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차역 사이 올레길 김은남 기자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에 이어 21번째로 개장한 지쿠호(筑豊)· 가와라(香春) 코스는 오래된 기찻길이 눈에 밟히는 올레길이다. 길의 시작점부터가 오래된 기차역인 ‘JR 사이도쇼 역’이다. 근대 목조 양식 건축물인 이 역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역사 주변 풍광은 흡사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단아하고 평화롭다. 11.8㎞에 이르는 올레길 또한 기찻길을 넘나드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코스 전반부에서는 이 지역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사이도쇼 역 뒤쪽에 자리 잡은 산을 올라 표고 304m 지점 ‘야야... 사찰 자료가 말하는 적폐의 작동 원리 천관율·김은지 기자 ‘적폐’는 홀로 일하지 않는다. 팀으로 움직일 때 적폐도 완성된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3월28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노동부 탈법 활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사IN〉은 이 조사에서 드러났으나 발표되지 않은 상세한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했다. 이를 통해 ‘적폐의 작동 메커니즘’을 그려낼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노동부를 ‘만만한 정보 출처’로 만들었다. 국정원의 무차별 정보 수집 방식은 사찰의 정례화라 부를 만했다. 이때 사찰을 당한 민간인 중에는 현 정부 국무위원도 있다.박근 ‘이른 도움’이 아이를 살린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독일의 아동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이른 도움’이다. 이른 도움은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아이들 성장의 위험 요소를 발견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뿐 아니라 임신 단계에서부터 부모에게도 아동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포함한다. 2012년부터 독일 아동보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아이와 부모들에게 이른 시기부터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각 지자체들은 산부인과 간호사, 조산사, 사회복지사, 교육치료사, 상담사 등을 연결하여 아동을 보호하고 부모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아이를 양육하는 어른 정신 상태도 중요 런던·김세정 (런던 GRM Law 변호사) 2014년 3월, 43세인 타니야 클레어런스는 아이 넷 중 셋을 목 졸라 죽였다. 네 살배기 딸과 세 살배기 아들 쌍둥이였다. 세 아이는 모두 근육이 수축되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혼자 힘으로는 앉거나 먹을 수도 없었다. 사건 당시 남편은 유일하게 장애를 갖고 태어나지 않은 다섯 살 큰딸을 데리고 휴가를 떠나 있었다. 집에 남은 엄마는 먼저 자고 있는 쌍둥이를 목 졸라 죽였다. 그러고는 딸을 죽이기 전에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아들 둘을 죽이기도 힘들었지만 딸을 죽이는 것은 정말로 더 힘들다. 아들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 딸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캐비닛의 비밀 이재정 지음, 전진한 기획, 한티재 펴냄 “기록은 기억 앞에 겸허해지는 지성들의 반성이고, 기억을 두려워하는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다.”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 내내 ‘이재정 의원실에 따르면’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지금이 삼성의 골든타임, 왕이 살아 있는 동안 세자 자리 잡아줘야”라는 2014년 7월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토록 부인하고 싶어 하는 승계 작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이 의원이 국가기록원에서 옮겨 써온 자료였다. 그뿐 아니라 박근혜 청... 기사 후~폭풍 이상원 기자 제550호 4·3 70주년 커버스토리 기사가 온라인에서 주목받았다. 〈시사IN〉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sisain)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게시물은 ‘4·3 일지 및 희생자 분포 지도’였다. 당시 벌어진 학살을 열거하고, 지역별 희생자 수를 표기했다. 약 14만5000명에게 도달하고 1000회 넘게 공유됐다. 강영원 독자는 “핏빛 지도ㅠㅠ”라고 댓글을 달았다. 〈제주 4·3 구술자료 총서〉를 발췌·정리한 기사도 인기를 끌었다. 4·3 피해자들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기사였다. 400회 넘게 공유됐다. “너무 참담해... 옥상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이은의 (변호사) 밀린 서면을 쓰려고 출근한 일요일이었다.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주말에는 사무실로 전화가 와도 잘 받지 않는데, 딴생각을 하다가 얼떨결에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어눌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상한 전화인가 싶어 끊으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결혼 이주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남편과는 몇 년 전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었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며 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사장이 계속 성추행을 했고 최근 경찰에 신고한 상태라고 했다. 여러 정황상 사정이 딱 오키나와 소바에 담긴 비극적 역사?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어린 시절 동네에 국수공장이 있었다. 빨랫줄 같은 곳에 국수가 매달려 있었다. 햇볕에 말리던 국수는 마치 과자 같았다. 엄마는 국수공장 옆을 지날 때면, 주인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국수를 한 가닥 잘라서는 간식인 양 내게 주었다. 마른 국수는 밀가루의 텁텁함이 약간 남아 있었고 짭짤했으며,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혔다. 그때 내게 국수란 그저 그런 것이었다. 국수 또는 면 요리에 빠진 건 다 자라서였다. 일본에서 신세계를 만났다. 엄청나게 치대서 만드는 반죽과 적절한 숙성, 그리고 기묘한 탄성은 면이란 이렇다는 걸 보여주는 교범... “돋는 해와 지는 해는 반드시 보기로” 은유 (작가) 글쓰기 수업 시간, 연예인 지망생 아들을 둔 엄마가 글을 써왔다. 아이가 고등학교 시절 연극영화과를 지망한다고 했을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우리 집안에 그런 피 없다”라고 말했고, 엄마인 자신만 홀로 지지했다고 한다. 진로, 연애, 취업 등 인생의 모든 선택에서 ‘엄마는 무조건 네 편’이라는 응원에 힘입어, 아이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고 엄마는 아들의 공연에 초대받는 유일한 혈육이자 비밀 없는 친구가 되었다는 훈훈한 일화였다.이 글을 본 20대 취업준비생 학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현실에 없는 엄마 같다, 이렇게 자식을 믿어주 그 시절 외면했던 ‘소수설 신봉자’ [프리스타일] 이상원 기자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업계’에서 흔한 전공은 아니다 보니 종종 주목을 받는 편이다.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 조직도 취재원도 내 전공을 듣고서는 비슷한 기대를 내비친다. ‘법을 배웠으니 더 잘 쓰지 않겠나.’ 그러나 스스로에게 정직해질수록, 이 추론이 법학 학사의 평균적 이미지에 기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공 첫 수업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법학이라는 분야에는 내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상황을 바꾸려는 의지도 크지 않았다. 10년 입시에서 탈출했기에 어느 정도는 쉬어 마땅하다고 여겼다. ‘... 시사IN 추천 주말에 읽을만한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지음, 창비 펴냄 “다음 생엔 절대 이 나라에서 개로 태어나지 마. 꼭 개로 태어나야 한다면 품종견으로 태어나.” 매년 8만 마리 넘는 동물이 길거리에 버려진다. 버려진 개들은 아주 적은 수만이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찾고, 대부분은 안락사된다. 보호소조차 가지 못한 개들은 개고기가 되거나 길에서 죽는다. 한국에서 개는 그나마 가장 나은 처지인 반려동물이자 최악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식용동물이다. 소설가인 저자는 갈 곳 없어진 강아지를 떠맡으면서 생전 처음 동물을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게... 굽시니스트가 쓴 한·중·일 관계사 천관율 기자 표지에서부터 작가의 야심이 전해온다. 1권이 아니라 ‘01’권이다. 아편전쟁부터 시작해, 한·중·일 삼국이 서로의 운명에 얽혀 들어가는 동아시아 근대사 100년을 다루는 장대한 프로젝트다. 얼마나 그릴 생각인지 굽시니스트에게 물어봤다. 답변도 야심차다. “10년 역사를 그리는 데 두 권 분량이 필요하더라. 100년사를 그리려면 분량으로 15권에서 20권, 기간으로 5~6년은 그릴 것 같다.” 작가는 〈시사IN〉에 연재되는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만화’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그가 진짜 자신 있게 다루는 주제는 역사다. 이 책... 정신건강 전문가가 본 트럼프 이은정 (심심 편집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 큰 핵 버튼이 있다”라며 곧장 전쟁을 일으킬 듯하더니 이제는 온화한 표정으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뭘까? 우리에게 전쟁의 주요 당사자인 미국 대통령이 그토록 기이한 존재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협이다. 이 책은 미국의 저명한 정신 건강 전문가 27인이 ‘직접 진찰하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미국정신의학협회 (APA) 윤리강령을 깨면서까지 트럼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들이 이토록 절박하게 나선 것은 그가 ‘자연인’ 트럼프가 아닌, ‘미국 대... 미투가 페미니즘과 만날 때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군사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과 지위에 따른 남성 중심적 위계주의가 강력한 사회규범으로 작동한다. 또한 ‘남성다움’이란 남성의 ‘여성 지배’와 연결되곤 한다. 성폭력은 종종 피해자에 대한 호감과 사랑의 감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여성혐오 사회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랑이 아닌가를 우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피해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다. 포르노그래피를 보면서 여성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다. 금전을 지불하며 섹스를 하면서 ... Memory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작은 나라의 방책’ 찾아 천하를 헤맨 김춘추 김형민(SBS Biz PD) 〈삼국지〉에 나오는 일화야. 관우를 죽인 뒤 성난 유비의 공격에 직면한 오나라 주인 손권은 위나라의 황제 조비에게 사신을 보내 동맹을 청한다. 사신은 조자(趙咨)라는 사람이었어. 조자의 목적을 훤히 알고 있던 위나라 황제 조비는 위협적인 말을 던져. “만약 짐이 오나라를 치려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자 조자는 이렇게 맞받아. “큰 나라에는 작은 나라를 정복하는 무력이 있고, 작은 나라에는 큰 나라를 막는 방책이 있는 법입니다.” 실로 명답이 아닐까. 너희는 큰 나라, 우리는 작은 나라라고 인정하는 것 같지만 결코 비굴하... 반려동물 죽음에 “유급휴가 쓸게요” 장일호 기자 이해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적었다. 뒷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냥 ‘개인 사유’라고 쓰면 편했다. 하지만 사유를 정확하게 적는 일 역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4개월 전 서혜진씨(가명·32)는 연차휴가를 내면서 사유 난에 ‘반려동물 장례 관련’이라고 적어 결재를 올렸다. “반려동물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휴가를 써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난이’를 만난 건 5년 전이었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텅 빈 집의 어둠이 부쩍 막막하던 ... 한국 스카의 역사, 킹스턴 루디스카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➅ 킹스턴 루디스카원치 않는 수많은 소리 속에 노출된 현대인들이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홀로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녹음 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모든 음악은 바로 눈앞에서 연주되었다. 라이브 음악이었다. 함께 모여 음악을 들을 때 사람들은 혼자일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공연장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기 전까지는 모두 각각 개인이지만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그들은 하나로 움직이는 공동체가 된다. 관객들은 같이 느끼고, 같이 소리 지르고, 같이 춤을 춘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계속 얻어맞아도 ‘가드를 올리고’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빨간색 권투 글러브를 낀 채 ‘가드를 올리고’ 있는 우람한 체구의 권투 선수가 링 위에 서 있다. 나는 권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그 좋아하던 ‘주말의 명화’를 아버지가 애청하던 권투 중계에 매번 빼앗기면서, 권투 좋아하는 남자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으리라 굳은 결심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표지에는 왠지 마음을 빼앗겼다. 거의 90%를 차지하는 하늘색 배경. 그저 스케치 같은 간결한 그림에 빨간 글러브를 대비시키려는 걸까? 책을 읽고 나니 이유를 알겠다. 권투 경기를 산 오르기에 비유한 글의 배경 색이다. 가드... 이 모든 소동의 진앙에 시진핑이 있다 문정우 기자 이 눈치 저 눈치 다 봐야 기껏 8년을 권좌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어서 그럴까. 미국 대통령들은 상대적으로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도가 지나친 경외심을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리처드 닉슨은 마오쩌둥을 만나 “주석님의 글은 세계를 바꿨다”라고 치켜세웠다. 지미 카터가 덩샤오핑에게 바친 형용사의 행렬은 끝이 없다. 현명하고, 강인하고, 지적이며, 솔직하고, 용기 있고, 자상하고, 자기 확신이 있고, 붙임성 있고…. 빌 클린턴에게 장쩌민은 ‘비전이 있으며’ ‘비상하게 지적’이었다. ‘투 머치 토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