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한 외국인이 밤 비행기를 타고 고국 네팔로 돌아갔다. 집 앞에 잠복해 있던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단속돼 추방당했다. 그의 나이 스무 살 때 15일짜리 관광비자를 들고 김포공항에 내린 지 17년 만이었다. 그는 한국에 살며 노래와 미디어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애환을 전했다. 그의 이름은 미누드 목탄(44). 한국인 친구들은 그를 ‘미누’라 불렀다.

미누의 이름을 다시 본 것은 〈한겨레〉 기사를 통해서였다. 네팔 대지진 기사에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연락처를 수소문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구호 활동으로 정신이 없었다. 네팔 현지에서 ‘수카와티(축복받은 땅)’라는 작은 시민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의 아름다운가게 같은 곳이다. 헌옷 등을 모아 판 돈으로 빈민을 돕는다. 수화기 너머로 시끌벅적한 소음이 이어졌다. 그는 “참사가 일어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정부 지원은 거의 없고 오지 마을은 손을 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정정호 제공

그는 카트만두에서 ‘김치사랑’이라는 한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대지진 여파로 며칠 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 참사가 수습되고 다시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6년 전, 그가 네팔로 추방된 직후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는 통화 말미에 “한국이 여러 인종에게 사랑받는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쫓아낸 한국에 대한 섭섭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지금 폐허의 땅 네팔에 있다. ‘수카와티’ 모금 계좌:우리은행 612-113997-18-482 (Chijman gurung).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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