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북한경제와 협동하자 이찬우 지음, 시대의창 펴냄 “남북은 각자의 체제를 넘어 민족 공동의 가치를 가지고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실사구시, 온고지신, 상생협동의 관점에서 북한 경제 현실을 분석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 경협 방안을 구상한다. 북한의 분야별 경제 현황을 짚고 민족 경제의 자주적 균형적 발전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한다. 저자가 긴 시간 모은 남북한과 각국의 출판물과 통계, ‘팩트’와 ‘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남북이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당위성을 넘어 북한 사회의 자강력과 저력, 잠재력의 관점... 건강보험 국고 지원 늘려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문재인 정부 만 2년이다. 포용국가를 주창하는 촛불 정부에 걸맞게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을까? 민생 분야에선 그리 성적표가 좋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잘하고 있는 한 가지를 말하라면 나는 단연 ‘문재인케어’를 꼽는다. 오래전부터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법을 준비한 정책으로 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을 이겨내며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뚝심도 돋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종합계획(로드맵) 중에서 가장 체계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케어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하지 않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중층의 타이는 불교 국가가 아니었어?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한때 방콕을 밥 먹듯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첫 방콕 여행을 할 때가 바로 타이의 전 왕인 푸미폰의 생일 즈음이었다. 민주기념탑이 있는 도로는 반짝이로 장식되어 있었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밥을 나눠주는 모습을 본 게 타이 여행 첫날 아침 풍경이었다. 21세기가 내일모레인 판국에 왕이라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정은 안 갔다. 국왕의 젊은 시절 사진을 아이돌 보듯 하는 고교생들이나, 집마다 모셔진 왕의 초상. 사진을 향해 손가락질이라도 하면 불경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10대 후반부터 반정부 성향이 짙었던 나로선 늘 거슬렸... 자본주의 평생 거부한 찰스 부코스키의 묘비명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찰스 부코스키의 〈할리우드〉(열린책들, 2019)는 그가 발표한 장편소설 여섯 권 가운데 다섯 번째 소설이다. 부코스키는 스물네 살이던 1944년 첫 단편소설을 발표하고 서른다섯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으나, 시쳇말로 좀체 뜨질 못했다. 부코스키가 쓴 여러 에세이에 따르면, 미국의 대다수 백인 시인들은 평생 돈 많은 부모 특히 어머니의 보호를 받는다고 한다(대신 시를 써주기도 한다!). 하지만 하류 계층을 겨우 면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와의 관계도 좋지 못했다. 그는 온갖 일용직을 전전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 다음 부활하는 서커스 예술로 진화한다 고재열 기자 장면 하나, “잘하면 살 판 못하면 죽을 판, 죽기 살기로 보시라, 눈 깜빡하면 못 보는 재주가 있으니.” 솟대쟁이놀이 보존회 단원들이 무대 한가운데에 솟대를 높이 세우고 양쪽으로 두 가닥씩 줄을 늘여놓고 그 위에서 ‘쌍줄백이’ 놀이를 하고 있다. 막간에 광대가 나와 관객을 한 명 불러내서 달걀이 병아리로 바뀌는 마술을 함께 하며 시간을 번다. 그러고 다시 〈솟대쟁이놀이〉가 이어진다. 장면 둘, 2대째 서커스를 하는 서커스 곡예사 안재근씨가 하이라이트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가방에서 달걀과 사과 그리고 볼링공을 꺼낸다. 크기와 ... 세상에서 돈을 제일 잘 쓴 김만덕 김형민(SBS Biz PD) 오늘날 제주도는 자타 공인 한국 최고의 관광지야. 제주도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 도사린 피눈물의 비린내와 짠내에 몸서리치게 마련이지. 몽골의 침략이나 툭하면 되풀이되던 왜구의 습격, 그리고 끔찍한 4·3 사건 등 밖으로부터 들이닥친 풍파가 아니더라도 제주도는 그리 유복하고 살기 좋은 고장이 아니었어. 섬의 특성상 태풍이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들이닥치면 문자 그대로 ‘고립된 지옥도’가 적나라하게 펼쳐지곤 했으니까. 경신대기근 당시 제주목사의 장계를 보면 그 다급함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성난 파도가 눈처럼 ... 5월의 크리스마스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비전 없는 대학의 비전 선포식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콘서트홀 못지않은 화려한 무대 조명에 눈이 부셨다. 웅장한 느낌의 배경음악을 시작으로 미리 제작된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었다. 가끔씩 아래에서 위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가 무대 효과를 더했다. 드디어 발표자 등장. 세련된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한 장씩 넘겨졌다. 퓨처, 글로벌, 융합, 혁신 같은 단어들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말 아주 잠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가 느낌이 날 ‘뻔’했다. 총장을 포함해 멀뚱한 표정의 남성 대여섯이 무대 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준비된 버튼을 동시에 누르자 번쩍번쩍 조명이 행사장을 몇 ‘산재’에 시달리는 여성 감정 노동자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14년 여름,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KTX 여승무원으로 8년간 근무하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1년간 휴직한 뒤 더 이상 휴직이 불가해 퇴사한 사람이었다. 산업재해(산재) 신청을 위해 상담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나는 이직을 해서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평가하는 업무까지 할 여력이 없었다. 예약을 받지 않고 있었지만, 외래로 방문하도록 했다. 우울증의 원인이 감정노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2010년에 ‘감정노동에 의한 직업병’이라는 제목의 짧은 논문을 쓴 뒤로 간간이 질문을 받을 일이 있었지만 산재보상 상담은 처음 지구를 살리는 냉장고를 부탁해 이진오 (〈밥벌이의 미래〉 저자) 19세기 말까지도 사람들은 식품을 차갑게 보관하기를 꺼렸다. 소비자들이 기피했기 때문에 일부 상점 주인들은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야 했을 정도다. 프랑스에서는 채소 가게 냉장고가 거리에서 ‘공개처형’ 당하기도 했다. 동시에 한편에서는 군인들에게 안전한 식자재를 배송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때는 냉동 기술의 도움을 받아 보관된 고기가 안전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사람들은 실험에 실험을 반복했다.21세기에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냉동 기술은 완벽한 신뢰를 받고 있다. 큰 의미에서 냉동 기술의 일종인 냉장 기술 역시 전폭적인 돈 주면 따는 자격증 3만4000개 김동인 기자 사무정보처리사, 기술사업평가사, 드론조종기술사. 이 가운데 정부에서 발급하는 기술 자격증은 무엇일까?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한국직업능력자격검정원, 한국교육검정원, 한국자격검정원, 한국보건복지자격검정원, 대한자격검정평가원. 이 가운데 공공기관은 몇 곳이나 될까? 두 곳은 상법상 회사이며, 두 곳은 개인사업체다. 나머지 하나는 등기조차 없는 단체다. ‘한국’ ‘검정’ ‘평가’ ‘자격’ ‘교육’ 같은 단어가 들어간 개별 회사가 미술심리상담사 자격증, 빅데이터전문가 자격증, 학교안전지도사 자격증 등을 발급한다. 불법은 아니다.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그 아이의 죽음 광주·목포 김영화 기자 “선생님, 책상 안 치우면 안 돼요?” 몇몇 아이들이 흐느껴 울며 빈 책상 주변을 막아섰다. 주인이 두고 간 교과서며 필기구는 이미 교무실로 옮겨져 책상은 텅 비어 있었다. 한동안 흰 국화 한 송이가 올려져 있던 책상이다. 아영이(12·가명)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9일째였다. “우리 이제 아영이를 보내주자. 그래야 편히 쉴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이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며 말했다. 입학 후 두 달 남짓 시간을 보냈던 누군가의 책상 하나가 그렇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5월7일 아침, 목포 ○○중학교 1학년 ○반 교실이 다시금 ... 맹탕 골탕만 먹이는 섬 김민수 (섬 여행가) 맹골도란 이름은 ‘맹수같이 사나운 바다를 끼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 과거 목포에서 이틀에 한 번씩 여객선이 오가던 시절(6시간30분 소요)에는 파도가 높아지면 맹골도 코앞에서 뱃머리를 돌리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맹탕 골탕만 먹이는 섬’이라 부르며 푸념했다고 한다. 맹골도는 죽도, 곽도와 함께 맹골군도를 이룬다. 동·서 거차도와 맹골군도 사이 해역을 맹골수로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조류가 빠른 곳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서해와 남해가 나눠지는 모서리에 위치한 바다여서 배가 하루 수... 섬에는 인연이 있다 김민수 (섬 여행가) 선착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현대식 건물 하나 없는 오롯한 정취에 대야도는 모두에게 특별한 섬이 되어버렸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집들과 돌담, 두 집 중 하나는 폐가였지만 오래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마을은 고즈넉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천천히 이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야도는 신안군 하의면에 딸린 섬으로 행정구역상 능산리에 속한다. 섬은 높은 산 하나가 바다에 솟은 모습으로 대부분이 산지이고 마을은 섬의 극히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을 뒤로한 채 고개 하나를 넘으면 탄... 인적 없는 곳에서 바람을 마주하다 김민수 (섬 여행가) 수치도에 가기 위해서는 목포 북항에서 하루 세 차례 출항하는 ‘섬드리 비금호’에 오르거나 비금도 가산선착장과 수치도 사이를 운항하는 도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비금도에서 수치도 거리는 약 2.5㎞이다. 졸고 있는 꿩의 모습에서 섬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섬의 모습은 오히려 돼지를 세워놓은 것과 흡사했다. 수치도는 원수치 마을과 가어지 마을, 크게 두 마을을 중심으로 가옥이 밀집해 있다. 마을의 너른 들판에서 벼를 추수하고 나면 그 자리에는 다시 시금치를 심는다고 한다. 섬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넓은 염전 사이로 ... 청명한 매력 한적한 여유 김민수 (섬 여행가) 목포항을 떠난 섬사랑 6호가 도초도를 거쳐 우이1구 진리, 서소우이도, 동소우이도를 지나 우이2구 돈목마을에 도착하기까지는 무려 4시간이 걸렸다. 이미 오후 3시를 훌쩍 넘겨버린 시각, 열일 제쳐놓고 숙영지를 정해야 했다.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우이도에서는 원칙적으로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특히 돈목해변은 천연기념물 풍성사구가 있는 지역이라 더욱이 그러하다. 마을 안쪽에 있는 폐교는 성수기에는 민박으로 사용된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돈목해변으로 나가보았다. 해변과 어우러진 풍성사구는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을 자... 경험으로 쓰고 가슴으로 연출하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엄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아이가 일곱 살 때 재활원에 들어갔다. 어느 크리스마스에 돌아온 엄마 덕분에 무척 들떠 있었다, 라고 이제 어른이 된 그 아이가 고백한다. 다시 함께 살 수 있겠구나, 잔뜩 기대에 부풀어 밤잠을 설치다 한밤중에 엄마를 찾았다고 했다. 없었다. 이미 재활원으로 돌아간 뒤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열다섯 살이 되어서야 치료는 끝났다. 엄마 없는 그 8년의 성장기가 그에겐 재앙이자 축복이었다. 아들로는 상실감이 컸지만, 작가로는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소설 〈길버트 그레이프〉를 쓰면서 폭식에 중독된 섭식 장... 고인류 화석 ‘루시’는 정말 여자였을까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 고인류 화석 중에서 가장 유명한 ‘루시’는 여자(암컷)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시는 과연 여자였을까요? 루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대표적 화석입니다. 인류 계통과 침팬지 계통이 500여만 년 전에 갈라진 후 인류 계통에서 등장한 초기 고인류 화석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390여만 년 전에 등장하여 290여만 년 전까지 약 100만 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살아낸 화석종입니다. 그중 동아프리카, 지금의 에티오피아 지역에서 죽은 뒤 330만 년이 지나 1974년에 발견된 고인류 화석에게는 ‘AL 288-1’이라는 일련번호가 매겨졌 ‘배달 혁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전혜원 기자 배달 음식의 정의가 달라졌다. 삼겹살과 곱창, 참치회와 쌀국수가 배달되는 시대다. 전통적 배달 강자인 치킨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같은 중소 브랜드가 배달 앱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다. 현재 배달 앱 시장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와 ‘배달통’ 등 세 곳이 사실상 100% 점유하고 있다. 이 흐름은 우리가 알던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가장 먼저 만나는 이름은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다. 배민은 최초의 배달 앱은 아니지만(배달통이 20... 노무현의 꿈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김해 봉하마을/글 김연희 기자·사진 조남진 기자 노란 종이 네 귀퉁이를 안으로 접었다. 귀퉁이의 꼭지를 가운데로 모으고 핀을 이용해 수수깡에 고정시켰다. 부드럽게 잘 휘어지는 핀은 따로 제작했다. 수수깡 뒤쪽에는 병아리 모양 스티커를 붙였다. 순식간에 바람개비가 완성됐다. 눈보다 손이 빠른 듯했다. ‘봉하마을 바람개비 아저씨’로 알려진 마터씨(가명·56)가 아빠 품에 안긴 아기에게 바람개비를 건넸다. 석가탄신일과 일요일이 겹친 5월12일은 유난히 화창했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살 속에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가 적힌 바람개비가 노랗게 빛났다.마터씨가 주말마다 봉하마을을 찾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