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602호 - 재벌해체론은 틀렸다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 REVIEW IN •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 말말말·이 주의 그래픽 뉴스 • 기자들의 시선 • 포토IN/우리 가슴에도 '세월호 못'이… COVER STORY IN 재벌은 정말 '악의 축'인가 재벌은 한국 경제에 어떤 존재였을까. 170만여 개 기업의 11년치 정보를 분석한 부경대 연구팀의 작업을 소개한다. 대·중소기업 관계부터 혁신 전략까지 많은 것을 시사한다. • 한국 제조업은 성공했다 그래서 위기에 처했다 • 실적 악화와 전기차, 자동차 산업 덮치다 • '대기업에서 벗어난' 생태계가 가능할까... 8년간 ‘후쿠시마’ 취재한 저널리스트의 현장 고발 후쿠시마/글·사진 도요타 나오미 (포토 저널리스트) 3월11일이 되어서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8년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한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한국 시민들 역시 많은 원전을 옆에 두고 살아가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언론이 ‘후쿠시마의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고 있을까? 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8년 동안 매월 후쿠시마 지역을 취재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현장감을 가지고 취재와 보도를 지속하며 확인한 게... 구미시는 왜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실패했나 구미·이상원 기자 목적지는 ‘박정희로’에 접해 있었다. ‘수출대로’ ‘새마을로’ ‘산업로’도 근처였다. ‘공단동’에는 구미국가산업1단지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3선 개헌을 앞두고 고향에 조성한 한국 최초의 산업단지다. 작은 농촌이던 구미가 ‘근대화의 기수’를 자임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최근 이 도시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 2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실패하면서다.반도체 클러스터는 한국이 세계 1위인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프로젝트다. 10년간 민간투자 120조원을 들여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헌법에 나오는 균형발전의 딜레마 천관율 기자 120조원짜리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구미로 가지 않는다. 한때 전자산업의 중심지였던 경상북도 구미는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민관이 전력투구했으나 실패했다. 이 사업을 주도할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을 택했다. 이로써 구미 외에도 청주, 천안, 이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반도체 클러스터는 서울과 가장 가까운 용인으로 가게 됐다. 이 소식이 여론에 준 충격은, 아주 작았다. 구미의 실패는 공론장에서 아무런 논란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대구·경북 밖의 여론, 특히 수도권 여론은 당연한 소식이라는 듯 조용했다.그러나 당연한 일만은 아 6년만에 드러난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진실 김은지 기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2013년 1월21일 〈동아일보〉 1면 기사 ‘북 탈출 주민 서울정착 지원업무 탈북 공무원 간첩혐의 구속’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서 유우성씨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조작한 증거를 법원에 낸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과 민간인 협조자는 유죄판결을 받았다(오른쪽 표 참조). 유씨를 기소하고 조작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검사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 과거사위)가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을 재조사 리스트에 넣은 이유다. 지난 2월8일 검찰 과거사위는... 여성 영화인이여 ‘든든’에 기대라 임지영 기자 임순례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여섯 번째 여성 감독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 역시 스스로 헤아린 적은 없지만 열 번째 이내의 여성 영화제작자다. 두 사람의 인연은 30여 년 전 임 감독의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 둘 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역 여성 영화인이기도 하다. 임 감독은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대표다. 곧 촬영에 들어갈 영화도 캐스팅 막바지 단계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 역시 애니메이션 〈태일... “국회의원, 늘어나도 좋습니까?”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월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어. “문재인 정권의 핵심세력은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발상과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해. 전직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질문 하나. 탄핵당한 뿌리에서는 어떤 혁신의 꽃이 핍니까? “국회의원, 늘어나도 좋습니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당협위원회가 거리마다 현수막에 내건 표제. 여야 4당이 선거구제를 바꿔도 의석수는 늘리지 않기로 합의한 상황. 허위 사실 유포라는 비판이 이는데, 문... 독자들이 준 ‘기자상’ 장일호 기자 ‘MB 사저의 100시간’ 생중계가 시작된 3월9일 오전 10시2분, 〈시사IN〉 유튜브(youtube.com/sisaineditor) 시청자는 6명이었다. 주말 사이 30~120명을 유지하던 시청자 수는 한때 800~1000명이 동시 접속하기도 했다. 평균 300여 명이 밤낮없이 생중계를 함께 지켜봤다. 유례없는 100시간 뻗치기 생중계 기록은 기자와 독자가 함께 썼다.3월10일 새벽 1시를 시작으로 ‘슈퍼챗’(실시간 후원)이 도착했다. 원화는 물론 달러·유로·파운드화까지 화폐 단위가 다양했다. 생중계 초기 슈퍼챗으로 답지한 소액 MB 재판 2심 관전 포인트 김연희 기자 MB 집 앞에서 보낸 100시간의 기록 김연희·김영화·나경희 기자 3월6일 오후 4시10분.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했다. 법원은 4월8일 구속 만기 전까지 항소심 재판을 마무리하기 어려워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구속 만기로 그냥 풀어주느니, 증거인멸을 할 수 없도록 ‘자택 구금’에 준하는 엄격한 조건을 붙여 보석을 허용한다는 취지였다. 이 전 대통령의 주거지는 집으로, 접견 가능한 대상은 배우자, 직계혈족, 직계혈족의 배우자, 변호인으로 제한됐다. 법원의 〈시사IN〉기자들의 시선 - 패스트트랙 시사IN 편집국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이 주의 논쟁3월20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의제는 선거법과 정부·여당의 주력 입법과제를 엮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절차)에 태우는 입법연대에 바른미래당이 참여할 것인가였다.특히 선거법이 문제였다.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연동형(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면 선거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3당이 합의를 마쳤기 때문에 바른미래당이 합류할지가 마지막 고비였다. 이날 바른미래당은 결 전두환 사전에 사과와 진실은 없다 광주·김동인 기자 3월11일 오후 12시34분,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 차량이 광주지방법원 법정동 후문에 도착했다. 차문을 열고 나온 전두환씨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 “혐의를 인정합니까?” 질문하던 기자에게 전씨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거) 왜 이래!”라고 외쳤다. 32년 만에 찾은 광주에서 그가 언론과 광주시민에게 공개적으로 남긴 말은 사과가 아닌 이 한마디가 전부였다. 전두환씨는 이날 고 조비오(본명 조철현)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법정에 섰다. 2017년 4월3일 자신의 이름... 기자들이 꼽은 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제인스빌 이야기 에이미 골드스타인 지음, 이세영 옮김, 세종서적 펴냄 “그들을 여기 머물게 하는 것은 이 도시에 대한 애착이다.” 2008년 12월23일,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에 있는 GM 자동차 공장이 폐쇄되었다. 1923년부터 85년 동안 지역을 지탱한 대규모 공장이 문을 닫자, 2008~2009년 제인스빌과 인근 지역에서는 9000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제인스빌 인구는 6만여 명, 제인스빌이 포함된 록 카운티(군) 전체 인구도 16만여 명에 그친다. 대규모 좋은 일자리의 실종은 지역사회에 일종의 ‘사회... 이종태의 쾌도난마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낮술을 권했다. 만취하라는 건 아니었다. 반주 정도였다. 팟캐스트 ‘시사인싸’ 녹음 때 긴장을 풀라고 나름 ‘팁’을 주었다. 이종태 기자는 한 잔만 먹고 갔다. 부족했나 보다. 함께 녹음을 한 윤원선 온라인 에디터는 “조금 더 마시고 녹음해야 할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기자가 ‘매력 포인트’를 발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매력은 ‘욕’이다. 이 기자는 충분히 욕먹을 대상에게 욕을 한다. 대상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합리성이 결여된 ‘원칙’을 강변하는 이들이 주로 욕을 먹는다. 이 기자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을... 이 주의 그래픽 뉴스 최예린 기자 3월1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체감 생산 제약 금액은 4조230억원, GDP의 0.2% 규모다. 전교생이 세운 ‘존중의 약속’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새로운 지역의 중학교로 전입을 왔다.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 교직원이 모여 연수를 진행했다. 올해 모든 학급에서 ‘존중의 약속’을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제까지 담임으로서 재량껏 학급 규칙을 반 학생들과 논의해 결정하곤 했는데 이번 학교에서는 모든 반에서 공통되게 진행하자는 의견이었다. 또 ‘긍정 훈육’ 측면에서 ‘타 반 학생 출입 금지, 출입 통제’ 이런 말을 쓰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 금지보다는, ‘이곳은 1학년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2~3학년 학생들은 1학년 학생들의 공간을 존중해주세 사진은 복제인가 창작인가 이상엽 (사진가) 유명세일까? 방탄소년단(BTS)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노래가 아니다. 뮤직비디오와 사진집이 프랑스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의 작품을 도용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문제를 제기한 이는 작가 본인이다. 그는 BTS 소속사에 뮤직비디오 등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을 포함한 25개국 이상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내 청춘의 아름다운 날(The Most Beautiful Day of My Youth)’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메일을 보냈다. 소속사 빅히트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을 뿐 89년생 기혼 여성 지영이 김현 (시인) 89년생 기혼 여성 동료 지영이 입사 6년차에 대리로 승진했다. 나이, 혼인 여부, 성별, 근속연수가 여전히 환기하는 바가 있는 노동 사회에 우리는 머물고 있다. 맞다. 또 그 얘기다. ‘성별 임금격차’와 ‘일터에서의 성차별’ 그리고 ‘여성 저임금 근로자 비율,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최고’라는 사실까지 보태면 완성되는 이맘때(세계 여성의 날)의 오래된 이야기. 새로운 것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나의 동료라는 점이다.지영은 대학 졸업 직후 지금의 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영업자들을 지원하는 관리부서의 정규직 사원이 되었 주짓수 5년차의 취재 필살기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초크(목 조르기) 취재 대상을 만나려고 무작정 기다렸죠. ‘나는 주식방송 댓글부대원이었다’라는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요. 방송에 나오는 허위 경력 전문가들이 속한 여해그룹 본사를 찾아갔는데 경찰 수사 이후 텅 비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방송사 앞에서 기다렸다가 인터뷰 조르기에 들어갔죠. 암바(팔 꺾기) 방송사 앞에서 기다렸다가 전문가가 나오면 명함 건네고 바로 질문. “H투자자문 주식운용매니저를 지냈냐”고 물어도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은 침묵. 순간 팔을 붙잡고 싶었는데 그럴 수는 없고, 주차장까지 따라가... ‘올해의 앨범’ 들고 나타난 로큰롤라디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언제나 다음 두 가지 태도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냉정과 열정 사이’.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음악 앞에서 열광과 찬사를 아낌없이 던져야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유지한 채 글을 써야 할지 꽤나 자주 고민하고 머뭇거린다. 아니다. 그 결과가 대개 동일한 것을 보면 나는 아무래도 냉정보다는 열정 쪽에 속하는가 보다. 최상급의 유혹을 견뎌내기보다는 그걸 적극적으로 껴안는 태도가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더욱 가깝다고나 할까. 변호의 시간이다. 사람들이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해 오해하는 게 하나 있다. 적어도 내 주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