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26일 밤, 천안함이 백령도 근해에서 침몰했다. 정부의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천안함은 백령도 서남방 2.5㎞(37°55′45″N-124°36′02″E) 위치에서 침몰하였다.’ 침몰 위치는 북한군 어뢰 피격을 받은 폭발 원점이며, 수심은 47m이다. 북한군 어뢰 잔해 역시 이 부근에서 발견됐고, 그곳 수심 또한 40~50m였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만약 수심이 정부 조사 결과와 다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런데 수심이 47m가 아니라 20m 내외였다는 정말 충격적인 증언이 최근 나왔다. 


증언의 주인공은 사건 당시 천안함 작전관이자 당직사관이었던 박연수 대위(사진)이다. 그는 국방부 장관의 고소로 진행 중인 ‘신상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수심이 20m 내외였고 수상 접촉물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침몰 원인에 대해 ‘어뢰로 판단했다’고 했지만, 수심에 대해서는 ‘측심기를 수시로 봤다’고 말했다.

이 증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는 원천적으로 흔들린다. 스모킹건이라던 북한 어뢰 잔해가 어디서 왔는지부터 설명이 안 된다. 정부가 배제한 아군의 ‘육상조종기뢰(MK-6) 폭발 가능성’도 되살아난다(정부는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아군 기뢰가 폭발했어도 그 폭발력이 천안함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뢰 가능성을 배제했다).

〈미디어오늘〉을 제외한 어떤 언론도 이 증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그러면 안 된다. 해야 할 보도를 안 하는 것도 공갈이다. 혹시라도 정부의 합동조사와 보고서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기자가 있다면 기자 때려치우고 종교에 귀의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기자명 노종면 (YTN 해직기자, 트위터 @nodolbal)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