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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징계 폭탄에 목숨 끊은 조합원

2014년 04월 11일(금) 제343호
송지혜 기자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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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 노조 조합원 조상만씨가 4월3일 숨진 채 발견됐다. 기관사와 차량 검수 분야의 순환전보 인사는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 철도소위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회사 측이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4월3일 오후 3시45분 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 조합원 조상만씨(50)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부산경남본부 마산신호제어사업소에서 근무하던 조씨는 회사가 파업 후 강제 전출을 예고하자,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미 3월4일 마산에서 진주로 근무지를 이전한 터였다. 조씨는 3월18일 철도노조 집행부가 전국 지부를 순회할 당시 한 노조 간부에게 “진주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삼랑진으로 가라고 하면 어떡하나”라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3월24일 회사 측이 ‘1차 전보에서는 마산·진주·태화강은 제외한다’고 했지만, “7월에 예정된 2차 전보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라고 그의 아내는 말했다.

코레일이 본격적인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3월27일 발표한 ‘조직경쟁력 강화를 위한 순환전보 시행’ 방침을 보면, 운전직(기관사· 1.9%)과 차량직(차량 검수·3.2%)에 대해 기존에 진행하던 지역본부 간(수도권 지역본부-서울본부·서부본부·동부본부) 전보 외에도 권역 간(수도권·충청·경북·경남·호남) 전보를 실행할 계획(상반기 1차 규모 850명, 연 2회 예정)이다. 디젤 차량(새마을호·무궁화호)을 운전하던 기관사가 고속철도(KTX)나 전동차(지하철)에 배치되는 식이다. 차종이 달라지는 만큼 운전을 새로 배우고 신호체계와 노선을 익혀야 한다. 2005년 코레일이 창립한 이후 기관사와 차량 검수 분야에서 순환전보 인사는 처음이다. 이들은 노조 결집력이 상당히 높은 직렬에 속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철도노조 조합원들이 3월29일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코레일의 ‘강제 전출’ 계획이 노조원을 솎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3월29일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코레일의 ‘강제 전출’ 계획이 노조원을 솎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도노조 측은 숙련된 노동력을 요구하는 업무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데다, 보복성 강제 전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전출 대상자가 소속된 사업소의 관리자에 의해 전출이 결정되는 만큼 노골적으로 파업 참여자를 골라내겠다는 의도다”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구체적인 명단과 날짜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4월 강제 전보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국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철도소위)가 발표한 활동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월7일 열린 제4차 회의에서 김영래 코레일 부사장은 ‘연고지를 벗어나는 직원의 인사이동이 어려운 점’을 ‘철도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꼽은 바 있다.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곳에서 강제 전출은 노동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되곤 했다. 한국통신(현 KT)의 경우, 2002년 민영화를 앞두고 1998년 말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노조원을 강제 전출시켰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민영화한 KT의 전례를 코레일이 답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장은 뜨거운데, 깊어가는 철도노조의 고민

지난해 12월30일 국회의 중재로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해법을 마련하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다음 날, 국회가 나섰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철도소위를 구성했다. 여야 각 4명씩 8명의 위원이 코레일의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민영화 방지 대책을 검토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의원이 질의하면 코레일 관계자가 보고하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 정책자문협의체 역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철도소위 위원조차 참여하지 않은 채 비공개로 운영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철도소위가 3개월에 걸친 활동을 끝내고 활동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했지만, 4월에도 성과를 내기는 어려우리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국회에서 철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자 코레일이 칼날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강제 전출에 이어 대량 징계도 진행 중이다. 지난 파업으로 130명이 해임되거나 파면되었고, 251명 정직, 23명 감봉 처분이 내려졌다. 철도노조에 대한 162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소송에 더해 노조 계좌 116억원이 가압류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파업으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 사장이 지난 철도 파업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해 윗선의 눈치를 샀다는 기류가 감도는 만큼, 이제라도 철도노조를 수세에 몰아넣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4월4일 KTX민영화저지 범대위 소속 회원들이 강제 전출 조치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조남진
4월4일 KTX민영화저지 범대위 소속 회원들이 강제 전출 조치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철도노조 조합원 사이에서는 파업에 대한 열기가 높다. 전국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릴레이 삭발을 이어가고 있다. 삭발에 동참한 조합원이 일주일 만에 600명을 훌쩍 넘어섰다. “4월5일, 결속력이 좋은 기관사와 차량이 파업에 먼저 참가한다. 민영화를 시행하려는 꼼수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 현장은 투쟁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라고 차량 검수직의 한 조합원은 말했다. 국민의 호응을 등에 업은, 전례 없는 23일간의 파업에 대한 자신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철도노조 지도부는 아래로부터의 투쟁 열기를 어떻게 껴안을지 고민이 깊다. 강제 전출 이슈가 철도 민영화 이슈만큼 호의적인 기류를 형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데다, 자칫 준비되지 않은 싸움으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적잖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초유의 파업이 가능했던 것은 지도부의 역량이 훌륭해서라기보다 국민의 지지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회사 측의 칼날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위태롭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철도 민영화 이슈를 집어삼킬 우려가 크다.

이러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8월, 법무법인 세광과 세종에 코레일 직원 중 1만1000명을 자회사로 파견하는 데 대한 법률 검토를 받은 문건이 드러났다. ‘파견형태 운영 시 근로조건 차별이 가능한지’ ‘파견 직원이 코레일 노조에 가입이 가능한지’ 등 8가지 질문에 대한 법률 검토 의견과 자회사 파견을 거부하는 직원에 대해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법적 해석이 담겨 있다. 철도노조의 고민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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