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 최강자를 위한 치열한 치킨게임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전장은 수수료, 배송, 그리고 상품 구성이다.

7월28일 배달의민족은 건당 5.5%에서 9% 선으로 책정되어 있던 앱 내 바로결제 수수료를 없애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회사가 밝힌 주요 수익원은 바로결제 수수료가 약 30%, 서비스 내 광고가 50%, 나머지는 외부결제 수수료다. 매출의 30%를 포기하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선언이다. 배달의민족은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배민프레쉬와 외식 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 등 배송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로 신규 가맹점을 확보하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상품 구성과 배송 면에서 차별적 경쟁우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발표 다음 날인 7월29일, 경쟁사인 요기요가 반격에 나섰다. 요기요는 변동비 성격의 바로결제 수수료와 외부결제 건당 수수료를 폐지하면서, 대신 월간 고정비를 받는 신규 가입 정책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817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7월1일부터 테스트 중이며, 8월 중에 모든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경영 전략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 마이클 포터는 경쟁우위 구축을 위한 기본 전략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가격을 더 싸게 하는 ‘비용우위 전략’, 자사 제품과 서비스만 갖고 있는 차별점을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 그리고 특정 고객층이나 지역·시장 따위 한정된 영역에 기업의 경영자원을 집중하는 ‘집중화 전략’이다. 배달의민족이 택한 전략은 위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수수료를 낮춰 ‘비용우위’를 얻고, 음식과 식재료의 배송에 ‘집중’하며, 새벽에 배송하거나 전용 배송함 등을 소비자 집에 설치해 ‘차별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이다.
 

ⓒ배달의민족 제공7월28일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가 결제 수수료를 0%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세 가지 기본 전략의 위력은 배달앱 시장 밖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오픈마켓 선도자였던 옥션을 G마켓이 단기간에 따라잡는 과정도 그랬다. G마켓은 등록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를 둘 다 받던 옥션과 달리, 등록 수수료를 무료로 하면서 가격우위를 차지했다. 당시 오픈마켓 판매자들은 등록 수수료 부담이 있던 옥션보다 G마켓에 먼저 상품을 올려 소비자 반응을 테스트해본 후, 반응이 좋은 제품을 선별적으로 옥션에 올리곤 했다. 여기에 스타샵 등 차별화된 제품 구성을 통해 어필하면서 후발 주자인 G마켓은 옥션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중국의 커머스 공룡 알리바바의 성공 비밀도 비슷하다. 먼저 수수료 인하를 통한 가격우위 전략으로 출발했다. 알리바바의 오픈마켓 타오바오는 등록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를 모두 무료로 하면서 시장 지배자이던 이베이를 단기간에 따라잡고, 급기야 이베이를 중국 시장에서 철수시킨다. 대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차별화를 위해 유명한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티몰, 쥐화솬, 위어바오, 알리클라우드, 알리마마 등을 덧붙여 알리바바만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다음카카오, 배달앱 시장에도 진출할까

모든 경쟁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시장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유익하다. 요식업자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얻을 수 있고, 배달앱 이용자들은 더 많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틀 동안 연달아 등장한 두 배달앱 회사의 폭탄선언은 국내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분야 최대 유망주라 할 수 있는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입에 대한 선제적인 포석이기도 하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카카오 택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면서 위력을 입증한 바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배송 서비스를 전개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와 광고 상품을 접목시킨다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기에 충분하다.

월간 이용자 500만명, 연간 1조원 규모 매출의 배달앱 시장. 치킨게임 끝에 이 시장을 제패할 최강자는 누가 될까? 답이 나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기자명 이종대 (아르스프락시아 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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