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서 미리 만나는 평양 그리고 김정은 시사IN 2018년은 남북 관계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한 해입니다. 지난 4월과 5월에 열린 1, 2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9월 18~20일에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요. 그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며 〈시사IN〉 영화제 또한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와 부대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공작〉입니다.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던 1993년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며 북한 고위층 내부로 잠입했던 한 공작원의 활동을 그린 이 영화는 평양 시가지와 ... 서울 엑소더스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3년 전 서울을 탈출했다. 지방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불편했다. 적응하고서야 이점이 보였다. 집값 체감이 가장 큰 변화였다. 서울 살 땐 전세 만기 6개월 전부터 부동산 뉴스를 봐야 했다. ‘서울 밖’에 살아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부동산 광풍’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시세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내가 사는 지역 집값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다. 한국 인구는 5142만3000명. 서울 인구는 974만2000명. 전체 인구의 18.9%가 모여 산다(2017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서울은 돈도 빨아들인다. 부동산 폭등 뉴... 영화 [나비잠], 한여름에 지나간 사랑했던 기억 임지영 기자 ‘우연의 도서관’이라는 게 있다. 책이 작가별·출판사별로 꽂혀 있지 않고 표지 색깔별로 정리된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독자는 원하는 책을 찾는 대신, 우연히 ‘발견’한다. “우연이라도 누군가에게 이 영화가 보여질 수 있다면 좋겠다.” 정재은 감독이 영화 〈나비잠〉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책꽂이에, 내 영화가 어떻게 꽂히기를 바라는가.’ 영화를 만들면 만들수록, 영화 한 편을 제작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우연이라도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 교사라는 직업이 프랑스에서 인기 없는 이유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에서 교사는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급여도 적다’ ‘다른 직종에 비해 불안정하고 비교 우위가 없다’ 교사직에 대한 평가다. 교원 지원자는 매년 줄고 있다. 특히 올해 교원 시험 지원자 수는 정원에 미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뿌리 깊은 문제다.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프랑스 교원 시험(임용시험) 지원자 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였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교원 증원을 발표하자 지원자 수가 잠시 늘었으나, 그 이후 다시 줄었다. 올해 중·고등학교 임용시험 정원은 지난해 73 인도의 식당 음식이 왜 비슷하냐면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홍콩이나 타이, 일본에서 음식 타박을 별로 하지 않던 사람도 인도에 가면 유독 먹을 게 없다고 투덜대는 경우가 많다. 향신료라고는 고추와 후추밖에 접하지 못한 한국인에게 인도의 다양한 향료는 늘 역하게 다가온다. 어딜 가나 밥상에 고기, 해산물 한두 가지는 올라야 밥숟갈을 뜨는 사람에게는 더하다. 육식이라고는 닭고기와 양고기 정도. 게다가 엄격한 채식주의 식당만 즐비하다. 한번은 누군가 왜 인도 식당의 메뉴는 어딜 가나 천편일률적이냐고 물었다. 북인도를 주로 다닌 여행자였는데, 그래도 인도 음식을 곧잘 먹는 편에 속했다. 인도... ‘황보’만의 속도로 개척한 또 하나의 길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요즘 황보를 여러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어 반갑다. 본인은 ‘카페 운영하면서 일 있으면 (방송국에) 나온다’고 말하지만, “카페를 한 달에 네 번만 열었다”라고 한 걸 보면 방송 일감이 꾸준한 것 같다. 그는 매력적이다. 그를 캐스팅하고 1세대 걸그룹 ‘샤크라’로 프로듀싱했던 이상민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황보를 보고 오디션도 없이 발탁했다고 한다. 황보는 그룹의 메인 보컬을 담당할 만큼 출중한 실력자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데뷔한 이래, 그는 가수에서 방송인이 되어서도 여기저기에서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 타고난 매력이 그... 일기예보 정확도 얼마인지 아세요? 이진오 (〈밥벌이의 미래〉 저자) 지난 8월23일 낮 태풍 솔릭이 제주도 서쪽 바다에서 멈췄다. 초당 1.1m를 움직였다고 하니 성인이 걷는 속도다. 태풍을 사람 크기로 환산하면 머리카락 두께 정도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상 멈춰 있는 것이다. 아무 곳에도 의지하지 않은 수백㎞ 크기의 거대한 공기의 소용돌이가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이런 놀랍고 신기한 현상만큼 놀라운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은 태풍이 머무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전날 밤을 새우면서 태풍이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자연은 언제나 경외 대상이다. 거대한 구름을 무이징게국에 침이 고인다 변진경 기자 정확한 뜻을 몰라도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다. 백석의 시가 그렇다. “대들보 우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도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로 끝나는 ‘연자간’은 조사와 어미 정도만 빼면 모두 해독 불가다. 그런데도 고요한 시골 방앗간에 앉은 듯 한가로운 기분이 든다. “흥성거리는 부엌으로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여우난골족’)도 마찬가지다. 무이징게국이 뭔지도 모르면서 입안에 침이 고인다. 연자간도 무이징게국도 생소한 21세기 한국의 독자는 시대도 지역... 로봇에 아웃소싱되는 일자리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나이절 캐머런의 〈로봇과 일자리: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이음, 2018)는 제목보다 표지 그림이 지은이의 전언을 한층 압축적으로 웅변해준다.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의자놀이’를 벌이는 그림은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간이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상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주제를 다룬 책으로는 나이절 캐머런도 몇 번이나 언급하고 있는 마틴 포드의 〈로봇의 부상〉 (세종서적, 2016)이 워낙 유명하지만, 〈로봇과 일자리: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의 장점도 분명하다. 얇고 간명하다는 것. 기후변화와 ... 〈시사IN〉 필자들이 직접 고른 영화 네 편 시사IN 2018 〈시사IN〉 영화제에서는 〈시사IN〉 기자뿐 아니라 필자들의 추천작도 상영합니다. 지면에서 각자 보여온 색깔만큼이나 개성 강한 영화들인데요. 어떤 영화인지 미리 한번 둘러볼까요? ■김형민PD가 추천하는 〈미션〉-내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온 영화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로 두터운 고정독자 층을 거느린 김형민 PD가 추천한 영화는 남미 오지로 떠난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션〉입니다. 〈미션〉이 나온 건 무려 30여 년 전인 1986년인데요. 영화제 홈페이지에 소개된 100자평에 따르면 그는 이 영화가 ... 2000’s boys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시사IN 제574호 - 소득주도 성장 뒤집어 보기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 REVIEW IN •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 기자들의 시선 • 말말말·이 주의 그래픽 뉴스 • 포토IN/'신뢰 절벽'에 선 대법원 ISSUE IN • '이명박 재판' 법정 중계/ MB의 최후진술 "국민 위해 기도하겠다" COVER STORY IN '언론주도 실패론' 그런 패턴이 보이네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망국적 경제 기조'로 몰아붙이고 있다. 몇 가지 통계를 근거로 든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실패했다는 진단은 과연 정당한가? • '고용·분배 쇼크'라고? 내막을 ... 다시 불붙은 원격의료 논란 이상원 기자 “도서·벽지에 있어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를 원격의료 하는 것은 선한 기능이다. 지나치게 의료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격진료도 가능하다.” 지난 8월16일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다. 원론적인 언급쯤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발언이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허용된 원격의료는 의료인 사이의 행위뿐이다. 의료법은 원격의료가 ‘의료인이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써서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기술을 지원하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가령 대학병원에서 ...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두 가지 김영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 8월 말로 예정되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무산되었다(8월30일 현재). 미국 언론에 따르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 때문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편지에서 싱가포르 회담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미국이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며 비핵화 협상 무산까지 얘기했다고 한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 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재개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 미국 당국자들은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반도 앞날이 어두워질 조짐 ‘무경’, 그의 일생을 대변하는 호 김형민(SBS Biz PD) 6선 의원이었던 김상현(1935~2018)에게는 아호가 두 개 있어. 하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후농(後農)’이야. 이 아호를 지어준 사람은 요즘 말 많은 고은 시인이란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 정치인 김상현과 시인 고은은 감방 동기가 됐다. 그 인연으로 고은 시인은 김상현에게 아호를 선물했는데 그 뜻은 이랬어. “인생 내내 고생만 하고 희생타만 쳤으니 인생 후반엔 농사 잘 지어서 좀 많이 거두고 살아라.” 또 하나의 아호는 역시 시인이자 민주화 투쟁을 함께했던 신경림이 지어주었어. ‘무경(無境)’이야. ‘네 편... 전두환, 재판도 안 나오고 추징금도 안 내고 김동인 기자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8월27일 열린 첫 공판에 불출석했다. 8월23일까지만 해도 변호인을 통해 출석 의사를 밝혔는데 재판 전날 번복했다. 부인 이순자씨는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미 두 차례 미룬 공판이었다. 지난 두 번은 변호인이 “증거자료가 방대해 검토를 다 마치지 못했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8월27일에는 피고인 측에서 불출석 ... 위로는 상대에게 내 시간을 선물하는 것 김은남 2018 〈시사IN〉 영화제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는데요.이번 영화제 상영작 리스트에는 여성독자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도 여러 편 들어 있습니다. 〈시사IN〉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여성들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들이 그것인데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기사를 읽은 뒤 영화를 보게 되면 아무래도 그 영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이 보이겠죠? ■ 〈피의 연대기〉-내 몸을 내가 이렇게까지 몰랐다니 이 영화를 추천한 신선영 기자는 교환학생 시절 동네마트에 갔다가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생리대를 파는 곳에 탐폰만 놓여 있었기 “장도 텃밭처럼 가꾸어보면 어때요?” 글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사진 신선영 기자 고은정씨의 명함에는 ‘음식문화 운동가’라고 적혀 있다. 워낙 장 담그기로 소문난 이라 ‘전통식품 명인’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자신을 음식문화 운동가로 소개한다. “거창할 것도 없어요. 할 수 있는 한에서 내 밥 내가 해 먹는 분위기가 퍼지고, 골목골목 장독대가 보였으면 해요. 모색하기이고, 궁리입니다. 이 안에 문화의 이상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요.”그의 둥지는 지리산 자락이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 지리산 둘레를 돌고 돌아 실상사 앞에 내리면 길 건너에서 ‘맛있는 부엌 (전라북도 남원시 천왕봉 한국의 ‘셔틀 외교’ 다시 중요해졌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로 비핵화 협상이 멈춰선 가운데 워싱턴의 대북 기류가 심상치 않다. 중재역을 자임한 한국의 ‘셔틀 외교’가 또다시 바빠졌다. 그런데 미국은 비핵화 진전 없이 대북 관계 진전을 서두르는 한국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하순 워싱턴을 방문해 대북정책 고위 관리들은 물론이고 이들이 조언을 받는 전직 관리들을 두루 만난 댄 스나이더 스탠퍼드 대학 방문학자에게 워싱턴의 기류를 자세히 들었다. 스나이더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감이 미국 관리들 사이에 팽배하며, ... ‘아이를 위한 나라’, 그게 다르더라 [프리스타일] 변진경 기자 “거기는 정말 아이들한테 이상적인 사회야?” 아동학대 기획 취재로 스웨덴에 다녀온 뒤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 ‘아이를 위한 나라’라는 제목으로 스웨덴의 가정 내 체벌 금지 현주소와 다양한 아동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기사로 다뤘다. 교육·복지·환경, 심지어 인테리어까지 ‘북유럽 판타지’를 품고 있는 사람들은 그 판타지 목록에 ‘아동 인권’까지 추가할 준비를 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그 기대를 꺾었다. “아니, 그런 데가 어디 있어?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 거기도 문제는 많대.” 실제 그곳 전문가들도 여러 어려움을 토로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