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을 흔든 서한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마감 중이었다. 마감을 일찍 한 전혜원 기자가 메시지를 보냈다. 밤 10시51분. ‘트럼프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 부적절.’ 마감 중에는 메시지를 눈여겨보지 못한다. 감이 좋지 않았지만 그냥 흘렸다. 잇달아 받은 메시지. ‘ㅠㅠ.’ 이모티콘이 모든 상황을 말해주었다. 속보를 확인했다. CNN도 클릭했다. 한·미 정상회담 기사를 마감한 남문희 선임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남 기자는 탄식했다. 천관율 기자는 심야 청와대 움직임을 스크린했다. 이종태 기자에겐 워싱턴에 있는 정재민 편집위원에게 급히 연락해보라고 했다. 문정... Secret War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작가와 주인공이 맞닥뜨린 마음들 배문성 (나무나무출판사 대표) 나에게는 ‘돌려보지 않은 마음의 열쇠’ 같은 것이 몇 개 있다. 항상 마음을 짓누르고 있지만 한 번도 열쇠를 돌려서 열어본 적이 없는. 첫 번째 열쇠는 아버지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와 어머니에 대한 끝없는 죄책감이다. 두 번째 열쇠는 1980년 ‘광주’다. ‘광주’를 겪으면서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의뭉스럽고 조금 우스꽝스러운 경상도 사투리가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왜 전두환과 비슷한 어투로 말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은 내게 대책 없는 좌절감을 던져주었다. 세 번째는 세월호가 가라앉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된 무기력증이다. ...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블랙 어스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열린책들 펴냄 “홀로코스트는 역사일 뿐만 아니라 경고이기도 하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은 그 끔찍한 참상만큼이나 지독한 ‘효율성’으로도 유명하다. 나치는 유대인을 체계적으로, 관료적으로, 경제적으로 학살했다. 홀로코스트는 유능한 현대 국가만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로 간주된다. 〈블랙 어스〉는 새로운 해석을 제기한다. 북유럽이나 프랑스처럼, 나치가 점령은 했으나 기존 국가 제도가 남았던 곳에서는 학살이 일어나지 않았다. 학살은 소련과 나치가 번갈아 점령하며 국가 자체가 소멸되다시... 현실은 부조리하고 이념은 길 잃어도 이종태 기자 ‘80년대’ 5월은 정말 뜨거웠다. 이미 3~4월부터 기획된 ‘전두환 군사독재 타도’를 위한 시위와 농성, 타격전을 쉴 새 없이 이어나가야 했다. 비장했지만 두려웠다. 많은 사람들이 적(敵)과 아(我), 윤리와 패륜, 민족과 반역을 강렬하고 단순명료하게 가른 그의 문장에 의지하며 결의를 다졌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수천 동포의 학살자일 때 양심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전선이다 무덤이다 감옥이다.” 유신 정권에 맞서 투쟁하다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시인 김남주가 몰래 내보낸 시(詩) ‘학살’의 일부분이다...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요코씨의 말 1, 2 사노 요코 지음, 기타무라 유카 그림, 김수현 옮김, 민음사 펴냄 “한두 가지 특별한 재능이야 없으면 뭐 어떻겠니. 서너 가지 평범함에 따라갈 수 있으면 되지.” 사노 요코의 에세이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무심하거나 까칠한 것 같으면서도, 일순간 깨달음을 주는 그의 어록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번에는 그가 생전에 발표했던 글을 엄선해 그림을 얹었다. 대사가 조금 긴 만화책을 읽는 느낌이다. 그중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 하나. 사노 요코가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수영... 김경수의 시사터치 김경수 (만화가) 생각하는 재미 인생의 재미 김현 (시인) 오늘은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을 들었다. 카페에서 한 번, 지하철에서 한 번, 총 두 번이었다. 하루에 서너 번도 더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대신 듣게 되니 그 말의 우연한 겹침이 무척 신기했다. 이런 것도 인생의 묘미. 10대로 보이는 이가 휴대전화로 저편의 또래에게 건넨 말과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농담 삼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 속에 자리 잡고 있던 말이 어찌 같을 수 있을까 싶다가 인생은 어디까지 살아야 재미있어지는 걸까, 인생의 재미에 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생각해본다.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러고 보면 ‘생각’이 피고인석 앉은 MB “다스는 형님 꺼” 변진경 기자 5월23일 오후 2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시작됐다. 검은색 양복, 흰색 와이셔츠 차림의 이명박 피고인은 서류 봉투 하나를 손에 쥐고 재판정으로 들어왔다. 그가 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정확히 1년 전인 2017년 5월23일 박근혜 피고인이 첫 공판을 받은 장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가 재판을 맡았다. 판사:재판 시작하겠다. 언론인들 촬영 중인데 여러 의견 있었지만 이 사건 성격이나, 국민적인 관심도, 알권리를 고려해 촬영을 허가했다. 먼저 검찰 측 공소사실 요지 설명해달라(검찰은... 기사 후~폭풍 이오성 기자 제557호 장일호 기자의 ‘우울증에 대해 터놓고 말하다’ 기사에 많은 이들이 공명했다. 우리 사회의 우울증 문제를 직시하자는 이 기사는 페이스북(facebook.com/sisain)에서 7만명 넘는 독자에게 전달됐고, 187명이 공유했다. 독자 신동선씨는 “요즘 사회는 너무 획일적으로 돌아가는 거 같아요. 실제로는 무지개 빛깔인데 한두 가지 색깔만 강요하죠” 라는 댓글을 달았다. ‘여성 우울증은 달리 다루네’ 등 관련 기사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38주기를 맞은 5·18 관련 기사도 화제가 되었다. 당시 전남기계공고 3학년으로... 독자와의 수다 주진우 기자 독자 번호:107101446 이름:권백건(50) 주소:서울 관악구 당곡6길 청년의 목소리였습니다. 밝고 활기찼습니다. 50대라는 말에 놀랐습니다. “나이 들었지요. 하지만 항상 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권씨는 대형 건물의 자동제어 관련 일을 하는 전문직 종사자입니다. 기자가 “어려운 일을 하시네요”라고 하자, 그는 “어려운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기자는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를 되뇌고 사는데, 독자님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사IN〉 독자가 된 지는 10년쯤 되는 ... 김경수의 시사터치 김경수 (만화가) ‘세비 반납’ 약속 지킬 거죠? 고재열 기자 5월13일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사진)가 페이스북에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선거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전 시장이 친형과 형수에게 한 폭언이 담긴 음성 파일을 들었다며 민주당과 추미애 대표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상대 후보와의 궁합을 중시하는 남 후보의 신개념 ‘원팀 정치’ 콘셉트에 누리꾼들은 즉각 항의했다. 일단 선거에서 상대 후보는 ‘파트너’가 아니라 ‘카운터 파트너(Counter Partner)’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를 파트너로 고를 수 있다면, 여당도 홍준표 자유... “이것은 ‘트럼프 모델’이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이것은 ‘트럼프 모델’이다.” 5월16일(현지 시각) 미국의 북핵 폐기 방법이 ‘리비아 모델(선 핵폐기 후 보상)’이냐는 질문을 받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그림)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 샌더스 대변인은 “다들 알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의 협상가이다”라고 덧붙였는데, 어째 완전히 마음 놓기는 어렵네. “그런 논리라면 우리 당은 후보 낼 지역이 아무 데도 없다.” 바른미래당 일각의 ‘3등 할 후보를 내보내선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5월17일 유승민 공동대표가 한 말. 같은 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서울 송파을 재선거... 기사 후~폭풍 김동인 기자 오프라인 매장에서 매진을 거듭했다.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면에 다룬 〈시사IN〉 제555호 기사는 온라인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남문희 기자의 정상회담 분석 기사, 국내 여론 지형 변화를 다룬 천관율 기자의 기사, 북한 내 시장경제형 변화를 짚은 이종태 기자의 기사가 두루 사랑받았다. 남북 정상회담 관련 소식이 많았던 한 주였지만, 온라인에서 가장 열띤 토론을 불러온 건 포털 뉴스에 관한 기사였다. 이상원 기자가 쓴 ‘포털 독과점은 한국 현상’ 기사는 〈시사IN〉 페이스북 계정(facebook. com/sisain)에서 7... 경제위기가 김일성주의를 이겼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북한 관련 서적은 꾸준히 신간이 나오고 있는 분야이지만 좀체 판매고가 오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는 북한 연구자의 정통한 지식보다 진영 논리에 아부하는 문외한들의 ‘북한 괴담’에 쉽게 휘둘려왔다. 진영 논리의 거간꾼들에게 계속 북한 담론을 맡겨놓을 것인가. 북한 관련 서적이라면 북핵·주체사상·통일과 같은 거시적이고 정치적인 책만 있는 줄 알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주제의 책이 나와 있다. 무거운 주제가 부담스러운 독자들은 박태상의 〈북한 소설... 정교하고 호방한 이 록밴드를 보라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연주는 더없이 정교한데, 이를 통해 표현되는 밴드의 기세는 참으로 호방하다. 그들을 설명할 때 관습적으로 사용되어온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적 록’이다. 그러나 아시안체어샷은 2집 〈이그나이트(Ignite)〉로 자신들이 이 납작한 수사보다 훨씬 더 큰 밴드임을 증명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첫 곡 ‘뛰놀자’만 들어봐도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구성진 도입부를 지나 시원하게 폭발하는 지점에 도달하면, 이 밴드가 얼마나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단박에 느껴진다. 이어지는 ‘빙글뱅글’ 역시 마찬가지... ‘도이머이’ 이후 도대체 뭐임? 이종태 기자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이며 저서 〈베트남 역사(Vietnam, a History)〉로 퓰리처상을 받은 스탠리 카노는 1995년 베트남을 방문해 전쟁 영웅 보응우옌잡 장군을 만났다. 보응우옌잡 장군은 프랑스를 베트남에서 축출한 디엔비엔푸 전투(1954년)를 이끈 신화적 지휘관이다. 베트남이 통일된 뒤에는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지냈다. 카노 기자는 “마르크스주의는 어떻게 된 거요?”라고 질문했다. 베트남공산당이 ‘도이머이(혁신)’를 선언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때였지만 마치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투철한 마르크스 평화회담 이끈 탁월한 협상가 사명대사 김형민(SBS Biz PD) 조선 13대 임금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는 어린 아들 대신 수렴청정을 하면서 대단한 권력을 휘둘렀어. 그녀가 밀어붙인 일 중 하나가 승과(僧科)의 부활이었지. 국가가 직접 나서 엘리트 승려를 뽑는 승과 제도는 고려 시대 이래 조선 전기까지 유지되다가 폐지됐는데, 문정왕후는 유생들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승과를 재실시한 거야. 문정왕후가 죽은 뒤 승과는 곧 폐지되고 말았지만 그 짧은 기간 승과 합격자들 가운데에는 후일 역사에 남은 승려가 여럿 있어. 대표적 인물이 서산대사 휴정과 사명대사 유정이야.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서산대... 여기 진짜 〈리틀 포레스트〉 같은 삶 이오성 기자 머위, 취, 고사리 나물을 무친다. 돌미나리와 머위 부침개도 상에 올린다. 부침개를 찍어 먹는 간장에는 올봄에 캔 달래를 넣었다. 육식주의자 손님을 위한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어린이를 위한 비엔나소시지 양파볶음, 잡채도 만들었다. 초봄에 캐서 보관해둔 냉이로 끓인 국까지 더하니 오늘의 한 끼가 완성됐다. 상이 차려지는 찰나 텃밭에서 쇠똥풀(왕고들빼기)과 당귀를 뽑아다 올린다. 특별할 것 없다. 머위에선 머위 맛이, 당귀에선 당귀 향이 날 뿐이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맛이다. 음식을 차린 조혜원씨는 산골살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