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버스’ 탄 투명인간을 기억해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홍콩 현지 취재에 이어 새벽 첫차 취재까지 함께한 김영화·이명익 기자. 고 노회찬 의원이 말한 6411번 버스. 이른바 새벽 첫차 ‘노회찬 버스’를 타는 노동자들을 밀착 취재한 두 기자입니다. 정문이 아닌 주차장 문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를 담은 사진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이명익:새벽 4시5분 첫차를 타고 출근하니 정문이 닫혀 있죠. 동행한 청소 노동자가 문을 열어달라고 하니, 주차장 문을 열어주더군요. 노회찬 의원이 첫차를 타는 이들을 ‘투명인간’이라고 했는데 그 장면을 찍으며 그 말이 떠올랐죠. 승객이 붐벼서 취재가 쉽지 않... 편리한 하이패스에 잘려나간 손 이창근(쌍용자동차 노동자) 주말에 고향 갈 일이 생겨서 차를 몰고 출근했다. 출근길 도로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끼어들기도 많았고 이따금 요란한 경적 소리도 들렸다. 100m 경주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신호 대기 앞에서 조바심을 내기 일쑤였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 글씨들이 눈에 들어왔다.‘해고는 살인’ ‘직접고용 실시하라’ ‘너나 가라 자회사’ ‘내가 간다 직접고용’ 등등. 손으로 쓴 작은 종이 팻말이 고속도로 안내판에 붙어 있었다. 바람이 부는 날씨였으나 찢기거나 날아가지 않았다. 요금을 내면서 물었다. “잘 돼 갑니까?”10년 전쯤 일본 여행을 한 적이 해녀 박말애는 바다로 돌아갔을까 김만석 (독립연구자) 겨울바람을 맞으며 부산 영도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 도서관에 간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 영도의 수산시험장에서 우치다 게이타로가 주도해 기록한 조선의 물고기 은판사진 아카이브 책을 보기 위해서였다. 한국 어류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정문기는 〈한국어도보 (韓國漁圖譜)〉(1977)에서 우치다에게이 자료의 사용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책은 우치다의 물고기 은판사진 아카이브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다’나 ‘물고기’에 관한 지식이 식민지 학지에 의존해왔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현장’에 밀착해 조사 과정을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전주 상산고 자사고 취소 전말 이상원 기자 7월5일 기준, 각 교육청이 꾸린 ‘자율학교 등의 지정·운영위원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곳은 경기도 안산의 동산고, 전라북도 전주의 상산고, 부산의 해운대고 등 3곳이다. 이 중 상산고에 대한 지정 취소 건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자율형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도입된 ‘자립형사립고’에서 비롯되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가 ‘고교평준화를 보완한다’는 취지로 제안한 자립형사립고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반발이 거셌다. ‘입시교육 위주 명문고교’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귀족학교’가 될 것이라는 우 시인의 일기를 보내드립니다 임지영 기자 스무 살 무렵부터 일기를 썼지만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구독자를 모아 이메일로 글과 만화를 보내주는 이슬아 작가와 잇선 만화가를 알게 되었다. 글쓰기도 노동이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다. 문보영 시인(27)도 독자를 모집했다. 손으로 적은 일기를 복사해 편지봉투에 넣고 우편으로 부쳤다. 아무도 편지를 주고받지 않는 시대, 펼쳐서 읽고 간직할 수 있는 물성을 가진 우편 구독의 형태가 매력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시인의 ‘일기 우편 딜리버리’가 시작되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시를 썼다. 본격... 기자들의 시선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장일호 기자 이 주의 인물7월7일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우승컵을 치켜들자 프랑스 스타드드리옹 구장에 모인 5만 관중이 동시에 “동일 임금(Equal pay)!”을 외쳤다. 지난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미국 축구연맹을 상대로 제기한 남녀 임금차별 소송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최우수 선수,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팀의 우승을 이끈 대표팀 공동 주장 메건 레피노는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임금을 받을 자격이 되느냐는 의심은 이제 끝났다”라고 화답했다.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인 메건 레피노는 3년 전부터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기자들의 시선 - 가수 유승준 대법원 판결 나경희 기자 이 주의 논쟁출범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을 예고했던 한국노총 소속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이 총파업을 철회했다. 총파업에 들어가기 하루 전인 7월8일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되었다. 우정노조가 받아들인 중재안에는 집배원 인력 988명을 증원하고, 내년에 농어촌 지역부터 토요 배달 업무를 폐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우정노조가 요구해왔던 인력 2000명 증원과 완전한 주 5일제 근무 시행에는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우정노조가 사용자의 졸속안에 합의했다”라며 비판했다. 우체부 아저씨, 그렇게 일하시면 큰일나요 김영화 기자 왼쪽 운동화 밑창이 유독 더 빨리 닳았다. 집집마다 오토바이를 세우느라 생긴 흔적이었다. 골목에 빽빽이 들어선 빌라 모두가 ‘정거장’이었다. 3m마다 오토바이 왼편에 달린 스탠드를 걷어 올리고, 다시 내렸다. 스탠드가 닿는 신발 밑창은 티끌 없이 매끄러웠다. “벌써 신발 바꿀 때가 됐네요.” 집배원 이한별씨(28)가 머쓱하게 웃었다. 다른 집배원들도 보통 신발을 4개월 이상 신지 못한다고 했다.이씨가 담당하는 구역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동 일대 326개 번지다. 대부분 4~5층짜리 다세대 주택임을 감안하면 2000가구가 넘는 곳에 노련한 언론 플레이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1846건. 1주일(7월4~11일) 기간을 설정하고 네이버 뉴스에서 ‘이재용 일본’을 검색한 결과다. ‘길어지는 이재용의 일본 출장’ ‘이재용, 아베 멘토에게 도움 요청’ ‘이재용, 일본에 올인한다’ ‘일본 수출규제 담판 나선 이재용’….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뒤 이 부회장의 행보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병상의 아버지도 소환되었다.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 등 이 회장이 구축한 일본 재계 인물들과 이 부회장이 접촉했다는 뉴스였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동선을 언론에 일절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해결사 이재... 뻥 뚫린 도로가 서러운 요금수납원 신선영 기자 지난 6월30일 새벽 3시30분,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 지부장은 동료 요금수납원 40명과 함께 ‘하늘 감옥’에 올랐다. 민간 용역업체 소속인 이들은 2013년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사실상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이었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7월1일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를 출범시켰다. 한국도로공사는 도 지부장을 비롯한 수납원들에게 자회사로 고용 이전을 요구했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자회사행을 거부한 수납원 1400여 명... 핵동결, 트럼프의 새로운 계산법?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북한 핵에 대한 워싱턴의 ‘새로운 계산법’은 핵 동결(nuclear freeze)일까?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한 뒤 요즘 워싱턴 외교가에 부쩍 나도는 화두다.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했다. 그 시한도 올 연말까지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핵 동결’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곧 재개될 북·미 실무회담에 이목이 잔뜩 쏠린다.‘핵 동결설’의 진원지는 트럼 명징하게 직조해낸 ‘판문점 핵 동결 드라마’ 남문희 기자 북한 영변 지역 바깥에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북한은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 이 문제는 실제로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다. 영변 지역의 핵시설에만 국한해 협상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변 바깥의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정보를 들이대며 압박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영변 바깥’의 존재조차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담은 결렬되기에 이른다.이런 북한의 완강한 태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변 바깥의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를 인정 트럼프를 향한 외침 “박근혜를 풀어달라” 나경희 기자 태극기가 자주 시야를 가렸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눈앞의 태극기를 걷어내며 움직여야 했다. 가로 길이만 2m가 넘는 것부터 손바닥만 한 것까지 여러 크기의 태극기가 나부꼈다. 태극기로 만든 양산·모자·스카프·넥타이·가방까지 ‘태극기 패션’도 다양했다. 우리공화당의 당색인 ‘태극기 화이트’에 맞춰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늘에는 애드벌룬에 매단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과 트럼프 대통령의 윙크하는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6월29일 오후 1시, 서울역 광장 한편에는 ‘우리공화당 입당 접수처’ 천막이 세워졌다. 그 옆에는 ‘박근혜 말말말 - “참회하며 살겠다” 시사IN 편집국 “곧 피의자가 될 사람을 몇 달 전에 만나 대화한 것이 적절한가?”7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진태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사실을 두고 한 말. 왜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느냐고 다그치는 질문에 윤 후보자가 잠시 웃기도. 검찰총장이 되려면 예지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약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최저임금이 적합한 수준이다.”7월9일 JTBC 〈아침&〉에 출연한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이 현재 최저임금이 터무니없이 높다며 한 말. 최 원장이 솔선수범해서 최저시급 4000원 독자와의 수다 장일호 기자 독자 번호:116040059 이름:이종찬(42) 주소:서울 성북구 한국과 시차가 7시간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이종찬씨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열흘째 머무르는 중이었다. 계획에 없던 여행이다. 먼저 피렌체로 ‘한 달 살기’를 하러 떠난 친구가 숙소를 함께 쓸 수 있으니 비행기 티켓만 마련해서 오라고 제안했다. 여행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이씨 표현에 따르면 ‘정주형 인간’이다. 이씨는 문화사회연구소와 성북문화재단에서 일했다. 현재는 마땅한 직함이 없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외부 기획자 형태로 성북문화재단의 문인사 기획전에 ... 프랑스 대통령은 왜 칸 영화제 외면할까 위민복 (외교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 영화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아니 세계적인 영화제다. 칸 영화제가 1946년부터 시작됐으니, 당연히 프랑스 대통령도 참석한 적이 있지 않을까? 칸 영화제 이후 집권한 프랑스 대통령은 10명이다. 이들이 칸 영화제에 참석해서 연설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1946년 개최된 제1회 칸 영화제부터 보자. 당시 개막식 개회사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연사는 로베르 라코스트 당시 프랑스 산업생산부 장관. 그때는 문화부 자체가 없었고 문화도 산업생산부에서 관장하던 시절이었다. 칸 영화제에 ... 삐딱한 음악가의 날카로운 유머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토이 스토리 4〉를 봤다. 랜디 뉴먼의 ‘유브 갓 어 프렌드 인 미(You’ve Got a Friend in Me·넌 나의 친구야)’를 또 들었다. 아,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 노래가 다 있을까. 1995년 〈토이 스토리〉가 공개됐을 때 나는 랜디 뉴먼이 주제가를 불렀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체 왜?”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이렇다. 랜디 뉴먼은 미국이라는 로컬에서는 유명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따지자면 좀 덜 알려진 축에 속한다. 반면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기획된 작품 아닌가. 이유는 하나 ... 대한민국 정부의 어이없는 오보 김형민(SBS Biz PD) 2010년, KBS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정희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는 시청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주 짤막하고 요점이 확실한 질문이었지. “6·25가 남침인가요, 북침인가요?” 대답은 영 미지근했다. “그 문제는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서 나중에 답을 드리는 것으로 하겠다.” 명색이 ‘진보 정당’ 대표가 저런 대답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단다. 남침이냐 북침이냐의 문제는 이미 논쟁의 반열에 들지 않는, 판가름 난 지 오래된 ‘팩트’였기 때문이야. 1950년 당시 남한 산간지대에는 빨치산들이 ... 늘어나는 병원 감염 이유가 있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지난 6월4일 비정규직 노동자 30여 명이 서울대병원 앞마당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도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자격으로 연대 발언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의 모태인 ‘대한의원’ 개원 행사에 이토 히로부미도 참석했다는데 그 대한의원 본관의 유서 깊은 시계탑 건물, 그리고 올해 3월 문을 연 최첨단의 ‘대한외래’ 입구 사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이 역사적 현장에서 110년째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해온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병원의 청소와 조리, 환자 이송, 설비 유지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 트럼프의 ‘전가의 보도’ 이란을 베지 못하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미국-이란 충돌 상황이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소 50% 이상은 된다.” 1970년대 이란 정부에서 에너지 자문위원을 맡았고 지금은 에너지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페레이둔 페샤라키가 미국 CNBC 방송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요즘 미국 주요 언론에서는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다. 미군은 최근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가 호르무즈해협 근처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격추된 직후 군사 보복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중단 결정으로 가까스로 무력충돌은 피했다. 미국은 보복 공격을 멈췄지만 이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