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놀까


동전 노래방이면 충분해
‘내 노래’를 확인하는 방법

 

첫 인연은 초등학교 때였다. 전 국민을 리듬에 맞춰 쿵쿵거리게 했던 펌프를 하러 들어갔던 오락실에서 나는 만났다. ‘동전 노래방’을!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왠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작아졌던 내게, 동전 노래방 부스는 오롯이 나를 위한 작은 일탈의 장소였다.

몇 평이나 될까 싶은 작은 크기도, 여름과 겨울에 더 덥고 추운 불편함도 견딜 수 있었다. 완벽한 방음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기에 어느 정도는 ‘내 노래’가 밖으로 새어 나갔으나 괜찮았다. 나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동전 노래방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었다. 나는 그저 군중 속에 숨어 ‘n분의 1’로서 자유를 즐길 수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시절 잠깐 거쳐갔던 동전 노래방은, 오락실 발길을 끊으면서 그렇게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동전 노래방을 대학생 때 다시 만났다. 학교 근처 오락실에도 동전 노래방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종종 들렀다. 기껏해야 둘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비좁고, 한 곡에 500원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상관없었다. 동전만 넉넉히 가지고 있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고, 적당히 시간을 때우기에 이만한 곳은 없었다. 오로지 나만 관심 갖는 ‘내 목 상태’를 확인하고는 ‘오, 오늘은 좀 잘 불렀네’ 하며 뿌듯해하는 것은 덤이었다.

ⓒ시사IN 신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