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왜 와요?” “새들이 울어서…”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바닷가 유치원’에서 엄마와 꼬마가 나옵니다. 엄마는 노란 우산을 썼고 꼬마는 노란 비옷을 입었습니다. 길가 단층집 마당에서는 아주머니가 널어놓은 빨래를 걷느라 바쁩니다. 꼬마는 한 손으로 엄마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아지를 끄는 줄을 잡았습니다. 꼬마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비는 왜 와요?” “하늘에서 새들이 울어서 그래.” 정말이요? 누가 봐도 엄마의 대답은 거짓말입니다. “새는 왜 우는데요?” 꼬마의 연속된 질문에도 엄마는 당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주 태연하게 더 황당한 거짓말을 지어냅니다. “물고기가 ... 미투에 대한 농담이 가볍지 않은 이유 양정민 (자유기고가)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을 폭로한 지도 80여 일이 지났다. 석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예술·정치·종교계 인사의 추악한 면면이 드러났다. 이제는 대학과 중·고등학교까지 미투 운동이 퍼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성상납을 강요한 인사들의 명단을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 장자연씨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었던 수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겼다.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해 검찰에 사전조사를 권고했 인생을 위한 미니멀리즘 안내서 박희선 (도서출판 가지 대표·편집장) 워킹우먼으로 에너지 넘치게 살던 여성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으악!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삶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라고 한탄하는 장면은 너무 익숙해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 현실이 프랑스에서도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인생은 간결하게〉의 저자 쥐디트 크릴랑은 그런 인생의 절벽 앞에서 미니멀리즘이라는 지푸라기를 손에 쥐고 살아남은 사람이다. ‘살아남았다’는 표현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그녀는 결혼과 출산 이후 갑자기 늘어난 일에 당황하고 그것을 해내느라 허둥대는 자신과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는 작은 행복을 바라본다. ... 노조 파괴를 위한 삼성의 ‘마스터플랜’ 김연희 기자 ‘물증’이 잡혔다. 검찰이 삼성전자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노조 와해 문건’ 6000여 개에서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탄압을 주도한 사실이 무더기로 확인되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수리 기사들이 만든 노동조합으로 2013년 7월 설립됐다. 현재 조합원은 700여 명이다. 삼성에버랜드 노동자들이 만든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등 다른 삼성 관련 노조의 가입 조합원이 소수에 그친 반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주축이긴 하지만 가장 규모가 큰 노조이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마스 프레임에 속지 않는 법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조지 레이코프는 원래 변형생성문법 이론으로 언어학계를 평정한 놈 촘스키의 제자였으나, 독립적으로 인지언어학을 개발하면서 스승의 거의 모든 이론과 대립하게 된다. 두 사람은 언어학계 안에서는 숙적이지만, 미국 정치 현실에 적극 개입하는 비판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촘스키가 무정부주의적이고 레이코프가 미국 민주당을 지원하는 전략가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두 사람은 미국 안팎에서 활동하는 진보주의자들의 강력한 우군이다. 언어학은 문외한에게 도통 접근을 불허하는 난이도 높은 학문이다. 하지만 언어학자이자 시민운동가로서 레이코프의 특이... 빨간 베레모의 끝내지 못한 싸움 [프리스타일] 정희상 기자 제주 4·3 70주년을 맞은 올해 똑같은 나이테를 가진 비극의 상처가 육지에도 있다. 제주에서 북촌리 주민 집단 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1949년 경북 문경 산북면 석달동에서도 군부대가 민간인 집단 학살을 자행했다. 그해 12월24일, 중무장한 군부대가 들이닥쳐 남녀노소 마을 주민 86명을 아무 이유도 없이 무차별 학살했다. 당시 희생자 86명 중 42명이 여성이었으며 22명은 열 살 이하의 어린이였다. 5명은 한 살배기 갓난아기였다. 참혹한 현장에서 일가족 아홉 명을 잃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생존자가 당시 열한 살 난 소년 채의... 금요일의 정상회담, 마감 하루 늦춥니다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편집국에서 가장 분주한 기자. 바로 한반도 전문 남문희 기자. 정상회담 정국 예상을 ‘4·2·7’ 숫자로 물었습니다. 4개국, 남과 북·미·중이 숨 가쁘다. 종전 선언 어젠다 예상?당연히 예상. 이번 정상회담 이슈는 3가지. ‘비핵화·평화체제·남북관계.’ 비핵화는 북·미 정상이 풀 문제. 비핵화와 관련한 우리 역할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길잡이, 중재자. 남북이 풀어야 할 문제는 평화체제와 남북관계. 종전 선언은 두 문제를 풀기 위해 꼭 필요하죠.2차 남북 정상회담, 10·4 선언에도 종전 내용이 아이들아, 분단의 선을 넘자꾸나 이명익 기자 철길은 끊어졌고 그 뒤로 아름드리나무가 무성했다. 유치원 아이들이 철길을 바라보았다.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월정리역. 아이들은 인솔 교사가 말하는 ‘분단’이나 ‘한국전쟁’이라는 단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그 뜻을 이해하기 전에 철길이 이어진다면…. 30년 전에 머무른 에이즈에 대한 인식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당신은 에이즈(AIDS·후천면역결핍증) 환자와 이웃으로 지낼 수 있나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스웨덴인 6.1%, 미국인 13.9%가 ‘에이즈 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대답을 한 한국인은 무려 88.1%였습니다. 스웨덴의 14배, 미국의 6배가 넘는 수치입니다(2010~2014년 제6차 세계가치조사). 만약 이 조사가 진행된 시점이 1980년대라면, 에이즈 환자에 대한 압도적으로 높은 거부감을 일견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30년 전에는 HIV/AIDS 감염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병 ‘선하게’ 쓰고픈 배우라는 영향력 장일호 기자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배우 임수정씨의 작업실 앞에 형제로 보이는 얼룩 고양이 두 마리가 서성였다. 많은 어린 길고양이가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조심스레 사료를 건네자 무람없이 받아먹었다. 청소년 고양이라는 점에 착안해 ‘청이’와 ‘소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청이와 소이는 그 뒤로도 임씨의 작업실을 드나들었다. “제 작업실이 맛집으로 소문났나 봐요(웃음). 모르는 애들이 자꾸 와. 인사가 ‘너는 누구니?’라니까요.” 길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봄이 오는 동안, 임씨가 돌보는 길고양... “나는 고려인이다 어찌 두 마음을 먹겠는가” 김형민(SBS Biz PD) 1009년 고려 목종 12년, 고려에서는 엄청난 분란이 일어난단다. 목종의 어머니 천추태후와 내통한 김치양이라는 자가 역모를 꾸며 목종을 내쫓고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앉히려고 했지. 목종은 이를 진압하고자 서경(평양)에 나가 있던 강조 장군을 불러들이는데 강조 역시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어. 시원찮은 목종을 끌어내리고 임금의 숙부뻘 되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감금 상태에 있던 대량원군을 왕위에 올리기로 한 거야. 목종은 폐위된 뒤 피살되는데, 이 소식이 거란 성종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어. 신하가 임금을 시해한다는 것은 당시로... 기어코 겨자장에 민어회를 먹으려고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 쌍돛을 한껏 펼쳤다. 돌고 있는 물레는 지금 닻줄을 감는가 푸는가. 사람 반신은 족히 넘을 듯한 지름의 물레 다루기가 만만찮을 테지. 사내들은 한참 삿대를 버티고 있다. 강류와 직각을 이룬 뱃전으로 물결이 부서진다. 분주한 가운데 거룻배는 제 볼 일 본다고 고깃배에 붙어 있다. 거룻배에 실린 독 하나는 젓독, 하나는 소금독이다. 조선 후기에 점점 쓰임이 늘어난 조기젓·준치젓·밴댕이젓·새우젓 등은 고깃배에서 바로 받아 그 자리에서 소금 질러 갈무리했다. 질박한 젓독, 소금독이야말로 조선 후기 어업 부가가치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강의 대입제도 개편, ‘숙의’하면 답 나올까 변진경 기자 ‘혼란의 대입’ ‘깜깜이 시안’ ‘교육부의 직무유기’ ‘허송 224일’…. 4월11일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발표된 후 언론이 쏟아낸 기사 제목들이다. 입시 전략을 짜기 위해 이번 교육부 발표를 기다린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부종합전형 반영 비율, 수시·정시 확대(축소), 수능 절대·상대평가 여부 등 촉각을 곤두세우던 쟁점들에 대해 교육부가 아무것도 확정짓지 않고 ‘열린 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에 휩싸인 이번 대입 개편 시안의 정확한 명칭은 ‘대학 입시제도 국가교육... 방콕에서 한 달 살기 천국과 지옥 사이 구완회 (여행작가) 시작은 집이었다. 사실 집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사고 싶었다. 결혼하면서 집 구할 돈으로 20개월 세계일주 신혼여행을 다녀온 나와 아내의 모토는 늘 ‘집보다 여행’이었지만 큰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동네 놀이터에서 우정을 쌓은 아이의 친구들, 서로 아이를 맡길 만큼 친해진 동네 엄마들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갈 엄두가 안 났다. 그럼 아예 집을 사서 이 동네에 정착할까? 문제는 돈이었다. 전세금 얼마, 가진 돈 얼마, 대출은 또 어디서 얼마… 아무리 주판알을 튕겨도 속 시원한 결론 대신 골치만 아파왔다. 그... 신해철 인터뷰 중에서는 이게 최고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현업 뮤지션과는 되도록 거리를 둬야 한다고 믿어왔다. 이유는 명료하다. 음악을 평할 때 찜찜함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지금까지는 이 원칙을 꽤 잘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하긴, 워낙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라 지키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언제 기회 되면 유병재씨랑 누가 더 낯을 가리나 내기 한번 해보고 싶다. 최근 이 원칙에 큰 고민을 가져다준 음악 책을 하나 읽었다. 아니, 음악 책이라기보다는 ‘뮤지션에 관한 책’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다. 제목은 〈신해철: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돌베개 ... 의로운 공익 제보자 외롭지 않도록 김은지 기자 4월9일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은 본문과 표지·목차까지 합쳐 모두 91장이다. 공소장에 담긴 이 전 대통령의 범죄 사실은 크게 여섯 가지다. 다스 비자금 조성 등 횡령, 다스 법인세 포탈, 다스 140억원 회수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 뇌물, 국정원 특수활동비 등 뇌물, 공직 임명 대가 뇌물 수수 등 혐의다. 수사는 살아 움직인다. 검찰 수사 초기만 해도 과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검찰 안에서도 의구심이 컸다. 내부고발자가 등장하면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박경신의 주장 “난 드루킹 형사처벌 반댈세” 박경신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네이버 기사에 드루킹이 댓글을 많이 달거나 추천을 많이 해 댓글 순위를 조작했다며 형사처벌을 한다고 한다. ‘여론 조작’이라는 극악무도한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어뷰징은 회의 시간에 확성기를 이용해 크게 떠들어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히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니, 나쁜 일은 맞다. 네이버 같은 실명제 사이트에서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차용해 댓글을 달면 여러 사람 의견처럼 비친다.그런데 회의 시간에 큰 소리를 내거나 여러 사람이 말한 것처럼 했다고 형사처벌을 한다? 담벼락에 여러 사람이 낙서한 김경수의 4․19 승부수에 담긴 뜻 천관율 기자 4월19일은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날이다. 이날 김경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남도지사 선거 불출마로 기울었다가 마음을 바꿔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는 포털사이트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과의 관계를 의심받으며 위기로 몰렸다.오전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고민하던 김 의원은 오후에 출마 선언과 동시에 특별검사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 중기적으로는 차기 경쟁 구도의 재편, 장기적으로는 한국 정치지형 구조 변동의 문제가 비상식적이고 기이한 ‘드루킹의 예언’ 김동인 기자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재미 삼아 사주팔자나 한번 보자 싶었다. 권기준씨(가명)에게 처음 ‘경제적공진화모임(이하 경공모)’을 소개한 건 여동생이었다. 이 모임을 이끄는 ‘드루킹’이라는 인물이 주식 투자에 능하고, 자미두수 역학에 밝다고 했다. 그를 만났다. 생년월일을 알려주고, 사주를 보았다. 족집게였다. 권씨는 경공모에 가입하고 활동했다. 폐쇄적인 모임이었지만, 그렇다고 사이비 종교집단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변호사·회계사·주식투자자처럼 전문직을 가진 사람도 회원이었다. 단체의 정치적 성향도 권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체... 삼성 앞에만 서면 흔들리는 재판부 김은지 기자 ‘이재용 승계 작업’은 정말 없었나? 박근혜 게이트 관련 1심 선고가 마무리되며 한국 사회에 남은 질문이다.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피고인 박근혜의 18개 혐의 중 16개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에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피고인 박근혜의 혐의 가운데 무죄가 난 두 가지 혐의와 일부 무죄가 난 한 가지 혐의가 논란이 되고 있다.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 있다. 하나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204억원 뇌물 혐의, 다른 하나는 삼성이 한국동계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