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불러주는 아름다운 자장가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오백 년 잠자던 잠귀신 노리가 눈을 떴다. 신나게 한판 놀아볼 생각으로 밖에 나갔는데, 어라?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 강남 쪽 배추밭은 모두 없어지고 높다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것이다. 밤인데도 환한 불빛 아래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사람들이 잠을 자야 귀신이 놀 수 있는데 말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어리둥절해 있던 노리의 눈에 두 눈 퀭한 채 흐느적거리고 있는, 귀신 비슷한 존재가 들어온다. 온종일 학교와 학원으로 뺑뺑이 돌다가 거의 넋이 나가 있는 아이, 자미. 나랑 놀자! 노리는 자미를 하늘로 들어올린다. 이 ... [영화] 휘트니, 언제나 사랑할게요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한 소녀가 있었다. 예쁘고 착하고 노래를 잘했다. 인기 많은 게 당연했다. 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했는데 하필 제일 나쁜 남자를 선택했다. 잘해보려고 애썼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게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인생. 더 이상 예쁘지도 않고 노래도 잘하지 못하면서 바보같이 계속 착하기만 한 여자. 사람들은 그를 혐오했고, 그래서 그는 외로워졌다.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재기의 기회를 잡으려 한 순간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롭게, 혼자서 그렇게, 쓸쓸한 죽음을 맞... 참을 수 없는 수업의 가벼움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나는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 첫 시간마다 ‘왜 모두가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수학교육론에 따르면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논리적 사고 능력의 배양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주된 대답은 시험과 성적, 진학이다. 학교가 내게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논리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수학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과 수업은 시험을 목표로 진도를 나간다. 그러다 보니 시험이 끝나면 교사와 학생은 목적을 잃고 만다. 고3 학생들이 수능이 끝난 후에 조선만 사랑했던 황제의 재림일까? 문정우 기자 작고한 타이완의 지식인 보양 선생은 중국 역사에서 특히 정신 상태가 황폐했던 황제가 다스린 때를 단두정치(무뇌 정치) 시대라고 불렀다. 단두정치 시대는 수도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명나라 신종, 만력제 시대가 단연 어두웠다. 16세기 중국은 대암흑기였다. 지식인이란 자들이 3년상이나 대례의(적통이 아닌 태자가 친부모를 친부모로 불러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논쟁에 목숨을 걸던 때였다. 엘리트 놀음에 이가 갈려서였을까. 어려서 황제가 된 만력제는 엄한 스승이던 재상 장거정이 죽자 정신없이 노는 데 빠져들었다. 아편을 상습적으로 피웠...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일본전몰학생기념회 엮음, 한승동 옮김, 서커스 펴냄 “병영 안에는 한 사람도 인간다운 자가 없습니다. 나도 인간에서 멀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이름이 제일 윗줄, 출생일이 한 줄, 전쟁 탓에 조기 졸업한 학력이 한 줄, 입대 날짜가 한 줄. 맨 마지막 줄은 이렇게 맺는다. “○○년 ○월○일, △△△에서 전사. ○○세.” 태평양전쟁으로 죽은 일본 학도병들의 유고집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은 묘비처럼 유고의 주인을 설명한다. 이어지는 글에는 캄캄한 피 맛이 진득하게 배었다. 동료가 돌로 중국인의 머리를... 직관을 따를 수 있는 용기 박지석 (도서출판 항해 대표) 직관(直觀)은 무의식의 발현이다. 가령 특정 기기의 조작 편의성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용법이 ‘직관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관은 자연스럽고, 초논리적(meta logical)이다. 우리는 자주 직관의 근거 없음을 의심하고 거기에 그럴듯한 논리를 끌어다 붙이지만, 사실은 직관이 먼저 오고 논리가 그 뒤를 따른다. 누구보다도 직관을 따른 인간이자, 스마트폰 창시자이기도 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피해자가 입을 열면, 소송으로 입 막는 가해자 이은의 (변호사) 젠더 문제를 두고 누군가는 역차별을 말하고, 누군가는 갈등을 경계한다. 미러링이니 반격이니 하는 이야기가 몇 년째 분분하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정말 어떤 변화가 온 것만 같다. 여성들이 주축이 돼 벌이는 대규모 시위는 연일 논란의 도마에 오른다. 이들이 내뱉는 과격한 불만의 언어를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끝나지 않는 논쟁 속에 성폭력 피해자의 삶도, 피해자를 지원하는 변호사의 일상도 덩달아 뜨거워진다. 이렇게 뜨거운 일상을 살면서 정말 ‘위험한 것’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지 만 3년6개월이 되 비빔밥·삼계탕도 ‘할랄 음식’입니다 김세영 인턴 기자 유홍종씨(59)는 얼마 전 자신이 운영하는 할랄 식당 앞에서 택시를 탔다가 질문을 받았다. “괜찮으세요?” 식당에 무슬림이 많이 올 텐데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무슬림(이슬람교도) 학생은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히잡을 잡아채이기도 했다. “더운데 왜 이런 걸 쓰고 다니냐”는 시비였다. 유씨는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몇 년 새 국내에도 무슬림이 늘어나면서 곳곳에 기도실이 생기고 할랄 음식점도 늘었다. 그러나 제주 예멘 난민을 둘러싼 여론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무슬림을 쉽게 ‘테러’와 연관 짓는 ... 국정원 특활비 뇌물 아니다? 김연희 기자 이명박 피고인의 혐의는 16가지에 이릅니다. 7월27일 16차 공판까지 혐의 10개에 대한 증거조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아래 인포그래픽 참조). 5월23일 첫 재판 이후 석 달 동안 범죄 사실 중 절반 이상을 심리한 겁니다. 이제 남은 건 공직 임명 등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대통령기록물을 영포빌딩으로 반출한 혐의에 대한 증거조사입니다. 검찰은 증거 설명을 끝내는 데 공판 5회가 더 필요하다고 예상했습니다. 측근들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7월26일 1심 선고를 받았습니다. ‘MB 40년 집... “MB에 30억 지원했는데… 파렴치한이다” 김연희 기자 ■ 8월6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7차 공판 이명박 피고인은 공직 임명 등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찾아낸 뇌물 공여자는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등 5명이다. 첫 번째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22억6230만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이명박 피고인 대통령 취임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였던 이팔성 전 회장은 김윤옥 여사와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형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해 뇌물을 전달하면서 이명박 피고인에게 금융기관장 자리를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전 회... ‘흑금성’ 정체 긴가민가했는데…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흑금성 박채서씨는 원 〈시사저널〉 때부터 알았나요? 그렇죠. 1996년 원 〈시사저널〉 때 김당 기자(현 UPI뉴스 선임기자)와 함께 만나기도 했죠. 그때 그가 말하는 정보가 사실인가 긴가민가하고 안기부(현 국정원)의 역공작인가 의심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정보가 믿을 만했죠. 남북 ‘이중 스파이’가 실화? 정보 세계에서 얼마든지 가능. 서로 위장 포섭당하는 거죠. 과거 만난 취재원 중에도 이런 위치에 있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연재 중인 ‘괄호 속 현대사’에서 괄호의 의미는? 과거사에 비해 현대사는 굉장히 복잡합니다. 생존... 이 주의 그래픽 뉴스 최예린 기자 세종대 김대종 교수, 국제경영학회 논문발표“미중 무역전쟁, 한국은 교역확대 기회” CPTTP, RCEP 가입 대안 제시 ADVERTORIAL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과 교수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아시아태평양 국제경영학회와 UN이 공동으로 개최한 학회에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은 무역다변화이다”라는 주제로 논문발표를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2017년 기준 한국의 전체 교역액은 1조 510억 달러이다. 2017년 수출은 5,737억 달러, 수입은 4,784억 달러로 953억 달러가 경상수지 흑자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한국은 약 50조원이 넘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위기를 잘 극복하면 오히려 기회이다. 미국이 무역을 축소하... 글로벌 피팅센터 더클럽픽스 한국 상륙 ADVERTORIAL 글로벌 피팅업체 브랜드 더클럽픽스가 국내 최초로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최첨단 피팅 센터 더클럽픽스 코리아를 오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더클럽픽스는 유명 골프잡지 골프다이제스트에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베스트 피터로 선정된 업체이며, PGA와 LPGA 투어 선수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으며 탁월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글로벌 피팅업체이다. 더클럽픽스 코리아는 3만가지의 데모 데이터 조합의 장비를 보유한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활동한 데릭 김이 더클럽픽스 미국법인의 기술과 노하우를 그대... 하이생, 목넘김 편한 ‘하이생 분말’ 출시 ADVERTORIAL [자료 제공일 2018년 8월10일(금)]하이모의 효소식품 브랜드 하이생(www.hisaeng.co.kr)이 어린이나 노인도 쉽게섭취할 수 있는신제품 ‘하이생 분말’을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한 ‘하이생 분말’은 환 타입으로 선보였던 기존 하이생을 분말타입으로만든 제품으로,어린이, 노인 등 환 타입 제품을섭취하기 힘들었던 고객들도 물, 우유, 주스 등에 타먹거나, 음식에 토핑으로 뿌려 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섭취할 수 있다. 하이생은100% 국내산무농약의 현미, 미강, 대두를 이용한 복합발효 효소식품으로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분해... 당신이 배심원이라면?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집에서 연 파티에 참석한 한 병사가 술에 취하자 군인 부부는 그를 소파에 재웠다. 부부는 위층으로 올라가 네 살 아들과 한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아내는 잠에서 깼다. 술 취한 병사가 그녀의 질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옆에 남편과 아들이 자고 있었다. 아내는 15분 동안 입을 다문 채 누워 있었다. 여러분이 배심원이라고 가정하자. 피고인 쪽 변호인들은 그녀가 남편을 깨워 병사의 행동을 중단시킬 수 있었는데도 침묵을 지켰다며 강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노 민스... 독자와의 수다 김은지 기자 독자 번호: 117050059 이름: 오희진(25) 주소: 경기 부천시 전화 건 사람: 김은지 기자 직장인 오희진씨는 주로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본다. 기사를 읽다 보면 피곤할 때가 잦다. 정치·경제·사회 등 시사에 대한 관심으로 뉴스를 찾았는데, 오히려 궁금한 게 더 늘었다. 다른 기사를 또 찾고 또 찾다 보면 시간이 많이 들었다. 갈증이 더 생겼다. 주간지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안을 깊이 있게 따라가는 매체를 구독하는 게, 뉴스를 보는 더 쉬운 방법이라 여겼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중심을 잡고 보도하는 〈시사IN... 기사 후~폭풍 김은지 기자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대북 공작원 ‘흑금성’ 박채서씨 기사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제569호 정희상 기자의 기사 ‘대한민국은 왜 흑금성을 버렸나’는 영화 〈공작〉의 실제 주인공 박채서씨를 인터뷰했다. 김영삼 정권 시절 자행된 북풍 공작에 많은 독자들이 응답했다. 〈시사IN〉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sisain)에 ‘좋아요’ ‘화나요’ 등이 800개 넘게 붙었다. “김대중 정부가 어떤 위기 끝에 등장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같은 댓글과 함께 125회 공유되었다. 김연희 기자의 ... 무더위도 돌아가는 천년 사찰에서 이오성 기자 한국의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기까지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창건 당시 원형의 유지, 교육기관인 선원 운영, 역사적 기록의 신빙성 등 까다로운 심사 기준이 존재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 달리 산에서 수행하는 전통이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을 유네스코는 귀하게 봤다(〈시사IN〉 제567호 ‘여름밤 달빛 아래 산사에 내린 축복’ 기사 참조). 산에서 수행하기 위해 사찰은 대개 그 지역의 가장 풍수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진입로는 아름답고, 건물 배치도 자연과 어우러진다. 1000년을 이어온 우리 산사의 이런... [카드뉴스] 어느가족 차형석 기자 1.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2018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좀도둑질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빠(릴리 프랭키)였다. 그날도 아들(조 가이리)과 함께 온 가족의 일용할 양식을 훔쳐 돌아오는 길, 추위에 떨고 있는 한 여자아이(사사키 미유)를 보았다. 2. 너무 가여워 보여서 집으로 데려왔다. 너무 배고파 보여서 밥을 먹였다. 너무 졸려 보여서 잠을 재웠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렇게 아이는 이 가족에 스며들어 막내가 되었다. 3. 말하자면 ‘구조’였지만 따지고 보면 ‘유괴’였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