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캄보디아도 그렇다.” 캄보디아 공정여행에 참가했던 한 친구의 세 줄 감상문이었다.

여행은 우연히 이루어졌다. 지난 겨울방학을 앞두고 중학생 아이를 둔 지인이 제안해왔다. 매년 해외 체험학습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센터와 같이 해보자는 내용이었다. 참가자를 알아서 모집해줄 테니 아이들을 인솔해 해외 체험학습을 다녀와 달라는 친구의 뜬금없는 제안이 공정여행의 계기가 된 것이다. 1년에 한 번쯤 바다 건너 바람을 쐬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고약한 역마살이 낀 나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공정여행사에서 일하는 후배에게 바로 전화했다. 그는 며칠 뒤에 기획안을 보내왔다. ‘캄보디아 자원봉사 여행’이 그것이었다. 해외에서 봉사도 하고 문화체험도 할 수 있다니! 구미가 확 당기는 콘셉트였다. 때마침 여행사에서도 좀 더 차별화된 캄보디아 공정여행 상품을 구상하던 차였단다. 중학생 16명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문창식 제공캄보디아 뜨레악 마을에서 노력봉사반이 건물을 세우기 위해 바닥을 고르고 있다.


5박7일 동안 오전에는 열심히 봉사하고 오후에는 앙코르 문화를 재미있게 체험해보자는 계획이었다. 봉사활동 지역은 뜨레악 마을. 씨엠립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주민의 3분의 1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다. 이곳에서 한 외국 엔지오인 VPO(Voluntary Projects Overseas)가 ‘따뜻한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방과후 교실과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정여행사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봉사를 위해 이 단체가 계속해오던 활동의 일부를 여행자들이 해주기로 사전에 협의해놓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각자의 역량에 따라 영어 수업 도우미와 어린이집 아이 돌봄이, 신축 건물의 벽과 창문을 만들어 달고 바닥을 고르는 노력봉사반으로 팀을 나누어 활동했다. 우리 친구들이 정해준 목표량을 모두 달성하자 VPO 대표가 “한국에서 온 어린 친구들이 성인들보다도 더 많은 일을, 그것도 아주 잘해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순간 무더위와 고된 봉사로 누적되었던 그동안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며 모두가 흐뭇해했다. 자원봉사 여행의 기쁨이었다.

문화체험은 자기주도적 학습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가이드만 졸졸 따라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친구들이 주체적으로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해진 시간 내에 목표로 한 유적지를 찾고 인증 사진을 찍어오는 미션을 팀별로 수행하는 식이었다. 친구들은 서툰 영어와 몸짓으로 이동에 필요한 ‘툭툭’(오토바이 뒤에 사람이 탈 수 있는 수레를 연결한 현지 교통수단)을 빌리기 위해 현지인과 흥정을 했다. 난생처음 가보는 유적지를 물어물어 잘도 찾아갔다. 여러 나라에서 온 단체 관광객 틈을 비집고 앙코르 유적지를 신나게 돌아다니는 친구들에게 캄보디아는 더 이상 낯선 나라가 아닌 듯했다. 친구들은 유적지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매달리는 현지 아이들의 작은 손을 한 번도 외면하지 않고 작은 것 하나라도 기꺼이 샀다. ‘팔아주면 버릇이 되어 자꾸 손을 내미니 아예 처음부터 외면하는 것이 좋다’는 여행자 중심의 사고에 젖어 있던 나는 적잖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씨엠립 시가지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가족과 친구들의 선물을 일일이 고르며, 값을 깎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하고, 닥터피시의 간지러움을 즐기거나, 맛있는 현지 음식을 직접 사 먹기도 했다. 학생들은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빠르게 캄보디아와 호흡하고 있었다.

봉사와 여행의 원칙은 대동소이하다. 봉사자와 수혜자, 여행자와 현지인이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캄보디아 자원봉사 여행은 그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청소년들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여행이었다.

기자명 문창식 (간디문화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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