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여파가 고교에만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초등학생이라고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지적했다(‘초등교사가 바라본 2015 개정 교육과정’). 대학이 입시에 필요한 성취 기준을 제시하면 고등학교가 이에 맞춰 교육과정을 배열하고, 이것이 다시 중학교·초등학교 순으로 내리 영향을 미치게 돼 있는 구조 탓이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좌우하는 최우선 순위는 아이들의 발달 수준이 아닌 입시제도인 셈이다. 신성호 전국사회교사모임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고1 국민공통기본교육 과정이 폐지되자, 과거 같으면 고1에 배웠어야 할 관련 내용을 초·중학교로 분산해 배우게끔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초등학생들이 ‘새끼 고등학생’ 수준으로 어려운 내용을 배우게 된다”라고 말했다.
 

ⓒ강릉소방서 제공초등학교 안전 교과 신설안을 놓고 논란이 많다. 한 초등학교의 소방훈련 모습.


그런 만큼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교사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교육 내용 감축이라고 신은희 교사(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연구위원)는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도 2011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교육 내용 20% 감축을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용이 압축되거나 새 내용이 들어가면서 교과서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수학에 도입된 스토리텔링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ㄱ씨(42)는 “지문이 길게 이어진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나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동료 교사들끼리 ‘어머, 강남 애들은 이런 문제 다 푸나 봐’ 하면서 넘어간다”라며 씁쓸해했다. 지금의 교육과정 자체가 사교육 최전선에 있는 강남·중산층 눈높이에서 ‘다 알고 있다’는 전제 아래 짜여 있고, 그런 만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다시금 사교육으로 내몰리게 돼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이번에 교육부는 2015 교육과정 개정에서 초등학교 1~2학년 수업시수를 늘리고, ‘안전 생활’ 교과를 신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여파다. 한자 교육도 강화되고 소프트웨어 교과도 필수로 배워야 한다. 이에 대해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초등학생들이 안전교육을 받지 않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건가”라고 반문했다.

기자명 김은남 기자 다른기사 보기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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