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어워드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흥미로운 소식을 전한다. 바로 그래미 어워드에 관한 뉴스다. 그 전에 먼저 그래미상의 가까운 과거가 어땠는지를 복기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래미 어워드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그래미상은 개최지를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변경해 시상식을 성대하게 열었다. 60회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힘을 잔뜩 주었지만 시청률은 20% 이상 빠져버리고 말았다. 기실 그래미 어워드의 위기는 예고되어왔다. 시청률 하락세를 걷는 와중에 무대를 뉴욕으로 바꾸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효과는커녕... 수십억 년의 역사가 만화로 나왔다 박성표 (〈월간 그래픽노블〉 전 편집장) 앙코르와트를 여행한 적이 있다. 12세기 건축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정교한 앙코르와트는 눈이 닿는 곳마다 다양한 부조(浮彫)를 새겨 그들의 신화와 역사를 기록했다. 인류는 항상 글에 앞서 미술로 역사를 기록해왔다.라스코 동굴 벽화,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보라. 구석기 시대에도 인간은 동물과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렇다면 우주와 지구의 역사 역시 기록되어야 마땅하다. 인류의 문명 역시 우주의 일부니까. 〈알파-우주, 지구, 생물의 탄생〉은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인류가 등장하기까지 과정을 만화로 기록하려는 담대한 지구 반대편에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천관율 기자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라고 유명해진 책이다. 올해 9월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 책을 돌려 화제가 됐다. “정치란 국민의 눈높이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담은 책”이라는 독후감(기동민 의원)도 나왔다. 틀린 말은 아닌데, 밋밋하게 요약하기에는 좀 섭섭한 책이다. 실제 내용은 훨씬 도발적이고 논쟁을 부추긴다. 독자로서 갸우뚱하게 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렇게까지 단언하기 어렵다 싶은 강한 주장도 여럿 나온다. 하지만 ‘공자님 말씀’을 주워섬기는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이 한껏 생각... 휴전선 넘어서 평양에 당도한 돌배 향 글 고영(음식문헌 연구자)·사진 신선영 기자 “문배술의 고향은 평안도이나 지금은 남한의 명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함께한 4·27 남북 정상회담의 만찬주였던 문배술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86-가’호인 문배술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함께한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만찬주로 올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 때는, 만찬주는 아니어도 반주로 식탁에 올랐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늘 함께한 술이다.문배술. 지금은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검암2로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나카무로 마키코 외 지음, 윤지나 옮김, 리더스북 펴냄 “얄팍한 사람은 운을 믿는다. 강한 사람은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 인간이 세상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면, 세계는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지도 모른다. 바람직한 ‘결과’로 귀결되는 ‘원인’을 선택해서 행동하면 그만이니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인과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감(感)이나 경험 심지어 ‘근거 없는 썰’에 휘둘려 엉뚱한 투자를 하거나 회사·국가 차원에서는 정책 오류를 범하곤 한다. 이 책은 데이터가 한없이 양산되는 빅데... 사건의 주어 제대로 부르자 오수경 (자유기고가) 1998년, 이른바 ‘X양 사건’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한 여성 배우와 H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된 것이다. 비디오로 유통된 이 동영상은 요즘처럼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음에도 ‘안 본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음란물 암시장에서 유통 초기 100만원까지 이르던 이 비디오가 단 두 달 만에 1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떨어질 만큼’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었다. 결국 그녀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으며, 검찰은 상대 남성이 고의로 동영상을 유포한 게 아니라... 아이를 조건 없이 믿나요?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어쩌다 보니 발령 이후 3, 4학년 담임을 연거푸 맡았다. 올해는 여섯 번째 4학년 담임이었다. 학교 사정과 학생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3, 4학년은 교사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왜냐하면 저학년을 거치며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했고, 사춘기의 격렬함이 폭발하기 전의 아이들이라 비교적 평화롭고 즐겁게 학급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도 크게 삐거덕거릴 일이 적다. 일단 부모 손이 예전보다 덜 간다. 머리 감고, 이 닦고, 옷 입기 같은 기본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다. 또한 인지능력이 발달해 추상적... 시인 허수경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오은 (시인) 누나, 나는 이제야 편지를 써. 누나의 투병 소식을 듣고도 쓰지 못했던 편지를, 이제야 써. 몇 번이나 쓰려고 했는데, 두 줄 이상을 쓸 수 없었어. 너무 슬펐어. 너무 괴로웠어. 괘씸한 동생을 부디 용서해줘. 누나를 처음 만나던 날이 떠올라. 누나의 두 눈에는 그리움이 그렁그렁 들어차 있었지. 한국에 왔는데, 뭐가 그리 그리울까 싶었지. 돌아오고 나서도 그리움이 여전히 생생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지. 생각해보면, 누나는 돌아오던 날에 다시 떠날 날을 가늠하고 있었던 것 같아. 누나가 활짝 웃을 때 속으로는 꺼이꺼... ‘갑근세 제로 시대’를 꿈꾸다 문정우 기자 지난여름 휴가 때 강원도 속초에서 삼척까지 자전거 여행을 했다. 길이 아름답고 평탄해 최고의 라이딩 코스라는 얘기를 익히 들어 별러온 터였다. 폭염 속에서 악전고투했지만 풍광은 기대 이상이었다.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마치 신발을 적시기라도 할 것처럼 가까웠다. 아쉽게도 자전거도로는 해변을 따라 면면히 이어지지 못했다. 종종 내륙의 국도 쪽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바닷가 벼랑이 가팔라서가 아니었다. 재벌이 운영하는 리조트나 직원 전용 하계 휴양소, 군부대... 예능에서 양자역학을 이야기하는 물리학자 천관율 기자 tvN 교양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9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세 번째 시즌에는 익숙한 얼굴들 사이로 좀 낯선 물리학자가 한 명 등장한다. 김상욱 교수(49·경희대 물리학과)다. “혼자 하는 강의는 곧잘 하는데, 〈알쓸신잡〉처럼 밀도 높은 인문학적 대화가 빠르게 오갈 때, 양자역학으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그러니까 이 물리학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양자역학 이야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전자 입자 하나가 구멍 두 개를 동시에 지나가고, 그런데 또 지나가고 난 다음에... 이 주의 그래픽 뉴스 - 유전자변형생물 유전자 최예린 기자 중리단길과 터줏대감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전혜원 기자는 ‘맥덕(맥주 덕후)’이다. 맥덕 기자가 자주 가는 회사 앞 단골 술집이 있다. 마감을 하면 늘 한 통닭집을 찾는다. 2005년 음악을 좋아하는 주인이 차린 이 가게는 13년간 이 동네에서 살아남았다. 2007년 창간 이후 사무실이 있던 독립문을 떠나 2012년 중림동으로 이전 했다. 이곳에 둥지를 차릴 때만 해도 한산한 동네였다. 지난 몇 년 새 주변 상권이 꿈틀댔다. ‘서울로 7017’이 생기면서 ‘중리단길’로 불렸다. 핫플레이스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밤이면 가게마다 손님들이 그득했다. 부작용도 있다. 젠트... [단독] 쌍용차 파업 현장에 해군이? 김은지 기자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에 현역 해군이 개입한 정황을 〈시사IN〉이 단독으로 입수했다. 노사분규 업무 연관이 없는 해군이 민간인 파업 관련 업무에 동원돼 공적을 인정받아 당시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명의의 감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쌍용자동차 농성장에 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온 바는 있지만, 해군의 개입이 문건으로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기지방경찰청에서 확보한 자료다. 그해 8월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이 끝난 후, 경기지방경찰청은 대거 청년수당의 빛나는 성적표 변진경 기자 “마약성 진통제를 놓는 것.” “청년의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2016년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이 시작될 때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에서 나온 말들이다. 그 비판이 맞았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청년수당 1기’ 서울시 청년 5000여 명이 6개월 동안(2017년 7~12월) 월 50만원씩을 지원받고 난 뒤 1년여가 지났다(2016년 8월 첫 사업이 시행됐지만 보건복지부의 직권 취소 처분으로 한 달 만에 지원이 끊겼다). 청년수당이 ‘마약’이고 ‘아편’이라면 이들의 현재는 매우... ‘못생겨서 미안했던’ 강감찬의 슬픈 사연 김형민(SBS Biz PD) 우리 역사의 3대 대첩은 고구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고려 강감찬의 귀주대첩, 조선 이순신의 한산대첩이다. 각각 수나라, 거란족, 일본과 맞싸워서 거둔 빛나는 승리였지. 오늘은 귀주대첩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하자꾸나. 내년이면 귀주대첩이 일어난 지 꼭 1000년이 된다. 귀주대첩은 1019년 음력 2월, 오늘날의 평안북도 구성에서 벌어졌으니까. 이 귀주대첩의 영웅 강감찬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일단 ‘장군’이라 부르기는 했다만 강감찬은 장군 호칭이 그리 익숙지는 않았을 거야. 그는 문관(文官)이었어. 고려 초기의 문관들은 칼이라고... 코카서스는 한국인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바쿠·트빌리시·예레반 천관율 기자 지도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세계지도와 지구본만 쥐여주면 몇 시간이든 넋을 잃고 빠져들 수 있는 아이들이 있는 이유다. 이 여행기에는 코카서스가 자랑하는 그림 같은 풍광도 이색적인 문화도 나오지 않는다. 지도가 들려주는 상상력과 역사가 주인공이다. 9월16일부터 26일까지 11일 일정으로 〈시사IN〉이 주최하는 ‘코카서스 3국 인문기행’을 다녀왔다. 〈시사IN〉은 독자들과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 ‘함께 걷는 길’ 시리즈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코카서스(현지명 캅카스)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일대를 부르는 이름이다. 가운데 걸친 코카서스 마카오의 가장 유명한 유적지는?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마카오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곳이다. 500년 전 포르투갈인들이 항해 도중 젖은 짐을 말리겠다며 이곳에 내렸다가 눌러앉은 게 오늘날 마카오 역사의 시작이다. 지금은 엄청난 카지노 산업을 기반으로 1인당 GDP가 세계 3위인 나라이기도 하다. 볼거리도 도시 크기에 비하면 많다. 단일 그룹으로 묶여 있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23개나 된다. 이 23곳 유산을 4~5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으니 어느 곳보다 발품 대비 효율도 높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성바울 성당 유적지라는 곳이다. 19세기 포르투갈 왕위 계승 전쟁의 혼란 속에... 지구를 위한 기술 ‘탄소 제로 발전소’ 이진오 (〈밥벌이의 미래〉 저자) 지구는 마치 신체처럼 균형이 잡혀 있을 뿐만 아니라 동적인 균형도 이룬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끊임없이 새로 생기고 또 사라지며 일정 농도를 유지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거대하고 복잡한 전 지구적 탄소 순환과정 중 하나다.그런데 인류가 이 과정 중 하나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암석권에 있는 탄소 중 엄청난 양을 이산화탄소로 바꾼 것이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쓰는 것은 암석권에 농축한 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꿔 대기로 흘려보낸다는 의미다. 지구상 탄소의 양은 변화가 없지만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은 “형제복지원은 법의 사각지대였다” 정희상 기자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은폐된 억울한 죽음이 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발생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일대에서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는 과정에서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1975년 12월 내무부 훈령 410호인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법적 근거였다. 1986년 기준 전체 수용자 3975명 가운데 경찰을 통해 입소한 인원이 3117명, 구청을 통해 입소한 인원은 25... 대학원생이 연구실에서 연휴를 보내는 까닭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고려 말기에 충절의 상징인 삼은(三隱)이 있었다면, 대한민국에는 명절 때마다 청년들을 괴롭히는 ‘3은’이 있다. “취업은 했니?” “애인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한 칼럼(‘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경향신문〉 9월21일)은 이들 질문에 대해 ‘취업(연애, 결혼)이란 무엇인가?’ 되물으라고 조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친족 공동체와 의절할 각오가 돼 있지 않고서야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 칼럼의 필자는 이미 명절마다 이런 질문들을 ‘받는’ 위치가 아니라 ‘던지는’ 위치에 더 가깝다.그 칼럼과 그것이 만들어낸 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