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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노잼’이 된 꿈을 위하여

2015년 11월 17일(화) 제426호
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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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진학 아니면 취업, 정말 두 가지 길밖에 없는 걸까? 스펙을 아무리 쌓은들 꿈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꿈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내 꿈을 담을 그릇이 없다면 내가 직접 그릇을 만들면서 말이다.

“꿈 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죠. 교장선생님 아니면 여러분의 부모님.” ‘직업을 창조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2015 <시사IN> 드림콘서트’ 강사로 무대에 선 서동효 모티브하우스 대표의 말에 청중석에서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드림콘서트는 <시사IN>이 특성화고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는 사회 환원 프로그램이다. ‘대학 진학 아니면 취업’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는 청소년들에게 꿈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기획됐다. 올해는 서울·충북·강원에서 진행했다.

드림콘서트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12년. 진로 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던 당시와 달리 4년이 지난 지금은 초·중·고별로 진로 교육이 체계화되고 있는 추세다. 역설적인 것은, 그러면 그럴수록 “넌 꿈이 뭐니?”라는 질문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서동효 대표는 그 이유를 ‘꿈=직업=돈’이라 여기는 고정관념 탓이라 진단했다. “내 꿈은 변호사”라는 식으로 특정 직업 내지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꿈으로 여기다 보니, 그것을 목표로 아등바등 ‘스펙’을 쌓는 것이 꿈을 이루기 위한 전부인 양 착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어나본즉 ‘헬조선’에 살고 있는 아이들로서는 스펙을 쌓는다고 그 꿈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 말마따나 꿈이 ‘핵노잼’(엄청나게 재미가 없다는 뜻의 은어)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div align = 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10월29일 열린 드림콘서트에서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10월29일 열린 드림콘서트에서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안정된 길을 걷던 강사들도 예외 없이 고민에 봉착했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기계공고를 졸업했지만 전국기능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던 이준배 JBL&아이빌트세종 대표는 몇 년 지나지 않아 학벌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기술은 자신이 뛰어날지 몰라도 승진은 대졸 출신들이 훨씬 빨랐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미술대학 졸업 후 청소년 교육기관인 하자센터에서 10대 아트상품전, 홍대 앞 프리마켓 등을 벌이며 기획자로서의 삶을 꾸려가던 한영미 오가니제이션요리 대표는 어느 날 문득 ‘익숙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다고 했다.드림콘서트에 선 강사들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이들 또한 순탄하게 꿈을 일군 사람들은 아니었다. 서동효 대표는 대학도 안 가고 자격증도 없던 20대 시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넌 뭐가 되려고 그러니?”였다고 했다. 최근준 애로우애드코리아 대표는 대학은 졸업했으되, 뭘 하며 살고 싶은지 꿈이 없었다고 했다. 그 또한 단란주점에서 일하며 밤새 손님 시중들고 술에 절어 살던 20대를 보냈다.

위기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들이 달랐던 것은 이를 푸는 방식이었다. 궁극적인 선택의 순간, 이들은 꿈을 놓지 않았다. 현실을 좇아 꿈을 포기하는 대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을 끝까지 스스로에게 던진 것이다. 직장을 그만둔 뒤 홀로 서는 훈련을 위해 캐나다로 떠난 한영미 대표는 현지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이 음식을 매개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에 행복을 느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때의 경험은 그녀가 귀국한 뒤 청소년 요리 대안학교 ‘영셰프스쿨’을 만들고, 집밥을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을 위한 식문화 카페 ‘카페 슬로비’를 여는 원동력이 됐다. 이준배 대표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개인 사업체를 창업한 뒤 여러 차례 고비를 겪었다. 그러나 지인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골프장비를 개발해 상용화에 크게 성공한 것을 계기로 ‘남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을 돕는다’는 자신의 꿈을 명확히 한 그는 1인 창업 등 다른 사람들의 창업을 돕는 민간 인큐베이팅 센터를 세종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왜 사회복지사 대신 창업을 택했을까

꿈을 좇는 과정에서 이들은 세상에 없던 직업을 창조하기도 했다. ‘내 꿈을 담을 그릇이 없다면 내가 직접 그릇을 만들자’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다. 서동효 대표는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해 스스로 ‘꿈 문화 기획자’가 되기로 했다. 최근준 대표는 자신처럼 한때 ‘놀아본 아이들’이 직원으로 일하는 길거리 광고 퍼포먼스 기획사를 창업했다.

   
 

행사가 끝나면 버려지는 현수막이 늘 거슬렸던 박미현 터치포굿 대표는 이들 폐기물을 가방·화분·교구 등으로 재탄생시키며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리사이클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재활용으로 가치를 더한다는 개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기획자 출신인 박종범씨는 농촌이 미래라는 생각을 굳힌 뒤 자신을 ‘농촌기획자’로 명명했다. 대한민국 1호다. 그는 봄 파종기에 도시 소비자가 농민에게 투자하면 가을 수확기에 이를 건강한 먹을거리로 돌려받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농사펀드’를 운영 중이다.

꿈은 개인의 힘으로만 이룰 수 없음을 깨달은 것 또한 이들의 공통점이다. 본래 사회복지사가 되려 했던 조한솔 동네방네협동조합 대표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만으로는 이들이 자립하는 데 한계가 있겠다 싶어서 사회를 바꾸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강원도 춘천 구시가지의 쇠락한 여관촌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전통시장에 여행자 카페를 운영하는 등 지역 재생을 실험 중이다. 김연석씨 또한 아이템·자본·인맥 그 무엇도 변변치 않은 청년들이 장사로 살아남을 길은 지역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2012년 ‘청년장사꾼’을 공동 창업한 그는 전통시장, 버려진 인쇄소 골목 등에 음식점을 여는 한편 마을모임, 장터 등을 기획해 낙후된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직원들을 끊임없이 공부시키며,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창업자금도 지원한다.

드림콘서트의 백미는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지는 멘토·멘티 시간. 자신이 원하는 강사를 골라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시간에 학생들은 “제 꿈을 찾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막막해요” “애니메이션이 좋아 특성화고에 진학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요” 같은 고민을 호소하며 멘토의 경험담을 듣고자 했다. 이에 대해 최근준 대표는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일이 바로 좋아하는 일이고, 꿈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석 대표는 남이 하라는 것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되, 사회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온몸으로 부딪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것 말고 다른 일은 하지 말자’(박종범 대표)는 결심이 선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만들어갈 꿈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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