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꽃 만개한 비밀의 화원 김민수 (섬 여행가) “여수는 참 부지런한 도시인갑소.” 새벽녘 수산물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중앙선어시장의 분주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객선터미널 건너편 교동시장 역시 아침 여섯 시가 채 되기 전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섬으로 가는 백패커들은 굳이 배낭에 식재료를 채워 내려올 필요가 없다. 목포는 항동시장, 통영은 서호시장 그리고 여수는 교동시장. 여객선에 오르기 전싱싱한 해산물이며 채소 그리고 고기까지, 원하는 재료는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으니 스스로 꾸며가는 섬 밥상이라 한들 어디 하나 모자람이 있겠는가? 여수항에... 아득히 그림이 되어버린 그곳 김민수 (섬 여행가) 거문도는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3~4월부터 10월까지는 배편 예약이 어려워서, 또 나머지 달에는 기상 악화가 잦은 탓에 결항률이 높아서 힘들다. 수없는 시도와 포기를 오기로 치부하고 비로소 11월 하고도 중순에야, 배편의 여유로움을 핑계 삼아 절정에 달한 가을을 찾아 거문도로 떠났다. 여수에서 쾌속선으로 두 시간 반, 도중에 나로도와 손죽도 그리고 초도에 기항한 후 도착했다. 거문도는 크게 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도·서도·고도.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로, 서도와 동도는 거문대교로 이어져 있다. 그중... 전복 좀 실컷먹어볼까 김민수 (섬 여행가) 여객선이 섬으로 다가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여객선 대합실 지붕 위에 얹어놓은 커다란 생일 케이크 모형이었다. 생일도와 관련하여 ‘섬사람들의 성품이 순수하고 착하니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이는 이름과 연관 지어 찾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인 듯하다. 생일도는 행정구역상 유서리, 봉선리, 금곡리 이렇게 세 마을로 나뉜다. 그중 유서리는 유천마을과 서성마을을 포함하는데 서성마을은 선착장과 대합실은 물론 면사무소, 농협, 초등학교, 중학교, 부녀회관 등에 식당과 마트가 있는 생일도의... 파랗게 물들 듯한 물빛을 보라 김민수 (섬 여행가) 여서도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배는 이미 선착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얼마나 마음에 두고 그리던 섬이었던가?’ 떠나는 배와 작별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넓은 물양장과 그 뒤쪽으로 우뚝한 마을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신비의 섬 여서도.’ 여서도의 돌담은 오래된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타고 오른 넝쿨이 돌담과 뒤엉켜 한 몸이 되었는가 하면 누렇게 덮인 이끼가 세월의 흔적으로 남았다. 돌담의 높이는 지붕과 거의 나란할 정도다. 비탈을 오를수록 비어 있는 집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산비탈을 일... 고등학생이 부치는 편지 이희찬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멀어 보이는 목표라도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원대한 계획이나 꿈을 가지고 있지만, 첫 한 걸음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합니다. 고등학교 생활의 종착역을 바라보고 있는 저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에서 위안을 얻었습니다.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21세기의 첫해에 태어난 저에게 대통령에 대한 첫 기억은 그를 떠나보내는 장면이었습니다. 2009년 5월23일 토요일 아침, 버스 안 라디오에서 노무현의 ‘통합 정신’에 주목한다 이상원 기자 특정 시기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시대와 후대에 끼친 영향이 너무 커서 그 발자취만 좇아도 당대의 많은 것이 설명되는 인물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 반열에 들 만하다. 그의 이름을 빼놓고 21세기 대한민국의 첫 20년을 기록하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이 시기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은 대부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 연관을 가진다.노무현 전 대통령과 얽힌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다. 전례 없는 ‘팬덤’을 바탕으로 극적으로 대권을 잡았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으나 여론 역풍이 거세게 불었고, 헌 바람개비는 지금도 돌고 있다 최직경 걷다 보니 2차선 도로의 가드레일에 꽂혀 돌아가는 노란색 바람개비가 보였다. 오후 2시쯤 버스에서 내려 진영시외버스터미널부터 한 시간 남짓을 걷고 난 뒤였다. 걸었던 길의 양옆으로는 공사 현장이나 공장이 즐비했다. 보도블록은 기대도 할 수 없었고, 좁은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화물차들을 피해 걷느라 끊임없이 주위를 살펴야 했다. 5월 중순을 넘어 여름으로 꺾어지는 계절의 아스팔트 도로는 뜨거웠고, 이마엔 더위 때문인지 식은땀인지 알 수 없는 물방울이 맺혔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건, 한 시간조차도 쉽지 않았다.평일임에도 꽤 기자들의 시선 장일호 기자 이 주의 공간5월23일 타이완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동성결혼 특별법(사법원 해석 748호의 해석과 실시에 관한 법률)에 서명하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성 커플이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 5월24일, 254쌍이 등록했다. 이들은 이성 커플과 마찬가지로 자녀양육권, 세금, 보험 등에서 같은 권리를 갖게 된다.이 주의 논쟁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5월20일 ‘장자연 리스트 기자들의 시선 전혜원 기자 이 주의 ‘어떤 것’ILO 핵심 협약.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가장 기본적인 8개 인권 원칙. ‘결사의 자유(단체를 조직할 자유)’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 4개 부문에서 각 2개씩 모두 8개 협약으로 구성. 우리나라는 이 중 결사의 자유 관련 2개 협약, 강제노동 금지 관련 2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상태. 핵심 협약 전체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정부는 이 가운데 강제노동 협약 제105호를 제외한 3개 협약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고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이 주의 논쟁국내총생산 “빚 걱정 말고 세상에 나가라”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빚 걱정 말고 세상에 나가라.”5월19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대학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식 축사에 나선 흑인 사업가 로버트 F. 스미스가 학생들에게 한 말. 이날 스미스는 졸업생들의 학자금 융자액 약 4000만 달러(약 480억원)를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했다.“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동성애에 반대한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월17일 ‘세종 맘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 이날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기도 했다. 개인의 성정체성과 존재는 찬반을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정치인의 행보에 대해서 이 주의 그래픽 뉴스 최예린 기자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 1위(1.52).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이 ‘사이영상(Cy Young Award)’ 점수 예측에서 내셔널리그 1위로 꼽혔다. 지난 5월20일(현지 시각) 미국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ESPN은 류현진 선수의 점수를 74.9점으로 예상했다. 사이영상은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영예로 매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투표를 통해 각 리그에서 한 명씩 수상자를 선정한다. 독자와의 수다 장일호 기자 독자 번호:117100009 이름:추병호(42) 주소:강원 춘천시 여러 독자가 2017년 정권교체라는 ‘숙제’를 해결한 이후 자연스럽게 구독을 끊었다. 추병호씨는 그 반대다. 간간이 사보다가 정권교체가 되면서 〈시사IN〉을 정기구독하기 시작했다. “읽다 보면 우리가 이런 매체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일종의 후원 개념인 거죠.” 그런 추씨도 주간지가 배송되면 뜯는 날보다 봉투째 쌓아두는 날이 더 많아지면서 최근 전자책으로 전환했다. 추씨는 강원체육고등학교 육상 지도자다. “기자님도 육상이 한 종목인 줄 ... “있을 수 없는 일”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통화 내역이 없다. 디지털포렌식 자료도 사라졌다. 수첩 복사본도 누락되었다. 여러 사건에서 발생한 부실 수사 사례를 열거한 게 아니다. 한 사건 수사에서 모두 발생했다. 바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다. 5월20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표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읽어보았다. 한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이상한 놈(경찰)’과 ‘나쁜 놈(검찰)’의 경쟁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은 2009년 3월14일 장자연씨 주거지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에 걸린 시간은 57분. ‘〈조선일보...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북한경제와 협동하자 이찬우 지음, 시대의창 펴냄 “남북은 각자의 체제를 넘어 민족 공동의 가치를 가지고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실사구시, 온고지신, 상생협동의 관점에서 북한 경제 현실을 분석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 경협 방안을 구상한다. 북한의 분야별 경제 현황을 짚고 민족 경제의 자주적 균형적 발전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한다. 저자가 긴 시간 모은 남북한과 각국의 출판물과 통계, ‘팩트’와 ‘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남북이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당위성을 넘어 북한 사회의 자강력과 저력, 잠재력의 관점... 건강보험 국고 지원 늘려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문재인 정부 만 2년이다. 포용국가를 주창하는 촛불 정부에 걸맞게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을까? 민생 분야에선 그리 성적표가 좋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잘하고 있는 한 가지를 말하라면 나는 단연 ‘문재인케어’를 꼽는다. 오래전부터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법을 준비한 정책으로 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반발을 이겨내며 애초 계획대로 추진하는 뚝심도 돋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종합계획(로드맵) 중에서 가장 체계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케어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하지 않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중층의 타이는 불교 국가가 아니었어?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한때 방콕을 밥 먹듯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첫 방콕 여행을 할 때가 바로 타이의 전 왕인 푸미폰의 생일 즈음이었다. 민주기념탑이 있는 도로는 반짝이로 장식되어 있었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밥을 나눠주는 모습을 본 게 타이 여행 첫날 아침 풍경이었다. 21세기가 내일모레인 판국에 왕이라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정은 안 갔다. 국왕의 젊은 시절 사진을 아이돌 보듯 하는 고교생들이나, 집마다 모셔진 왕의 초상. 사진을 향해 손가락질이라도 하면 불경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10대 후반부터 반정부 성향이 짙었던 나로선 늘 거슬렸... 자본주의 평생 거부한 찰스 부코스키의 묘비명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찰스 부코스키의 〈할리우드〉(열린책들, 2019)는 그가 발표한 장편소설 여섯 권 가운데 다섯 번째 소설이다. 부코스키는 스물네 살이던 1944년 첫 단편소설을 발표하고 서른다섯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으나, 시쳇말로 좀체 뜨질 못했다. 부코스키가 쓴 여러 에세이에 따르면, 미국의 대다수 백인 시인들은 평생 돈 많은 부모 특히 어머니의 보호를 받는다고 한다(대신 시를 써주기도 한다!). 하지만 하류 계층을 겨우 면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와의 관계도 좋지 못했다. 그는 온갖 일용직을 전전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 다음 부활하는 서커스 예술로 진화한다 고재열 기자 장면 하나, “잘하면 살 판 못하면 죽을 판, 죽기 살기로 보시라, 눈 깜빡하면 못 보는 재주가 있으니.” 솟대쟁이놀이 보존회 단원들이 무대 한가운데에 솟대를 높이 세우고 양쪽으로 두 가닥씩 줄을 늘여놓고 그 위에서 ‘쌍줄백이’ 놀이를 하고 있다. 막간에 광대가 나와 관객을 한 명 불러내서 달걀이 병아리로 바뀌는 마술을 함께 하며 시간을 번다. 그러고 다시 〈솟대쟁이놀이〉가 이어진다. 장면 둘, 2대째 서커스를 하는 서커스 곡예사 안재근씨가 하이라이트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가방에서 달걀과 사과 그리고 볼링공을 꺼낸다. 크기와 ... 세상에서 돈을 제일 잘 쓴 김만덕 김형민(SBS Biz PD) 오늘날 제주도는 자타 공인 한국 최고의 관광지야. 제주도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 도사린 피눈물의 비린내와 짠내에 몸서리치게 마련이지. 몽골의 침략이나 툭하면 되풀이되던 왜구의 습격, 그리고 끔찍한 4·3 사건 등 밖으로부터 들이닥친 풍파가 아니더라도 제주도는 그리 유복하고 살기 좋은 고장이 아니었어. 섬의 특성상 태풍이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들이닥치면 문자 그대로 ‘고립된 지옥도’가 적나라하게 펼쳐지곤 했으니까. 경신대기근 당시 제주목사의 장계를 보면 그 다급함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성난 파도가 눈처럼 ... 5월의 크리스마스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