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조용히 성장하는 일본 스타트업

2016년 04월 08일(금) 제446호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webmaster@sisain.co.kr
공유하기

구글+구글+ 카카오톡카카오톡 카스카스 라인라인 밴드밴드 네이버블로그블로그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 한국 못지않게 보수적인 일본 핀테크 분야에 외국인 중심 스타트업이 있다. 거창한 정책은 없지만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한다.

3월23일 도쿄에서 열린 파이오니어스 아시아 콘퍼런스에 다녀왔다. 이 행사는 매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파이오니어스 페스티벌의 아시아 확장판이다.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트업 행사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이 콘퍼런스의 첫 번째 아시아 행사를 일본에서 한다니 관심이 갔다. 스타트업 열풍이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일본은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에 관심이 적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터였다.

결론적으로 행사 규모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지만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고 우리보다 역시 한 수 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최종 결선에 오른 두 일본 스타트업을 보고 그런 인상을 받았다.

최종 결선 무대에 오른 ‘머니트리’는 온라인 가계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 은행계좌 입출금 내역, 로열티 포인트, 전자화폐 등의 각종 계좌를 통합해서 자동으로 내역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 앱으로도 수입과 지출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서 인기다. 100만명에 이르는 사용자가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젊은 여성이라고 한다. 머니트리 서비스는 거의 모든 일본의 금융기관에 대응된다. 이 회사에 미즈호·미쓰비시UFJ캐피털 등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이미 투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임정욱 제공</font></div>  
ⓒ임정욱 제공

그런데 놀랍게도 이 회사의 CEO는 일본인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아 사람 폴 채프먼이었다. 창업자 3명이 오스트레일리아인과 미국인이며 이 회사 직원 20명 중 절반이 일본이 아닌 영국·뉴질랜드·인도네시아 등 7개국 출신 외국인이다. 머니트리에 투자한 DG벤처스의 다카히로 쇼지 심사역은 “도쿄에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외국 인재들이 여럿 들어와 있어서 이렇게 다양한 구성의 팀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못지않게 보수적으로 알려진 일본의 핀테크 분야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낸 외국인 중심의 스타트업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한국에서는 은행들과 제휴하기도 쉽지 않고 보안 관련 규제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최종 결선에서 우승한 ‘휠(WHILL)’은 이 행사에서 만난 수많은 일본 하드웨어 스타트업 중 하나다. 종전의 불편하고 흉한 휠체어를 개선한 스마트 전동 휠체어를 개발했다. 미래형 디자인에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제어가 가능하다. 심지어 목적지를 설정하면 자동운전으로 가는 기능까지 있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이다. FDA 승인을 받고 전 세계로 판로를 개척 중이다.

스타트업으로 가는 일본의 엔지니어들

내가 인상적으로 본 것은 이 회사의 창업자 3명이다. 자동차회사인 닛산, 전자회사인 소니, 카메라·의료기기 회사인 올림퍼스 출신의 30대 엔지니어 3명이 의기투합해서 창업했다. 스마트 휠체어를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조합이다. 이들을 보니 대기업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던 일본의 엔지니어들이 이제 스타트업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장인정신을 가진 일본의 엔지니어들이 스타트업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행사장에서 만난 본엔젤스 김범석 일본지사장은 “시부야에 가보면 낡은 빌딩들 구석구석의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독특한 제품을 개발하는 일본의 창업자들이 꽤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에는 정부의 거창한 창업지원 정책이나 멋진 창업지원 공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많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이오니어스 아시아 행사에서도 노무라·오릭스 등 많은 대기업이 스폰서로 나섰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정부가 대대적인 ‘창조경제’ 드라이브를 펼치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일견 활발해 보인다. 하지만 아직 시대착오적인 규제는 여전하다. 한국인으로만 이뤄진 스타트업은 다양성이 부족하다. 높은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창업도 부족하다. 조용히 내실 있게 성장하는 일본의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

이전 LiveRe 댓글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