관론자들은 앞으로의 연쇄 정상회담이 핵무기 없는 북한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평화통일의 기틀을 마련할 포스트잇 한 장으로 상아탑을 바꿔라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안희정의 추락도, 조민기의 사망 소식도 아니다.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가장 놀랍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형광색 포스트잇으로 도배된 이화여대 한 교수의 연구실. 학생들은 얼굴도 모르는 피해 학생들을 위해 시위에 동참했고, 낯선 단과대 건물에 들어가 교수 연구실 출입문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왔다. 세기의 발명품으로 태어나 판촉물의 대명사가 된 포스트잇이 이처럼 강력한 ‘레드카드’로 사용된 적이 있던가. ‘총장 비리도 밝힌 이화가 성폭력 교수는 묵인할 줄 아셨나요?’라는 메모에서는 자신감마저 느껴졌다 ‘찬란한 슬픔’을 그린생생하고 처연한 미문 손예린 (문학동네 편집자) 죽음과 그로 인한 이별은 인간사에서 피할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남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비탄에 빠지곤 한다. 이별 후 슬픔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괴물에 붙들린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는 걸까. 폴 하딩의 장편소설 〈에논〉을 통해 상실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지나오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일별할 수 있다. 미국 동부 소도시 에논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던 찰리는 어느 가을날 아내한테 긴급한 전화를 받는다. “케이트가 죽었어. 차가 쳤대. 그래서 애가 죽었어.” 아내는 하나뿐인 딸의 죽음을 알린다. 찰리는 끝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