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ISD(투자자-국가 국제중재)의 최종 심리(3차)가 완료됐다. 결과는 여러 달 뒤에야 나올 듯하다. 한국 정부가 지는 경우, 국가 예산에서 46억7950만 달러(약 5조6000억원)를 빼내 론스타에 지급해야 한다. 2012년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킨 데다 부당한 세금까지 징수해 손해를 입었다’며 ISD를 제기했다.

ISD 심리는 철저하게 폐쇄적으로 진행되었다. ISD의 ‘당사자’인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대응팀 외에는 아무도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천문학적 규모의 국고가 걸린 문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는 ISD 절차를 관장하는 ‘중재판정부’에 심리 참관을 요청해왔다. 거절당하자 ‘제3자 의견서’라도 내게 해달라고 했다.

민변에 따르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당초부터 ‘합법적 투자’가 아니었다. 론스타는 ‘비금융 주력자(전체 자본 중 산업자본의 비중이 25% 이상, 혹은 산업자본의 가치가 2조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국내 법률에서는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비금융 주력자의 은행 인수가 원천 봉쇄되어 있다. 그러나 론스타는 2003년 8월, 무수한 불법 시비 와중에도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론스타 간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수 한 달 전, 당시 청와대 주형환 행정관, 재정경제부 추경호 은행제도과 과장, 외환은행 경영진 등 10명이 모인 비밀회의에서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인데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방법은 있었다.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한 은행이라면 비금융 주력자에게도 인수시킬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의 부실 정도를 판정하는 BIS(자기자본비율. 이것이 낮을수록 부실함)가 의도적으로 낮게 조작되었다는 정황도 나왔다. 지난 2007년 감사원은 “외환은행이 각종 편법과 자료 왜곡 등으로 불법·헐값 매각되었다”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민변이 중재판정부에 제시하려고 했던 ‘제3자 의견’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론스타는 당초부터 은행 인수의 법적 요건을 갖춘 ‘합법적 투자자’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매각 지연을 운운하며 ISD를 제기할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

ⓒ연합뉴스1월5일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론스타의 ISD와 관련해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재판정부가 알려온 론스타의 ‘합의’ 주장

민변은 지난해 12월28일 중재판정부로부터 답변 문서(〈절차명령 제15호〉)를 받았다. ‘불허’였다. 중재판정부 측은 불허 이유와 더불어 ISD 당사자인 론스타 측의 의견도 공개했다.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론스타는, 자사와 한국 정부가 ‘비금융 주력자’ 지위는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은 ISD 제소의 근거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법률적 토대다. 그러나 중재판정부가 알려온 론스타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 쟁점을 포기해버린 것으로 해석된다.

론스타는 1조4000억원에 인수한 외환은행을 2010년 하나은행지주에 되팔아 4조6000억원 정도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ISD에서 한국 측 대응팀의 위원장은 ‘10인 비밀회의’에 참석했던 추경호 현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다. 추 실장과 함께 있었던 주형환씨도 대응팀의 멤버다. 주씨는 최근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고 곧이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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