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작별 위한 길고 소박한 축제 김영화 기자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66-5, 2층 복합문화공간 ‘한잔의 룰루랄라’. 지난 11월1일부터 이곳에서 ‘45일간의 인디 여행’이라는 고별 무대가 열리고 있다. 이 공간을 사랑했던 인디 음악가들이 매일 한 팀씩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해체했던 밴드 ‘단편선과 선원들’이 다시 모였고, 밴드 ‘눈뜨고 코베인’은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 가수 김사월씨는 혼자 2시간30분 동안 40곡을 노래했다. 한잔의 룰루랄라는 이성민씨(47)가 2008년에 문을 연 만화 카페다. 켜켜이 쌓인 낡은 만화책들과 희미한 불... 맛있는 빨간 열매가 머리 위로 톡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이지은 작가는 아주 세련된 솜씨로 글과 그림의 하모니를 완성했습니다. 마치 뮤지컬에서 사랑하는 두 주인공이 노래하며 대사를 주고받듯, 글과 그림이 노래를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이지은 작가의 글은 쉽고 간결하면서도 그림을 불러옵니다. 글을 읽으면 그림이 궁금해지고 그림을 보면 글이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글은 그림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합니다. 흑백의 그림을 바탕으로 빨간색을 하이라이트 컬러로 이용한 것도 그림책 〈빨간 열매〉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기 곰이지만 아기 곰이 몰두하고 ...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안녕, 동백숲 작은 집 하얼과 페달 지음, 열매하나 펴냄 “적어도 우리는 그렇지 않고 싶었다. 흔적 없이 살다가 가는 야생동물처럼 살고 싶었다.” 올해 초 tvN에서 방영된 〈숲속의 작은 집〉을 아시는지. 두 배우가 외딴 산속에서 수도나 전기, 가스 없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제아무리 ‘고립’이 현대인의 로망이라지만 이를 보며 많은 이들이 실감했으리라. 며칠이니 망정이지 저렇게는 도저히 못 살겠다고. 그런데 이런 삶을 ‘리얼’로 선택한 젊은 부부가 있다. 2011년 서울을 떠... 인터넷의 선물을 걷어차버리나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민이 애용하는 해외 인터넷 서비스의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의된다. 심지어 클라우드처럼 정보의 국외 이전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기술의 경우, 금융권에서는 아예 기술 전개 자체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등장한다. 이유는 명시적인 것과 암묵적인 것 여러 가지가 있다.첫째는 해외 인터넷 업체가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으니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불법 표현물을 방치해도 규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내에서 돈을 벌어가는 해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려면 국내·국제 세법에 따라 이들의 ‘사업장’인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해야 교사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얼마 전 한 대학에 교직 특강을 다녀왔다. 교직 과목을 수강하는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고, 아직 교직 선택을 망설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질문은 이러했다. “생활지도를 꼭 해야 하나요?” “안정적인 소득 측면을 제외하고도 여전히 교사를 선택하실 건가요?” “학생과 심한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나요?” “여교사의 경우 남학생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이 돼요.” 주로 교직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는 질문이었다.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현장을 바라보며 교사가 되려는 행복한 페미니스트로 살기 위하여 김민아 (페미당당 활동가) ‘페미니스트’라는 딱지를 이토록 공공연하게 붙이고 다니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 질문이 내게 심각한 문제가 될 때는 바로 일상에 로맨스가 피어오를 때다. 활동가가 된 뒤 내 연애는 오래 불황을 맞았다. 더는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진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전보다 인기가 너무 없었다. 섹시한 사람을 만나면 금방 정신을 놓게 됐지만, 대화를 시작하면 금세 피곤해졌다. 앞으로 있을 수많은 싸움을 상상하며 나는 미리 지쳐 포기하곤 했다. 외로움을 참다못해 소셜 데이팅 앱에 비키니 사진과 함께 ‘Yes I am a feminis... 광주형 일자리는 이제 막 던져진 질문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타결-진통-무산. 12월4~6일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롤러코스터. 일간지 제목도 춤을 추었습니다. “타결이 되어도 쉽지 않을 거예요.” 전혜원 기자는 이미 11월29일 ‘광주형 일자리’를 다룬 제586호 커버스토리 기사를 마감하며 이렇게 예측. 어떻게 정확히 예상했나? 광주형 일자리에서 생산하는 경형 SUV가 ‘지금 자동차 산업 위기에서 맞느냐?’ 그리고 ‘적정 임금이 지속 가능할까?’ 등이 주요 쟁점. 취재해보니 노·사·민·정이 각각 원하는 광주형 일자리 구상이 다르고 주요 쟁점을 둘러싼 시각차도 분명 존재. 결국 12월6... 눈발 휘날리면 ‘누드’의 볼륨 높여라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12월이 되었고, 대설이 지났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셈이다. 내 오랜 습관 중 하나, 겨울이 오고 눈이 쌓이면 집을 나설 때 반드시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러고는 다음 3곡 중 하나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눈길을 밟는다. 눈을 맞이하는 나만의 성스러운 의식이다. 누드(Nude) (라디오헤드, 2008) 춥다. 냉기가 밀려온다. 야호. 풍악을 울려라. 그렇다. 겨울이다. 겨울이라면, 마땅히 추워야 하지 않겠는가. 각자가 꼽는 최고의 계절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중에서도 ‘여름이냐 겨울이냐’는 인류가 끝내 풀지 못한 난제 중... 이 주의 그래픽 뉴스 - 한국인의 기대 수명 최예린 기자 여러 명 시력 앗아간 메탄올 중독 사건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16년 1월18일 월요일, 퇴근하려던 참이었다. 신장기내과에서 협진 의뢰가 왔다. 환자는 뇌 손상과 실명이 있었고, 메탄올 중독이 의심되는 소견이 뚜렷했다. 고용노동부에 전화를 했다. 부천지청에서 불시에 사업장을 점검했다. 회사는 휴대전화 버튼 가공업체로, 삼성전자의 3차 하청업체였다. 환자는 인력 파견업체 소속으로 불법파견되어 일했다고 한다. 며칠 뒤 같은 회사에서 실명 환자가 또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 회사 사장은 기업 운영이 제때 월급 주고 세금 잘 내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했다.다른 3차 하청업체에서도 메탄올 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70년의 교착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중동에는 국경이 반듯한 국가가 많다. ‘기하학적 국경 획정’이라고 부른다. 이게 왜 신기한가? 대개 산맥과 강줄기 등 자연지리를 따라 문화적 공동체가 분포하고, 그를 바탕으로 국가가 형성된다. 국경은 삐뚤빼뚤한 경계가 자연스럽다. 기하학적인 직선 국경은 그 나라가 누군가에 의해 자의적으로 생겨났음을 뜻한다. 이란과 이집트 정도를 제외하면 중동에는 20세기 이후 등장한 신생국이 많다.중동의 많은 ‘국가’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면서 등장했다. 국가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제국의 백성들은 ‘국가’ 또는 ‘국민’이라는 생 인류 최초 사진집 ‘자연의 연필’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윌리엄 폭스 탤벗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진 초기의 발명가로서 다게르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진을 발명하는 데 성공한 영국 사람이다. 다게르가 프랑스 아카데미에서 아라고를 통해 사진술을 공표한 게 1839년 1월7일, 폭스 탤벗이 종이를 이용한 사진술을 공표한 게 같은 해 1월31일이었다. 다게르보다 늦은 것과 불운이 겹쳐 다게르와 같은 성가(聲價)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가 발명한 칼로 타입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필름 사진의 원형이다. 그리스어 칼로는 아름답다는 뜻인데, 중요한 것은 네거티브 원화를 만들어 그것을 포지티브로 인화해 무한 폐허가 된 평화의 바다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우리는 지구상에서 핵의 공포를 가장 크게 체감하며 살던 사람들이었다. 잊을 만하면 인공적으로 조성된 지진파가 지진계에 감지되었고, 이것은 이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나라와 가장 예측 불가능한 나라 사이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핵단추는 항상 내 책상 위에 있다’ ‘내 핵단추가 더 크고 강력하다’ 따위 말싸움이 연일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시절이 지난 1월이었다. ‘평화의 바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태평양은 수많은 전란의 무대가 된 곳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무기로 평가되는 핵무기 역시, 태평양의 연안에... 금기를 넘어서는 진격의 가인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마스코트 같은 막내였다. 버섯 같은 머리와 강한 색상의 스타킹에 짙은 눈 화장을 하고 가인은 천진하게 웃곤 했다. 그런 그의 솔로 활동 콘셉트는 매번 으리으리했다. 가인이 노래하는 세계는 늘 돌이킬 수 없고, 대담하고, 관능적이며 위험했다. 그 정점에는 〈Hawwah〉 미니 앨범이 있다. ‘태초의 여성’인 하와가 소재였다. 그는 무대 위를 기어 다니며 뱀을 형상화한 안무를 소화해내기도 했다. 내용은 더 무거웠다. 규범을 거부하고(‘Free Will’), 금기를 넘어 욕망을 추구하며(‘Apple’), 죄의식... 좋은 공기 속 G20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그날 베를린은 여성의 지옥이었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1945년 4월20일, 나는 처음으로 일기를 쓴다. 재앙은 동부전선에서 접근해오고 있다. 러시아군에게 함락되기 직전에 베를린에는 민간인 약 270만명이 있었고, 그중 200만명이 여자였다. 서른 살의 전직 출판사 직원인 나는 빈으로 파견된 옛 직장 동료의 집에서 간신히 이 글을 쓴다. 사랑하는 게르트가 돌아온다면 아마도 이 노트를 읽게 되리라. 그가 아직 전사하지 않았다면. 지하 방공호에 대피한 이웃 가운데 아직도 그분(아돌프 히틀러)은 그리스도만큼 믿을 만하다고 장담하는 퇴역 소령이 있다. 그는 질서가 무너지거나 이웃이 패배... 유랑의 끝에 풀어낸 이야기보따리 고재열 기자 ‘여행 감독’을 자처하는 기자에게 ‘여행하는 인문학자’ 공원국 작가는 질투가 나는 사람이다. 그는 풍경 사냥꾼처럼 경치 좋은 곳을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지정학이나 지역학을 바탕으로 그 사회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신화를 채집하고 다닌다. 그의 전작 〈유라시아 신화 기행〉 (민음사)에는 6개월 동안 유라시아 대륙 2만5000㎞를 돌며 채집한 신화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초원의 깊은 이야기를 간직한 이야기꾼을 찾아 길잡이를 계속 바꿔가며 몽골의 초원을 달렸을 만큼 집요하게 모았다. 중국 푸단대학에서 유목민족을 연구하고 있는 그... 최하위층 소득이 감소했다고? 김용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11월22일 공표된 통계청의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소득부문)에 발표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전 1분기, 2분기 조사에서 나타났던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분위(하위 20%) 가구소득’의 하락 추세가 바뀔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의 경우, 1분위 소득이 각각 전년 같은 분기 대비 8.0%,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최하위층의 소득이 더욱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한편 지난 9월부터 노인기초연금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5만원 늘어났고, 6세 미만 아동 1인당 월 10만... 1997년 말, 미국은 왜 한국을 집어삼키려 했나? 이종태 기자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지난 1997년 말, 한국이 ‘국가부도 위기’에 시달린 끝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그는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비상대책팀을 이끈다. 영화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일까? ‘국가부도의 날’이 실제로 닥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떤 세력이 한국을 ‘사실상 국가부도’ 상황으로 몰아붙였던 것은 음모론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다. 불가항력적으로 범한 실수가 결코 아니었다. 매우 거칠었지만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는 ... 프랑스를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대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에서 이제 ‘노란 조끼(Gilets jaunes:운전자들이 비상시를 대비해 차에 구비하고 다니는 형광색 안전 조끼)’는 시위의 상징이 됐다. 12월1일 전 세계 언론은 얼굴 한쪽이 부서진 마리안 조각상, 낙서가 가득한 개선문, 불에 탄 자동차, 유리창이 깨진 샹젤리제 거리의 가게 사진을 게재했다. 마르세유 시위 장소 인근에 살다, 이날 얼굴에 최루탄을 맞아 숨진 80세 여성을 비롯해 12월1일까지 세 차례 열린 노란 조끼 시위로 모두 4명이 사망했다. 내무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시위대 1600여 명이 체포됐고, 경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