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고 친절한 성폭력 가해자 김민아 (페미당당 연구활동가) 생애 전반에 걸쳐 생각하게 되는 기억들이 있다. 수학 선생이던 그는 학원에서 가장 다정한 사람이었다. 선생님께 나는 애제자였다. 학원비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돈을 대신 내주었고 다른 학생들 몰래 문제집 여러 권을 챙겨주며 나를 독려했다. 그는 그때 내가 손을 내밀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새로 차린 학원으로 나를 불렀다. “학원비 걱정은 하지 말고 여기서 마음껏 공부해.” 학원 독서실에 혼자 남아 공부하고 있으면 그는 티타임을 갖자며 똑똑 문을 두드리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티타임이... ‘너’를 살게 하는 쿠바 여행 김경미 (숨쉬는책공장 대표) 예전에 함께 책 작업을 한 작가가 다른 책 작업으로 먼저 연락을 해온다면? 우선은 반갑다. 다음으로 함께한 작업이 나쁘지는 않았나 보다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쿠바 여행 에세이 〈너는 쿠바에 갔다〉도 그랬다. 책 작업으로 인연이 있는 박세열 기자가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준비해 먼저 연락을 해줬다. 반가움과 안도감 말고 걱정이 더해졌다. 기존에 작업한 책도 쿠바를 배경으로 한 여행 책이었고, 새로 건네준 기획안과 샘플 원고도 쿠바를 배경으로 한 여행 관련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는 여...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사진 찍은 시위대는? 전혜원 기자 “대통령님, 저도 봐주세요!” 6월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 앞.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에게 “잘 살펴보겠다”라고 답한 뒤 발길을 돌리던 참에 김대범씨(25·왼쪽)가 소리쳤다. “이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문 대통령이 돌아봤다. 김씨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서 다음 총선에는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공보물과 투표용지를 제공해주세요. 제 이름처럼 대범하게 장애인 정책을 밀고 가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대통령과 시위대는 함께 기념사진... 발칸반도의 돌풍 꿈꾸는 크로아티아 김현민 (〈골닷컴〉 기자)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소개하기에 앞서 크로아티아의 역사를 먼저 살펴보자. 팀을 알기 위해서는 이 나라의 역사를 단편적으로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크로아티아는 발칸반도 서북쪽에 위치한 국가다. 1918년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이었다가 내전을 통해 1991년 6월, 분리 독립하기에 이르렀다. 즉 크로아티아의 역사는 1991년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유고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으나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1986년 멕시코 월드컵... 프라이버시의 사망 문정우 기자 지난해 프랑스 사진작가 스테판 글라디외는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 보통 사람의 개성 넘치는 인물 사진을 찍고 싶어서였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북한 사람들은 독사진을 찍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애써 혼자 세워놓으면 약속이나 한 듯 말쑥한 차림에 억지웃음, 영락없이 체제를 선전하는 그림이 되고 말았다. 결국 그는 적게는 두 명, 많게는 다섯 명이 함께 찍은 사진밖에는 건질 수 없었다. 그 정도 선에서만 사람들의 독특함이 살짝 살아났다. 그가 왜 답답해하는지 피사체가 된 사람도, 그의 작업을 내내 곁에서 지켜보며 따라... 정치권으로 가는 교수님께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최근 사무실에서 두 교수의 다른 행보가 화제가 됐다. “둘이 친하지는 않은가 봐.” “지금 분위기로는 ○○○이 되는 거 아니에요? 나중에 두 사람 어쩌려고 저러지?”지방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 후보의 캠프에서 중책을 맡은 ㄱ교수와, 유력 후보에 맞서 출마한 다른 후보의 핵심 브레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해온 ㄴ교수 이야기였다. 때가 때이니만큼 말도 많고 떠다니는 이야기도 많다. ㄴ교수는 왠지 운동권 출신 같다는 둥 ㄱ교수가 더 줄을 잘 섰다는 둥. 직원들은 종종 마주치면 인사하던 두 사람이 정치인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낯설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당신의 노후 박형서 지음, 현대문학 펴냄 “국가는 모든 죽음을 부검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게 다 국민의 세금이다.” 박형서 작가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초고령 사회의 한국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위상은 지금과 전혀 다르다.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공단은 과다 수급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TF를 운영한다. ‘국가의 노화한 세포’를 처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타살이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한다. 언뜻 자연스러워 보이는 노인 자살 사건의 배후에도 이들이 있다. 국민연금공단 노령연금 TF 팀장으로 일했... 보수 철옹성 허물어진 6·13 지방선거 김연희 기자 〈시사IN〉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1995년 1회부터 2014년 6회까지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선거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런 다음 2000년 이후 선거로 특정해 당선자의 출신 정당을 살펴봤다.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 네 차례 지방선거를 정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계열 정당 후보가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지역은 기초단체 226곳 중 109곳이었다.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 당선자를 배출해보지 못한 지역은 45개에 그쳤다(10~17쪽 기사 참조).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109곳 중 53곳’ 거대한 변화의 시작 천관율·김연희 기자 “109개? 그렇게 많아? 전체가 226개인데?”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1주일 전, 〈시사IN〉 지방선거 취재팀은 전국 226곳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의 역대 선거 결과를 정리해봤다. 226곳 기초단체장 선거는 정당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인물과 조직의 힘, 그러니까 정당의 실력이 날것으로 드러나는 성적표다. 전국을 겨우 17조각으로 나누는 광역단체장 지도보다, 226조각으로 나눠서 보는 기초단체장 지도가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단체장까지 선거로 뽑는 대구라서 졌다고? 아니, 좀 더 복잡해 이상원 기자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박수 칠 준비를 하던 손들이 느릿느릿 내려갔다. 입을 벌린 사람들이 많았다. 텔레비전 화면이 다른 지역 결과로 넘어간 뒤에도 옆 사람에게 말 붙이는 이가 없었다.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후보가 눈을 감았다. 몇 초 되지 않는 동안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졌다. 5분 뒤 자리에서 일어나 몇 사람과 악수한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6월13일 저녁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 캠프 풍경이었다. 결과만 보면 ‘예상대로였다’는 평도 나온다. 쏟아져 나온 ‘TK(대구·경북) 제외 여당 ... 여당 원내대표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 이숙이 기자 6월12일 저녁 8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막판 유세가 한창이던 명동은 축제판이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출동해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압승하게 해달라며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이름을 한 명씩 다 호명했다. 자신감과 여유가 충만했다. 유독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표정에선 그늘이 엿보였다. 유세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곧바로 원 구성을 하고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야당이 제대로 응해줄지 걱정이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야권 재편의 필요... 기사 후~폭풍 남문희 기자 장일호 기자가 쓴 와글와글 인터넷 ‘클래스는 영원하다’ 기사(제560호)의 페이스북 (facebook.com/sisain) 도달률이 높았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자유한국당)가 지난 5월30일 토론회에서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과 과거 일련의 왜곡된 성 의식을 보여주는 발언을 꼬집은 기사였다. 6만6527명에게 도달했고 881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김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소방관들에게 갑질할 것을 우려하는 독자의 댓글도 이어졌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을 다룬 김은지 기자의 ‘상고법원 된다면야 재판 거래쯤이야’ ... ‘축구 종가’ 자존심 젊은 피가 지킨다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잉글랜드를 축구 종가라고 소개하는 건 식상하다. 종가를 자처하지만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우승한 이후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나라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잉글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모으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를 보유하고 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는 초라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잉글랜드는 유럽 예선 F조에서 무패(8승 2무)로 조 1위를 차지했다. 10경기에서 18골을 넣고 3골만 내줬다. 우리가 잉글랜드 하면 떠올리던 데이비드 베컴... 국회에서 여성 정치인을 찾기 어려운 까닭은? 유혜영 (뉴욕 대학 교수·정치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6·13 지방선거 후보자 분석 결과’를 보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전체 후보자의 80.2%가 남성이다. 17곳 광역단체장의 경우 모든 후보가 남성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교섭단체를 이루고 있는 다른 정당이 내세운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도 2명에 불과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고 각종 시험에서 여성이 수석을 차지했다는 뉴스를 접한 지도 오래되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여성의 로스쿨 진학률은 44.7%로 역대 최... ‘다크호스’ 그 이상을 원한다 송영주 (스포티비 축구 해설위원) 벨기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다크호스다. 오히려 팀 전력과 선수들의 면면, FIFA 랭킹(현 3위) 등을 살펴보면 우승 후보에 가깝다. 하지만 대다수는 벨기에를 우승 후보로 보진 않는다. 이는 역사에 기인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벨기에는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고, 기대를 모았던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 2016에서 각각 8강 진출에 머물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벨기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여줄까? 다크호스에 만족할 수 없는 벨기에의 전력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벨기에의 ... 독자와의 수다 김연희 기자 독자 번호: 214110323 이름: 한원희(51) 주소: 전남 목포시 한원희씨는 제555호를 즐겁게 읽었다며 〈시사IN〉 홈페이지에 ‘독자와의 수다’를 신청했다. 제555호는 4·27 남북 정상회담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정기 독자인 그는 역사적인 회담을 기록한 사진과 기사를 종이책으로 지인들과 나누고 싶었다. 제555호를 추가로 구매해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목포 시내 서점 등을 모두 뒤졌다. 하지만 구할 수 없었다. 그는 〈시사IN〉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직접 10권을 주문했다. 편집국의 수고를 알아봐준 독자가 고맙고 또 ... 수비 ‘불안 불안’ 했지만 16강 눈앞에 둔 러시아 이재후 (KBS 아나운서) 러시아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개최국 중 최약체로 평가받았으나 조 편성에서 행운이 따랐다. FIFA 랭킹으로만 보면 러시아가 66위, 사우디아라비아 67위, 이집트 44위, 우루과이가 22위다. 8개 조 가운데 A조의 랭킹 평균(50위)이 가장 낮다(한국이 속한 F조의 랭킹 평균은 25위). 러시아 대표팀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 모두 10번 진출했다(옛 소련으로 7번, 러시아로 3번). 최고 성적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전설적인 골키퍼 야신을 앞세워 거둔 4위이며, 러시아로 재편된 뒤 참가한 3번의 대회에서는 모두 조별 리... 반미북진가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술잔 오가던 판문점 그날 이후 총탄 오갔네 김형민(SBS Biz PD) 4·27 남북 정상회담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하나를 들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방북’일 거야. 인사를 나누던 두 정상이 손을 잡고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이라 할 콘크리트 선을 훌쩍 넘어 북쪽 땅을 밟던 장면 말이야. 동시에 판문점에서도 남과 북이 서로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엄존한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킨 순간이기도 하지. 그런데 휴전 이후 오랫동안 판문점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어. 판문점에는 남과 북의 경계선이 명확하게 그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남과 북의 경비병과 기자들은 곧잘 뒤섞였고 서로 농담도 하고 우정을 나누... “잘 안 들리는데요”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구글 트렌드로 안철수가 조금 앞서면서 민주당 후보와 접전입니다.” 지방선거 이틀 전인 6월11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그림)가 마지막 방송 연설에서 “저와 현직 시장이 초박빙 접전이다. 객관적으로 간단히 확인하실 수 있다”라며 구글 검색량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 개표 결과 안 후보는 97만 표를 얻어, 1위 박원순 후보에게 165만 표 뒤진 3위. “미국이 일방적으로 김정은에 놀아난 실패한 회담.” 북·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온 다음 날인 6월1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미 회담 결과를 “트럼프가 국내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