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샌 농담 잘못했다간 아재(아저씨) 취급받기 십상이다. ‘아재 개그’란 아저씨들이 쓰는 촌스러운 개그라는 뜻으로, 네이버에서 본격적으로 검색되기 시작한 시점이 2015년 7월쯤으로 추정되는, 따끈따끈한 신조어다. 흔히들 센스 없는 개그를 비하해서 일컫는 말이기도 하지만, 갑자기 밤에 잠들기 전에 생각나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는 것이 아재 개그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아재 개그의 특징은 언어유희, 즉 말장난을 적극 활용한다는 데 있다. 반면 요즘 10~20대 젊은 세대는 텍스트보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데 더 익숙하다. 이들에겐 텍스트로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보다, 상황을 요약할 수 있는 적절한 이모티콘이나 스티커, 혹은 짤방(잘림 방지의 줄임말로 사진을 뜻함)이나 움짤(움직이는 사진) 한두 개 보내는 게 더 친숙하다. 이들은 인터넷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부터 유명 커뮤니티에서 센스 있는 짤방 몇 개로 상황을 요약해버리는 소통 방식에 익숙하다. 아재들에게는 재치 있어 보이는 말장난이 이들에게 고루해 보이는 이유다.

흥미롭게도 이런 현상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유명 벤처투자가 메리 미커의 ‘2016 인터넷 리포트’를 보면, 태어난 순간부터 디지털 세계에 둘러싸여 자라온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 Z세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Z세대는 구구절절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세련되고 임팩트 있는 이미지로 이야기한다. 불가피하게 텍스트를 사용해야 한다면 간단한 태그(#) 형태로 최소화한다. 정 텍스트를 써야 한다면 재빨리 휘발되는 걸 좋아한다. 미국의 10대가 선호하는 메시지 앱 스냅챗은 보냈던 메시지가 최대 10초 이내에 휘발된다. 스냅챗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능 중 하나는 동영상 전송 기능이다.

ⓒ시사IN 신선영Z세대는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소통한다. 센스 있는 ‘짤방’과 ‘움짤’ 몇 개로 상황을 요약해버린다.

사진에 이어 동영상 업로드 양도 폭증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한 달에 얼마나 사용하는지 비교해보면 이미지를 선호하는 Z세대의 특성이 바로 나타난다. 10대에게 인기가 높은 스냅챗이 한 달 평균 380분, 이미지 중심의 소셜 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이 360분, 그리고 최근 라이브 방송 등을 도입한 페이스북이 무려 한 달 평균 1000분 이상 쓰인다. 반면 텍스트 중심의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가 120분, 텀블러가 150분, 링크드인은 불과 10분밖에 쓰이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에 게시되는 사진 수를 봐도 이런 흐름이 재확인된다. 메리 미커 리포트에 따르면, 2010년에는 하루에 소셜 미디어에 게시되는 사진이 약 2억 건이었는데, 2015년에는 약 33억 건으로 16배 이상 폭증했다. 페이스북 동영상 조회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3분기 기준으로 하루에 약 10억 건의 동영상 조회가 일어난 반면, 불과 1년이 지난 2015년 3분기에는 하루에 80억 건의 동영상 조회가 발생하고 있다. 1년 사이 무려 8배나 폭증한 것이다. 스냅챗도 마찬가지다. 2015년 1분기 기준으로 동영상 조회가 하루 평균 20억 건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다섯 배 많은 하루 평균 100억 건의 조회가 일어나고 있다.

신문과 책 등 텍스트를 ‘읽으며’ 정보를 얻었던 세대가 텍스트를 통해 아재 개그를 생산해왔다면, 이미지나 동영상을 ‘보는’ 데 익숙한 세대들이 IT 트렌드를 견인하게 된 것이다. 이제 동영상을, 특히 실시간 라이브 방송 기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서비스는 생존하기 어렵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40자 텍스트 제한으로 유명한 트위터도 페리스코프라는 실시간 동영상 방송 앱을 별도로 만들었다.

오늘도 단체 카톡방이나 밴드에서 받은 아재 개그를 일발 장전했다가 언제 터뜨릴지 고민하고 있다면, 그 대신 센스 있는 이모티콘이나 움짤로 자식 세대나 직장 후배들, 조카들에게 ‘ㅇㅈ(인정)’ 받아보자. 더 젊게, 더 시원하게, 더 재미있게 일상을 채워가는 소소한 방법이 될 것이다.

기자명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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