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영장 기각,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김은지 기자 ‘법의 심판자는 누가 심판할 것인가.’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 의혹이 낳은 질문이다. 검찰이 강제 수사를 본격화하자 사법부가 제동을 건 모양새 때문이다. 법원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잇달아 기각했다(오른쪽 〈표〉 참조). 8월1일 현재 수사 대상인 전·현직 법관 중에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에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법원이 ‘제 식구 봐주기’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영장 평균 발부율과 비교해봐도 차이가 난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전체 법원의 압수수색... “여행 작가는 모두 지옥에 갈 거야”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언제부턴가 해외여행 패턴이 바뀌었다.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며 도시의 댄디함을 즐기려는 사람들,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파묻히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갈구하는 것이 있다. 현지인이 즐기는 곳을 찾으려는 욕망이다. 남과 다른 여행을 했다는 자의식과 현지 밀착형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결합된 셈인데,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홍콩과 같은 대도시에서 ‘Local Like(현지인처럼 여행하기)’는 맛집을 찾는 데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홍콩처럼 온갖 정보가 뻔한 곳에서는 외국인이 가지 않는 주택가의 인기 식당인 경우가... 세상은 억지로 조금 더 따뜻해졌습니다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시사IN 제571호 - 미·중 사이 오락가락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 REVIEW IN •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 기자들의 시선 • 말말말·이 주의 그래픽 뉴스 • 포토IN/'녹조' 금강의 물고기 한 마리 ISSUE IN • '이명박 재판' 법정 중계/ 판사도 처음 본다는 '비망록 감정' 요청 COVER STORY IN 북·미 냉기류 무슨 일 있었나 6·12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조속한 시일에 고위급회담을 갖자던 약속이 계속 늦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4차 방북이 남·북·미 관계에 돌파구를 열 수 있을까. ... 지방대생의 ‘문제적 삶’을 말하다 변진경 기자 “지금까지 지방대생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우선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대생은 소수자다.” 지방대생의 삶을 연구한 〈복학왕의 사회학〉(오월의봄 펴냄)에서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지방대생을 소수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비판의 칼끝은 ‘들어주지 않는’ 사회만을 향하지 않는다. 알지 않으려는 의지, 적당주의 집단 습속, 가부장적 가족주의, 확장성 없는 사회자본과 상징 권력 없는 문화자본 등 지방대생을 둘러싼 답답하고 무기력한 공기에 짓눌리면서도 스스로 그 문화를 컴퓨터가 ‘이순신이 영웅인 이유’를 답할 수 있을까? 그르노블·이종태 기자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괴물’이 처음으로 읽은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실락원〉이었다. 괴물은 베르테르로부터 ‘다른 대상을 향한 고결한 감정’을, 플루타르코스에게서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 ‘지배와 법’ 등의 개념을 배웠다. 〈실락원〉에선 ‘하느님’과 ‘세계의 질서’를 학습했다. 글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행위를 이해하게 되면서 괴물은 점점 인간적 존재가 되어갔다. 절망과 고독에 빠져 창조자(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지인들을 하나씩 살해한 괴물의 복수야말로 인간 자동번역이 똘똘해졌죠? 이 사람 덕분입니다 그르노블·천관율 기자 ‘인공지능의 4대 천왕’이라는 표현이 있다. 구글의 제프리 힌튼, 페이스북의 얀 르쿤(〈시사IN〉 제569호 딥러닝 구루가 말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기사 참조), 몬트리올 대학의 요슈아 벤지오, 스탠퍼드 대학의 앤드루 응, 이 네 명의 최정상 연구자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무협지 같지만, 한국 정부 문서에 실릴 정도로 나름 자리 잡은 관용구다.조경현 교수(뉴욕 대학 컴퓨터과학과)는 이 ‘4대 천왕’들이 나란히 손에 꼽는 차세대 톱스타다. 지난해 연말 블룸버그는 ‘2018년에 주목할 인물 50인’ 명단에 조 교수를 올렸다. 이때 추천인 목숨 값 흥정하는 무장세력의 총부리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리비아에서 한국인 1명이 무장세력에 납치되었다. 7월6일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민병대가 한 회사의 캠프에 침입해 한국인 1명과 필리핀인 3명을 납치했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외국인 50여 가구가 체류하는 곳이다. 오전 8시에 침입한 상황으로 보아 납치범들은 경호가 소홀한 시간대를 노린 듯하다. 통상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은 경호가 삼엄하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진 날은 금요일로 이슬람권 휴일 예배인 ‘주마’가 있는 날, 즉 공휴일이다. 납치된 우리 국민은 60대 남성이다. 리비아에서 동아건... 근성의 아이돌 ‘한듣보’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한승연은 동안이다. 동그랗고 큰 눈에 아담한 키 등은 그가 데뷔한 스무 살 시절부터 만 서른 살을 맞은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카라 시절에는 ‘가짜 막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귀여운 외모는 분명 한승연이라는 연예인의 큰 매력이다. 1집이 흥행에 실패하고 메인 보컬이 탈퇴까지 한 2007년과 2008년, 한승연은 온갖 프로그램에 홀로 출연하며 팀 알리기에 바빴다. 단순한 알리기였다기보다는 팀 존속을 건 절박한 활동이었을 것이다. 〈미스터〉로 대박을 치기 전까지 카라를 대표하던 별명 ‘생계형 아이돌’, 그리고 무명이... 여전히 위험천만한 ‘기무사 개혁안’ [프리스타일] 김동인 기자 국군기무사령부는 이름을 잃은 대신 핵심 기능인 IT 분야를 지켜냈다. 기무사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로 해편되지만, 여전히 보안·방첩·정보·수사 기능은 부여받는다. 이로써 군에서 IT 분야는 안보지원사령부·사이버작전사령부(과거 사이버사)·국방정보본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구도가 유지됐다. 정부의 기무사 개편안을 정리하면 이렇다. 민간에 개입할 여지를 잘라낸 후(인력 감축), 정권(대통령)이 ‘좋은 의지’를 가지고 기무사에 엉뚱한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조직의 원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가 된 인사들을... 기자들의 시선 - 카나비노이드 시사IN 편집국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이 주의 공간 “지역 맛집에는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라는 속설이 ‘어느 정도’ 사실로 입증됐다. SK텔레콤이 빅데이터 15억 건을 바탕으로 5대 도시(부산·여수· 제주·전주·강릉)를 분석한 결과다. T맵 사용자가 목적지로 설정한 음식점 상위 10% 가운데 현지인 고객 비중이 13~52%에 그쳤다는 내용이다. 제주의 경우 한우구이와 비빔밥, 전주에서는 초밥과 동태찌개, 강릉은 낙지볶음과 일본 가정식집이 가장 뜨거운 맛집이었다. 각 지역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과는 동떨어진 ... “평양냉면도 어쩌다 한두 번”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작문 솜씨도 이 정도면 천재급이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8월13일 〈조선일보〉 ‘난파 위기 국민연금…국민 지갑만 터나’ 기사를 비판하며 쓴 글. 또한 이 기사에 대해 “제목 보고 한참 웃었다. 제목이 말하는 두 가지 모두 사실과 아주 동떨어진다”라고 지적도. 재정학 대가를 웃겨주는 ‘1등 신문’의 효용. “대한민국은 할머니들께 많은 것을 빚졌고, 많은 것을 배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참석해 한 발언. 27년 전 같은 날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폭염 노동의 대가로 컵라면을 받았다 신선영 기자 맥도날드에서 1년8개월째 배달 일을 해오고 있는 ‘라이더’ 박정훈씨(34)가 피켓을 들고 매장 앞에 섰다. 절기상 입추(立秋)이던 8월7일, 한낮 기온이 35℃를 훌쩍 넘긴 탓에 온몸에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100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라이더는 기본급 외에 배달 한 건당 400원을 받는다. 눈이나 비가 오면 100원이 추가되는데, 이를 폭염 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배달 구역을 제한하고, 복장 규정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여름 박씨는 맥도날드 측으로부터 폭염 노동의 대가로 컵라면... 귀신이 불러주는 아름다운 자장가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오백 년 잠자던 잠귀신 노리가 눈을 떴다. 신나게 한판 놀아볼 생각으로 밖에 나갔는데, 어라?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 강남 쪽 배추밭은 모두 없어지고 높다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것이다. 밤인데도 환한 불빛 아래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사람들이 잠을 자야 귀신이 놀 수 있는데 말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어리둥절해 있던 노리의 눈에 두 눈 퀭한 채 흐느적거리고 있는, 귀신 비슷한 존재가 들어온다. 온종일 학교와 학원으로 뺑뺑이 돌다가 거의 넋이 나가 있는 아이, 자미. 나랑 놀자! 노리는 자미를 하늘로 들어올린다. 이 ... [영화] 휘트니, 언제나 사랑할게요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한 소녀가 있었다. 예쁘고 착하고 노래를 잘했다. 인기 많은 게 당연했다. 많은 남자들이 구애를 했는데 하필 제일 나쁜 남자를 선택했다. 잘해보려고 애썼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게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인생. 더 이상 예쁘지도 않고 노래도 잘하지 못하면서 바보같이 계속 착하기만 한 여자. 사람들은 그를 혐오했고, 그래서 그는 외로워졌다.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재기의 기회를 잡으려 한 순간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롭게, 혼자서 그렇게, 쓸쓸한 죽음을 맞... 참을 수 없는 수업의 가벼움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나는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 첫 시간마다 ‘왜 모두가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수학교육론에 따르면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논리적 사고 능력의 배양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주된 대답은 시험과 성적, 진학이다. 학교가 내게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논리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수학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과 수업은 시험을 목표로 진도를 나간다. 그러다 보니 시험이 끝나면 교사와 학생은 목적을 잃고 만다. 고3 학생들이 수능이 끝난 후에 조선만 사랑했던 황제의 재림일까? 문정우 기자 작고한 타이완의 지식인 보양 선생은 중국 역사에서 특히 정신 상태가 황폐했던 황제가 다스린 때를 단두정치(무뇌 정치) 시대라고 불렀다. 단두정치 시대는 수도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명나라 신종, 만력제 시대가 단연 어두웠다. 16세기 중국은 대암흑기였다. 지식인이란 자들이 3년상이나 대례의(적통이 아닌 태자가 친부모를 친부모로 불러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논쟁에 목숨을 걸던 때였다. 엘리트 놀음에 이가 갈려서였을까. 어려서 황제가 된 만력제는 엄한 스승이던 재상 장거정이 죽자 정신없이 노는 데 빠져들었다. 아편을 상습적으로 피웠...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일본전몰학생기념회 엮음, 한승동 옮김, 서커스 펴냄 “병영 안에는 한 사람도 인간다운 자가 없습니다. 나도 인간에서 멀어진 듯한 느낌입니다.” 이름이 제일 윗줄, 출생일이 한 줄, 전쟁 탓에 조기 졸업한 학력이 한 줄, 입대 날짜가 한 줄. 맨 마지막 줄은 이렇게 맺는다. “○○년 ○월○일, △△△에서 전사. ○○세.” 태평양전쟁으로 죽은 일본 학도병들의 유고집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은 묘비처럼 유고의 주인을 설명한다. 이어지는 글에는 캄캄한 피 맛이 진득하게 배었다. 동료가 돌로 중국인의 머리를... 직관을 따를 수 있는 용기 박지석 (도서출판 항해 대표) 직관(直觀)은 무의식의 발현이다. 가령 특정 기기의 조작 편의성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용법이 ‘직관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관은 자연스럽고, 초논리적(meta logical)이다. 우리는 자주 직관의 근거 없음을 의심하고 거기에 그럴듯한 논리를 끌어다 붙이지만, 사실은 직관이 먼저 오고 논리가 그 뒤를 따른다. 누구보다도 직관을 따른 인간이자, 스마트폰 창시자이기도 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피해자가 입을 열면, 소송으로 입 막는 가해자 이은의 (변호사) 젠더 문제를 두고 누군가는 역차별을 말하고, 누군가는 갈등을 경계한다. 미러링이니 반격이니 하는 이야기가 몇 년째 분분하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정말 어떤 변화가 온 것만 같다. 여성들이 주축이 돼 벌이는 대규모 시위는 연일 논란의 도마에 오른다. 이들이 내뱉는 과격한 불만의 언어를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끝나지 않는 논쟁 속에 성폭력 피해자의 삶도, 피해자를 지원하는 변호사의 일상도 덩달아 뜨거워진다. 이렇게 뜨거운 일상을 살면서 정말 ‘위험한 것’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지 만 3년6개월이 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