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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달린다

2016년 05월 10일(화) 제451호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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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자동차 생산량만으로 보면 중국이 유럽과 미국을 추월했다. 관건은 효율성과 충전 시설이다. 4월25일 열린 2016 베이징 모터쇼는 중국 국적 자동차 기업의 자신감으로 뜨거웠다.

4월25일 오후 4시, 2016 베이징 모터쇼 전시관 동쪽의 7000㎡ 규모 주행장에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중국 자동차 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의 자율주행차 체험장이다. 중국 최초로 정부, 학자, 언론 매체가 아닌 대중이 자율주행차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체험하겠다는 사람들이 밀려 등록하고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이 나눠준 팸플릿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자동차가 혼자서 운전하는 동안 당신은 두 손을 자유롭게 내려놓고 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혹은 눈을 감고 잠을 잡니다. 이런 풍경과 과학기술이 우리와는 아직 많이 먼 것 같나요?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운전석에 앉았다. 발밑에는 액셀러레이터도 브레이크도 없었다(지갑에 면허증도 없다). 조수석에 앉은 기술자가 “절대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하고 신신당부했다. 차가 출발하자, 핸들이 저절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퉁이에선 속도가 줄어들며 핸들이 ‘꺾였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 미리 내비게이터에 입력된 루트를 따라 약 10분간 천천히 주행했다. 마치 택시를 운전석에서 타는 듯이 기묘한 느낌이었다. 운전을 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베이징자동차그룹 측 사람이 길 가운데로 걸어 나오자, 자율주행차가 약 5m 앞에서 즉시 멈췄던 순간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진입 방향에 등장했을 때 센서로 브레이크가 가동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차에 달린 브레이크를 만드는 하청업체 APG의 허제 프로젝트 매니저는 “자율주행 자동차 브레이크는 현재 중국에서 떠오르는 이슈다.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센서와의 연동이 핵심이므로 전통 차의 브레이크와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div align = 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한슬</font></div>2016 베이징 모터쇼에 전시된 창안자동차의 자율주행차 ‘루이청’.  
ⓒ시사IN 신한슬
2016 베이징 모터쇼에 전시된 창안자동차의 자율주행차 ‘루이청’.

4월25일 막을 연 2016년 베이징 모터쇼는 중국 국적 자동차 기업의 자신감으로 뜨거웠다. 국적 기업들은 최근 급성장한 스포츠 실용차(SUV)와 다목적 실용차(MPV)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도약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 등 미래형 차량도 적극 선보였다.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진출의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창안(長安)자동차는 4월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충칭에서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하는 2000㎞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율주행차 ‘루이청(睿騁)’ 두 대가 최고 시속 120㎞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중국 최초의 장거리 자율주행 테스트였다.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창안자동차는 노면 상태 변화에 적응하며 안전거리 확보, 차선 변경, 추월에 성공했다. 그러나 터널에서 조명이 약해지면 센서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등 개선해야 할 점도 드러났다. 4월25일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창안자동차 주화룽(朱華榮) 회장은 “자율주행차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이다. 앞으로 미국·이탈리아·영국의 R&D센터에서 자율주행 연구를 발전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창안자동차는 2016년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 차량(NEV)에도 180억 위안을 투자해 신차 모델 9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div align = 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한슬</font></div>4월27일 중국 국적 기업 지리자동차의 안충후이 회장이 자사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시사IN 신한슬
4월27일 중국 국적 기업 지리자동차의 안충후이 회장이 자사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중국의 SUV 판매량 연평균 46%씩 증가

지리자동차(Geely·吉利)는 2011년 볼보와 포드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피터 호버리를 디자인 담당 부총재로, 2013년 GM의 수석 디자이너 가이 버고인을 상하이 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두 명은 이번 모터쇼에서 직접 지리의 신종 MPV 디하오 GS를 소개했다. 디하오 GS는 출시한 지 2주 만에 예약 판매 3만 대를 기록했다. 버고인은 “지리는 진정한 중국 브랜드로, 중국의 유산을 보여준다. 우리는 글로벌한 자동차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 ‘중국의 자동차’를 세계에 진출시키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에는 자동차 기업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중국 자본으로 설립된 중국 국적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자본과 해외 자동차 기업(현대차 등)이 함께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이 중 중국 국적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점유율로 봐도, 전체 승용차 판매량 중 중국 국적 기업들의 비중이 41.3%에 달한다. 창안자동차(7위), 창청자동차(GWM· 長城 9위), 지리(10위) 등 중국 국적 기업들이 ‘판매량 기준 10대 기업’에 들어가 있다.

최근 중국 국적 기업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이들의 ‘SUV 집중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SUV 판매량은 2012년 이후 연평균 46%씩 증가해왔다. 특히 ‘자동차화(motorization)’에 막 돌입한 광둥·허난·안후이 등 중서부 지역의 판매증가율이 이미 공급 포화 상태에 이른 베이징·허베이·상하이 등 동부 지역을 추월했다. 중국 국적 기업의 SUV는 10만 위안 안팎으로 중저가형이 대부분이다. 소득 수준이 낮고 산간 지대가 많은 중서부 지역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았다.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되고 아이를 2명까지 낳을 수 있게 되면서 가족용 차량으로 SUV 소비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2015년 10월 중국의 생애 두 번째 차량 구매자의 50%는 SUV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div align = 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한슬</font></div>중국의 전기차 전문업체 비야디 전시장.  
ⓒ시사IN 신한슬
중국의 전기차 전문업체 비야디 전시장.

품질도 향상됐다. 중국 국적 기업의 자동차는 ‘짝퉁 차’라 불리며 수입차에 비해 품질이 현저히 낮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창안자동차 주화룽 회장은 지난해 자사의 1000대당 고장률이 외국계 합자회사 평균에 비해 낮아졌으며, 반면 고객서비스 품질은 외국계 합자회사 평균을 상회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소비자 리서치센터 제이디파워에 따르면, 중국 국적 기업의 신차를 구입한 뒤 3개월 내에 문제가 발생한 건수는 2000년 100대당 834건에서 2015년 120건으로 매우 줄었다.

전기자동차 보급 역시 중국 국적 기업의 약진을 이끌었다. 2015년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는 20만3357대다. 생산량만으로 보면, 유럽과 미국을 추월했다. 같은 시기,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 역시 17만6627대로 4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했다. 그 덕분에 전기차 누적 판매량만으로 따지면, 중국의 전문 업체인 비야디(BYD·比亞迪)가 닛산과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체 업체 중에서 1위(6만3000대)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도 비야디는 전기자동차 7종과 가정용 전기자동차 충전 시설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지리, 베이징자동차, 중타이(衆泰)자동차, 치루이(Chery·奇瑞)자동차 같은 기업이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활약 중이다.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에는 중국 정부의 도움이 컸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전기자동차 구매자는 중국에서 차를 살 때 통과해야 하는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베이징의 경우 짝수 달마다 추첨을 통해 신차 번호판을 분배한다. 실질적으로 차량 구매를 제한하는 셈이다. 전기자동차는 수요에 비해 추첨 쿼터가 훨씬 많아서 대기 없이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차량 5부제를 엄격히 실시하고 있는데, 전기자동차의 경우 예외다.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 70㎞에 불과

관건은 효율성과 충전 시설이다. 비야디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나, 충전이 느리고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비야디의 주요 모델 ‘친(Qin)’은 한 번 충전할 때 주행 가능 거리가 70㎞에 불과하다. 창안자동차와 치루이는 LG화학과 전기자동차용 전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충전 시설 역시 중국의 넓은 면적에 비해 매우 드물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전기자동차 충전소는 780곳, 충전기는 3만1000대에 그쳤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0년까지 전국에 전기자동차 충전소 1만2000곳을 설치하고 충전기 480만 대 이상을 보급할 계획이다.

  <div align = 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한슬</font></div>중국의 전기차 전문업체 비야디 전시장.  
ⓒ시사IN 신한슬
올해 10월 중국에서 출시될 기아자동차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

중국 국적 자동차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2015년 중국 국적 자동차 기업의 수요는 19% 성장한 데 비해 외국계 합자회사의 수요는 4% 성장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2015년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6만 대 줄었다. 2016년 들어 월별 판매량도 전년 동월 대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베이징현대자동차유한회사 권혁동 판매본부장은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경기가 어려워져 (자동차 시장의) 전체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두 번째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SUV로 이전하면서 그 수요가 국적 기업으로 옮아갔다. 합자사로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조직·상품력·채널을 강화해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기아자동차는 2016 베이징 모터쇼에서 올해 10월께 출시될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를 소개해 SUV 시장을 노렸다. 그러나 기존 중국 시장에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ix25가 비슷한 사양의 중국 국적 기업 SUV보다 2만 위안가량 비싸 판매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17년 충칭에 지을 예정인 제5공장은 중국 전략 차종 및 SUV를 생산하는 중서부 지역 공략기지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해외 자동차 기업들은 반드시 중국 국적 기업과 공동으로 투자해 합자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베이징자동차와 각각 50%씩 투자해 베이징현대자동차유한회사를 만들었다. 해외 기업의 지분은 최대 50%로 제한된다. 중국 국적 기업은 그런 제한이 없다. 베이징자동차는 해외 기업과의 합자법인과 별도로 자체 법인에서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해외 기업으로서는 합자법인을 통해 중국 기업으로 기술이 유출되지 않을까 항상 우려되는 상황이다. 베이징현대자동차유한회사 이태표 파워트레인 연구부장은 “해외 기업으로서 현대자동차는 중국 내 전기자동차 생산과 관련해서는 (변화하는 시장에) 빠른 대응이 어렵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단 5월에는 쏘나타 CF 하이브리드를 출시한다. 전기자동차는 내년 이후에나 천천히, 제대로 도입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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