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기업 에이컴메이트는 지난해 11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 업체는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www.tmall.com)에서 브랜드숍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제이미(www.thejamy.com)와 구매 대행 서비스 고포유(www.gou4u.com)를 만들어 한국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진행할 온라인 판매 컨설팅과 운영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최근에는 빈폴·라피도·코오롱스포츠 등 의류 브랜드의 운영 대행을 맡았다.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 등 한국 브랜드의 온라인 사업부서도 맡았다.

에이컴메이트 강철용 대표가 중국에 진출한 지 7년 만에 이룬 성과다. 애초 그는 액세서리 팔찌, 인테리어 시계 같은 중국산 저가 상품을 구입해 국내 오픈마켓에서 팔았다. 재고만 남긴 채 사업을 접으려 할 때 중국인 여직원이 국내 홈페이지를 통해 옷을 쇼핑하는 장면을 보았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2006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500만원어치 옷을 사들고 무작정 중국으로 건너가 팔았다. 가능성이 보였다. 지금의 에이컴메이트를 세우게 된 계기다. 강 대표는 “한류 열풍이 중국 전역에 확산되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1월29일 심플렉스인터넷(카페24) 주최로 ‘해외 직판 활성화 마케팅 세미나’가 열렸다.
중국 현지에서 인터넷으로 외국의 물건을 구입하는 ‘직구족’이 늘고 있다. 일명 하이타오(海淘)족이라 불리는 중국 해외 직구족은 2013년 말 기준으로 1800만명에 달하고, 2018년까지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전자상거래연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13조원 규모였던 해외 직구 시장은 2014년 27조원 규모로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418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의 해외 직구 시장 중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1% 수준에 그친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4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과 중국인의 구매력에 따라 꾸준히 늘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하이타오족을 붙들기 위한 한국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이컴메이트의 중국 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제이미.
중국인 소비자가 한국에 개설된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오는 역직구와 달리, 해외 직판은 현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IT와 유통을 현지화한 적극적인 판매 전략이다. 이는 해외 쇼핑몰에 입점하는 방식과 독립 사이트 진출,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중국인 소비자로서는 모국어로 설명된 해외 상품을 진입 장벽 없이 구매할 수 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역직구 시장의 전체 규모는 5820억원 정도. 이 중 절반이 중국인의 소비로 파악된다(실제로 역직구 쇼핑몰을 운영한 9개 업체만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실제 시장 규모는 더욱 크리라 예상된다).

중국인을 유인하기 위한 번역 서비스와 해외 사이트를 통한 마케팅, 고객 응대까지 해주는 대행업체도 활기를 띤다. 심플렉스인터넷의 카페24는 각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쇼핑몰을 구축해주고, 자사 제품을 해외에서 알릴 수 있도록 창구를 확보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이른바 ‘천송이 코트(외국인이 국내 쇼핑몰에서 결제를 할 수 없었던)’ 문제도 2013년 9월, 글로벌 쇼핑몰을 구축하면서 이미 해결했다. 2014년 롯데백화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가장 많이 구매한 브랜드 1위에 오른 의류 매장 ‘스타일난다’는 카페24를 통해 역직구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현지화를 철저하게 준비하면서 중국 사업 성장 가속화에 역점을 둔 아모레퍼시픽은 역직구의 수혜 업체로 꼽힌다. 3월3일에는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코스피 시장에서 1주당 30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등 기염을 토했다. 2007년 겨우 흑자를 넘어서

에이컴메이트의 중국 내 전자상거래 브랜드숍으로 입점했던 티몰.
기 시작했던 아모레퍼시픽은 2011년 143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673억원까지 올라섰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 입점을 앞두고 있다. CJ오쇼핑도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B2C 사이트인 톈마오 국제관에 CJ몰 중문관을 열었다.

해외 직판을 통한 수출 기회는 확산되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유명 해외 쇼핑몰에 입점할지, 아니면 해외에 독립 몰을 만들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 서너 곳 외에는 다른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해외 직판업체 관계자는 “중국 현지 쇼핑몰의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대행업체를 통한 입점은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일 뿐이다. 브랜드와 전문성을 갖춰 독립 몰을 만드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망망대해와 같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독립 사이트를 알리는 일은 쉽지 않다.

10억 들였는데…하루 평균 거래 1400여만 원

또 다른 문제는 결제 시스템이다. 중국에서는 신용카드보다 알리페이(중국 알리바바가 만든 전자 결제 서비스로 알리페이에 가입하고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를 연동시켜 송금이나 결제하는 방식)의 사용 비중이 높다. 역직구를 할 때는 국내 쇼핑몰의 액티브X가 걸림돌이다. 지난 2월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자상거래 수출협의회’를 열고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4월까지 새로운 쇼핑몰 결제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6월까지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인천-칭다오 간 페리선을 활용한 해상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류비를 절감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그만큼 중국으로 역직구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는 한·중 FTA를 통해 추가로 개방되는 중국 서비스 시장에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방안이 포함됐다. 중소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한국무역협회에 ‘차이나데스크’를 설치해 중국 수출기업에 대한 시장 정보와 원산지 증명 관리,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한다. 전국 6개 본부세관을 포함한 30개 주요 세관에는 ‘예스 FTA 차이나센터’를 설치해 수출 상품에 대한 신속한 통관을 지원하고 원산지 증명, 사후 검증 등 전담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이 보여주기식 행정에다 단기적 성과주의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시장조사 없이 무턱대고 개입했다가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정부는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한국 중소기업의 상품을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K몰24’를 만들었다. 6개월이 지난 12월께 K몰24에는 중소기업 800개사의 8000개 상품이 등록돼 중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 소비자의 직구가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 하루 평균 거래액이 1400여만 원 수준이었는데, 한 업체당 하루 1만8000원어치도 채 팔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10억원을 들여 제작하고,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대표와 K몰24의 협력을 직접 주선한 사실에 비춰보면,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외 소비자의 국내 역직구는 걸음마 수준”이라며 해외 직판 활성화에 불을 붙였지만, 이슈화된 데 비해 제대로 된 정보는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온라인 시장은 기회지만 전쟁터이기도 하다.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꼼꼼한 시장조사와 성공·실패 사례 분석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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