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갑을 멘탈리티’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재벌가의 ‘갑질’이 잊을 만하면 미디어에 등장한다. 최근 어느 재벌가의 갑질에 대한 집단 시위가 있었다. 미디어에서는 이를 ‘을의 연대’ 또는 ‘을들의 반란’이라고 명명한다. 이 기회에 우리는 갑질의 정체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 근원적인 문제에 집단적 성찰을 해야 한다. 갑질의 정체는 바로 위계주의적 사유 방식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 간의 위계를 설정하자마자, ‘갑을 멘탈리티’가 작동한다. 한국 사회엔 관계에서 갑을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 사회적 DNA처럼 자리 잡고 있다. 대학 입학 연도, 나이, 성별 또는 직책에 따라 위계... 보건복지부의 ‘의견 없음’이 부끄럽다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낙태죄’에 관한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2년 헌법재판소(헌재)에서 4대 4로 합헌 결정이 난 지 6년 만이다. 지난 5월24일 공개변론을 앞두고 헌재는 관련 부처에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가 낸 의견서는 이미 공분을 사고 있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주목할 것은 보건복지부의 ‘의견 없음’이다. 보건복지부는 인공임신중절의 허용 사유 등을 규정한 모자보건법의 주무 부처다. 시술을 담당하고 있는 병·의원을 관리 감독하기도 한다. 그간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살펴보자. 2009년 전재희 전 장관은 저출산 타개책으로 “... ‘카우보이’가 기록한 우리의 큰 별 권정생 고재열 기자 2007년 어느 날 이충렬씨(64)가 홀연히 찾아왔다. 자신을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잡화상을 하는 ‘애리조나 카우보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원 〈시사저널〉 파업 기자들의 신매체 창간을 돕겠다며 후원 전시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그동안 수집한 작품 몇 점을 내놓고 주변 지인들의 기증도 이끌어냈다. 윤정모 소설가 집에 가서 기증 작품을 함께 실어오기도 했다. 류연복 판화가에게도 전시회를 위한 작품을 부탁했다. 작품 경매로 전시회를 마무리하고 며칠이 지나 그가 다시 찾아왔다. 장부를 들여다보더니 계산이 안 맞는 것...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사회를 위하여 김주희 (궁리 편집자) 2013년 이맘때였다. 한 시민 강좌에서 정치철학자 김만권 박사를 처음 봤다. 미국 뉴스쿨에서 〈정치적 적들 간의 화해를 위한 헌법 짓기〉라는 논문을 마치고 10년 만에 모국으로 돌아온 그였다. 처음 시민 강좌를 한 날, 그는 눈물을 내비쳤던 것 같다. 한국 땅에서 모국어를 쓰며 정치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 후 변함없이 그는 대중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의 정치사상 텍스트를 길잡이 삼아 한국 사회와 국가를, 정의를, (불)평등을, 자유주의를, 민주주의를, 정치를 시민들과 함께 탐구하는... 글과 강연으로 전한 ‘불편할 준비’ [프리스타일] 장일호 기자 연재 기획에 적극적인 편이다. 내 글 쓰는 일은 괴롭지만 잘 쓴 남의 글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기획안을 만들고 사람을 찾기보다는, 사람을 두고 기획을 굴려본다. ‘저 사람이랑은 어떤 글을 섞어보면 좋을까.’ 지난해 2월 시작된 ‘불편할 준비’는 좀 달랐다. 페미니즘 이슈만을 다루는 지면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기획이 앞섰다. 필자를 구성하는 일도, 편집국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8년차 커리어를 걸고 만들었다’는 말이 아주 우스갯소리는 아니었다. 첫 필자 모임에서 ‘매주 쓸 게 있을까요?’라던 우리의 질문은 처음부... 2018 FIFA WORLD CUP MATCH SCHEDULE 시사IN 편집국 2018 FIFA WORLD CUP MATCH SCHEDULE 공은 알고 있을까 누가 웃을지 서형욱 (MBC 축구 해설위원, 〈풋볼리스트〉 대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은 남미 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무대다. 유럽과 남미가 양분하는 세계 축구 역사를 반영하듯, 두 대륙은 월드컵에서도 대등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유럽의 독일이 우승을 차지하며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이제까지 20차례 치러진 월드컵에서 남미는 모두 9차례에 걸쳐 챔피언에 올라, 11차례 오른 유럽에 2회 뒤져 있다. 남미가 유럽에게 이렇게 뒤진 것도 처음이지만, 무려 3회 연속 유럽이 챔피언에 오르는 걸 막지 못한 것도 초유의 일이다(최근 3개 대회에서 챔... 시사IN 제561호 - 묘지 앞에 삼권분립 묻다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 REVIEW IN •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 말말말·캐리돌 만평 • 와글와글 인터넷·김경수의 시사터치 • 포토IN/"남과 북이 같이 찍읍시다" '이명박 재판' 법정 중계 • 다스의 자회사는 MB 가족 '월급 화수분'? COVER STORY IN 대법원 문 앞에서 삼권분립이 멈췄다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로비 재료로 재판을 활용한 문건이 날것으로 공개됐다. 98개 문건을 사건의 궤적을 따라 재구성한 결과, 조사 보고서로는 알 수 없었던 맥락이 선명히 드러났다. • 법원행정처가 만든 문건, 이렇다... ‘진짜 영웅’의 성난 외침 양정민 (자유기고가) 여성들의 성난 외침이 연일 서울 도심의 하늘을 가득 메웠다. 5월17일에는 강남역 살인 사건 2주기를 맞아 서울 지하철 7호선 신논현역 인근에서 성차별·성폭력 반대 시위가 열렸다. 폭우 속에서도 1000명(이하 경찰 추산 인원)이 모여들었다. 이어 5월19일에는 불법 촬영 범죄에 경찰이 공정하고 엄격하게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부근에서 개최됐다. 1만명이 넘게 참가해 규모 면에서 역대 여성 집회 기록을 새로 썼다. 다음 날인 5월20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임신중절 합법화를 그날 정치가 월급봉투에 스치운다 천관율 기자 월급은 노동시장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는지는 정치가 결정한다. 정치란 자원 배분의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월급은 가장 고전적인 정치의 의제다.5월28일 국회 본회의는 재석 의원 198명 중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으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흔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법’으로 불린다. 최저임금에 속하는 ‘임금’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예전보다 넓게 해석했다. 이 법 개정으로 월 단위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된다(아래 ‘개정된 최저임금 2035년엔 진짜 80%가 로봇 택시를 탈까 문정우 기자 기술적으로 자율주행차 산업은 두 가지 흐름이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대로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LiDAR:레이더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 보이지 않는 빛의 파장을 이용해 주변 지역에 대한 고해상 3D 지도를 만든다), 그리고 각종 센서를 결합한 방식이다. 구글의 웨이모나 우버 등이 선도한다. 서버나 각종 센서를 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다니며 지붕에도 복잡한 장치를 얹어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정교하지만 잡다한 기계와 센서가 공간을 많이 잡아먹고 값이 비싼 게 흠이다. 두 번째는 운전 보조 기술을 가장 앞서 개발해온 이스라엘 ... 원조 스타 PD, 서울 문화를 ‘재배’하다 이숙이 기자 10년 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치 동안을 유지하고 있었고, 조잘조잘 수다쟁이였으며, 대화 중간중간 반짝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63)는 원조 스타 PD다. MBC에서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TV 청년내각〉 등 재미와 의미를 겸비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예능 PD로서는 처음으로 프로듀서 이름 자체가 흥행의 보증수표 구실을 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후 대학으로 옮겨 교수를 하다 OBS 경인방송 대표이사, JTBC 제작본부장 등을 거쳐 2... ‘어시스트의 귀재’ 터키 대통령 도우려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터키계 독일 축구 선수 메수트 외질(아스널 소속)과 일카이 귄도간(맨체스터 시티 소속)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뛴다. 두 선수는 지난 5월13일(현지 시각) 런던의 한 호텔에서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그들은 각각 유니폼을 증정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귄도간은 유니폼에 “존경을 담아 나의 대통령에게”라고 적었다. 이 사진은 5월14일 아침 터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게재되어 퍼져나갔다. 사진은 일파만파 논란을 불러왔다. 독일에서 외질과 귄도간은 비판의 도마에 올... [초록 물고기] 막동이에서 [버닝]의 종수까지 김형석 (영화평론가) 한국 영화사에서 이창동은 꽤 이질적인 존재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였던 그는 서른 살에 소설가가 되었고,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연출부로 영화 현장을 처음 접한다. 첫 영화 〈초록 물고기〉(1997)를 만들었을 때는 40대 중반이었고, 50살이 되었을 땐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관료 생활을 한다. 퇴임 후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밀양〉(2007), 〈시〉(2010) 그리고 〈버닝〉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그가 단지 ‘이색 경력의 영화감독’에 그치는 건 아니다. 진정 독특... 아직 충분히 마시지 못했습니다 장일호 기자 몇 년 전 후배가 물었다. “선배는 술, 담배, 고기 중에 하나만 끊어야 한다면 뭘 끊을 거야?”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호하게 답했다. “목숨.” 나는 나의 순발력에 감탄했다. 건강을 이유로 술이며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내심 못마땅했다. 〈드링킹〉의 저자 캐롤라인 냅처럼 말이다. “별 웃기는 유행 다 보겠네. 이게 도대체 무슨 재미야?(34쪽)” 어차피 한번은 죽으니까, 좋아하는 술·담배라도 마음껏 하자고 다짐했다. 따지고 보면 인생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 정도다. 그마저도 간섭받기 일쑤이지만. 〈드링킹〉을 ... 아픔을 받아들이세요 김현 (시인) ‘아픔을 받아들이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자주 쓰지 않아서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며 들은 말이었다. 아픔을 거부할수록 더 아파지고 아픔을 받아들일수록 덜 아프게 된다는 강사의 말을 듣고 일단은 통증을 꾹 참아보았다. 거부에서 인내로, 참음에서 참지 않음의 경지로 가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나름 수련인의 본보기가 되어보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최근 요가를 시작했다. 몸의 통증을 줄여보자는 마음에서였다.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 이 단순한 마음을 먹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흔을 앞두고 시급했다. 다들 말했다. 서른 다르 하루 12시간 노동 끝에 목숨 잃은 선박 실습생 김동인 기자 “방금 페르시아만에 진입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죽겠습니다. ‘6by6(6시간 일하고 6시간 휴식)’으로 뛰어서 힘드네요. 하지만 참고 버텨보렵니다. 파이팅!” 유품인 스마트폰에서 고 장선호씨(24)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해 8월6일, 화학물질 운반선에 실습항해사로 승선 중이던 장선호씨는 스마트폰으로 이 영상을 찍은 몇 시간 후 숨졌다. 장씨가 탄 배의 선장은 실습생 신분인 장씨에게 하루 12시간 노동을 강요했다. 제때 쉬지 못한 장씨는 이날 선내 탱크 청소를 돕던 중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배 떠나는 해기사, 씨 마르는 해운 인력 김동인 기자 해운·수산업계에서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승선근무예비역이라는 별도 병목이 신설·확대되었다. 승선근무예비역이 생길 당시, 해운·수산업계의 공통된 논리는 ‘제4군’ 역할론이었다. 한반도 유사 시 민간인을 태우고 운반하려면 국가에 일정 수준을 갖춘 선박과 선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질적으로 뛰어난 선원 엘리트, 일종의 상선 장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승선근무예비역, 즉 ‘유사시 동원할 선원 예비역’이다. 병역법 개정으로 생겨난 승선근무예비역 제도는 해기사(항... 군대 대신 탄 배에서 스스로 목 맨 까닭 김동인 기자 동생은 생활력이 강했다. 홀몸으로 자식 둘을 키운 엄마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학비가 무료인 부산해사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열여덟 살 이후로는 방학이나 돼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고향인 경남 창원 집에 오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밖으로 쏘다니기 일쑤였다. 목포해양대에 진학한 후에도 동생은 엄마에게 손 한번 내밀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조선소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쳤을 때에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1년 유급해야 했을 때에도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사이 누나 구설희씨(27)는 부산에서 대학을 마치고 서울에서 직장을 구했다... 혼술의 시대 돌아온 칵테일 김교석 (벤치워머스 편집자) 주류 산업만큼 비주류가 주류를 압박하는 형국도 보기 드문 것 같다. 크래프트 맥주 혁명 이후 개성과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음주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술은 취하기 위한 음료나 사회생활의 수단이 아니라 음미하는 기호 식품이자 라이프스타일로 격상했다. 그래서 ‘혼술’ ‘홈바’ 문화 확산과 잔술 판매 보편화를 취향의 다양화, 문화 탐닉의 즐거움으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새로이 주목받은 주종이 바로 칵테일이다. 지금 여기서 말하는 칵테일은 1990년대 말 뉴욕에서 시작한 이른바 크래프트 칵테일 혁명이라 불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