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8000명 남짓인 독일 중부의 소도시 할테른 암제는 깊은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 지난 3월24일 프랑스 알프스 산악에 추락한 독일 항공사 저먼윙스 소속 A320 항공기의 승객 가운데 이 도시에 사는 학생 16명과 여교사 2명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항공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떠나 독일 뒤셀도르프로 가던 중이었다. 승객 144명과 승무원 6명 등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참극의 희생자인 할테른 암제 학생들은 스페인에 단기 교환학생으로 머물다 귀국하던 길이었다. 그들이 다니던 학교 ‘요제프 쾨니히 김나지움’ 정문 앞 계단은 사고 이후 추모 촛불과 조화, 애도 편지, 사진 등으로 덮여 있다. 이곳을 찾는 유족과 주민들은 묵도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시내의 성 시스티나 성당은 전용 추모장이 되었다.

ⓒAP Photo3월24일 저먼윙스 항공기 추락으로 승객 144명, 승무원 6명 등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페루를 방문하던 중 참사 소식을 들었다. 급히 귀국한 그는 3월27일 할테른 암제에서 열린 추모 미사에 조용히 참석했다. 이번 참사로 숨진 독일인은 모두 75명이다. 이 가운데 68명이 독일 중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몰려 있다.

사고 발생 뒤 첫 48시간 동안, 독일 정부는 매우 기민하게 움직였다. 저먼윙스 항공기가 추락한 시각은 3월24일 오전 10시53분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 소식을 확인하자마자 그날 오후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그녀는 시민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AP Photo3월25일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왼쪽부터)가 저먼윙스 항공기 추락 희생자를 애도했다.
연방 내무부는 전국의 정부 및 공공기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은 곧바로 ‘위기관리 대응팀’을 구성한 뒤 알렉산더 도브린트 교통장관과 함께 사고 현장인 알프스 산맥으로 날아갔다. 다음 날인 3월25일에는 메르켈 총리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총리와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정부가 유가족과 깊이 연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독일 정부의 경우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곧바로 위기관리 대응팀을 구성한다. 이 조직이 시행하는 ‘위기관리’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규명이고, 진상 규명만큼 중요한 다른 하나는 유가족에 대한 위로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사랑하는 가족과 갑작스럽게 이별한 유가족들의 쇼크 상태를 치유하고 굳건한 연대감을 표시함으로써 그들의 정신적 안정을 회복시키려는 시도다.

이번 참사에서도 독일 정부는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신치료사 60여 명을 동원했다. 특히 사고 현장의 유가족들과 할테른 암제에 정신치료사들을 집중 배치했다. 주 검찰은 ‘알펜’이라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후 사고 원인 규명과 시신 확인 작업에 200명이 넘는 조사관을 투입했다.

ⓒAP Photo

독일에서 대규모 참사에 대한 추모 행사는 전국적인 규모로 거행된 뒤 지역 단위에서 승계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 사례로 2010년 7월 독일 뒤스부르크 시에서 발생한 음악 축제 ‘러브 퍼레이드’ 참사와 관련된 추모를 들 수 있다.

이 사고는, 수용 인원 25만명 규모의 행사장에 140만명이 넘는 관객이 밀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21명이 압사하거나 추락사하고 541명이 부상당했다. ‘러브 퍼레이드’ 참사에 대한 추모 행사는 사고 발생 직후 전국에서 이루어진 뒤 뒤스부르크 시 당국이 주관하고 있다.

시 당국은 2010년 사고 현장인 옛 화물차량 정거장에 입방체 유리로 만든 추모비를 세웠다. 2012년에는 뒤스부르크 시장이 목련나무 21그루를 사고 현장에 심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어 2013년에는 시가 다시 사고 현장에 660㎡ 규모의 공터를 확보해 희생자 추념 조각을 건립했다. 또한 ‘대중공황장해 구조협회’를 설립해 유가족들을 돌보고 있다.

이번 항공기 참사의 대규모 추모식은 오는 4월17일 저먼윙스와 모기업인 루프트한자 항공사 주최로 쾰른의 대성당에서 열린다. 가우크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희생자 유가족과 일반인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3월28일자 전국 일간지에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문을 전면 광고로 게재했다.

기자명 뮌헨·남정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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