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SBS가 연합해 설립한 스마트미디어렙(SMR·에스엠아르)은 온라인 영상 광고대행사로 이 두 방송사의 동영상 유통을 맡고 있다. SMR가 유통을 허락하지 않으면 MBC와 SBS의 영상은 온라인으로 유통할 수 없게 된다. 이런 SMR가 유튜브에 두 방송사 영상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더해 JTBC, 채널A, MBN, CJ E&M 등 다른 종합편성채널·케이블 방송사 7곳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광고 대행 유통 권한을 부여받은 SMR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영상을 마주하는 채널인 포털과 유튜브를 상대로 최근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경우 SMR가 제시하는 ‘온라인 영상 업로드 독점 권한’과 함께 ‘별도 채널 제공’ ‘저작권 관리 기능’ ‘광고 수익의 90% 방송사 귀속’ 등의 조건에 모두 응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이 조건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SMR는 여론전을 펼치기 위해 전격적으로 “12월1일부터 유튜브 서비스에서 국내 방송사의 영상을 유통시킬 수 없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국내 유통에 한하기 때문에 국내 사용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SMR는 해외에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한국 방송사의 영상 콘텐츠를 유통시켜 한류 확산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항간에는 방송사들이 막강한 콘텐츠 저작권을 쥐고 동영상 유통 권력에 대항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돈다. 하지만 내부적인 위기감에 따른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더 높다. 지상파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KBS는 400억원, MBC는 200억원, SBS는 200억원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총 800억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지상파의 위기는 단순한 사업 부실 때문이 아니라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에 속하는 유아 및 청소년층의 지상파 이탈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고 주요 시청자층이었던 중장년층마저도 모바일로 급격히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과 종편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상파 광고 판매는 물론 영향력 권위도 내주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로서는 다시 한번 품질과 영향력 확대보다 당장 콘텐츠 유통권을 통한 수익 보전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SMR는 유튜브와의 수익 배분 비율과 관련해 국내 포털(90%)만큼은 아니지만 유튜브가 제시한 55%보다 더 높은 수익 배분을 원했다. 하지만 유튜브가 ‘세계 공통’ 가이드라인을 거론하며 협상이 중단됐다. 사실 SMR가 유통하는 영상은 길이가 짧은 ‘영상 클립’에 해당되기 때문에 동영상 다시보기 같은 전체 콘텐츠 유통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따라서 SMR의 수익 배분 요구는 다소 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유튜브와 달리 울며 겨자 먹기로 이러한 지상파의 요구를 받아들인 국내 포털은 이미 유튜브가 내지 않는 인터넷 트래픽 사용료를 수백억원씩 내고 있는 마당에 이제 광고 수익까지 내주어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언론사를 겸하고 있는 방송사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정치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을 이미 경험한 터라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 처지에서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자들의 등장과 온라인·모바일 전용 콘텐츠가 폭증할 시점을 앞두고 지상파의 요구를 들어주든 들어주지 않든 그다지 큰 위기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지상파로서는 최근 우군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던 종합편성채널의 도약을 그보다 더 부실한 지상파 프로그램이 도와줬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