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민생 주제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보험료 수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7월부터 틀니,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7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확대된다. 당사자인 어르신들의 관심이 클 듯하다. 반대로 건강보험료에 대해서는 시민 불만이 높다. 보험료 부과가 공평하지 못한 데다 매년 인상 뉴스를 듣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민감한 주제임에도 정작 건강보험 보장성, 건강보험료가 어디서 결정되는지를 물으면 답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주로 나오는 대답은 보건복지부다. 이어 보장성은 계속 제자리걸음인데 보험료는 매번 오른다며 정부를 성토한다. 물론 정부가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보장성과 보험료를 결정하는 곳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라는 사회적 논의 기구이다.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이 3분의 1씩 참여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노동부가 결과를 고시하듯이, 가입자·의료 공급자·공익 위원이 3분의 1씩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하면 보건복지부가 고시한다. 보장성·건강보험료 결정에 가입자 대표가 의사결정 지분을 가지고 있다.

6월9일부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 보장성 확대 계획과 건강보험료 수준을 다루기 시작했다. 6월 말에 결정한다는데 어떤 협상이 오가는지 알기 어렵다. 간혹 가입자, 공급자 위원 중 어느 한쪽이 퇴장할 만큼 논의가 뜨겁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번에도 예전처럼 최종회의 다음 날에야 건강보험료 인상 수치를 언론 기사로 전해 들을 개연성이 높다. 가입자 위원들이 노동·사회단체 임원들이니 형식적으로는 가입자를 대표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 기구의 역할과 활동이 시민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되짚어볼 게 많다.

국민건강보험이 지닌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면 그만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해야 할 일도 막중하다. 무엇보다 빈약한 보장성을 정면으로 다루어야 한다. 얼마 전 나는 어깨 통증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비용이 20만원에 육박했다. 비급여란다. 아파서, 의사가 권해서 검사했는데 비급여라니 국민건강보험은 왜 존재하는 걸까? 이러니 큰 병에 걸리면 병원비 본인 부담에 가계가 휘청거린다. 심지어 아픈 어린이 병원비를 방송 모금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10년째 60%대 초반이다. 이전에는 돈이 없어서 급여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런가? 지난해까지 건강보험 누적 흑자액이 무려 17조원이다. 올해 연말에는 20조원에 달할 예정이다. 보장성을 대폭 늘릴 절호의 기회다. 지난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진행된 내년 보장성·보험료 논의가 궁금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의료수가가 일부 올라서 건강보험료도 인상될 듯하다. 관건은 보장성이다. 언론은 지레 보험료 부담을 예고하지만 정말 국민건강보험이 병원비를 해결해줄 수만 있다면 보험료 인상에 동의할 가입자가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보험료가 비싸고 본인이 전액 납부하는 실손의료보험에 3000만명 이상이 가입했겠는가? 올해 20조원 중 절반의 절반이라도 보장성 확대에 사용하자. 통증 원인을 진단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초음파 검사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야 하고, 큰 병에 걸려 입원한 환자의 진료에는 더욱 그렇다. 어린이 입원 병원비는 연간 5000억원이면 국가가 완전 보장할 수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원하는 시민이라면

어디서부터 풀어갈까? 가입자위원의 발언권은 가입자에게서 나온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활동을 가입자에게 알리고 뜻을 모으는 데서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병원비 해결 열망이 집약될 것이고 이래야만 보장성 확대에 소극적인 정부의 정책 방향도 바꿀 수 있다. 작년부터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청년·비정규직 대표가 참여하면서 회의록 작성 및 공개, 방청 허용 등을 요구했고 청년위원은 매번 회의를 SNS에 보고해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올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일부 교체되었다. 가입자 대표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새로 나섰다. 앞으로 가입자와 함께 위원회 활동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해당 노동조합과 단체 회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두루 만나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원하는 시민 대다수가 가입자 위원의 서포터스다. 가입자 당사자와 함께 국민건강보험 대개혁 운동을 시작하자.

기자명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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