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포비아’ 부채질하는 언론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1988년, 미국 제41대 대통령 선거 얘기다. 민주당 마이클 듀커키스 후보의 지지율은 공화당 후보이자 당시 부통령이던 조지 허버트 부시(아버지 부시)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지율 격차가 무려 17%포인트나 됐다.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듀커키스는 완패했다. 부시 측의 집요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먹혀들었다. 결정적 한 방은 악랄한 영상 광고였다. 부시 측은 한 단체를 매수해 영상을 내보낸다. ‘윌리 호턴이라는 흑인 살인범이 사회 복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주말 휴가 제도를 이용해 교도소 밖으로 나온 뒤 한 여성을 강간 ‘신뢰 절벽’에 선 대법원 조남진 기자 ‘정문 시위자 처음 왔을 시 핸드폰으로 촬영 후 과장님· 계장님께 사진 보낼 것!’ ‘금속노조 유성기업/현대 구분해서 보고!’ ‘CCTV 모니터 전원 절대 끄지 말 것!’ 어느 회사 경비실의 주의 문구가 아니다. 9월5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219 대법원. 정문 경비실 내부 상황판에 쓰여 있는 문구다.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관련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무려 89%에 이른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법원 앞 시위를 줄이는 지름길은 ‘도촬’이 아니라 ‘신뢰’다. 전국 ‘빈집 증가율’ 1위가 이 도시라니 최예린 기자 제주에 기반한 글로벌한 사운드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멤버 구성부터 예사롭지 않다. 모로코인 1명, 이집트인 1명, 한국인 2명으로 이뤄져 있다. 밴드 이름도 독특하다. 오마르와 동방전력. 영어로 하면 ‘Omar and the Eastern Power’.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이 한국에서 널리 알려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그들의 음악에 홀딱 반할 팬들이 (한국이든 해외든)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일단 나부터 그들의 음악에 완전히 취해버렸다. 오마르와 동방전력의 음악은 사람을 취하게 한다. 이국적인 목소리에 취하...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 김미중 지음, 메디치 펴냄 “원래 아파트란 게 이렇게 피해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거공간이 된 아파트. 아파트 입주민들은 독립된 생활을 원하지만 층간소음, 주차 문제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겪는다. 일단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모두 관리사무소를 찾는다. 모든 민원이 통하는 곳이고,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잘 아는 곳이기도 하다. 1999년 남편의 권유로 관리소장 일을 시작한 저자가 20여 년간 8개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며 ... 유골 되어 돌아온 강제징용 희생자 남문희 기자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15일 오전 11시30분. 서울 광화문 시민광장 한쪽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국민추모제.’ 일제강점기에 징용됐다가 사망한 피해자들 유골을 국내로 봉환해오는 행사다.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위원회(유해봉환위) 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유골 35구를 봉환했다. 지난 두 차례 봉환까지 합치면 모두 111구가 국내로 돌아왔다. 이들은 현재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서울시립장묘장 제2구역 납골당에 안치되었다. 아직까지 국내 연고지를 찾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에 흩어져... 세련되게 살고 싶나요 김민아 (페미당당 활동가) 어려서부터 나는 세련된 것을 좋아했다. 소리 내며 음식을 먹거나, 옷을 말끔히 갖추어 입지 않거나, 아침 드라마 속 인물들의 과잉된 감정과 행동에 이입하는 게 너무 싫고 지긋지긋했다. 나 자신이 그런 것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속으로 깔보는 마음을 가지고 다녔다. 밖에서 보기에 웃긴 모습이었을 테다. 나는 소똥 냄새와 빨간 고무 대야, 싸구려 스테인리스 그릇과 누런 장판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완전히 속한 애였으니까. 당시 내게는 세련된 것들의 ‘레벨’이 있었다. 그중 최상위가 책이었다. 책은 먹고사는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 “대학 독립 만세” 외치고 싶다가도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최근 한 대학 총장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에서 신입생의 30% 이상을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했는데, 이 총장이 “우린 그렇게 못하겠다”라며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이행 여부를 재정지원사업과 연동시키며 사실상 정부 방침을 강제한 교육부에 반기를 든 것이다. 발언의 주인공이 과학기술계 명망가인 데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사실을 고려하면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대학 총장이 대놓고 교육부와 맞서는 모습이 흔치 않은 건 분명하다 유럽의 그물망을 통과하는 묘미 이정우 (도서출판 책과함께 인문교양팀 팀장) 책 표지에서 저자는 ‘지은이’로 소개된다. 여기에 짧은 글을 쓰는 일과 책을 쓰고 만드는 일의 차이가 드러난다.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하듯, 저자는 목차라는 구성과 얼개를 세워서 책을 짓는다. 저자들 중에서도 특히 구성에 매우 공을 들이는 이가 있다. 이들의 작품은 집필에 들어가기 이전에 기획안이나 최초의 목차만 보아도 책을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저자들은 문장 역시 간명하고 논리적이라 술술 읽히곤 한다. 이 책 〈문명의 그물〉이 바로 그렇다. 10대 때부터 유럽에서 살아오면서 유럽의 역사와 정치, 유럽 통합을 공부해온 조... 〈시사IN〉 영화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멀티 플레이어·리베로·공격수이자 수비수. 요즘 고재열 기자의 애칭. 9월14~16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리는 〈시사IN〉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고 기자입니다. 어쩌다?저쩌다! 하다 보니 프로그래머까지. 실은 저널리즘 지평을 넓힌 영화를 기자와 필자들이 개별 추천.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모든 기자와 필자. 영화 관람 뒤 기자·필자와 GV도. 김형민·배순탁·김세윤씨 등 필자들과도 영화로 소통하세요.개막식 사회자까지 섭외했는데?영화배우 김규리씨(사진)가 사회를 맡아주기로. 정지영 감독, 배우 문성근씨, 심재명 명필름 대표 영화제에서 미리 만나는 평양 그리고 김정은 시사IN 2018년은 남북 관계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한 해입니다. 지난 4월과 5월에 열린 1, 2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9월 18~20일에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요. 그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며 〈시사IN〉 영화제 또한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와 부대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공작〉입니다.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던 1993년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며 북한 고위층 내부로 잠입했던 한 공작원의 활동을 그린 이 영화는 평양 시가지와 ... 서울 엑소더스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3년 전 서울을 탈출했다. 지방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불편했다. 적응하고서야 이점이 보였다. 집값 체감이 가장 큰 변화였다. 서울 살 땐 전세 만기 6개월 전부터 부동산 뉴스를 봐야 했다. ‘서울 밖’에 살아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부동산 광풍’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시세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내가 사는 지역 집값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다. 한국 인구는 5142만3000명. 서울 인구는 974만2000명. 전체 인구의 18.9%가 모여 산다(2017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서울은 돈도 빨아들인다. 부동산 폭등 뉴... 영화 [나비잠], 한여름에 지나간 사랑했던 기억 임지영 기자 ‘우연의 도서관’이라는 게 있다. 책이 작가별·출판사별로 꽂혀 있지 않고 표지 색깔별로 정리된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독자는 원하는 책을 찾는 대신, 우연히 ‘발견’한다. “우연이라도 누군가에게 이 영화가 보여질 수 있다면 좋겠다.” 정재은 감독이 영화 〈나비잠〉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영화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책꽂이에, 내 영화가 어떻게 꽂히기를 바라는가.’ 영화를 만들면 만들수록, 영화 한 편을 제작해 관객에게 다가가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우연이라도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 교사라는 직업이 프랑스에서 인기 없는 이유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에서 교사는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급여도 적다’ ‘다른 직종에 비해 불안정하고 비교 우위가 없다’ 교사직에 대한 평가다. 교원 지원자는 매년 줄고 있다. 특히 올해 교원 시험 지원자 수는 정원에 미달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뿌리 깊은 문제다.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프랑스 교원 시험(임용시험) 지원자 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였다.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교원 증원을 발표하자 지원자 수가 잠시 늘었으나, 그 이후 다시 줄었다. 올해 중·고등학교 임용시험 정원은 지난해 73 인도의 식당 음식이 왜 비슷하냐면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홍콩이나 타이, 일본에서 음식 타박을 별로 하지 않던 사람도 인도에 가면 유독 먹을 게 없다고 투덜대는 경우가 많다. 향신료라고는 고추와 후추밖에 접하지 못한 한국인에게 인도의 다양한 향료는 늘 역하게 다가온다. 어딜 가나 밥상에 고기, 해산물 한두 가지는 올라야 밥숟갈을 뜨는 사람에게는 더하다. 육식이라고는 닭고기와 양고기 정도. 게다가 엄격한 채식주의 식당만 즐비하다. 한번은 누군가 왜 인도 식당의 메뉴는 어딜 가나 천편일률적이냐고 물었다. 북인도를 주로 다닌 여행자였는데, 그래도 인도 음식을 곧잘 먹는 편에 속했다. 인도... ‘황보’만의 속도로 개척한 또 하나의 길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요즘 황보를 여러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어 반갑다. 본인은 ‘카페 운영하면서 일 있으면 (방송국에) 나온다’고 말하지만, “카페를 한 달에 네 번만 열었다”라고 한 걸 보면 방송 일감이 꾸준한 것 같다. 그는 매력적이다. 그를 캐스팅하고 1세대 걸그룹 ‘샤크라’로 프로듀싱했던 이상민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황보를 보고 오디션도 없이 발탁했다고 한다. 황보는 그룹의 메인 보컬을 담당할 만큼 출중한 실력자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데뷔한 이래, 그는 가수에서 방송인이 되어서도 여기저기에서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 타고난 매력이 그... 일기예보 정확도 얼마인지 아세요? 이진오 (〈밥벌이의 미래〉 저자) 지난 8월23일 낮 태풍 솔릭이 제주도 서쪽 바다에서 멈췄다. 초당 1.1m를 움직였다고 하니 성인이 걷는 속도다. 태풍을 사람 크기로 환산하면 머리카락 두께 정도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상 멈춰 있는 것이다. 아무 곳에도 의지하지 않은 수백㎞ 크기의 거대한 공기의 소용돌이가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 이런 놀랍고 신기한 현상만큼 놀라운 것이 하나 더 있다. 기상청에서 예보관들은 태풍이 머무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전날 밤을 새우면서 태풍이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자연은 언제나 경외 대상이다. 거대한 구름을 무이징게국에 침이 고인다 변진경 기자 정확한 뜻을 몰라도 마음에 와닿는 말이 있다. 백석의 시가 그렇다. “대들보 우에 베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도들 편안하니/ 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로 끝나는 ‘연자간’은 조사와 어미 정도만 빼면 모두 해독 불가다. 그런데도 고요한 시골 방앗간에 앉은 듯 한가로운 기분이 든다. “흥성거리는 부엌으로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여우난골족’)도 마찬가지다. 무이징게국이 뭔지도 모르면서 입안에 침이 고인다. 연자간도 무이징게국도 생소한 21세기 한국의 독자는 시대도 지역... 로봇에 아웃소싱되는 일자리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나이절 캐머런의 〈로봇과 일자리: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이음, 2018)는 제목보다 표지 그림이 지은이의 전언을 한층 압축적으로 웅변해준다.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의자놀이’를 벌이는 그림은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간이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상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주제를 다룬 책으로는 나이절 캐머런도 몇 번이나 언급하고 있는 마틴 포드의 〈로봇의 부상〉 (세종서적, 2016)이 워낙 유명하지만, 〈로봇과 일자리: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의 장점도 분명하다. 얇고 간명하다는 것. 기후변화와 ... 〈시사IN〉 필자들이 직접 고른 영화 네 편 시사IN 2018 〈시사IN〉 영화제에서는 〈시사IN〉 기자뿐 아니라 필자들의 추천작도 상영합니다. 지면에서 각자 보여온 색깔만큼이나 개성 강한 영화들인데요. 어떤 영화인지 미리 한번 둘러볼까요? ■김형민PD가 추천하는 〈미션〉-내 마음을 ‘훅’ 치고 들어온 영화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로 두터운 고정독자 층을 거느린 김형민 PD가 추천한 영화는 남미 오지로 떠난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션〉입니다. 〈미션〉이 나온 건 무려 30여 년 전인 1986년인데요. 영화제 홈페이지에 소개된 100자평에 따르면 그는 이 영화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