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말말말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사전에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받지 않겠다.” G20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12월1일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해. 이후 문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더 말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짧게라도 질문을 받지 않고 답하지도 않겠다”라고 끊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마크롱이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마라’ 그렇게 얘기했죠.” 12월3일 KBS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전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가,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를 ... 〈시사IN〉기자들의 시선 시사IN 편집국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이 주의 인물“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서른일곱 살 박준경씨가 생의 마지막에 남긴 글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재건축 지역의 철거민이었던 그는 12월4일 숨진 채 발견됐다.지난 9월 강제집행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집에서 쫓겨난 박씨는 재건축 지역의 빈집을 전전했다. 11월30일 동절기를 앞두고 이뤄진 대대적인 강제집행에 발각됐다. 차가운 바람이 드는 빈 공간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저는 이대로 가더라도 우리 어머니께는 임대 아파 ‘아우토 5000’ 모델, 광주에서 가능할까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회사가 독립법인을 만들어 5000명의 실업자를 월 임금 5000마르크의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노동조합은 이를 수용할 용의가 있는가?”1999년 말 독일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이 금속노조(IG Metall)에 던진 질문이다. 당시 월 5000마르크의 임금은 폭스바겐 노동자보다 20%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회사 측이 ‘노동자 측의 임금 양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노조에 제안한 것인데, 결국 노사 합의를 통해 2001년 8월 폭스바겐의 자회사 형태로 ‘아우토 5000(Auto 5000)’이라는 공장이 설립되었다.광주광역시 민선 6기 편집국 방문한 꽃돼지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편집국의 12월은 분주하다. 매주 할 일이 쏟아진다. 문화팀·편집팀 식구들은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은 〈행복한 책꽂이〉 부록 제작에 정신없다. 송년호 부록으로 발행되는 〈행복한 책꽂이〉는 한 해 출판계를 돌아본다. 어떤 독자는 이 부록에 선정된 책을 탐독했는지 여부로 자신의 ‘독서력’을 확인하곤 한다. 연말엔 ‘올해의 인물’을 커버스토리로 내세운 송년호도 준비한다.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를 거쳐 선정된 올해의 인물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렇게 1인 2~3역을 하는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 방남 움직임까지 더해졌다. 이 편지가 독... 독자와의 수다 천관율 기자 독자 번호:115120443 독자 이름:김범수(20) 주소:서울 관악구 김범수씨는 언론정보학을 전공한다. 〈시사IN〉은 고등학교 때부터 구독했다. 일간지로는 맥락이 잡히지가 않아서, 학교 도서관에서 주간지를 쫙 깔아놓고 비교한 후 골랐다. 부모는 요즘 시대에 종이 주간지를 읽겠다는 아들을 반쯤 대견해하고 구독 신청을 해주었다. 수능 이후, 수험 생활로 밀렸던 〈시사IN〉 1년치를 며칠이고 카페에서 죽치고 읽었다. 언론정보학과 면접에서 그 덕을 제대로 봤단다. 언론학을 공부하면서 보니, 〈시사IN〉의 독특한 장점이 새롭게 보이더... 기사 후~폭풍 전혜원 기자 〈시사IN〉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 sisain)에서 가장 반응이 컸던 기사는 제584호 기사 ‘임차료 인상에 꺾인 100년 가게의 꿈’이었다. 〈미쉐린 가이드〉에도 오른 막걸리집의 임차료를 무리하게 올리려는 건물주와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한계를 짚은 기사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나서야 실수를 깨닫는 인간의 우매함” “이 나라의 문화적 가치는 건물주가 잘라먹는구나”처럼 건물주를 비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할 기회도 주지 않고 달려가는 교... 이 주의 그래픽 뉴스 - 남과 북의 문화유산, 씨름 최예린 기자 당신을 기다리는 영화 ‘툴리’의 클라이맥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나이 마흔. 애가 둘. 그중 둘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의심되는 사내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뱃속에서 셋째 대기 중. 한밤의 진통. 출산. 퇴원. 인생의 제3차 세계대전 발발. 하루하루가 백병전. 집안 전체가 노르망디. 남편은 이번에도 전선 이탈. 언제나 그랬듯이 나 홀로 최전방. 메이데이! 메이데이! 숨이 막힌다. 구조 바람. 메이데이! 메이데이! 자, 이런 나에게 누가 이렇게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꿈을 이루신 거예요. 매일 일어나서 같은 일을 하는 것, 당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변진경·임지영 기자, 21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받다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마감 풍경.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고, 컴퓨터 자판기를 박살낼 듯 두드리고…. 임지영 기자는 마감하며 손가락 끝을 뜯는 게 버릇. 남아나지 않는 손가락에 대한 보상일까요. 아동학대 기획 보도로 제21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한 임 기자입니다. 수상 예상했나? 전혀.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은 인권 보도와 관련한 권위적인 상인데, 기대를 안 했죠. 국내외 아동학대 실상과 대처 시스템을 소개하며 7회나 연재한 것을 가상히 여겼을까요? 국내 취재에다 해외 취재도 했는데, 미국 현지 취재에 나선 이유?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들여... 점 찍고 선 이어 탐구한 ‘관계’ 고재열 기자 손원영 작가(45)의 을지로 작업실은 도시의 섬이다. 세운상가라는 큰 섬에 딸린 작은 섬이다. 10여 년 전 일군의 화가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로 작업실을 옮길 때 그도 이주 행렬에 동참했다. 공구상가 건물 계단 끝에 위치한 외진 작업실에 동료 작가들과 둥지를 틀었다. 다른 작가들이 다 떠난 뒤에도 외롭게 작업실을 지키고 있는 손 작가의 작품 주제는 ‘관계(between)’다. 그가 만난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 그가 걸었던 숲 그리고 그 숲과 자신의 관계를 끝없이 탐구했다. 을지로 작업실에... ‘중2병’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닐까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착한 아이는 □□다. 한 동네에 오래 살면서 내 아이와 또래의 성장을 지켜본 편이다. 유아 시절에는 이 네모 칸에 ‘예쁘’다,라고 썼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에는 살짝 안타까운 마음으로 ‘치인’다,라고 쓰게 된다. 아이가 중학교 진학을 앞둔 요즘은 복잡한 심경을 담아 이렇게 쓴다. ‘아프’다. 유독 순해서 눈에 담기던 아이가 있다. 6학년 2학기가 되면서 그 아이는 쉬는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엎드려 잠만 잔단다. 종종 밤 12시 넘도록 학원 숙제를 해야 해서란다. 축구를 해도 골키퍼만 하려던 아이였다. 달리면서 다른 아이의 공을... ‘불편할 준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우리는 여성, 건축가입니다 데스피나 스트라티가코스 지음, 김다은 옮김, 눌와 펴냄 “남자들은 제 머리를 두드리며 ‘여자치고 잘하네’ 말하곤 했죠.” 권위 있는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에게 수여된 2004년. 수상자인 자하 하디드에 대한 기사는 남성 수상자였다면 생각도 못할 모욕적인 방식으로 쓰였다. “평생의 동반자라고는 급성 독감뿐인 독신 일벌레” “아줌마처럼 크게 웃는다” 같은 식이다. 하디드는 ‘네가 수상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같은 모욕적인 질문 앞에 서기도 했다. 건축과에 입학하는 여성 학생은... 섬뜩한, 멋진 신세계 정태인 (독립연구자·경제학) 요즘 목소리 명령으로 집안의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서비스 광고 경쟁이 한창이다. 기본적인 사물인터넷 원리와 목소리 인식 기술이 결합된 것일 텐데, ‘혁신 성장’의 핵심 목표인 ‘4차 기술혁명’의 미래가 실감난다. 이 편하고 아름다운 멋진 신세계가 KT 화재처럼 예기치 않은 아주 작은 사고 하나로도 마비될 수 있다는 건 그저 비약에 불과할까?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다. 현재 인류 사회에 축적된 데이터는 1년에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즉, 신이 “태초에 빛이 있으라”고 명령한 이래 2017년까지 인류가 쌓은 이토록 가여운 사자의 위안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사자 한 마리의 당당한 얼굴이 표지에 꽉 차 있다. 와, 멋지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 데다 고양잇과 동물의 열혈 팬인 나로서는 눈이 번쩍 뜨인다. 습관대로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 이야기를 미리 추론해보려고 한다. 사자 얼굴의 배경은 얼룩말 무늬다. 그렇다면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하는 이야기일까? 사자는 무리지어 사냥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제목도 사자 ‘혼자’이고 표지 모델도 혼자이니, 이 사자는 무리에 속하지 않은 채 혼자 얼룩말을 사냥하는 모양이다. 잘 될까? 그러면서 다시 눈을 주니 이 얼굴은 이제 그다지 당당해 ... 열네 살 소년이 동급생에게 따귀 맞은 이유 김현 (시인) 한 마을 도서관에 특강을 다녀왔다. ‘부모와 아이를 위한 글쓰기’가 주제였는데, 여느 때처럼 가정과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간증하는’ 자리가 되었다.초등학생 시절 여자아이들과 어울려 고무줄놀이를 하고 심지어 그것에 능통하다는 이유로 나는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여자 같다’라는 이상한 놀림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대략 10여 년 동안 이어졌다. 그 놀림의 말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이 등장하면서) 여장 남자, 성전환자로 바뀌었다가 ‘미스 김’으로 정착됐다. 폭력의 KT 아현지사 화재는 무엇을 말하나 김연희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KT 아현지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층빌딩이 들어선 충정로 사거리에서 골목으로 빠지는 길목에 자리 잡은 6층짜리 건물이다. 겉보기에 왜소한 이 건물 하나에 인터넷 회선 21만 개와 무선통신 기지국 2800개가 연결돼 있다. 11월24일 오전 11시께,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났다. 서울시 서대문구·마포구·용산구 일대와 은평구·중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부에서 KT 통신망이 마비돼 주말 동안 통신 대란이 벌어졌다. KT에 가입된 무선전화, 유선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 서비... 강제동원 판결을 보는 한 일본 방송의 시각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언론 대부분은 ‘법치가 뭔지 모르는 나라’ ‘사법부가 정권의 시녀인 후진국’이라며 한국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일방적인 언론 보도 중 11월3~4일 실시된 JNN 여론조사에서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78%였고, 11월13일 실시된 NHK 여론조사에서는 동일한 의견이 69%였다. 그런데 11월2일 생방송된 BS-TBS의 시사 프로그램 〈보도 1930-일·한 관계에 충격, 징용공 판결의 영향은? 전후 처리를 생각해본다〉는 한쪽으로... 나도 그 굴뚝 위에 있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 4시40분, 습관처럼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을 나섰다. 일요일임을 알아차린 건 문 밖에 있어야 할 신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허탈했지만 모처럼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으로 현관문을 닫고 들어와 읽던 책을 펼쳤다. 한 장 정도 읽다 말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홈쇼핑 광고가 시선을 끌려 애쓰고 있었고 액션 영화에선 쉴 새 없이 총격전이 펼쳐졌다.바람은 점점 차가워지는데 다들 어떻게 지내나 싶어 SNS를 켜 오랜만에 새벽 시간 타임라인을 훑었다.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소식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현대차 노조위원장, “광주형 일자리, 지역별 임금 하향평준화” 울산·전혜원 기자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한다. 11월22일 울산 현대차지부 사무실에서 하 지부장을 만났다.‘광주형 일자리’ 공약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처음 나왔다.정치적 선동일 뿐 구체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지난 6월 현대자동차가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우리에게 불똥이 튀었다. 10월28일엔 광주시와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실현될 수도 있겠다, 막아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11월1일 대의원 대회에서 ‘총파업 통해서라도 저지 투쟁에 나선다’는 결의를 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잘못됐다는 데 동남극도 눈물을 흘린다 문정우 기자 어려서부터 교과서를 새로 받으면 맨 먼저 홀린 듯 읽던 책이 있었다. 지리부도였다. 그곳에서는 무궁한 얘깃거리가 펼쳐졌다. 공간을 압도하는 드넓은 바다와 박력 있게 대륙을 가로지르는 높은 산맥, 텅 비어 오히려 꽉 찬 듯한 메마른 사막. 인간이 그어놓은 국경선이 빚어내는 각 나라의 모양은 또 얼마나 다양하던지. 우리나라의 각 도나 미국 50개 주의 생김새는 따로 떼어놓고 보면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다. 나라나 지자체 가운데는 서로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으면서도 낳자마자 헤어져 자란 쌍둥이처럼 신통하게 닮은꼴이 많았다. 내 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