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치약·립스틱·로션·콜라. 이 모든 것을 만들 때 들어가는 공통 재료가 있다. 팜 야자나무 열매에서 나온 식물성 기름인 ‘팜유’다.

일상생활 어디에나 스며들어 있는 팜유 생산은 사실 오래전부터 열대우림 파괴의 주범으로 비판받아왔다. 팜유 생산기업들은 사람의 손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브라질·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의 원시림을 베고 불태워 ‘청소한’ 자리에 줄지어 야자나무를 심었다.

ⓒ시사IN 양한모

국제사회는 더 이상 환경 파괴를 눈감아주지 않는다. 열대우림 파괴는 시민단체의 지탄뿐 아니라 투자 시장에서 제재를 받게 됐다. 노르웨이 정부가 운영하는 글로벌 투자기관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환경을 파괴하는 모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인 포스코대우와 모기업인 포스코도 인도네시아에서 팜 야자 농장을 운영하며 열대우림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GPFG의 평가를 받고 투자가 중지됐다.

그렇다면 팜유를 생산하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팜유는 다른 식물성 기름 원료에 비해 생산 효율이 높고, 재배 시 살충제와 비료가 적게 들어가며, 에너지 낭비도 적은 작물이다.

남은 방법은 하나다. 최대한 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식으로 팜유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등 시민단체와 팜유 생산·유통·구매 기업이 모여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원탁회의(RSPO)’를 열고 국제 인증제도를 만들게 된 배경이다. 이들은 인증제도가 팜유 생산 기업에게 손쉬운 ‘면죄부’로 활용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인증제도를 강화해가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팜유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 중 RSPO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해외 시민단체와 현지 언론으로부터 열대우림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기업은 있다. 한국에는 친환경 기업으로 알려진 코린도그룹이다. 그러나 코린도그룹은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취재 과정에서 코린도그룹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NGO들이 메이저 업체들과 ‘카르텔’을 형성해, 인도네시아 팜 관련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며 팜유 산업을 자기들의 입맛대로 움직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린피스, WWF 등이 팜유 업계를 압박하는 것은 사실이다. 계속되는 열대우림 파괴를 묵인했다가는 기후변화와 종 다양성 파괴로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이런 위기의식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지도 모른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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